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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12화)
제5장 북어랑 공갈은 쳐야 제 맛(2)
틸러 일행은 그들의 뒤를 따르는 흰 도복들을 애써 무시하며 마을 밖으로 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흰 도복 무리들은 상당히 끈질겼다.
“진인,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들은 고개도 돌리지 않는 틸러가 매정하다는 듯 외쳐 댔다. 하지만 틸러는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분란을 야기하기 위함이다. 곧 저 안에 있는 무리들도 밖으로 나오리라. 그때 자신이 냉정한 자세를 계속 취한다면 서로 싸울 터이고, 그렇게 된다면 결국 가장 세력이 강한 자들이 이기게 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자신의 ‘기적’을 조금이라도 보여 준다면 앞으로 자신의 명성은 더더욱 올라갈 것이다.
타타탓!
흰 도복 무리들이 순식간에 틸러의 앞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진인이시여, 제발 저희 화산파에게 힘을 빌려 주십시오.”
‘꽤 세게 나오는데.’
무릎을 꿇고 이렇게 부탁한다는 것은 자존심까지 버린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틸러는 짐짓 의미를 알 수 없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있지도 않은 수염을 쓰다듬으려는 듯 턱을 만지작거렸다.
“진인이시여, 저희 화산파에 가르침을 주신다면 진인의 이름은 전 무림에 널리 퍼질 것이며 모두가 진인을 연호할 것입니다. 그러니 진인, 제발 저희들에게 힘을 보태 주십시오.”
화산파의 무인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척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사내는 연신 그에게 가르침을 구걸했다. 하지만 틸러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게다가 연랑과 은유, 휘령은 수가 틀리면 언제든 달려들어 싸울 수 있도록 긴장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때.
“멈추시오!”
어느새 틸러 일행의 뒤로 갈색 도복의 무리가 서 있었다. 흰 도복의 무리들과 달리 학사모 같은 것을 머리에 쓰고 있는 이들은 화산파 무인들을 꾸짖듯 소리쳤다.
“무림맹의 기둥인 화산파에서 이 무슨 추태요? 진인이 원하지 않으시는데 강제로 모셔 가려 하다니요. 수치입니다, 수치!”
“뭐라 하시었소?”
화산파 무림인들의 대표는 ‘추태’와 ‘수치’라는 말에서 발끈한 듯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검을 뽑아 들 태세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갈색 무림인들의 대표도 만만치는 않았다.
“진인이라 하심은 원래 도를 공부하고 또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간세계에 강림하신 것일진대, 어찌 한낱 문파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오? 우리 무당파에서는 진인께 가르침을 얻는 것뿐 아니라 진인이 우화등선하시는 데 성심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왔소. 그대들의 이기적인 생각과는 전혀 다르단 말이오!”
틸러가 원하는 대로 일이 흐르고 있다. 자신은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런 것이 이들의 분란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기적? 지금 이기적이라 했소? 그럼 그대들 무당도 결국은 그대들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진인을 모셔 가려는 것 아니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딱 그 꼴이구려!”
“뭐요? 지금 말씀 다 하셨소?”
금방이라도 칼부림이 오갈 듯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시작되었다. 휘령과 연랑, 은유는 극도로 긴장한 듯 입술마저 바르르 떨고 있었지만 틸러는 여유 만만이다. 틸러의 얼굴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싶기도 했다.
게다가 그 집단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진인 앞에서 이 무슨 추태요? 다들 멈추시구려!”
검은 도복을 입은 무림인들 무리가 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종남의 일대제자들. 그들을 이끌고 있는 사내는 오만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정파의 기둥이란 분들의 행동이 참으로 볼 만하구려.”
스릉!
그 말이 터질 듯 말 듯 간신히 버텨 오던 화산파와 무당파 무인들의 인내심을 폭파시킨 것 같았다. 그들은 검을 반쯤 뽑아 들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서로를 노려보았다.
“차기 무림맹의 맹주 자리 감이라던 매화검수(梅花劍帥)의 그릇이 이 정도밖에 안 되어서야 어찌하겠소?”
“호오! 그 말은 화산파 전체를 모욕한 것으로 보아도 되겠소이까?”
매화검수. 차기 화산파 장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일대제자이자 무림맹의 맹주로 추대 받고 있는 사내에게만 주어지는 칭호. 매화검수 이원(怡元)은 그들을 베어 버릴 명분이 생기자 묘한 흥분을 느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하지만 이내 그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틸러가 천천히 입을 열었던 것이다.
“무림맹의 맹주라…….”
틸러의 눈은 다시 사악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뭔가 돈이 될 만한, 자신에게 이득이 될 만한 것을 찾았을 때 나타나는 그 눈빛이었다. 무림맹의 맹주라는 것은 무림에 세력을 잡고 있는 각 문파를 통괄한다는 것이고, 결국 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된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는 기본일 것이요, 명예까지 얻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틸러의 계획이 급속도로 수정되고 있었다. 한탕 될 것들을 챙겨 첩들을 데리고 사는 것에서 무림맹의 맹주로서 당당히 첩들을 들여 살겠다는 것으로. 무림맹의 맹주. 왜 지금까지 그 생각을 못했는지 스스로가 바보스러울 따름이었다.
“진인이시여, 제발 대답을 내려 주시옵소서.”
“진인, 저희 무당의 도사들에게 도의 가르침을 내려 주옵소서!”
화산파 무인들과 무당파 무인들이 거의 동시에 몸을 숙였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계획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무림맹의 차기 맹주 감이라면, 제거하거나 추락시킬 필요가 있었다.
“흥! 진인이 정말 진인이란 이름을 쓰신다면 당신들을 따라갈 리가 없을 것이외다.”
종남의 차기 문주가 한이 쌓인 말투로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종남은 항상 9대 정파의 뒷전을 맡고 있었으며 무림맹에서도 찬밥 취급을 당하고 있지 않던가. 이번에 황금진인을 모시러 온 것도 본래의 목적은 다른 거대 문파들을 방해하고 그들의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것이었다.
“말이 너무 심하구려! 종남의 후계자들은 진정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오!”
“허허! 매화검수께서 그런 말을 하실 처지는 아니지요!”
매화검수가 발끈하여 외치자 무당의 후기지수들이 입을 맞추어 소리쳤다. 화산파 무인들은 기어코 검을 뽑아 들었다.
“더 이상은 그대들의 오만방자함을 참고 넘어갈 수 없겠구려! 오늘 받은 수치는 그대들의 목숨으로 받아 가겠소!”
“우리가 할 말을 대신해 주니 고맙구려!”
챠앙!
무당의 무인들도, 종남의 무인들도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이내 서로에게 달려들어 난장판을 만들어 갔다.
연랑과 은유, 휘령은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는 한가운데에서 틸러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 싸움에 가담한다고 해서 이득 볼 것도 없는 데다 틸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틸러는 싸우는 이들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수단이며 도구일 뿐이다. 그는 주위에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는 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객잔 안에서, 집 안에서 시민들이 흥미로운 눈으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무림인들의 싸움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었기에 이 정도 싸움에는 눈도 깜빡이지 않는 강심장들이었던 것이다. 그들 가운데에서 틸러는 자신이 원하던 사람들을 찾아냈다. 객잔에 앉아 싸움의 내용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는 점소이와 한쪽 구석에서 봇짐을 풀고 역시나 무언가를 적고 있는 이야기꾼. 이들은 자신이 하려는 행동에 결정적인 열쇠를 지닌 자들이었다.
‘이제 슬슬 해 볼까?’
싸움이 심화되고 피를 보는 자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틸러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때라는 생각에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후우웅!
‘으읏?!’
약간의 마력만 주입해도 충분하리라 생각했건만, 황금잔은 마치 의지를 가진 듯 그의 몸 안에 있는 마력을 단숨에 빨아 당기기 시작했다. 눈앞이 핑그르르 돌았지만 간신히 버텨 낸 틸러. 이내 황금잔에 모여든 마력이 사방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으앗!”
“아닛?”
싸움을 하던 무림인들은 모두 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손에 쥐고 있는 검이 저절로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그 검들은 황금진인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수십 자루의 검이 황금진인에게 날아가 그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경악한 무림인들과 은유, 연랑, 휘령이 바라보고 있었다.
틸러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자신에게 쏜살같이 날아오던 검들이 자신에게서 일정 거리를 두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지 않는가! 마력이 필요 이상으로 주입되면서 황금잔을 기점으로 자신의 주위에 커다란 자기장이 생성된 것 때문인 듯했다. 게다가 황금잔 안에 뭉쳐 있던 마력이 또다시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틸러의 주위를 돌던 검들은 서서히 위로 올라가 황금잔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거대한 폭풍우를 타고 올라가는 듯하다. 지금이다! 틸러는 마력의 운용을 딱 멈추었다.
“……!”
무림인들은 경악한 듯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손을 떠나 황금진인의 주위를 돌던 검들이 진인의 주위로 마치 벽을 형성하듯 일제히 떨어져 내리지 않는가!
“자, 자연검……!”
“저럴 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무림인들뿐 아니라 연랑, 은유, 휘령도 자신들의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경악한 표정이었다. 모든 검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릴 뿐 아니라 주위 모든 사물을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자연검의 단계. 이기어검이나 심검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들의 내공을 받고 있는 검들까지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경지가 있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 아닌가!
“추태는 이 정도로 하시오.”
틸러는 검들 사이에서 냉정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 항상 어려 있던 인자한 미소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이 여래불이라면 지금은 수라야차다. 그 안에 담긴 진득한 살기에 무림인들뿐 아니라 연랑과 은유, 휘령까지도 주춤했다.
“오늘 이후, 나로 인한 싸움은 용납지 않겠소. 나는 그대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정도로 낮은 존재가 아니며 그대들의 명령이나 부탁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소. 나는 오늘부터 황금진인이란 이름을 버리겠소.”
“……!”
폭탄선언이다. 주위 모두의 시선이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틸러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황금진인이 아닌 한 사람의 도인,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사명을 다하겠소. 나는 무림의 혼란한 정세를 바로잡고,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데 힘쓸 것이오. 만일 내 앞길을 막는다면…….”
챠라라랑!
틸러가 눈을 치켜뜨자 땅에 박혀 있던 검들이 일제히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나 둘씩 뽑혀 틸러에게로, 정확히는 그의 오른손으로 날아들었다. 틸러는 오른팔을 아래로 휘익 휘두르며 마력을 거둬들였다.
파파파팟!
곧 수많은 검들이 땅바닥에 어지럽게 박혀 들었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해야 한다. 상대에게 자신과의 수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뼛속 깊이 각인시켜야 한다.
“누구라도 더 이상은 용서치 않을 것이오.”
털썩!
화산과 종남, 그리고 무당의 무인들은 전혀 살기가 담겨 있지 않았음에도 절실히 느껴지는 공포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틸러는 그런 그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마을 밖으로 몸을 돌렸다. 이내 휘령과 은유, 연랑이 그의 뒤를 따라 사라지자 마을 한복판에는 할 말을 잃은 문파의 후기지수들과 아무렇게나 땅에 박힌 검들만이 참담하게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이야! 개똥, 대단하네? 내공 같은 것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은유는 그런 압도적인 무위를 눈으로 실감했음에도 틸러를 대하는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연랑과 휘령도 그 점에선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틸러의 표정은 지금까지와 달리 조금 냉정해져 있었다.
“휘령, 은유 소저,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휘령과 은유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틸러는 잠시 심호흡을 하다가 단숨에 말을 내뱉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지 간에 저를 믿어 주십시오.”
“음, 겨우 그딴 걸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당연하잖아!”
“…….”
은유와 휘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틸러는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방금 마력을 대량으로 소진해서 정신이 혼미하다. 이럴 때 공갈을 치다가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침착하자. 심호흡을 빠르게 몇 번 하자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것도 같다. 틸러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공갈의 조각들을 맞추어 간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치 큰 고심을 하다가 입을 연 것처럼 말이다.
“저는 약사여래불입니다. 휘령과 연랑은 알고 있었겠군요. 사실 제가 지상에 내려온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은유와 휘령뿐 아니라 연랑까지도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틸러의 진지한 표정과 단호한 눈빛, 그리고 흔들림 없는 말투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경황을 보았을 때도 그의 말은 모두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나는 지금의 혼탁한 무림의 정세를 뒤엎기 위한 것. 지금의 무림은 정과 사가 구별이 되지 않는, 그저 말뿐인 혼란스러운 형세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힘없는 자들은 더욱 핍박받고, 힘 있는 자들은 그 힘을 이용해 더욱 위세를 떨치려 하지요. 그것을 바로잡기 위함이 저의 첫 번째 목적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민중의 구제와 다가올 큰 전란에 대비하기 위한 것.”
“전란……?”
은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틸러는 그 질문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지체 없이 대답했다.
“앞으로 자칫하다간 무림의 존망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입니다.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그것을 막아 내기 위해 제가 필요한 것이구요.”
물론 전부 다 공갈이다. 사실인 것은 거의 없다. 그저 틸러가 무림맹주가 되기 위한 구실을 그럴싸하게 떠들어 대는 것뿐이다. 하지만 휘령과 은유, 연랑은 그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아니, 그들의 눈에는 틸러를 죽어서도 따르겠다는 의지까지 엿보였다.
“앞으로 제가 가는 길은 지독하게 고되고, 또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저와 함께하시겠습니까?”
틸러는 부탁보다는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제안한다는 듯 말을 툭 던졌다.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소유욕도 없다. 따라 주면 고맙지만,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별수 없다는 듯한 눈빛이다. 그리고 셋은 그런 그의 눈빛을 믿어 보기로 결심했다.
“당연하지, 개똥.”
“평생 진인을 따르리라고 이미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하오.”
“모자란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셋은 저마다의 각오가 담긴 한마디로 긍정의 뜻을 표했다. 틸러는 그제야 빙긋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항상 대하던 대로 저를 대해 주세요. 그것이 편합니다.”
‘크크크! 이래서 이런 녀석들은 다루기가 쉽단 말씀이야.’
틸러는 속으로 사악하게 웃으며 그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자신이 무림맹주의 자리에 올라가려면 이 정도의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휘령을 제외한 은유와 연랑의 무위는 그다지 높지 않으니, 이것 또한 걱정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파마적룡도……. 으음, 그래! 이렇게 목표를 잡은 이상, 보도 하나 정도는 양보해 주어야겠지.’
파마적룡도가 마음에 조금 걸리긴 했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섬서의 경계를 넘고 있는 틸러의 발걸음은 조금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그 발걸음이 지난 곳마다 대혼란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예상하는 데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