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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10화)
제4장 달면 삼키고 써도 일단 삼킨다(6)


그녀의 주먹이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부들부들 떨려 왔다. 연랑은 그런 그녀가 안쓰러운 듯한 표정이었지만, 틸러에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인간은 죽는 존재인데 왜 저렇게 동요하는 것일까.
“결국 어떻게 죽었는지는 보지 못하신 거로군요.”
“안 본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
은유는 그녀답지 않게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틸러는 그녀와 조금 다른 의미로 풀이 죽어 버렸다. 자신이 생각한 가설이 사실일 것 같은 느낌이 서서히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재수 없을 경우 개죽음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저쪽이야. 거의 다 왔어.”
은유는 저만치에 보이는 나무집을 가리켰다. 이곳은 유난히 더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있어 몸을 은신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왠지 아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 우리가 이곳으로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휘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위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손은 어느새 파마적룡도를 뽑아 든 상태였다. 틸러와 연랑, 그리고 은유는 위를 올려다보고 사색이 되었다.
끼기긱!
화살들이 언제든 그들의 몸속으로 박혀 올 듯 시위에 팽팽하게 메겨져 있고, 수십 명은 될 법한 사수들이 나무 위에 빽빽하게 서 있지 않은가.
“역시, 젠장!”
틸러는 자신의 가설이 현실로 다가온 것에 절망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은유와 휘령, 연랑은 각자 기수식을 취하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틸러는 금세 짠 계획을 실행시키기 시작했다.
“휘령, 수련이다. 견뎌라.”
“견디라니… 무엇을?”
휘령은 틸러의 속삭임이 반말로 변했다는 것을 신경 쓸 새도 없다는 듯 되물었다. 하지만 틸러는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선 뒤였다.
“나오시오, 가호.”
“……!”
모두의 시선이 틸러에게 쏠렸다. 말도 안 된다는 눈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틸러의 태도는 너무나도 확고했다.
“어찌 알아챈 거지?”
사수들의 가운데에 서 있던 복면인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틸러를 제외한 일행은 경악한 듯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내 그 위의 복면인은 얼굴에 쓴 복면을 천천히 벗었다.
“역시 그렇군. 내내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는 그것이었어. 당신이 포가장의 총수로군. 가호, 아니 산적 나리.”
틸러는 그답지 않은 냉소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호는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내뱉었다.
“아하하! 알아채도 이미 늦은 것 같구려. 당신이 그 황금진인이라 불리는 자이지?”
틸러는 대답 없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소문이 이렇게나 퍼졌단 말인가? 가호는 거기서 말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 힘의 대부분이 그 황금잔에서 나온다는 소문이 있던데? 킥킥킥!”
‘그런 소문은 또 언제 난 거지?’
100퍼센트는 아니어도 90퍼센트는 맞는 말이다. 1클래스 마법서가 아니라면 자신은 이 황금잔의 기적과 잔머리만으로 지금까지 오지 않았는가.
가호가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어디 이 화살비 속에서도 그 기적이란 게 통하는지 보자고!”
‘제, 제기랄!’
틸러는 재빨리 마력을 운용하며 휘령에게 눈짓을 보냈다.
슈파파팟!
사방에서 살이 튕겨져 나오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지만 이미 틸러의 손은 앞으로 뻗어 나간 상태였다.
솨아아악! 채채채챙!
틸러에게 화살이 집중되어 날아들었다. 틸러는 황금잔으로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며 몸을 핑그르르 돌렸다. 이내 화살들의 비가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물 흐르듯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화살들은 틸러가 마력 운용을 멈추자 힘을 잃고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휘령도 검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그의 검도 틸러에게 날아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이기어시(以氣馭矢)의 고수란 말인가!”
가호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미 틸러는 마법서를 꺼내 들어 공식을 조합하고 있었다.
“감히 내 몸에 상처를 입히려 하다니!”
번쩍!
틸러의 온몸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시각을 잃은 산적들은 크게 당황한 듯 나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 휘령과 연랑, 그리고 은유가 서 있었다.
“각오는 되었겠지? 오라버니의 원수들!”
은유는 박투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 가장 먼저 달려들어 산적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휘령은 이런 자들의 피를 도에 묻히고 싶지 않은 듯, 검집째 산적들을 쳐 대고 있었다. 다만 연랑만이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 제길!”
가호는 당황한 듯 재빨리 나무 아래로 몸을 날렸다. 도망치려는 술책이다. 저대로 마을에 돌아가면 각종 수단을 동원해서 자신들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 놓아둘 틸러가 아니었다.
쿠르릉!
마법서를 읽으며 중얼거리던 틸러가 앞으로 손을 뻗자, 가호가 뛰어내리는 위치의 땅이 움푹 안으로 파이기 시작했다. 간단한 마법인 함정 파기. 가호는 크게 놀라며 옆으로 몸을 날리려 했지만, 이미 가속이 붙은 그의 몸은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았다.
“크헉!”
이내 가호의 몸이 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틀어박히자 순식간에 흙이 다시 차올랐다. 가호는 이제 목 윗부분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이 땅속에 박힌 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후우! 네 녀석들은 다 죽여서 저잣거리에 걸어 놓아도 시원찮지만, 관가에 넘기기 위해 살려 둔다. 알았어?”
은유는 어느새 손을 탁탁 털며 윽박을 질러 대고 있었다. 수십 구의 산적들은 모두 팔이나 다리가 하나씩 부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휘령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런 그들을 발로 툭툭 차 한곳으로 모았다. 연랑은 조금 두려운 표정으로 봇짐에서 거대한 밧줄을 꺼내 들었다. 이내 산적들은 거대한 나무 밑동에 한데 묶였고 은유와 휘령, 연랑은 가호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요, 용서해 주게!”
가호는 새파랗게 질려 소리쳤다. 하지만 틸러의 눈은 차갑기만 했다. 뒤가 구린 녀석의 최후는 항상 이렇다. 그는 소매에서 은유의 단도를 꺼냈다. 아까 황금잔에 붙어 온 것을 소매 속에 넣어 둔 것이다.
“은유 소저.”
“응?”
그는 단도를 은유에게 건넸다. 은유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틸러를 바라보았다. 마치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하지만 이내 그의 뜻을 알아챈 듯 되물었다.
“내가 끝내라고?”
“네. 원수는 갚아야지요.”
휘령과 연랑은 놀란 눈으로 틸러를 바라보았다. 여래불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틸러는 그들의 눈빛을 보고서야 퍼뜩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약사여래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이들은 부처님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영혼의 때를 한 꺼풀 벗고 짐승으로 환생하여 고통의 삶을 살아야 죄가 치유될 것입니다.”
말이 되건 안 되건 일단 수습은 해야 했다. 틸러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가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무어라 몇 마디 중얼거린 후 은유에게 단도를 건네주었다.
“자, 이제 은유 소저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챠랑!
은유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단도를 뽑아 들었다. 가호는 이제 눈물까지 질질 흘리며 절규하듯 용서를 빌고 있었다.
“히익! 사, 살려 주게! 은유야, 나다, 호 아저씨! 은유야! 히익!”
쒜에엑! 파아악!
순백의 실선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응당 솟아올랐어야 할 핏줄기는 간데없다. 다만 가호는 자신의 귀 바로 옆에 떨어져 내린 단도를 보며 거품을 물고 있을 뿐이다. 은유는 마치 아주 힘든 결정을 내리기라도 한 듯 입술을 깨물다가 벌떡 일어섰다.
“이 새끼들 전부 다 관가로 집어넣어. 야, 개똥!”
“네? 아, 저 말입니까?”
틸러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을 가리켰다. 은유는 당연하다는 듯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갑작스레 그를 와락 껴안았다.
“……!”
연랑의 놀란 듯한 비명이 귓가를 울린다. 틸러는 이 당돌한 여자아이의 돌발 행동에 크게 당황했다. 은유는 한참 만에 그를 놓아주고는 말했다.
“오라버니의 원수를 갚아 준 보답이야. 흥! 나 같은 미인이 안아 주니 좋지? 어라? 개똥, 굳었냐?”
“아, 아니요. 하하하!”
‘이 같잖은 꼬맹이가……!’
틸러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이내 은유의 얼굴을 내려다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이 아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상당히 귀엽다! 게다가 오라버니도 없고 이제 이 아이와 가까운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그야말로 막아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태가 아닌가!
‘뭐, 선머슴 같은 계집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하나 정돈 괜찮으려나?’
“뭐야, 이상한 생각 하고 있냐?”
음흉한 생각을 하며 씩 웃던 틸러는 은유의 외침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뒷목을 긁적이고는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
“휘령, 연랑. 두 분은 관가로 가도록 하세요. 그리고 은유 소저는…….”
은유는 그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묘하게 얼굴을 붉히다가 버럭 소리쳤다.
“너 따위 녀석의 말은 듣지 않아! 쳇!”
타탓!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몸을 날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참 끝까지 성질 더러운 여자다. 틸러는 잠시나마 저런 여자를 첩으로 들이려 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럼 나는 내 할 일을 해 볼까나?”
별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틸러의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번뜩였다.

콰직!
나무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서지며 그 사이로 황금빛 머리칼을 지닌 사내가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휘유! 역시 여기가 보물 창고였군. 저런 녀석들이 이런 데에는 오히려 허술하다니까.”
틸러는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보물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마법서를 꺼내 들었다. 이내 초록색 빛이 별장 안을 밝혔다.
“함정 같은 것은 없고… 어디 보자구.”
어디서 노획해 왔는지 각종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 틸러의 눈을 가장 잡아끄는 것은 순백색의 검. 얼핏 보면 한 자루 같지만, 매우 얇은 두 개의 검이 겹쳐져 있었다.
“이게 사일검인가? 두 자루라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은데. 여하튼 챙겨 두자고.”
틸러는 자신의 봇짐에 검을 쑤셔 넣고는 다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 옆으로 펼쳐진 것은 수많은 고서였다. 무공 비급 같은 것도 간간이 섞여 있는 듯했지만 틸러는 그딴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틸러는 구석구석에 놓인 상자들까지 열어 가며 뒤지기 시작했다.
“호오?”
틸러는 상자 안의 구석에 처박혀 있던 붉은 가락지를 꺼내 들었다. 별다른 문양도 없이 그냥 새빨간 색이었지만, 왠지 사람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틸러는 반지를 옷에 슥슥 문질러 닦아 먼지를 떨어내고는 힘겹게 왼손 손가락에 끼어 넣었다. 오랫동안 차가운 상자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 분명함에도 온기가 있었다. 여하튼 틸러는 비싸 보이니 일단 끼고 본 것이지만 말이다.
몇 군데를 더 뒤져 보아도 돈이 될 만한 것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틸러는 사파이어로 보이는 파란색 보석이 박힌 열쇠를 봇짐에 넣는 것을 마지막으로 별장을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가 걸어 나온 별장에서는 이내 불길이 치솟았다.

“허허! 이제 겨우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 것 같구먼.”
다음 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가운데 세 명의 여행자가 터벅터벅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전보다 조금 더 두툼해진 봇짐을 멘 금발의 사내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옆의 소녀가 말을 받았다.
“섬서까진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요. 천천히 가자구요, 오라버니.”
틸러는 피식 웃으며 연랑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 휘령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데 진인, 아까의 그것은 어찌한 것이오?”
“그것이라니 무엇 말인가? 아, 그 화살들 말인가?”
휘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틸러는 다시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저 기운을 조금 운용했을 뿐이라네. 살(쁜)들이 나를 공격하길 원치 않은 것일 테지.”
“…….”
도대체 이 진인의 힘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그리고 그 기운의 힘이란 것은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휘령은 자신이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는, 그래서 그 지옥 같은 과거를 씻어 낼 수 있다는 확신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돌렸다.
“하아! 그건 그렇고, 그 소저는 잘 있으려나? 은유 소저 말일세.”
“응, 잘 있어.”
“허허, 그거 다행이구… 으, 은유 소저!”
틸러는 자신의 옆에서 들려오는 가녀린 목소리에 웃음을 짓다가 이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은유가 자신의 옆에서 함께 걷고 있지 않은가!
“소, 소저, 언제부터?”
“이제 이 마을에는 볼일이 없어. 보아하니 너한테 내 힘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렇지?”
그녀는 심드렁한 말투로 툭툭 내뱉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틸러로서는 전혀 원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아, 아니, 그것이 소저…….”
“그래, 알았어. 특별히 내가 너랑 같이 다녀 주지. 뭐, 절대 네가 마음에 들어서 따위는 아냐.”
‘이런 우라질! 예쁘긴 하다만 선머슴 같은 여자를 첩으로 두면 고생한다던데.’
이쯤 되면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틸러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은유의 말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사일검 돌려줘. 찾아 준 건 고맙지만 너한테 가지라고 한 적은 없다구.”
틸러는 그 말에 또다시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짐짓 침착한 척하며 당연하다는 듯 봇짐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소저에게 때가 되면 주려 했소만 먼저 선수를 치셨구려. 받으시오.”
틸러가 검을 내밀자 은유는 스윽 도리질을 했다. 원하는 것은 이 두 자루가 아니라는 듯.
“하나만 줘. 하나는 너 가지구.”
“네? 하, 하지만 소저, 저는 검이 필요 없습니다.”
본디 한 쌍으로 된 검이라면 그 하나만 있어서는 가치가 없다. 그저 짐이 될 뿐이다. 그것을 아는 틸러이기에 곧장 거절했다. 하지만 은유는 그 말을 듣자 틸러를 때리기라도 할 듯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얼굴이건만 저리도 눈초리가 사나우니 다가서는 남자라 할지라도 움찔 물러설 수밖에 없으리라.
“아, 알았습니다. 한 자루는 제가…….”
“허리춤에 껴. 봇짐 속에서 굴리는 건 용서 못해.”
“아, 네, 네에.”
‘아오! 정말 이딴 연기만 아니었다면 저딴 계집쯤은… 하아!’
정말 자신이 왜 이런 연기 따위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드는 틸러였다. 천하의 틸러가! 희대의 사기꾼이자 최고의 수완가였던 자신이! 고작 이딴 계집에게 휘둘리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속마음과 달리 그는 그 얇은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연랑이라고 했지? 잘 부탁해.”
“네에. 저도 잘 부탁해요, 은유 언니.”
은유는 곧장 그를 지나쳐 연랑의 옆으로 다가섰다. 이내 두 여인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야 겨우 섬서로 가는 길의 초입에 들어선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