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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15화)
제5장 북어랑 공갈은 쳐야 제 맛(5)


“특이한 분이군요.”
그녀가 한마디 내뱉자 주위의 나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아니, 정확히는 나뭇가지들이 흔들렸다. 마치 그녀의 말에 웃기라도 하듯이. 틸러는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
“내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두 가지가 있소. 당신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과 절대 줄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먼저 듣고 싶소?”
당연히 후자부터 듣고 싶을 것이다. 인간은 절대적인 것에 끌리기 마련이니까. 그녀는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다가 재미있다는 듯 눈을 찡긋했다.
“두 번째 것부터 들어보죠.”
“좋소.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연랑과 은유의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들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살기에 거의 기절하기 직전인 것이었다. 휘령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파마적룡도를 꽉 쥐고 있어 손 사이로 핏물이 한 줄기 배어 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틸러는 태연한 척, 식은땀이 배어 나오는 손을 털어 내며 입을 열었다.
“내 밑으로 들어오시오.”
촤라락! 촤라락!
나뭇가지들이 아까보다 훨씬 더 심하게 흔들린다. 마치 폭소를 터뜨리기라도 한 듯하다. 그녀도 그의 그런 말이 재미있었는지 소리 내어 웃었다.
“재미있군요.”
촤아악!
갑자기 뻗어 나온 그녀의 손끝에서 가느다란 철실이 뿜어져 나왔다. 쏜살같이 틸러에게 날아오던 그것은 틸러의 얼굴 바로 앞에서 뚝 멈추어 섰다.
“죽고 싶은가요?”
조금만 더 철실을 뽑아내면 틸러는 죽고 말리라. 하지만 틸러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물론 속으로야 미쳐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계획했던 대로 해 보자는 무모한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억울하지 않소? 다른 문파처럼 당당하게 비옥한 곳에 터를 잡지 못한 것이?”
그녀의 손이 움찔 떨린다. 그 바람에 실이 틸러의 눈앞으로 더욱 다가왔지만, 틸러는 여전히 흔들림 없었다.
“비통하지 않소? 당당한 독문무공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른 문파에서 받은 무공들을 사용하는 것이?”
“……!”
이제 철의 실은 틸러의 눈에서 1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다. 그녀가 호흡을 한 번 잘못하기만 해도 틸러는 다시는 한쪽 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한이 맺히지는 않았소? 정파에서는 사의 무리로, 사파에서는 위선의 탈을 쓴 정의의 무리로 취급받는 것이?”
움찔!
그녀의 눈이 처음으로 동요의 움직임을 보였다. 기회다! 틸러는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그림자 따위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오?”
촤르륵!
철실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녀는 처음으로 인간다운 솔직한 감정을 내비쳤다.
“당신이, 당신 따위가 정말 그런 것을 해낼 수 있나요?”
틸러는 지금이 자신의 힘을 발현해 보일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황금잔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고 마력을 발현했다.
“……!”
휘령의 손이 휘청했다. 하지만 이내 휘령은 팔에 힘을 주어 파마적룡도를 다잡았다. 점점 더 황금잔에 마력을 불어넣자 자력이 멀리까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력의 막이 퍼져 나가는 것이 틸러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그리고 이내 자력의 막은 살문의 문주가 있는 곳까지 퍼져 나갔다.
“꺄앗!”
살문의 문주는 일말의 비명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틸러에게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문주가 틸러의 품으로 달려든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틸러는 가슴팍에 느껴지는 물컹한 느낌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입을 열었다.
“나는 해낼 수 있소.”
“크읏! 철이… 철인공이……!”
그녀는 크게 당황했다. 금수철인공은 지금까지 최강의 무공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온몸에 액화 상태로 존재하던 강철이, 지금 그녀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의 복부로 모여들고 있지 않은가. 끌어오려 해도 자신의 힘보다 훨씬 더 강한 무언가가 그 액화 상태의 강철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자는 정말 강하다. 이자의 내공은 나랑은 비교도 되지 않아!’
그녀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자신은 벌써 삼 갑자 이상의 내공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힘으로는 감히 범접조차 할 수 없다니?
“나는 천존. 나는 누구보다 강하오.”
처척!
틸러는 그녀가 어떤 상태든 상관없다는 듯 큰 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동시에 주위의 살기가 더더욱 짙어졌다. 나뭇잎들 사이에서 뿜어 나오는 붉은 안광들은 금방이라도 불꽃을 토해 낼 듯 새빨간 색으로 빛났고, 그 틈새 사이사이로 암기들이 번뜩인다.
“멈추어라!”
문주가 소리치자 이내 살기의 폭풍이 잠잠해졌다. 틸러는 그제야 지금이 이야기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오른손에 주입하던 마력을 거둬들였다. 벌써 상당한 마력을 소모했기에 그의 안색은 조금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번뜩이고 있었다.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눈빛. 사기의 기본 중 기본이 아닌가.
“이제 나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 조금 생겼소?”
“하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통제하에 돌아온 강철들을 다시 온몸으로 흘려보냈다. 강철들이 한곳에 모임으로써 잘못하면 혈맥이 폭주할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보다 눈앞에 있는 사내의 강함에 더욱 경악했다. 몸속의 액화강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 먼 거리에서 자신을 끌어온 것은 허공섭물의 경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말해 보세요.”
틸러는 그제야 피식 웃었다. 8할은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나를 따르시오. 내가 그대들을 무림의 정상에, 양지에, 명예로운 곳에, 경외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올려놓겠소.”
문주는 그 말을 듣자 다시금 비웃듯 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이 사내는 무엇을 믿고 이러는 것일까.
“내가 그 말을 무엇을 보고 믿어야 하죠? 당신의 그 알량한 무용담? 그런 소문도 결국 다 부풀려진 것이 아니라고 어찌 믿죠?”
이 여자, 말을 짧게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방비도 다 되어 있었다. 어느새 틸러의 손에는 마법서가 쥐어져 있지 않은가.
파아앗!
틸러의 몸에서 눈이 부시게 만드는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무리는 이윽고 작은 용의 모습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라이트 마법과는 조금 다른 오버 라이트. 즉 주위를 모두 밝혀 주는 1클래스 마법이다. 마력 소모가 보기보다 심하기에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이런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법이다.
“……!”
그녀는 갑자기 그의 몸에서 솟아오른 용을 경악한 듯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내 몸에는 다섯 마리의 용과 하나의 꽃, 그리고 붉은 뱀, 금빛의 연꽃이 함께하고 있소.”
문주뿐 아니라 휘령과 은유, 연랑의 얼굴에도 경악의 빛이 어린다.
오룡봉성(五龍奉聖), 옥예금화(玉蘂金花), 적사투관(赤蛇透關), 천화난추(天花亂墜)의 상승 경지를 모두 경험했다는 말이 아닌가! 그야말로 전 무림의 무림인들이 갈망하는 최고의 단계를 이루었다는 말이다.
“나는 좌탈입망(坐脫立亡)의 단계에서 계시를 받았소. 아니, 이미 허공분쇄(虛空粉碎)의 단계인지도 모르지.”
주위 사람들은 경악을 넘어서 거의 거품을 물 지경이었다. 반로환동도 아닌 좌탈입망에 허공분쇄? 게다가 계시를 받았다 함은 그가 원래 약사여래불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의 몸에 약사여래불이 강림했다는 말이 아닌가! 문주는 그런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허공분쇄의 단계라는 것만으로도 뒤로 넘어갈 지경이었다.
틸러는 주위의 술렁임에 속으로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내공의 단계라는 것에서 읽었던 내용을 늘어놓는 것만으로 이런 파장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버 라이트의 마법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섬광탄의 모습이 황금용이었던 게 엄청난 행운이었다.
“내 힘은 위로는 하늘에 닿아 있고, 밑으로는 지하의 연옥에 닿아 있소. 내 눈은 천리 밖의 것도 볼 수 있고, 귀로는 천 리 밖의 소리도 들을 수 있소. 내 가슴은 천하를 품고도 남을 정도로 넓고, 내 팔은 그대들을 능히 껴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길다오. 어떻소, 나에게 힘을 빌려 줌이?”
하늘에서 황금용이 폭발하며 뿜어내는 빛무리가 틸러의 얼굴로 떨어져 내렸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미는 틸러의 모습은 성자(聖子)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아!”
문주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을 잡았다. 그제야 그녀의 눈이 평상시대로 돌아온다. 그러곤 자신이 한 행동을 알고는 당황한 듯 틸러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나 살문의 25대 문주 혈련(血켳)은 천존에게 이 몸과 살문의 모든 것을 바치겠나이다.”
그녀는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그 말은 곧 26대 살문의 문주는 틸러가 되었다는 말이 된다. 그녀가 무릎을 꿇음과 동시에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번뜩이던 붉은 안광들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온통 검은색의 도복을 입은 수백의 문도들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천존을 알현하나이다!”
이자들도 말을 할 줄 아는 자들이로군. 틸러는 잡은 문주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자신이 있던 세계의 풍습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그보다 더 어울리고 성스러워 보이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을 듯했다.
“다들 일어나시오. 그대들은 고작 나 같은 사람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 만큼 하찮은 인재들이 아니오.”
살수들의 눈에 동요가 일었다. 그들은 살문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인간으로, 하나의 지성체로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명령에 따라 사람을 베고, 그것으로 받은 보수로 주색잡기를 탐해 가며 살아왔다. 그러니 그들에게 틸러의 행동은 그야말로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틸러는 한 명 한 명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열 명 가까이를 하고 나자 나머지 살수들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틸러는 그런 그들을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른 문파의 무림인들처럼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위압감을 배제한, 오로지 일격에 상대를 죽이기 위한 그들의 무공은 그가 앞으로 하려는 일들에 더더욱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위선에 싸인 정파보다는 실리와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그대들은 살문의 문도가 아니오. 천문(天門). 하늘에게 선택된 문도들이오.”
천문. 하늘에게 선택받은 문파. 그 말이 가져온 파장은 소리는 없지만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태양을 등지고 달을 가까이하며 하늘에게 버림받았으리라 생각했던 그들이기에 하늘에게 선택받았다고 하는 말은 더욱 와 닿았다. 하늘은 그들을 버린 것이 아니었다. 때가 되면 그들을 선택하기 위해 그토록 모진 시련을 주었던 것이다.
“앞으로 그대들에게 복면 쓰는 것을 금하오. 서로의 이름을 부르도록 하시오. 이름이 없다면 만드시오. 아셨소?”
투툭! 투툭!
살수들은 대답 대신 하나 둘씩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던 복면들을 뜯어내었다. 전 살문의 문주도 복면을 풀고 맨얼굴을 드러냈다. 확실히 미인이다. 햇빛을 잘 보지 않았기에 피부는 하얗다 못해 투명할 정도였고, 살기가 도는 차가운 파란 눈에 처진 눈초리, 오뚝한 콧날에 끝이 약간 올라와 있는 얇은 입술. 전체적으로 보면 웃고 있어도 울고 있는 듯해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외모였다. 물론 그 외모만을 보고 접근했다간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대들은 그림자에 숨어 다니거나 어둠을 타고 다니지 말도록 하시오. 그대들은 하늘에게 선택받은 자들이오. 떳떳하게 가슴을 펴고 태양 아래, 햇빛 아래에서 다니도록 하시오.”
문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오늘 처음 만난 틸러에 대한 경외감과 고마움, 그리고 그의 따듯함에 매료되어 가고 있었다.
틸러는 앞으로 살문, 아니 천문의 문도들이 해야 할 일들과 자신의 뜻을 모두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도, 검, 권, 창, 암기의 다섯 가지 부류로, 각자 소질이 있다 생각되는 곳으로 모이도록 하시오.”
살수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바빴다. 언제 자질에 따라 교육을 받았던가. 그들은 그저 익히지 못하면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압박감에 무공을 익히고 병기를 다루어 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이 다루고 싶은 무기를 다루게 해 준다니?
“스스로 다뤄 보고 싶은 무기가 없었소? 그대들도 인간일 텐데 어찌 없었겠소. 자, 망설이지 말고 골라 보시오.”
살수들 중 일부가 벌떡 일어나 각기 도, 검, 권, 창, 비라 적힌 팻말 중 하나씩을 들었다. 그러자 살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일어나 각자 원하는 위치로 나아가 섰으니, 도가 백여섯, 검이 백이십, 권이 육십, 창이 마흔다섯, 암기가 마흔아홉이었다. 틸러는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이가 백이십이나 되기에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그대들은 어찌 고르지 않은 것이오?”
고르지 않은 살수들은 또다시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가 그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하나의 병장기만을 다루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무기를 골고루 사용해 보고 싶었기에 어느 하나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것 참 난감한 문제이다. 모든 무기를 고루 사용해 보고 싶다. 어찌 보면 매우 맞는 대답일지 모른다. 한 가지에 만족하지 못하는 심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럼 이제부터 그대들의 명칭을 정하겠소. 도를 수련하는 자들은 천도대(天刀隊), 검을 수련하는 자들은 천검대(天劍隊), 권을 수련하는 자들은 천격대(天쩋隊), 창을 수련하는 자들은 천봉대(天棒隊), 암기를 수련하는 자들은 천비대(天匕隊).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대들을 격살대(쩒殺隊)라 부르도록 하겠소.”
살수들은 저마다의 명칭을 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틸러는 이어 격살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들은 모든 병장기들을 다룰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느니만큼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 힘들지도 모르오. 가능하겠소?”
격살대원들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틸러는 믿음직스럽다는 듯 그들의 어깨를 툭툭 친 후, 천존으로서의 첫 명을 내렸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수행의 보상으로, 혹은 타 문파에서 가져온 각종 병장기들과 무공 비급을 가지고 오라고 한 것이다. 이내 오백 명의 살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엄청난 양의 병장기들이 모여들었다. 도, 검, 창을 비롯하여 궁, 봉 등과 유성추 같은 평범하지 않은 무기들도 한가득 있었다.
“각자가 수련하기 원했던 무기들을 고르시오.”
틸러가 입을 떼기가 무섭게 살수들은 그 무기들 속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무기들을 꺼냈다. 가히 보도(寶刀)라 부를 만한 것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고, 그것들을 잡은 살수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범상치 않은 자들이었다.
“모두 골랐소?”
일다경이 지나자 모두가 각자 무기를 집어 든 상태였다. 다만 격살대 대원들 중 일부는 유성추 혹은 마룡각(馬꽥刻) 같은 기병(奇兵)을 집어 들었다. 틸러는 든든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실력은 이미 강호의 일류고수 정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을 정도. 그런 이들이 다른 무공까지 수련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가 된단 말인가!
틸러는 이제 옆에 쌓여 있는 무공 비급을 가리켰다. 무공 비급도 적지 않아 보인다. 멸문한 문파나 살수행을 하면서 하나 둘씩 모아 온 비급들이 백여 권이 넘는다. 그중에는 필시 범상치 않은 무공들이 포함되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