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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검존 1권 23화


제10장 정천맹(3)


“네 방 가.”
“진혁아, 나 다리가 후들거려서 못 움직이겠어.”
“그럼 거기서 자든가.”
냉큼 침상 안으로 들어가 이불을 덮고 등을 돌리자, 제갈성진이 칭얼거리다 중얼중얼하던 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숙취다.
제갈성진은 눈을 번쩍 떴다가 머리를 쥐어 싸고 괴로워했다. 술을 좋아한다고 술이 세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훌륭한 예다. 반쯤 맛이 간 제갈성진은 여전히 그림같이 책상에 앉아 있는 남궁진혁에게 말했다.
“물.”
남궁진혁은 책에 시선을 그대로 두고 손만 움직여서 방 한쪽의 탁자를 가리켰다.
“거기까지 못 가아. 당장 물을 대령해라!”
제갈성진이 손바닥으로 침상을 두드리면서 호령했다.
무시하고 책을 읽던 남궁진혁은 왱알왱알 물 내놓으라는 제갈성진의 목소리 때문에 글자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일상을 오늘도 체험했다. 그는 체념의 한숨을 쉬고 책을 덮었다.
“썩을 것.”
“헤헤헤.”
남궁진혁은 인상을 구기고 물을 따라다 주었다. 경험상, 무시하고 있으면 점점 더 시끄러워졌다. 제갈성진은 히죽 웃고 물 잔을 받더니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내밀었다.
“꿀물.”
“…….”
남궁진혁이 물 잔을 뺏고, 제갈성진의 머리를 한 대 후려갈겼다.
술에 절어 버린 제갈성진은 평소라면 쉽게 피할 주먹질에 머리통을 내맡겼다.
“토, 토룡이가 때렸어!”
“내가 네 종이냐? 종이야? 닥치고 와서 밥이나 먹어.”
제갈성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이미 탁자에는 식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남궁진혁이 가서 자리에 앉자, 제갈성진이 비척거리면서 따랐다.
“아싸, 계란탕! 짜아식, 너 눈치 있구나? 맞아! 해장에는 계란탕이 제격이지.”
얼큰하게 끓여 낸 계란탕은 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제갈성진은 다른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계란탕을 훌훌 마셨다. 남궁진혁은 묵묵히 식사를 하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얼마나 있다가 갈 거냐?”
“왜? 너무 일찍 갈까 봐? 걱정 마. 적어도 한두 달은 느긋하게 있을 거니까.”
“……그럼 선물은 준비해서 온 거냐?”
“웬 선물?”
제갈성진이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반문했다. 남궁진혁은 숙취가 없는데도 두통을 느꼈다.
“앞으로 보름 뒤면 우리 아버지 생신이신데, 제갈세가의 자식이 빈손으로 온 거냐?”
“어? 아, 어? 너희 아빠 생일이야? 으하하! 어쩌지, 가져온 게 없는데. 까맣게 몰랐어.”
자랑이다.
제갈성진은 멋쩍게 웃더니 손뼉을 쳤다.
“아! 어차피 너희 아빠 생일이면 우리 세가에서도 사람들이 선물 들고 올 테니까 별 상관 없겠다! 아니, 잠깐! 사람들이 온다고? 이런!”
누누이 말하지만 제갈성진은 가출했다. 남궁진혁은 예상했던 대로 제갈성진이 혼자 떠들어 대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십 년이 흘렀지만 제갈성진은 변한 게 없었다.
“걸리면 잡힐 텐데!”
남궁진혁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다. 썩 잡혀 가라.”
“으아악! 무정한 놈! 어쩐지 요즘 세가가 분주하더라. 너희 아빠 생일 때문이었구나. 날을 잘못 골랐어! 진혁아, 그날 나 좀 숨겨 주면 안 될까?”
“너 여기 있는 거 제갈세가에서 모르냐?”
모를 리가 있나.
이미 단단히 벼르고 있을 게다.

제갈성진이 가출한 지도 어느덧 보름, 남궁성화의 생일이 돌아왔다.
아침부터 세가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고, 선물이 산처럼 쌓였다. 제갈성진은 남궁진혁의 방에 숨어서 창밖으로 눈만 빠꼼 내밀고 시끌벅적한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야아! 봐라, 진혁아! 화산에서 매화검수가 왔어!”
“아, 그래.”
남궁진혁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책에 몰두했다.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지, 마음 같아선 제갈성진을 당장 연회장 가운데다 던져 버리고 싶었다. 그랬다간 다음번 가출 때 몇 배로 시끄럽게 떠들어 댈 게 두렵지만 않았다면 정말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진짜 와서 좀 보라니까? 우와! 사마세가의 봉황검대다!”
“그래그래. 실컷 봐라.”
“으이구, 지저분해라. 개방에서도 왔네. 헉! 후개다! 아니, 저건 개방 방주인데?”
“그래그래. 잠깐! 뭐라고?”
남궁진혁이 그제야 책을 내려놨다. 제갈성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으아! 청성파 장문인도 왔잖아? 뭐야, 오늘 너희 아빠 장례식이야? 엉덩이가 무거운 양반들이 다들 웬일이래? 야, 책만 보지 말고 좀 보라니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개방 방주에 청성파 장문인? 정말?”
남궁진혁은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제갈성진의 옆에 붙어서 창밖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잔치가 정오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들이닥친 행렬은 거의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찾아오는 방문객을 확인하는 남궁진혁의 표정이 조금씩 변했다.
“……뭐야, 이건?”
“그치, 이상하지?”
남궁진혁과 제갈성진은 서로의 얼굴에서 얼이 빠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남궁세가는 무척 넓다. 그러나 오늘은 비좁게 느껴졌다.
남궁진혁은 부름을 받고 연회가 준비된 곳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미 오래전에 주화입마로 공력을 잃은 사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흥, 차라리 다행이지.’
공식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도 어언 십 년이다. 금룡공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었다.
“아버지, 부름 받고 왔습니다.”
남궁진혁이 이미 연회장의 상석에 앉아 있는 남궁성화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좌중의 이목이 단숨에 집중됐다.
“오오, 저 청년이 바로…….”
“폐인이 됐다던 그 남궁진혁이로군.”
수군거림이 파문처럼 일었다. 남궁진혁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옛날에는 금룡공자라고 칭송하던 것들이 이제는 동정을 던졌다. 기분이 더러웠다. 옛날 성질 같았으면 연회장을 엎어 버렸어도 열두 번은 더 엎어 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왔느냐. 하하! 그래, 거기 앉거라.”
남궁성화가 옆자리를 권했다. 그의 태도가 생일을 맞은 사람치고는 너무 진중하고 근엄해 보여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버지,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예끼! 모르느냐? 내 생일이 아니냐. 하하하!”
남궁성화가 웃음을 터뜨렸고 남궁진혁은 더욱 미궁에 빠졌다. 좌중을 둘러보니 참석한 인물들이 만만치 않았다. 정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장문인들이 반수 이상 참석한 것이다.
남궁세가가 아무리 정파의 명문이라고 해도 구파와 오대세가를 반 이상 아우를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장문인들이라면, 남궁진혁도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엄청난 업무에 시달리느라 친우나 선후배의 생일, 장례, 혼례 등의 행사에 한번 참석하는 것도 시간을 내기 힘들지 않았던가?
그러한 이들이 일거에 이렇게 모여 들다니, 뭔가 있어도 제대로 있어 보이는 분위기였다.
‘도대체 모여서 무슨 작당들을 하는 거야! 전쟁이라도 벌이려나?’
눈을 돌려 좌중의 면면을 확인하던 남궁진혁의 시선이 연회장 한편에서 꿀밤을 맞으며 울상을 짓고 있는 제갈성진과 부딪쳤다.
‘잡혔구나!’
남궁진혁이 비로소 웃음을 띠자 제갈성진이 인상을 구겼다.
‘잡혔다! 그러나 걱정 마라. 내가 도망쳐서 돌아올 터이니.’
제갈성진이 갑자기 호기롭게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일 없다. 사라져라.’
남궁진혁은 눈을 돌려 외면했다. 마침 남궁성화가 낮고 강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들아, 오늘 강호의 역사가 바뀔 것이다.”
‘역시 뭔가 있다! 자, 어서 말해라!’
남궁진혁이 물끄러미 아버지를 보았으나 남궁성화는 그 말만 하고는 웃으며 잔을 기울였다.
‘이익! 말을 시작했으면 끝을 맺으란 말이다! 궁금하게 하지 말고!’
좌중의 분위기가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 즐거운 생일날치고는 엄숙하기까지 했다. 남궁진혁이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러나 싶어 다시금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려는데, 갑자기 남궁성화가 잔을 들고 일어났다.
“오늘은 두 가지 기쁜 일이 있습니다! 하하하! 스스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아시는 대로 첫 번째로는 말할 것도 없이 본인의 생일입니다. 그러니 한 잔 마시겠습니다.”
연회장에 가벼운 웃음이 퍼졌다. 그러나 예의 엄숙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남궁성화가 호탕하게 술을 마시자 하옥란이 바로 잔을 채워 주었다.
“축하드리오!”
“축하드립니다!”
정파의 후기지수와 고인들이 인사를 건넸다. 남궁성화는 빙긋 웃으며 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저는 첫 번째보다 두 번째 이유가 더 마음에 듭니다. 정파무림의 동도 여러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세상을 고치고자 모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중원을 좀먹고 있는 저 악의 무리들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남궁성화가 상기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장문인, 장로, 후기지수 등등 사실상 정도무림의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어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마교라도 나타났나? 악의 무리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긴 십 년 전부터는 책만 파고 살았으니 모를 만도 하다. 무림의 소식에 대해서는 애초에 귀를 막았고, 세가의 인물들도 주화입마에 빠진 남궁진혁 앞에서는 말을 조심했으니 귀머거리에 가까웠다.
‘내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파의 졸개들이 나타나는가. 아니, 잠깐! 그런 녀석들이 나타났다면 진천문이 해결했을 거 아냐. 진천문은,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된 거지?’
설마 그 사이에 망했을 리는 없잖은가. 남궁진혁은 마음이 점점 답답해졌다. 불현듯 생각난 진천문의 소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완전히 썩어 버렸습니다. 세상에 마도가 있다면 그들이 마도고, 사도가 있다면 그들이 사도입니다. 잠잠한 사도 세력보다 더욱 거대한 악이 바로 그들입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무림을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누구냐고! 도대체 주어를 생략하고 말하는 버릇은 어디서 배워 먹은 거야!’
남궁성화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고,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이미 오십 줄에 들어선 그였지만 영웅의 풍모가 엿보였다. 그런 그를 보며 남궁진혁은 속이 터졌다. 말을 하라고, 말을! 대체 어떤 씹어 먹을 악의 무리가 감히 진천문이 지키는 정도무림에 이빨을 드러냈다는 거냐! 아니, 진천문은 어쩌고 여기서 그런 얘길 하고 있냐고!
“힘없는 문파를 짓밟고! 그들이 흘린 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피둥피둥 살을 찌운 돼지들! 죄 없는 양민들의 재산을 빼앗아 탐욕을 채운 그들을, 우리는 이제 벌해야 합니다!”
‘그래, 옳다! 그렇게 나쁜 녀석들이라면 쳐 없애야 마땅하지! 그래서 그게 누구냐고!’
애가 단 남궁진혁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 와중에도 몇몇 무인은 남궁진혁이 아픈 몸으로도 의기에 넘친다고 말을 나누었다.
“이제 우리는 악을 벨 것입니다! 암운이 드리운 하늘에 한 줄기 빛을 가져올 것입니다! 악의 무리, 진천문을 세상에서 멸할 것입니다! 건배합시다! 반진천연합을 위해! 새롭게 결성될 정천맹을 위해!”
“우와아아아아! 정천맹 만세!”
“정천맹을 위하여!”
“악의 무리 진천문을 물리치자!”
콰쾅!
남궁진혁의 머릿속에 천둥이 쳤다. 남궁진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회장은 온통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의와 협을 숭상하는 정도의 무인들이 뜨겁게 외치고 있었다.
악을 물리치자!
진천문을 멸하자!
더 이상 그들에게 중원을 제물로 던져 줄 수는 없다!
남궁진혁은 기가 찼다.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진천문이 악일 리가 없잖아!’
남궁진혁이 창백해진 얼굴로 남궁성화를 돌아보았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여러 무인들의 잔을 받고 있었다.
“아버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까? 진천문은 정도문파가 아닙니까?”
그 소리를 들은 무인들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일순간 식어 내린 좌중의 분위기에 남궁성화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내가 너에게 무림의 정세에 대해 알려 준 적이 없구나. 진천문은 겉만 정도문파일 뿐, 사도의 우두머리보다도 악하단다.”
“그, 그럴 리가…….”
남궁진혁이 도리질을 치자, 남궁성화에게 술을 따르기 위해 다가 왔던 손님 중 하나가 혀를 차며 말했다.
“끌끌끌, 종검 대협의 말대로일세. 한때 진천문이 정도의 길을 걸었다고 하나 지금은 완전히 썩어 버렸지.”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번 진천문의 험담이 나오기 시작하니 너도나도 진천문의 대한 욕을 늘어놓았다. 남궁진혁의 안색은 점점 창백하게만 변해 갔다.
“그럴 리가 없어, 진천문은. 진천문은…… 정도의 하늘이야!”
“허허! 정천맹주, 아들 교육에 소홀했구려. 아무리 몸이 상했어도 가르칠 것은 가르쳤어야지.”
개방의 방주가 혀를 찼다. 남궁진혁은 표독스럽게 개방 방주를 노려보았다. 한때 아들뻘이었던 칠성개가 개방을 잇게 되었을 때, 칠성개가 아닌 다른 제자에게 권력이 갈 뻔해서 일어나려던 개방의 내분을 막아 준 것이 지금 와서 철천지한이 될 것 같았다.
‘칠성개, 후레자식 같은 놈아! 네가 감히 나를 욕하고 있냐! 진천문이 그럴 리 없단 말이다!’
몸이 떨렸다. 세우기는 쉽게 세운 문파지만, 어떻게 유지했는데, 얼마나 등골이 휘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듣다니. 남궁진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중인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얘야, 종검 대협께서 정천맹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셨으니 너도 말을 조심해야 된단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하긴 무공을 익힐 수 없다고 했으니 알아도 소용이 없겠지.”
더한 말을 하고 싶은데 남궁성화 때문에 참는다는 눈치였다. 경멸과 타박, 남궁진혁은 분노와 혼란을 동시에 느꼈다. 한 놈 한 놈, 친우는커녕 모두 어린놈들이었다. 금 어른, 금 아저씨, 혹은 금 대인이라며 졸졸 따라다니던 녀석들이 지금 방주에 문주에, 각기 장문인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자리를 지켜 주었던 것이 누군데. 정당한 권리를 가졌으되 힘을 얻지 못해 밀려 날 뻔했던 칠성개뿐만 아니라 친우의 아들로 진천검존이 잠시나마 직접 검을 쥐는 법을 가르친 이도 있었다.
한데 지금, 그렇게 진천검존에게 의지하고 믿고 따른다며 노래를 부르던 이들이 그가 세운 진천문을 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그래도 저 녀석이 십 년 전에는 금룡공자라고 불렸다우. 백 년 만에 금룡검주가 나타났다고 어찌나 소문이 자자하던지…….”
자리로 돌아가며 개방 방주가 읊조렸다. 망연자실한 남궁진혁을 멀리서 제갈성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하얗다. 어떻게 방까지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남궁진혁은 무너지듯이 침대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