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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19화)
제6장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는 나더라(4)


“히에에엑! 히엑!”
“히익!!”
철컹! 철컹!
그 둘은 무기를 던지듯 내려놓고는 산 아래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극한의 공포를 느낄 때는 이성이 마비된다 했던가. 맹수의 살기를 눈앞에서 접한 토끼처럼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이윽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럼 가실까요?”
마치 삼켜 버리기라도 한 듯 살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틸러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시민들에게 싱긋 미소를 짓고는 화산파의 대문을 열어젖혔다. 거대한 문이다. 하지만 휘령, 은유, 연랑이 틸러를 돕고 있기에 여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거대한 마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저 앞으로 연무장이, 그리고 본관이 눈에 들어온다. 어찌된 일인지 화산파의 문도들은 그 두 문지기 외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다는 것인가?’
틸러의 눈은 연무장 위에 세워진 붉은 깃발에 고정되어 있었다.
“오라버니, 저건……!”
“알고 있다.”
분명 무림의 역사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문파는 저마다 최고의 숙적이 자신의 문파를 찾았을 때 연무장에 특색 있는 색의 깃발을 꽂아 놓는다고 했다. 붉은 기는 최악의 상대가 문파를 찾아왔음을 뜻했다.
틸러는 시민들을 이끌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으로 들어서는 입구라 할 수 있는 거대한 통로를 지나 거대한 연무장 안으로 들어서자, 그제야 본관 안에서 흰 도복을 입은 무리들이 끝없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잘 오시었소, 천존.”
그 도복을 입은 무리들이 연무장 아래쪽의 한편을 주욱 차지하며 섰고, 가장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현 무림맹주이자 화산파 장문 도화검제 임호충이었다. 회색의 도포를 입고 있고 흰 수염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그리고 매의 눈썹과 같은 날카로운 흰 눈썹을 지닌 그의 모습은 얼핏 보면 무림의 기인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임호충은 연무장의 위로 올라섰다. 그러곤 짐짓 친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소. 혹시 아시오?”
“알고 있소이다.”
틸러도 연무장으로 올라서며 화답했다. 그러자 임호충은 다시 점잖게 물어 왔다.
“그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 천존이란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오?”
또 같은 말의 반복이다. 틸러는 이번에도 비웃음을 지으며 확실히 대답했다.
“진실을 말했을 뿐이오.”
“진실? 진실이라 하시었소?”
화르륵!
순간, 임호충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도화검제라는 별호가 어울리는 엄청난 살기다. 하지만 질 수는 없지. 틸러는 몸속에서 순환 중인 황금잔의 기운을 극상으로 분출해 냈다.
콰르륵! 콰지직!
양 기인들의 몸에서 분출된 어마어마한 양의 살기는 연무장 가운데에서 서로 충돌해 불꽃을 이루어 내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임호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살기는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가 그의 뒤에 서 있는 무인들의 얼굴마저 하얗게 만들었는데, 틸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오로지 앞과 옆으로만 뻗어 나가는 살기. 시민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한, 살기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안전했다.
틸러는 품속에서 문서를 꺼내 들었다. 임호충의 눈이 움찔한다. 그 안에 쓰인 것이 무엇인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지 않은가.
“공공수검, 와룡봉수, 능파선자, 부용미검, 검존, 도존, 권존, 독존…….”
틸러가 다시 문서를 읽는 척하며 외운 목록을 줄줄 읊어 가기 시작하자 도화검제 임호충의 얼굴이 점점 잿빛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참지 못하겠는지 검을 뽑아 들었다.
“놈! 헛소문으로 우리 화산의 이름에 먹칠을 한 죄! 죽음으로 갚아라!”
촤아아악!
대대로 장문인에게만 전해진다는 사전절광검(射電絶光劍). 번개를 쏘고 빛을 끊어 놓는다는 뜻처럼 임호충의 신형이 순식간에 틸러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틸러는 뿜어내는 황금잔의 마력을 더욱 극상으로 끌어올렸다.
“크읏!”
자신에게 다가오던 임호충의 신형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놀라고 있을 터다. 이 정도의 살기는 접해 본 적이 없을 터이니. 그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이번에는 자신의 마력을 황금잔에 불어넣었다.
“놈!”
임호충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자신의 내공이 담긴 보검이다. 그런데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지 않은가! 검을 빼앗긴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최고의 수치. 게다가 무림맹주에 화산파 장문인인 자신이 검을 빼앗긴다는 것은 자신이 한 수 아래라는 것까지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이, 이익……!!”
‘어쭈? 좀 버티네?’
임호충은 양팔에 진기를 극상으로 끌어올려 검이 빨려 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온몸을 찢어발길 듯 날아드는 살기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살기를 내공의 보호 없이 막아 내다가는 몸속이 진탕되지 않겠는가.
틸러는 황금잔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마력을 계속 극상으로 분출하면서 자신의 마력을 더더욱 황금잔에 쏟아 부었다.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 위해 약간의 흐름은 남겨둔 채로 말이다.
자력의 막이 완전히 임호충의 몸을 둘러싼다. 임호충의 검 끝이 마치 경련을 일으킨 듯 떨려 온다.
“네, 네 이놈! 크윽!”
임호충의 손에서 핏물이 새어 나온다. 게다가 몸 안의 내기도 역류하고 있는지 입가에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린다.
촤르르륵! 촤릉!
결국 임호충의 손에서 벗어난 도검은 그대로 틸러의 오른손을 향해 날아왔다. 살기 때문인지 속도가 그리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틸러는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왼손으로 검을 부여잡았다.
“무림맹주가 검을 빼앗겼다!”
시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곧 무림맹주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화산파 문도들도 말은 않고 있지만,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어 있다. 설마 무림 최강이라던 도화검제가 이렇게 쉽게 패배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이익……!”
임호충 자신도 미칠 지경이었다. 별달리 내공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공격도 펼쳐 보지 못한 채 검을 빼앗기다니, 일생일대의 수치가 아닌가!
“죽어라!”
수치심과 패배감이 임호충의 몸을 휘감았다. 살면서 몇 번 느껴 보지 못한 감정. 그 최고의 모욕감이 임호충의 이성을 마비시킨 듯했다. 임호충은 손에 새하얀 장력이 맺힌 채로 틸러에게 달려들었다.
채애앵!
임호충의 장력을 붉은 불길이 막아섰다. 반탄력에 의해 튕겨 나간 임호충. 그런 그의 앞으로 흑색 장발의 사내, 휘령이 다가섰다.
“이런 추잡한 모습을 보여야겠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겠냐는 뜻이 담긴 칼 같은 말이다. 하지만 이미 임호충은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닌 듯싶었다. 일단 눈앞의 이 천존이란 녀석을 죽인다. 죽여야만 그 뒷일을 수습할 수 있는 것이다!
“닥쳐라, 놈! 매화이십사권!(梅花二十四拳) 제1초 낙화비수(落花飛手)!”
수십 개의 번개 같은 잔영이 휘령에게 날아든다. 피할 방법이 없다면 맞설 뿐이다! 휘령은 적룡도를 들어 공격을 막아 갔다.
채앵! 채채챙!
수많은 권격이 적룡도의 도면으로 날아든다. 도를 빙글빙글 돌려 공격을 막아 낸 휘령. 이내 적룡도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참요도법 제1초 탈혼격(奪魂擊)!’
하늘로 솟구쳐 올랐던 적룡도가 힘차게 떨어져 내리자 불길과 함께 내공의 폭풍이 임호충에게로 날아들었다.
“이 정도쯤!”
임호충은 장을 들어 도기를 막아 내었다. 하지만 탈혼격은 제1초일 뿐이었다. 휘령은 그대로 도를 위로 올려쳤다.
‘제2초 혼귀비무(魂鬼比懋)!’
콰륵! 콰륵!
좌우, 아래위로 끝없이 도기가 몰아친다. 순수하게 초식을 막아 내는 것으로는 벅찰 것이 분명한데, 화기를 품은 강렬한 불길이 날아드니 임호충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매화이십사권 제2초 화뢰진격(花쿇晉擊)!”
이내 붉은 꽃들이 불길의 폭풍우를 막아섰다. 수준이 다른 결투였다. 이전이 심후한 내공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무공의 상하를 가리는 결투였다. 시민들뿐 아니라 틸러마저도 침을 꿀꺽 삼키며 그들의 검 끝과 주먹을 주시했다.
“하아앗!”
머리를, 허리를, 그리고 팔을 노리고 끊임없이 날아드는 적룡도. 하지만 임호충은 강했다. 검의 고수라고는 하나 권법에서도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제3초 제령연참(祭靈聯斬)!’
콰드드득!
“크윽!”
혼백들의 무게를 담은 강렬한 일격이 임호충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곧 권격이 도를 막아섰지만, 그 태산 같은 무게를 버텨 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크악!”
콰장창!
결국 불길을 담은 혼백의 검이 임호충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임호충은 피를 뿜으며 연무장 구석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하루에 두 번이나 패배하다니, 최악의 날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틸러의 입장에서는 이제부터가 본편의 시작이었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임호충에게로 다가갔다. 아까의 그 근엄하고 장대했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지금의 임호충은 그야말로 꼬리 내린 개, 이빨 빠진 호랑이 그 자체였다.
“도화검제 임호충, 그대는 그대가 저지른 모든 비리들을 인정하오?”
임호충은 고통에 신음하는 가운데에서도 틸러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하지만 틸러는 여유롭기만 하다. 게다가 이제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휘령의 눈에는 여전히 살의가 가득했던 것이다. 고작 몇 분 동안 임호충은 몇십 년은 더 늙어 버린 것만 같았다.
“더러운……! 네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나는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
마지막 발악일까, 임호충은 처참하게 외쳤다. 틸러는 별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품속에 보관하고 있던 문서를 꺼내 들었다.
“이 문서를 본 적이 있소?”
틸러의 손에 들린 문서는 꽤 오래된 것이었다. 약간 누렇게 변색된 느낌의 허름한 문서였지만, 그것을 올려다보는 임호충의 표정은 더욱 창백하게 변해 갔다.
“당신이 직접 쓴 문서요. 기억나지 않소? 분명 당신의 친필로 쓰여 있고, 또 당신의 인장까지 찍혀 있소만?”
틸러는 그 문서를 모두에게 보이기라도 하듯 여기저기로 들어 올렸다. 임호충의 얼굴은 더욱 흙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었기에 망정이지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보여 주었다면 발끈하여 그에게 달려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 그것은…….”
임호충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엇인가 변명거리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가 변명할 거리를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개 같은 놈! 고고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뒤로는 온갖 구린 짓을 다 하고 있었구나!”
“차라리 인정해라!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이 덜 추해지는 것이다! 이 도적 같은 놈아!”
모든 시민들이 하나같이 그를 책망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떻게 말을 해도 변명 이상으로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더욱 악화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인정…하오.”
잠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임호충의 입에서 천천히 대답이 흘러나왔다. 더불어 틸러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린다. 드디어 인정했다. 모두에게 공표했다!
“무어라 하시었소? 잘 들리지 않소만?”
“이익!”
임호충은 눈앞의 이 사내는 절대 하늘의 지존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악마다. 마귀다. 지옥에서 올라온 사악함의 극치이다!
“그동안 강호에서 있었던 대부분의 사건은 나 임호충의 사주로 일어난 일들이오!”
“그렇소? 그럼 무림맹주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점창파와 해남 검문을 멸했던 것도 인정하오?”
점창과 해남 검문. 임호충의 얼굴에 더욱 그늘이 드리운다. 게다가 이제는 시민들뿐 아니라 화산파 문도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인정하오? 말이 없구려.”
틸러는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주위 시민들의 부추김을 얻기 위함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민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왜 말을 못하냐! 빨리 지껄여 보라고!”
“무림맹주란 놈이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다 했구먼!”
뒤에서 다그치면 사람은 극한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고 뒤로는 더더욱 빠질 수 없으니 결국 한계로 치닫는 것이다.
“그렇소! 내가 명했소! 모두 내가 한 짓이오!”
임호충의 절규와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시민들의 웅성임도 딱 멈추었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혐오스러움과 증오를 담고 있었다. 그토록 자신들을 괄시하고 무시하던 자들의 문주가 저리도 더러운 짓거리를 했단 말인가!
틸러는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아귀가 착착 맞아 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 심리란 것, 참으로 가지고 놀기 쉽다. 그는 임호충을 딱하다는 듯 내려다보며 외쳤다.
“나 천존이 명하오! 오늘부로 그대는 무림맹의 맹주가 아니며, 화산파의 장문인으로서의 자격도 없소! 명문정파라 일컬어지던 화산파는 오늘부로 멸문이며, 앞으로 섬서의 시민들에게 핍박을 가하는 자는 나 천존이 용서치 않을 것이오!”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천존이다. 무림제일인을 내공만으로 제압한 바로 그 천존이 명하는 것인데 감히 누가 거부할 것인가!
“크흑……!”
임호충의 눈에서 후회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피눈물을 흘리는 은유가 그에게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개 같은 자식! 네가, 네가 우리 아버지를……!”
은유는 눈물을 흘리며 임호충의 몸에 주먹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한이 담긴, 원한이 서린 주먹이다. 무림맹주였던 그였음에도 그 주먹에 반격을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주위의 시선과 자신의 처지, 그리고 천존의 말에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던 것이다.
“은유 소저, 그만 하시오.”
“개 같은 새끼…….”
은유는 틸러가 만류하자 그제야 주먹질을 멈추었다. 그녀는 눈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 내고는 돌아섰다.
틸러가 다시 소리쳤다.
“화산파 문도들은 들으시오. 지금 앞에 서 있는 민중들이 보이오?”
화산파 문도들은 틸러를 두렵다는 듯 올려다보았다.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양쪽 눈이 다 성하지 않은 이상.
“그대들이 핍박하던 자들이오. 그러나 이들의 힘은 그대들보다 강하오. 이들에 의해 나라가 유지되오. 이들에 의해 대륙이 움직이오.”
맞는 말이다. 시민들은 틸러의 말에 동의를 표하기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틸러의 외침이 이어진다.
“그대들이 지금까지 보였던 행동들은 도끼의 고마움을 모르는 나무꾼과 같소. 그물의 고마움을 모르는 어부와 같소. 나아가 검의 고마움을 모르는 검객과도 같은 것이오.”
좌중은 틸러의 말에 압도되었다. 시민들뿐 아니라 화산파의 문도들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앞으로 그대들은 이들의 고마움을 바로 알아야 할 것이오. 그리고 지금, 그대들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실수에 대한 것을 사죄하시오.”
“무어요?”
말도 되지 않는다는 듯, 한 문도가 앞으로 나섰다.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무림인이 한낱 평민들에게 사죄를 하라니?
그 순간, 틸러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인자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화산파 문도들을 죽이기라도 할 듯 노려보았다.
“크윽……!”
화산파 문도들은 저마다 신음을 내뱉었다. 개중에는 핏물을 쏟아 내는 이도 있다. 이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공으로 견뎌 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틸러는 다시 살기를 거두고는 외쳤다.
“사죄하시오. 어서! 이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천한 존재가 아니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