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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검존 1권 10화


제5장 사우비(2)


불만 질렀다.
“크아아악! 당장 덤비라니까!”
“아닙니다. 도련님께서는 모르십니다. 정말 다치실지도 모릅니다. 저한테 맞으시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도련님은 피떡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다니까!”
‘피떡?!’
같은 말을 반복하자 남궁진혁은 짜증이 치밀었다. 그러나 사우비는 여전히 곰 같은 얼굴에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도련님은 어려서 잘 모르십니다. 제가 진심으로 때리면 도련님은 한 대만 맞아도 죽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 무림인한테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압니다. 무지 아픕니다.”
사우비는 한숨까지 쉬었다. 너무나 답답한데 앞에 있는 풋내기 도련님이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 게 뻔히 보였다. 남궁진혁은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당장 덤비란 말이다! 양보고 나발이고 없다!”
남궁진혁이 앙칼지게 외치자 사우비는 남궁진혁을 안쓰러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한숨을 쉬고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좋습니다. 정히 그러시다면 해야겠지요. 다치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삼 초를 양보하겠습…….”
사우비는 혀를 찼다. 천방지축 도련님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비무에 응한 이상 모든 실력을 발휘해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며 말하던 사우비는 눈앞에 뭔가 번쩍하는 것을 느꼈다.
“…….”
팡!
삼 초를 양보하겠다는 말까지 하던 사우비는 기절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남궁진혁이 바람과 같이 움직여 사우비의 왼쪽 가슴을 파심장으로 후려쳤기 때문이다. 혈류의 움직임이 막힌 사우비는 영문도 모르고 정신을 잃었다.
“흥, 까불고 있어.”
남궁진혁은 손을 탁탁 털었다.
‘마음 같아서는 흠씬 패 주고 싶었지만, 너와 나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보여 주기 위해 참았다. 감사히 여겨라.’
아마 잠이 든 것처럼 편안하게 기절했으리라. 이것이야말로 천외천의 실력이다. 진천검존으로 불릴 때 그는 이미 살검이 아닌 활검을 펼친다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진천검존의 실력은 살검도 활검도 경계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비록 그 실력을 지금의 몸으로는 전부 펼쳐 보일 수는 없다. 그러나 사우비 하나쯤 죽었다 살아나게 하는 것은 여전히 일도 아니었다.
남궁진혁은 하얗게 질린 사우비의 얼굴을 보고는 지풍을 날려 정지한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우비는 가느다란 숨을 쉬었다.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상대의 생사를 관장하는 경지가 아닌가.
남궁진혁이 발로 툭툭 차서 깨우자 사우비가 눈을 번쩍 뜨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제가 왜 누워 있습니까?”
“내가 이겼으니까!”
사우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는 조금도 아프지 않고 싸운 기억도 없습니다. 제가 잠시 졸았던 모양입니다.”
“으하하! 너는 내 파심장을 맞고 심장이 멈춰서 죽어 있었다. 내가 지풍으로 네 심장을 다시 뛰게 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죽었을 거야!”
피식.
사우비가 입매만 올려 웃었다. 마치 ‘거짓말이 과하십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남궁진혁은 어이가 없었지만 성질을 죽였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모르는 거다. 하수는 하수야. 천천히 가자.’
남궁진혁은 자세를 가다듬었고 사우비는 비무가 제대로 시작되는가 보다 여겼다.
“좋아, 다시 하자.”
“하면 삼 초를 양보하겠습니다.”
이미 일 초가 지나갔다는 걸 모르는 사우비였다. 남궁진혁은 한 줌의 진기를 손끝에 모았다. 사우비의 위압적인 거구는 허점투성이로 보였다.
“간다!”
남궁진혁은 날카롭게 외치며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어둠 속에서 그는 눈부신 백선이 되었다. 사우비는 남궁진혁이 접근하는 것을 뻔히 보았지만 피하거나 막을 수가 없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눈앞에 있었다.
쉬리릭!
남궁진혁은 세모꼴로 모은 손끝으로 사우비의 명치를 찔렀다. 급소를 가격당한 사우비는 눈을 부릅뜨고 ‘헉!’ 하더니,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채로 기절한 사우비는 숨이 멎어 있었다.
다시 지풍을 날리려던 남궁진혁은 순간 멈칫했다.
“콱 살려 주지 말까?”
남궁진혁은 은근한 유혹을 느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불필요한 죽음이다. 남궁세가가 또 암습이니 뭐니 하면서 시끄러워질 터였다. 게다가 아무리 죽음을 초월했다고는 하나 자신은 과거 정도를 걷던 몸이었다. 남궁진혁은 장심에 진기를 모아 부드럽게 사우비의 등에 가져다 댔다.
“쿨럭!”
사우비가 기침을 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사람은 어디 갔습니까?”
영문 없는 물음이다. 남궁진혁이 어깨를 으쓱하자 사우비가 다시 물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말입니다. 검은 동아줄을 들고 제게 빨리 가자고 했습니다.”
“…….”
남궁진혁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주위를 날카롭게 쏘아본 남궁진혁은 다시 사우비에게 패배를 인정하라고 재촉했다.
“제가 어째서 졌습니까? 저는 이렇게 멀쩡합니다.”
사우비는 아무래도 고수와 하수의 차이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수와 하수끼리의 싸움은 주먹다짐으로 끝나지만 고수의 세계는 전혀 달랐다. 남궁세가의 무인이라는 자의 안목이 이리도 형편이 없다니, 남궁진혁은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호위가 붙었는지 괴로웠다.
“어떻게 하면 졌다고 할 셈이냐.”
“비무를 할 때에는 한쪽이 완전히 쓰러져야 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쓰러지면 졌다고 하겠습니다.”
“너는 벌써 두 번이나 쓰러지지 않았느냐.”
“저는 아직까지 맞지 않고 쓰러진다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저녁을 먹지 않아 속이 허하여 정신을 놓은 모양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어디 있냐! 남궁진혁은 굳건하게 대답하는 사우비 덕분에 짜증이 벌컥 났다.
‘아무래도 제대로 패야겠다!’
남궁진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천검존이라는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남궁진혁의 무공은 검이 근본이 된다. 그의 검공은 하늘도 누른다고 정평이 나 있다. 만류귀종이라고 했던가, 이미 무극지경을 뛰어넘은 진천검존은 검법을 권으로도 펼치고 창으로도 펼치며 도로도 펼칠 수 있다.
남궁진혁은 말년에 이르러 도달했던 무극지경의 묘를 담아 권각술을 펼쳤다.
말이 좋아 무극지경이지, 사우비를 주먹으로 그냥 팼다.
“어이쿠! 어이쿠!”
남궁진혁의 움직임은 춤사위처럼 현란했다. 눈처럼 새하얀 백의를 입고 사우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발차기가 채찍처럼 빠르고 날카롭다. 주먹이 화살처럼 빠르다. 사우비는 눈앞을 가득 메우는 손과 발에 두들겨 맞자, 천수여래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아프냐? 아프냐!”
남궁진혁이 날카롭게 외쳤다. 호흡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수십 대를 때렸다. 빠른 공격은 날카로우나 강력한 충격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남궁진혁의 일 권 일 각에는 바위도 바스러뜨릴 거력이 담겨 있었다.
“억울하다! 분통하다! 짜증난다! 지겹다! 이런 마음을 네놈이 아느냐!”
엄한 곳에서 뺨 맞고 와서 애먼 곳에 분풀이다. 남궁진혁의 손속은 정도를 넘어섰다. 웬만한 무인이라도 목숨이 달아날 정도로 지독한 공격이다. 사우비의 옷이 너덜너덜한 걸레로 변했고 그 밑으로는 피가 흘렀다.
“내 마음을 아느냐! 또 백 년을 살아야 하는 내 마음을 네놈이 아느냐!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는 것도 분통 터져 죽겠는데 왜 짜증나게 하느냐! 죽지 않는 것도 서럽다!”
오랫동안 참아 온 노기가 드디어 폭발했다. 염라대왕의 실수로 지상에 떨어진 이후, 단 한 번도 무공을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무림으로 돌아갈까 봐 감춰 두고 억눌렀다. 그러나 영혼까지도 순수한 무인인 진천검존이 무공을 쓰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떠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아이쿠!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지상으로 떨어진 억울함, 염라대왕에게 속았다는 억하심정, 자살을 해도 바퀴벌레처럼 살아남는 목숨, 무림에 대한 욕구불만이 버무려져 남궁진혁은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우비는 그저 촉매에 불과했다.
처음 한두 대 쥐어박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무공에 대한 목마름이 서서히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린 나이로 환생했기 때문에 생긴 혈기인지도 몰랐다. 진천검존의 눈이 붉게 물들어서 번득였다.
“으으으…….”
사우비는 미치도록 아팠다. 팔다리가 아팠고 배도 아팠고 등짝도 아팠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토록 맞았으면 감각이 없어질 만도 한데 오히려 또렷해졌다.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가 역류했다.
‘쓰러지지 않는다.’
억지로 버텼다. 독하게 맞으면 맞을수록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남자는 주먹 앞에 쓰러져서는 안 된다. 남자는 패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어머니 말씀이 자꾸만 귓전에 맴돌았다.
‘우비야, 패하지 말거라. 당당하거라.’
항상 슬픈 눈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사우비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았다. 혀를 깨물어서 피를 냈다. 뿌옇게 변하던 머릿속이 조금은 개운해졌다. 지금은 손을 뻗을 기운도 없다.
‘그만 가세나.’
사우비는 멀리 하늘에 검은 옷의 사내가 손짓하는 게 보였다. 저 친구는 왜 하늘에 있는 거지? 검은 옷의 사내는 왠지 땅에 내려오는 게 무서워 보였다.
“크아아! 아느냐!”
진천검존은 괴성을 토했다. 상처 입은 야수처럼 날뛰던 그는 양손 가득히 진기를 주입했다.
부우우웅!
공기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남궁진혁의 손에 모인 힘은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기세였다.
아무리 맷집이 좋은 사우비라도 한 대만 맞으면 산산조각이 날 거력이다. 사우비는 남궁진혁의 힘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남궁진혁은 사우비를 힐끗 노려보고 거친 숨을 토해 내며 주먹을 뻗었다.
콰르릉!
천둥이 쳤을까. 아니다. 남궁진혁의 전신 내공이 담긴 주먹이다. 사우비의 옆을 스친 일 권은 후원의 흙바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십 장은 되는 길이의 파헤친 자국이 생겼다. 소가 쟁기로 갈고 지나가야 겨우 낼 상처다.
사우비는 덜덜 떨면서 뒤를 돌아보았다가 흙바닥을 보고 다시 남궁진혁의 주먹을 보았다. 셋을 번갈아 보면서도 전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난 남궁진혁은 피로에 절은 얼굴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이 곰 같은 놈, 생긴 것답게 맷집은 좋구나.”
들끓던 진기를 모두 쏟아 내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운동 부족이었나 하고 남궁진혁은 생각했다. 그래, 어린 후배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잘못이 있으면 저 녀석을 붙여 준 남궁성화가 죄요, 나아가서 망할 염라대왕이 죄지.
‘후, 늙어서 이 무슨 주책이냐. 어린 후학 앞에서 주책을 부렸구나.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제야 사우비의 상태가 걱정됐다. 아무리 진기를 거의 싣지 않았다지만 일 권 일 권에 뼈를 부수는 거력이 담겨 있었다. 잘못했으면 죽일 뻔했다. 마지막 일 권도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궤도를 바꿨다.
“괜찮냐. 내가 하마터면 너를 죽일 뻔했다.”
사우비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공포를 느끼는 건지도 몰랐다.
“쓰…….”
사우비가 잘 돌아가지 않는 혓바닥으로 입을 열었다. 남궁진혁은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시원하게 바람을 맞았다. 땀이 식는다.
사우비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남궁진혁이 왜 그렇게 성을 내면서 외쳤는지 모른다. 왜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모른다. 지금 바닥에 고랑이 파인 것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쓰러지셨습니다.”
“……뭐?”
남궁진혁은 눈을 깜빡였다. 사우비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쓰러지셨……습니다. 제가 이겼습니다.”
사우비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제야 남궁진혁은 이해했다.
“혹시…… 너는 서 있으니까 이겼다는 얘기냐?”
사우비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주억거리자 턱 끝에 매달렸던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제가 이겼습……니다.”
쿵!
여태껏 버텨 오던 거구가 힘겹게 쓰러졌다.
“뭐? ……야! 야!”
남궁진혁이 따지려고 했지만, 이미 기절했다.
남궁진혁은 혀를 차며 사우비의 상세를 살폈다. 최소한 성한 뼈가 없으리라. 심하면 장기까지 상했을지도 모른다. 내력을 싣지 않았어도 진천검존의 무공이니까.
“이기긴 뭘 이겨. 도대체 어디서 이런 곰 같은 놈을 데려온 거야.”
남궁진혁은 투덜대면서 사우비의 근골을 만지작거렸다. 진기를 주입하여 내장과 기혈을 살폈다. 한참 동안이나 사우비의 손발을 주물렀지만 특별히 심각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가죽이 찢어지고 터지고 피가 흘렀으나 정작 뼈와 내장은 무사했다.
“지독한 강골이구만.”
사우비의 얼굴은 너무 맞아서 두 배로 부어 있었다. 사지육신 어느 한 군데 멀쩡한 곳이 없어서 피멍으로 새까맣게 변했다. 그런데도 정작 심각한 상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남궁진혁이 살의를 싣지 않았다고 해도 정도가 지나쳤다.
“가죽은 소처럼 질기고, 살은 돌처럼 단단하다. 뼈는 그야말로 강철로 만든 것 같다. 세상에 이런 강골은 처음 본다.”
거기다가 맷집도 대단했다. 정신을 잃기 전까지 비명을 한 번도 지르지 않았다. 분골착근의 수법을 당한 것만큼이나 아팠을 텐데. 남궁진혁은 사우비를 단순한 바보로 여겼던 것은 반성했다.
“어디서 이런 녀석을 주워 왔단 말인가.”
이건 아무리 봐도 사람의 탈을 쓴 곰이 아닌가.
“마음 같아선 이대로 어디다 갖다 버리고 싶다만, 네놈의 끈질김에 내가 졌다. 젠장.”
남궁진혁은 뭐 씹은 얼굴로 사우비를 들쳐 업었다. 조그마한 어린아이가 곰처럼 커다란 청년을 업었지만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남궁진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의원의 방으로 향했다.

정철은 밤늦도록 깨어 있었다. 낮에는 환자를 돌보고 약재를 관리하며 시간을 보냈기에 밤에 짬을 내서 공부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나름대로 주석을 달고 있는 책은 조부가 직접 집필한 의서였다.
“재미있다. 정말로 재미있어.”
눈을 빛내며 의서를 탐독하던 그는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창호지를 바른 문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
‘환자인가.’
야밤에 사람이 찾아와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직업이 의원이다 보니 새벽에 곤히 잠들었을 때에도 달려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한창 의서에 몰두하던 참이어서 입맛이 씁쓸했다.
“누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