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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17화)
제6장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는 나더라(2)


그들의 대자보는 거침없이 계속되었다. 석현에도, 흥평에도, 함양에도 그들이 지나간 다음에는 어김없이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그렇게 되니, 자연히 화산파의 귀에 소문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도화검제 임호충. 그는 그 특유의 짙은 눈썹이 들고 일어날 정도로 분노하고 있었다.
“무어라! 그런 소문이 돈단 말인가!”
임호충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주위 물건들을 날려 버릴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검을 주로 수련하는 화산이니만큼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패도적이다. 그렇기에 그의 앞에 서 있는 청풍검객(淸風劍客) 영환중은 죽을 맛이었다. 그 천존이란 자 때문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위태하지 않은가!
“처, 천존 놈… 그것을 어찌 알아냈단 말인가!”
임호충은 이내 살기를 거두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서는 살기가 이글이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창밖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이 살기에 쫓기듯 날아올랐다.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천존은 지금 우리 화산파로 향하고 있다 합니다. 게다가 시민들이 천존의 말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쾅!
임호충의 주먹이 책상을 강타했다. 이내 청금석으로 만든 탁자가 반 토막이 나 부서진다. 영환중은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뒤로 움찔 물러섰다.
“이, 이 빌어먹을 천존 놈! 필시 우리 화산의 이름을 땅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렷다! 오냐! 받아 주마! 환중!”
“예, 예엡!”
임호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곤 화산의 본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외쳤다.
“후기지수와 일대제자들을 보내도록 하게! 천존의 목을 따서 내 앞에 가져오라 하게!”
“존명!”
몸을 숙이고 밖으로 나가는 영환중. 천존이라도 되는 양 살기를 뿜으며 바라보던 임호충은 그가 사라지자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자기 손에 묻힌 피가 이렇게 돌아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는 듯.
한편, 틸러 일행은 서안 시내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틸러의 행색이 지금까지와 조금 다르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만으로도 눈에 띄는데, 황금빛의 눈과 머리칼, 그리고 도복은 너무 사람들의 눈에 띈다는 연랑과 휘령의 말에 검은색의 도포를 푸욱 눌러쓴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틸러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 밤에도 붙이실 건가요?”
연랑이 작은 목소리로 물어 왔다. 도포의 머리 부분이 아래위로 출렁인다. 틸러는 오늘, 늦어도 내일 사이에는 화산파의 무리들이 자신을 찾아오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쯤 화산파에서는 난리가 났으리라.
하지만 틸러에게서 지금은 여유로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초조하다. 여전히 마력은 모여들지 않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마력을 무리하게 소모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길! 오늘 내로 어떻게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이제는 조급함까지 든다. 여기까지 공갈을 쳐서 일구어 왔는데 단번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이유가 고작 마력이 모이지 않아서라니!
하지만 나쁜 일은 겹쳐서 일어난다 했던가. 저 멀리에서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온몸 가득 느껴지는 살기.
“아무래도 온 것 같소.”
휘령의 손은 어느새 파마적룡도를 부여잡고 있었다. 시내를 활보하던 사람들이 양옆으로 밀려 나가고 등장한 것은 흰 옷을 입은 여덟 명의 사내. 그중 한 명은 전에도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바로 매화검수 이원.
“진인, 아니 천존이라 했던가? 또 만났구려.”
지나칠 정도로 정중했던 저번과는 달리 말투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싸가지 없군, 저 녀석.’
틸러는 애써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거추장스러운 도포의 머리 부분을 뒤로 젖히자 황금빛의 머리칼과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오오!”
“정말 천존이 존재하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주위에서 시민들의 웅성임이 들려온다. 하지만 이내 매화검수의 온몸에서 사나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좌중이 순식간에 찬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다. 이원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거만하게 웃었다.
“요새 본문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던데, 사실이오?”
틸러는 그 질문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주위에 관객이라 할 만한 시민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는 품에서 미리 써 놓은 문서를 꺼내 들었다.
“공공수검, 와룡봉수, 능파선자, 부용미검, 검존, 도존, 권존, 독존, 점창, 해남, 도취……. 이들은 모두 화산의 사주 하에 암살당했소. 그에 대한 죗값을 물으리라. 이 문서 말이오?”
어젯밤에 연랑에게 부탁하여 문서의 내용을 미리 외워 두었다. 그럼에도 굳이 문서를 꺼내든 것은 사람들이 느끼는 신용도를 조금이나마 더 높이기 위함이었다.
이원은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마치 크나큰 모욕을 받은 듯한 얼굴이다.
“닥치시오! 그따위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녀서 그대에게 이득 되는 것이 무엇이오?”
하지만 틸러는 비웃음을 지으며 응수할 뿐이었다. 틸러는 문서를 아래위로 훑어보는 척하다가 다시 이원을 바라보았다.
“이 정보를 내가 어디서 얻었는지 아시오?”
“흥, 보나마나 헛소문! 어디선가 흘러 다니는 소문을 끄집어낸 것일 테지.”
이원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어 들려온 틸러의 싸늘한 목소리는 그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살문, 들어보지 못했소?”
이원의 얼굴이 무서우리만치 딱딱하게 굳는다. 사실 이원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사부가 무림맹의 최고 자리에 군림하기 위해 어떤 짓들을 했었는지. 그런 이원의 표정 변화를 눈치 챘는지 주위 시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살문이네, 화산파네 하는 말이 드문드문 들려오는 것을 보니 시민들은 틸러의 말을 믿어 가고 있는 듯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매화검수 이원의 얇디얇은 인내심을 끊어 버리고 말았다.
“시끄럽다, 놈!”
쒜에엑!
이원의 신형이 번개처럼 틸러에게 다가들었다. 하지만 그의 검이 틸러의 몸 근처로 휘둘러지기도 전에 그 앞을 붉은빛의 도가 막아섰다.
“예의 바르군.”
“이익! 매화검법(梅花劍法) 제1초 풍림비화(風林飛花)!”
촤촤촤촹!
눈을 현란하게 수놓는 매화들이 휘령에게 날아든다. 열두 송이의 매화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상당한 성취다. 하지만 휘령은 피식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흡!”
채애앵!
틸러가 기합성과 함께 도를 위로 올려 베자 도에서 붉은 불길이 치솟았다. 그 불길은 곧장 매화를 집어삼켜 버린 듯했다. 시야를 혼란시키며 날아들던 화려한 검세의 맥이 끊기고 매화검수의 몸이 몇 발자국 밀려났다.
“크읏! 무엇들 하는가!”
“예, 예엣!”
타탓!
이원의 짜증 섞인 외침이 울려 퍼지자 그를 뒤따라온 화산의 일대제자 일곱이 휘령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검이 휘령에게 휘몰아쳐 들어가려는 찰나, 두 명의 인영이 휘령을 막아섰다.
“사일검 제1초 여일귀전(곈日晷展)!”
“항룡복호권(降龍伏虎拳) 제1초 천복성호(喘伏惺虎)!”
번뜩이는 흰 칼날이 일대제자들의 시각을 일시에 마비시킨다. 그리고 그들에게로 마치 호랑이가 앞발을 휘두른 듯한 충격이 날아들었다.
“크읏!”
두 명의 무인이 뒤로 물러섰다. 나머지 다섯도 시야가 밝혀지지 않은지라 달려가던 것을 멈추고 검을 겨누고 있다. 휘령은 고맙다는 듯 두 여자아이들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 후 다시 도를 틀어쥐었다.
한편, 틸러는 그들에게서 몇 걸음 뒤쪽에 초조하게 서 있었다. 이럴 때 마력만 있었다면 저들의 검을 빼앗아 모두의 앞에서 자신의 힘을 보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함이 아쉽다. 저 앞에서는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눈을 현혹시키는 현란한 매화검법이 휘령의 파마적룡도와 맞선다. 그리고 그들 사이사이로 은유의 사일검과 연랑의 장법이 날아든다.
“오늘은 전혀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시군?”
“……!”
싸움에 열중하느라 정작 매화검수의 움직임을 놓치고 있었다.
매화검수는 유유히 시민들의 사이를 지나 틸러의 앞으로 다가왔다. 휘령, 은유, 연랑과의 거리는 열 걸음 이상. 그들이 달려온다 해도 이미 매화검수의 검은 자신의 심장을 꿰뚫은 후일 것이다.
“결국 네놈의 힘도 눈속임이었군! 우리 화산의 이름을 더럽힌 죄, 죽음으로 갚아라!”
매화검수는 고함과 함께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피하고 싶다. 어떻게든 마력을 운용하고 싶다! 틸러는 검이 자신의 가슴팍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피할 수가 없었다. 마치 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린 것만 같다.
푸우욱!
검이 자신의 왼쪽 가슴팍을 파고드는 것이 매우 느리게 보인다. 검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자 핏물이 솟구친다. 이상하게 귀로 들어오는 소리들이 윙윙 울린다. 그리고 그제야 온몸으로 고통이 퍼져 나갔다. 과거의 잔영들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게 주마등인가. 씨팔, 그래! 이 정도 공갈치고 살았으면 잘 살았지.’
죽을 때가 되면 오히려 담담해진다고 하던가. 틸러는 고통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앞으로 숙였다. 가슴팍에서 검이 쑤욱 뽑혀져 나갔다. 그러자 그제야 자신의 가슴팍에서 철철 흘러넘치는 핏물이 자세히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갈수록 의식이 또렷해지는 것인가.
“크읏! 쿨럭!”
틸러는 이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으로 새까만 죽은피가 뭉실뭉실 올라온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가슴의 상처가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아물어 가기 시작했다.
“아, 아니?”
매화검수의 놀란 듯한 외침이 귀로 파고든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틸러는 지금 몸속이 터질 것만 같이 뜨거웠다. 녀석의 검이 가슴의 요혈을 제대로 찌른 것이 도리어 도움이 된 것이다. 심장 바로 아래의 요혈이 막혀 있어 황금잔의 마력이 순환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곳으로 정확히 검이 찔러 들어오면서 죽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황금잔의 마력이 순환될 길을 터 준 것이다. 그 결과 지금 황금잔의 마력은 틸러의 온몸을 빠른 속도로 순환하고 있었다. 황금잔에 담겨 있던 마력은 혈맥 속에서 빠르게 순환되면서 혈맥들을 뚫어내고 있었다. 고통스럽다. 온몸에서 피를 쏟아 낼 것만 같았다.
“크으읏! 크아아악!”
그 순간, 틸러의 온몸이 황금빛 섬광에 감싸이기 시작했다. 한창 싸우던 무림인들뿐 아니라 주위 시민들의 시선까지 모두 틸러에게로 집중되었다.
“크으윽! 크으으윽!”
하지만 정작 틸러는 주위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였다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몸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순환하고 있는 황금잔의 마력 때문에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력은 그의 몸속을 가득 채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밖으로 마구 분출되기 시작했고, 막혀 있던 기혈과 혈맥들이 일시에 터져 나갔다. 그러니 그것이 주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크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틸러의 온몸에서 황금빛 기운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 눈부신 광경에 시민들과 무인들은 모두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간신히 시력이 되돌아온 시민들과 무인들이 눈을 뜨자 그들의 앞에는 늠름한 모습의 틸러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보글보글 곱슬이었던 금빛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로 변해 있었다. 이목구비의 변화는 없지만 피부는 마치 백옥처럼 하얗게 변했다. 게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기운이 풍겨져 나오는 듯 여유롭다.
‘후우! 좀 살 만하군. 도대체……?’
틸러는 의아했다. 황금잔의 마력은 자신의 온몸을 돌고 돌다가 어느 순간 딱 멈추어 섰다. 그런데도 몸에 서서히 마력이 차오르고 있었다. 온몸의 마력을 저장하는 혈맥들이 전보다 훨씬 더 넓어진 까닭일 것이다.
틸러는 왠지 힘이 넘쳤다. 몸이 날아갈 듯 가볍게 느껴졌다.
“히익!”
매화검수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 틸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틸러가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신음을 내뱉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자신의 공격에 일부러 맞았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고맙네.”
틸러는 냉큼 입을 열었다. 이럴 때 그럴싸한 궤변으로 자신을 빛내야 한다는 것은 그의 사고방식에 기본적으로 박혀 있는 것이기에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대 덕에 도검불침의 신체가 완성되었소. 고맙게 생각하오. 하나, 이제 나는 그대들을 더더욱 용서할 수 없게 되었소.”
“흐, 흐윽!”
순간 틸러의 온몸에서 살기가 물밀듯 뿜어져 나왔다. 아니, 살기가 아니다. 황금잔의 기운이 사방으로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틸러는 몸에 쌓여 있는 황금잔의 마력을 사방으로 분출해 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밖에는 할 수 없지만, 이것도 꽤 괜찮은데?’
틸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몸 안 가득 쌓여 있는 황금잔의 마력은 그야말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저 이렇게 사방으로 분출하여 상대를 옥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매화검수뿐 아니라 주위 시민들까지도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만큼 황금잔에 쌓여 있던 마력은 강대했다. 틸러는 다시 그 기운을 거두고는 짐짓 너그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그것을 부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나에게 해를 입히려 했소. 자비와 용서를 바라지 마시오!”
스파앗!
틸러의 온몸에서 압도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매화검수와 일대제자들은 생전 처음으로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히, 히익!”
매화검수는 체면과 체통도 잊은 채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시의 성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두, 두고 보시오!”
그 뒤를 따라 일대제자들도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틸러가 따라오기라도 하는 줄 아는 것인지 그야말로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고 있었다.
“크허허허! 화산에서 경공술은 제대로 가르쳤구먼! 크허허허!”
시민들 사이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을 기점으로 하나 둘 키득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내가 떠나가도록 웃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들을 찍어 누르고 핍박하던 화산에 대한 응어리가 그 순간만큼은 모두 풀어지는 듯했다.

“무어라! 매화검수가 돌아와?! 그것도 도망, 도망 왔단 말이냐!”
임호충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의 실핏줄들이 터질 듯하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서 있는 영환중은 그에 비례하여 쪼그라들어 있었다.
“그, 그것이 지금 안채에서 앓아누우셨다 합니다.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계신다고…….”
“이놈, 천존! 내 이 천 나부랭이인가 하는 놈을 내 손으로 아작 내지 않으면 성을 갈고 말리라!”
곧 자신이 성을 갈게 될 것이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호충의 한 섞인 고함이 화산파를 가득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