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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그럼 이제 우리 SP만의 활동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 앞서의 세 가지 기본 사항들과 더불어 머릿속에 확실히 기억해 두게.”
“예.”
“먼저, 우리 모임은 당연히 SP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한다네.”
“…….”
“SP라는 것은 일반적인 인지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힘을 말하지. 자네의 [이지스]나 나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처럼.”
“…….”
“아무리 대단한 힘이라도, 일반적인 인지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면 SP라고 부르지 않아. 기본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현실적인 이해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예.”
“그리고 편의상 우리 모임에서는, SP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누어 활동 내용을 정하지.”
“세 부류…….”
“그래, 첫 번째는……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이 SP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그 힘을 쓴 적도 없는 사람.”
“…….”
“즉, SP를 가지고 있지만 전혀 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감지해 내지 못한 사람을 뜻하네. 우리 모임에도 미래를 예지하는 힘을 가진 회원은 없으니까, 그런 사람들까지 다 파악할 순 없지.”
“그렇군요.”
“파악할 수 없으니 구체적인 행동은 할 수 없지만, 언제 누가 SP를 발현한다 해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는 항상 연락망에 신경을 쓰고 있어.”
“예.”
“다음으로 두 번째는……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이 SP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힘을 쓴 적은 있는 사람.”
“…….”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의 자네를 떠올리면 된다네. 분명 SP를 쓰고는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지.”
“…….”
“그런 경우에 우리들은 일단 해당 인물을 감시하고, 만약 그것이 위험한 SP라고 판단되면 우리 모임에 가입을 권유한다네. 위험성이 없고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그저 감시로 끝나지만.”
“예.”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이 SP를 인식하고 있고, 그러므로 당연히 그 힘을 쓴 적이 있는 사람.”
“…….”
“이런 사람들은 대개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지. 자신의 SP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위험에 빠지거나, 아니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 SP를 악용하거나…….”
“…….”
“자네처럼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 대개는 SP에 대해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이 인식한 시점에서 모임 가입을 권유하지. 약간만 늦어도 사고를 칠 위험이 높아지니까.”
“이미 사고를 쳤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런 경우에는 우리 쪽에서 사고를 수습한 뒤 모임에 가입을 권유하지. 그리고 만약……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SP를 범죄 같은 곳에 악용한 사람이면…….”
“…….”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모임에서 자체적인 제제를 가한다네. 자네도 이해하겠지만 SP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다면, 일반 사회의 법으로는 처벌하기가 매우 곤란하니까.”
“자체적인 제제라는 게…….”
“가벼운 범죄, 이를테면 소매치기 정도는 교육 및 행동 감시 정도에 그치지. 하지만 만약 폭행이나 살인 같은 큰 범죄라면…… 우리 모임에서 자체적인 재판을 열게 돼.”
“…….”
“재판이나 그 후 사법 처벌 등은 일반 사회하고 거의 동일하다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징역이나 사형도 있다는 뜻일까……?
“즉……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일은 SP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 그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이야. 상황을 봐서 필요하다면 모임에 가입을 권유하기도 하고, 간혹 큰 문제가 발생하면 재판도 열지.”
“그렇군요.”
“하지만 전 세계 SP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자체의 숫자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이런 일은 상당히 드물게 발생하고, 평상시에는 그냥 우리의 사업에 몰두하고 있어.”
“예…….”
“어쨌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까 말이야. 하하하하.”
“그럼 우리 SP가 어떤 활동을 하는 건지는 대충 이해했을 테고…… 이제 우리의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설명해 주지.”
다시 커피를 한 잔 따르고, 이번에는 간단한 과자도 함께 내오며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다.
“일단…… 우린 가끔 외국에 나갈 일도 있으니까…… 가장 먼저 여권이 필요하겠지?”
“예.”
“그리고 우리 SP 회원들은 국적이 제각각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어로 대화를 하게 된다네. 그러므로 영어도 필요하지. 현성 군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어느 정도는 할 줄 압니다.”
“그럼 영어 교육은 따로 받지 않아도 되겠나?”
“예…… 아마도.”
“좋아. 그럼 다음은 호신술.”
“호신술입니까?”
“그렇지. 우리 SP 회원들이 무슨 특수 요원들처럼 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만약을 위해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네.”
“그렇군요.”
“하하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자네한테 [호신술]이라니 그것도 좀 그렇군. 아무튼 간단한 기술 정도는 배워 둬서 나쁠 게 없을 걸세.”
“…….”
“그러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을 이용해서 집 근처 무술 도장을 하나 골라서 다니게나.”
“…….”
“선택하기 어려우면 혜은 양하고 같이 사무실 근처 태권도 도장을 다니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지.”
“예…… 그게 좋겠네요.”
“3단이니까 각오는 해 두고.”
“…….”
그런 대화 후, 나는 오후 늦게까지 아저씨에게서 SP의 세세한 규정들(생각보다 자유로운 편)을 들었다.
“자잘한 규정들은, 그렇게까지 의식할 필요는 없네. 하지만 앞서 말한 기본 규정과 활동 내용에 대해서는 확실히 새겨 두게나. 어디다 따로 메모하지는 말고.”
“예.”
그리고 나는 나만의 사무실 키 카드를 받았다.
“혜은 양, 자네가 이제부터 현성 군에게 실무를 좀 가르쳐 주게나.”
아저씨는 나와 함께 2층으로 내려와, 혜은 씨에게 그렇게 일러 두고 선혜와 몇 마디 이야기를 한 다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혜은 씨는 자신의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고, 난 내 의자를 끌고 혜은 씨의 자리로 다가갔다.
“현성 씨도 이제 깨달으셨겠지만, 우리 SP라고 해서 항상 특별한 일들만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여느 회사들과 다름없는 사무 일이 넘쳐나죠.”
“예.”
“그러므로 현성 씨도 평상시에는 사무 일을 해야 해요.”
“알겠습니다.”
“SP 자회사들은 각자 자신의 사업을 알아서 운영하지만, 그 결과를 정리해서 SP 총본부에 보고하거나, SP 총본부에서 내려오는 방침을 SP 자회사들에게 전달하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하니까.”
“예.”
“대개의 일은 내가 하겠지만, 앞으로 현성 씨가 도와준다면 좀 수월하게 되겠네요.”
그로부터 난 한동안 혜은 씨에게서 실무에 대해 배웠다. 이런 일은 SP라고 해서 다른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
“그리고 현성 씨에게만 특별히 주어진 일이 있긴 하네요.”
“그게 뭡니까?”
“현성 씨도 알다시피 선혜는 학교에 다니지 못해요. 그래서 나나 지부장님이 시간을 내서 선혜를 가르치고 있었죠.”
“네.”
“하지만 다행히 현성 씨는 공부도 꽤 잘했던 모양이니, 앞으로는 현성 씨가 선혜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지부장님께서 그러시네요.”
“…….”
사무는 그렇다 치고 과외 교사까지 해야 하는 건가.
“현성 씨도 아직 대학생이라 자신의 학업이 있으니까, 일주일에 두 번쯤 시간을 내서 선혜를 가르치는 편이 낫겠죠?”
“예.”
즉석에서 난 혜은 씨와 상담하여 나의 근무 시간표를 만들었다. 내 수업이 일찍 끝나는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선혜를 가르치고, 수업이 너무 늦게 끝나는 수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혜은 씨의 사무 보조를 하기로 했다.
“일이 바쁘거나 오늘처럼 특별한 일이 있으면 주말에도 출근하지만, 우리도 기본적으로 주 5일제죠.”
“그렇군요.”
“현성 씨의 월급은 신입 기간 동안에는 이 정도로―혜은 씨는 나에게 서류를 보여 주었다.― 받게 될 거예요. 그렇게 적진 않죠?”
“그러고 보니 제 신입 기간은 언제 끝나는 겁니까?”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외국 출장도 다니면서 발을 넓히면 정식 회원이 될 거예요. 하지만 정식 회원이 되면 현성 씨도 학업을 그만둬야 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의를 하셔야겠네요.”
“알겠습니다.”
아마 내 명함이 나오려면 신입 기간이 끝나야 하리라.
“또 다른 궁금한 거 있나요?”
“아, 그러고 보니…… 교수님께서 주말을 이용해 혜은 씨랑 태권도 도장에 다니라고…….”
“후후, 현성 씨한테 [호신술]이 필요한가요?”
“……뭔가 배워 두면 나쁘진 않을 거 같아서요…….”
“그래요. 그럼 다음 주 토요일부터 같이 도장에 가 보도록 하죠.”
3단이라고 들었는데 설마 대놓고 패지는 않겠지. 아무리 다치지 않는 몸이라지만 여자한테 두드려 맞는 게 기분 좋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