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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20화)
제6장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는 나더라(5)
틸러의 호통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화산의 문도들은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하나 둘씩 무릎을 꿇었다.
“우리 화산파 문도들은 그동안 우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죄하오.”
일대제자 중 한 명이 소리치자 그들은 시민들을 향해 굽실거리며 절을 했다. 시민들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생소하기만 한 듯했다. 무림인들에게 이런 사과를 받아 본 적이 어디 한 번이라도 있던가.
“좋소. 도화검제 임호충, 당신은 무림맹의 맹주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며, 화산파의 문맥을 여기서 끊는다는 것에 동의하오?”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그 명분을 잘 이용하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임호충은 땅에 널브러져 바들바들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몇천 년을 이어 온 화산파의 대가 여기서 끊어진단 말인가. 맹주 자리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 죽어서 스승님의 얼굴을 어찌 본단 말인가. 먼저 간 사숙들의 얼굴은 어찌 본단 말인가.
“동의하오. 오늘부로 화산파는 더 이상 문파로써의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며, 나도 더 이상 화산파의 장문인이, 무림맹의 맹주가 아니게 될 것이외다.”
임호충의 입에서 신음과 같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틸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늘부로 이 화산파는 섬서 시민들의 소유로 돌릴 것이며 누구나 이곳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소!”
“천존! 천존!”
시민들이 천존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틸러는, 그리고 틸러와 함께한 삼합은 민중의 수호자이며 썩어빠진 무림을 개혁할 최고의 고수, 협을 아는 협객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며칠 뒤, 하남의 정주. 얼핏 봐서는 단순히 크기만 한 성도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무려 팔층. 팔층에 달하는 높은 건물이 정주의 중심에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그 주위를 무림인들이 지켜서고 있다. 바로 이곳이 무림맹의 본부였다.
그런 웅장한 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지금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화산파는 하루아침에 멸문되어 간판을 내렸고, 무림맹주였던 임호충은 실종되어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순식간에 무림 최강자의 자리가 비어 버린 것이다.
“차기 무림맹주를 뽑아야 합니다.”
공동파의 장문 구천(咎天)도장이 힘주어 소리쳤다.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모여 있는 나머지 다섯 장문인들은 말이 없었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쁜 것이다.
한쪽 구석에서 코를 파고 있던 늙은 거지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럼 관례에 따라 우리 개방이…….”
무당의 장문인 현문도장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보다는… 한동안 공석으로 놓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방의 방주 비응신(丕鷹伸)은 무안한 듯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사실 현문도장의 제안도 상당히 위험한 것이긴 마찬가지였다. 무림맹주의 자리가 공석이란 것은 현재 무림 최강자가 없다는 뜻이며 앞으로는 현재 남아 있는 칠대정파 중 실질적 세력을 가진 오대정파의 독점적인 통치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종남파와 곤륜파는 무림맹의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한 데다 안팎으로 워낙 깨끗하여 도리어 나머지 문파들이 꺼리는 실정이었으니, 그들은 예외로 둘 수 있겠다. 게다가 이제 팔대정파도 아닌 칠대정파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니, 앞으로 올 혼란은 더욱 커질 것만 같았다.
“어흠! 그런데 그 천존이란 자의 움직임은 어떻소?”
청성파 장문 풍백(風帛)도장이 거들먹거리며 물었다. 어딘가 뒤가 구린 것이 있는 문파들의 문주들은 무림맹주의 자리만큼이나 그 천존이란 자가 신경 쓰였던 것이다.
“중원의 백성들은 모두 천존을 연호하고 있소이다. 마치 자신이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활개를 치고 다니더군요.”
비응신은 못내 불만이라는 듯 말을 토해 냈다. 풍백도장은 그런 그를 혐오스럽다는 듯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자가 앞으로 또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걱정이외다. 소문으로는 살문과도 연관이 있다 하던데요.”
“무엇이?”
“사, 살문이라 하시었소?”
여기저기서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하나같이 뒤가 구린 자들이다. 장문인의 자리에, 또 무림맹의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살문에 일을 의뢰했던 적이 한두 번이던가!
“하, 하지만 어떻게 살문을? 그들은 절대 타협을 하지 않는……!”
“천존이오. 그의 첫 등장부터 제대로 설명 가능한 것은 존재치 않소. 게다가 아미파의 비구니들은 아예 무림맹을 탈퇴해 버렸소. 그들은 이미 천존에게 넘어간 듯하오이다.”
“허어……!”
무당파 장문인, 청성파 장문인, 공동파 장문인, 그리고 개방의 방주까지 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천존이 살문과 긴밀한 관계라면 더욱 문제는 심각해진다. 살문에 넘어간 진귀한 보물들이 얼마나 되며, 또 극상승의 무공 비급은 또 얼마나 많던가.
“저, 전서구는 어찌 되었소? 살문으로 통하는 전서구 말이오.”
구천도장이 말을 꺼냈지만 다른 장문인들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살문과 통하는 유일한 연락책인 전서구조차 소식이 없다. 이는 살문이 완전히 정파들에게 고개를 돌렸음을 의미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풍백도장이 분한 듯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다른 장문인들도 별 방법이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때, 한쪽 구석에서 지금까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던 소림사 장문인 혜능(惠凌)이 입을 열었다.
“어쩌면 천존이 원하는 것은 무림맹주의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오이다. 아미타불!”
혜능의 말은 틸러의 뜻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장문인들은 코웃음을 쳤다.
“무림맹주요? 크허! 그것 참 재미있는 농담입니다그려.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개 뼉다귀 같은 놈이 무림맹주 자리를 노리다니요.”
풍백도장은 혜능의 말을 대놓고 비웃었다. 그러자 나머지 장문인들도 껄껄대며 웃기 시작했다. 혜능은 이미 예전에 무림맹과 정파에 대한 마음이 떠나 있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비웃고 무시하는 이들은 더 이상 정과 협을 추구하는 이들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미타불!”
혜능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더 이상 무림맹의 세력 싸움에 가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일어나도 아무도 말리는 이들이 없었다. 이들로서는 경쟁자가 한 명 줄어든다는 것이 오히려 기쁜 듯했다.
“바람에서 피 냄새가 느껴지는구나.”
무림맹의 본관을 나오며 한마디 하는 혜능이었다.
제7장 꼬리가 길어도 안 밟힌다(1)
화산이 간판을 내렸다. 이제 섬서의 패권은 종남파로 넘어갔다. 다행이라면 종남파는 무림맹이란 곳에 거의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도리어 증오하고 있을 터다. 항상 타 문파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특출한 독문무공이 없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지 않았던가.
“오라버니, 굳이 이렇게까지 하셔야 했나요?”
연랑은 틸러가 화산을 멸문까지 이르게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듯 물었다. 틸러는 부드럽게, 그러나 약간은 차갑게 웃으며 연랑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해 온 일에 비하면 그것도 약한 처사였다고 생각한단다. 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인이사들이 죽음을 맞았겠느냐.”
“하지만…….”
연랑은 고개를 숙였다. 손속을 잔인하게 두지 않은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지만, 아예 화산이란 문파를 지워 버렸지 않았는가. 그래도 정파로서 한때는 협과 검을 중시하는 최고의 문파였을 터인데 말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나는 그 썩은 물을 걸러 내고 다시 깨끗한 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그게 내 사명이니, 후우……!”
틸러의 얼굴은 순간 그늘이 지고 어둡게 변했다. 자신의 손속이 조금 잔인하지는 않았을까 후회하는 빛이 가득하다. 그것을 보자 이내 연랑의 얼굴은 안타깝다는 듯 바뀌었다. 그녀는 틸러의 왼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오라버니. 세상은 오라버니를 원하고 있어요. 지금은 이해되지 않는 바가 있더라도 결국은 모두 오라버니의 뜻을 믿고 따를 거예요.”
“고맙구나.”
틸러는 금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픈 마음을 웃음으로 감추려 하는 그를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이내 소심하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는 연랑이었다. 물론 틸러는 이번에도 자신의 공갈이 먹혀 들어가는 것에 쾌재를 부르며 다시 발길을 돌렸다.
임호충에게 캐낸 바로는 무림맹의 세력을 잡고 있는 것은 무당, 아미, 공동, 개방, 소림, 청성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천존이 무림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아미파는 무림맹을 탈퇴했다고 한다.
‘여자 땡중들이 머리는 잘 돌아가는군. 암, 그래야지! 그렇게 내 편이라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겨야 불똥이 튀는 것을 피할 수 있지.’
가까운 곳이라면 소림인데 듣기로 소림은 중들의 무리라 한다. 소림에 등을 돌려선 안 된다. 연랑과 휘령, 은유 이 셋을 납득시킬 만한 이유를 찾기 전에는. 그 전에 소림이 무림맹을 탈퇴해 준다면 더 좋을 일이지만, 소림도 화산파의 그 녀석 같은 상황이라면 도리어 자신을 공격하려 들 것이 뻔하니, 그 또한 걱정스러운 일이다.
일단은 다른 문파부터 하나하나씩 무너뜨려야 한다. 틸러는 공동파를 다음 목표로 정했다. 공동, 청성, 무당, 소림, 개방의 순서로 돌며 무너뜨리는 게 좋을 것이다. 공동파는 도가의 무리, 그러니까 도를 쌓는 이들이다. 게다가 이자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라 한다. 그 점들을 잘 이용하면 도리어 그들에게 악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왜 우리가 이딴 길로 가야 하냐고!”
은유는 화산을 내려오고 나서부터 계속 투덜거리다가 앞에 솟아오른 또 하나의 높은 산을 보며 질겁했다.
여산(麗山). 매우 높은 데다 땅 밑으로 온천이 흘러 이 산만큼은 사시사철 따듯하다. 그 말은 산을 오르다 운이 좋으면 온천을 즐길 수도 있다는 말이었지만, 은유에게 그딴 것은 중요치 않은 듯했다.
“아이 씨! 평범한 길 놔두고 왜……! 하여간 개똥이랑 다니면 힘든 일이 한둘이 아니라니까.”
“하, 하하! 미안하오, 소저.”
은유는 끝없이 투덜거리며 휘령과 틸러의 뒤를 따랐다. 저 성격은 도대체 언제 고쳐질는지. 자신의 첩으로 들이고 나서도 저런 상태이면 상당히 골치 아프다.
‘아아, 목이 뻐근하군!’
머리가 장발로 변하고 나서부터는 목이 자주 뻐근하다. 본래 머리란 것이 천천히 길어서 목의 근력이 함께 키워져야 그 무게를 못 느끼는 것인데, 단발의 머리가 순식간에 허리까지 오는 장발로 변해 버렸으니, 목이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이 산은 정말 험하군요.”
연랑도 험난한 산길이 힘든지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이마의 땀을 닦는 그녀에게 휘령은 딱딱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뿐 아니라 이 산에는 온천이 유명하다. 그리고 이 산에 전설도 내려오고 있지.”
“전설? 이야기해 보게, 령.”
틸러는 다리가 아파 못 견디겠는지 한쪽의 돌덩이 위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듯하니 좀 쉴 겸 겸사겸사해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 것이다.
“이 산에는 설삼이란 것이 있다 했소. 무려 만 년을 먹은, 사람 형상의 설삼. 그 녀석은 의지를 가지고 있어 흥미로운 상대를 만나면 장난을 친다 하오.”
“장난? 설삼?”
틸러에게는 삼(蔘)이란 것의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았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는 본 적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휘령은 틸러의 말을 ‘설삼이 무엇이냐’는 것을 묻는 게 아닌 ‘설삼에 대해 더 이야기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그 인형설삼은 꼬마 동자의 모습인데, 달리는 속도가 매우 빨라 잡을 수가 없다 하오. 그러나 그 아이를 잡아 섭취한다면 내공의 증진뿐 아니라 수명 또한 길어진다 하니, 이 산을 오르는 자들은 한 번쯤 설삼이 나타나 주기를 기대한다 하오.”
“으음, 그렇구먼.”
틸러는 별것 아닌 이야기라는 생각에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설삼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걸어 다니는 영약 같은 것인 모양이었다. 별 상관없지, 그딴 것을 먹는다고 마력에 대한 친화력이 더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가세.”
은유는 휴식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다. 힘들다면서 입은 어찌 그리 쉬지 않고 떠드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젠장! 정말 힘들긴 힘드네. 길이 갈수록 험해지고 구불구불하고…….’
돌아가는 것보다 빠르리라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길은 구불구불하고 수풀도 무성할뿐더러 때때로 급경사가 나오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뜨거운 수증기 때문에 앞뒤 구별이 힘든 곳도 있었다.
일행은 이제 말없이 걷고만 있었다. 은유도 더 이상 말을 할 기운이 없는지 잠잠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올랐을까.
“후우, 이제 좀 쉬세. 어?”
틸러는 경사가 조금 완만해진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내 난처한 듯 주위를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다. 분명 자신의 앞에 휘령이, 뒤에 두 여자아이들이 따라오고 있었건만, 감쪽같이 사라졌다.
“제, 젠장! 아래만 보고 걸었던 게 화근인가?”
낭패다. 틸러는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낮게 깔린 안개와 수풀 때문인지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소리를 치는 바보짓은 더더욱 해선 안 된다. 이런 산에는 호랑이나 곰, 멧돼지 같은 녀석들이 산재해 있다지 않는가.
“응?”
그때, 문득 틸러가 고개를 이리저리로 돌렸다. 분명 무언가 소리가 들린 듯하다. 틸러는 숨소리마저 죽이며 조심스레 귀를 기울였다.
“꺄하하하!”
‘히익?!’
틸러는 등골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이런 산중에 웬 해맑은 웃음소리란 말인가! 이 세계에는 원귀라든가 귀신이란 것이 나타난다더니 그런 것이 나타난 것인가!
“서, 설마 잘못 들었겠지. 하, 하하.”
틸러는 애써 부정하며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산에서 헤어졌다면 정상에서는 어찌 되었건 만나게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채 한 걸음을 떼기도 전에 뒤편에서 예의 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꺄하하하하!”
“히에엑!”
틸러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 험한 산에서 꼬마 아이의 웃음소리라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감은 눈을 조심스레 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꼬마 아이다. 키는 틸러의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이 산길을 올라왔음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어 보였다.
“꺄하하하하!”
그 아이는 틸러를 손가락질하며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웃어대고 있었다. 틸러는 이런 꼬마 아이가 왜 산골에 있을까 하는 의문보다는 눈앞의 이 꼬마 아이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느냐?”
틸러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몸을 숙였다. 그 아이는 틸러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그의 머리카락으로 손을 가져왔다.
“캬하하하!”
‘이, 이놈이!’
녀석은 틸러의 황금빛 머리칼이 신기한 듯 그의 머리카락을 연신 잡아당기며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