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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21화)
제7장 꼬리가 길어도 안 밟힌다(2)


“내 머리칼이 신기하냐?”
틸러가 다시 묻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안아 달라는 듯 양팔을 들어 올렸다.
“안아 달라고?”
또다시 녀석은 고개를 끄덕인다. 틸러는 오를 동안 말동무도 없는데 잘되었다는 생각에 녀석을 안아 들었다.
“응?”
녀석을 안아 든 틸러는 아이가 이상할 정도로 가볍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감촉도 이상하리만치 딱딱하다.
“어라?”
그 아이의 얼굴을 다시 본 틸러의 얼굴에 다시 난감함이 묻어났다.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사람 모습을 한 이상한 나무뿌리 같은 것이었다.
“뭐야, 이거? 내가 홀렸던 건가?”
틸러는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작아진 그 나무뿌리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중얼거렸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이 나무뿌리가 사람이라 여기고 행동했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
“푸후! 재미있네.”
틸러는 그 나무뿌리를 봇짐에 집어넣었다. 무언가 주술이 걸려 있을 만한 물건이면 언젠가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무림인들이 보면 경악을 했을 장면이다. 인형설삼이 사람의 손에 고분고분하게 잡힌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사실 인형설삼은 사람의 욕심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욕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인형설삼은 그 사람에게 흥미를 느낀다는 이야기이다. 틸러는 무림을, 중원을 가지려 하고 있으니 그 이상 큰 욕심을 가진 이는 없으리라. 하지만 되레 자신에 대한 욕심이 강한 사람은 싫어했다. 자신을 가짐으로써 더욱 강해지려 하는 자들은 절대 인형설삼을 가질 수 없었다. 이 또한 틸러에게는 주효했다. 인형설삼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그였기에 설삼이 그를 거부하지 않았던 것이다.
틸러가 봇짐을 다시 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만치의 풀숲이 다시 부스럭거리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여기 계셨네요. 갑자기 감쪽같이 사라지셔서 얼마나 찾았다고요.”
순간 긴장한 틸러. 하지만 풀숲을 헤치고 나온 것은 연랑과 휘령, 은유였다. 틸러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며 뒷목을 긁적였다.
“아, 아니, 잠깐 길을 잃었었구나.”
“나 참, 잘 걸어가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녀석이 어디 있어? 하여간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은유는 그 때문에 길을 돌아와야 했다는 듯 구박을 했다. 그녀에게 구박을 받으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 틸러의 봇짐 안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작게 흘러나오는 듯했다.

서안에 도착한 것은 꼬박 하루를 걷고 난 뒤였다. 파김치가 된 틸러 일행은 객잔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잠에 빠져 들었다. 고단했을 터다. 잘 단련된 휘령조차도 오늘은 상당히 깊이 잠이 든 듯하다. 아니, 그보다 방 안의 분위기가 조금은 이상하다. 약한 솔 향이 풍기는 듯도 하고, 달콤한 향이 나는 듯도 하다. 그리고 모두가 평소보다 너무 깊이 잠들어 있다. 수면 향. 누군가가 수면 향을 피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잠든 방의 창문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창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검은 복면을 쓴 사내가 천천히 기어 들어왔다.
어딜 봐도 도둑이다. 분명 그들이 객잔에 들어올 때부터 값나가는 것깨나 있는 작자들이리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을 게다.
“…….”
그는 조심스레 은유의 사일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연랑의 봇짐도 한쪽 어깨에 들쳐 멨다. 제법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실수를 하여 탁자 모서리에 부딪친 것이다. 그는 소리 없는 신음을 내뱉다가 눈치를 보며 다시 일어섰다. 다행히 아무도 일어난 이가 없었다. 그는 가장 부피가 큰 틸러의 봇짐을 힘겹게 한쪽 어깨에 들쳐 멨다.
이제 볼일은 다 본 것인가. 그는 창문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마지막 점검을 하려는 듯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벽에 기대 세워져 있는 거대한 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눈에 이채가 어린다. 그는 나가려던 몸을 돌려 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러곤 사일검을 허리춤에 차고 조심스럽게 도를 집어 들었다.
화르륵!
“후갸악!”
도둑이 도를 집어 들자 순식간에 붉은 불길이 도둑의 몸을 감쌌다. 도둑은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럼에도 옷이라든가 봇짐은 전혀 타지 않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윽고 불길이 잦아들자 도둑은 도 아래에 널브러져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있었다.

다음 날.
“우리 짐을 옮겨 주려다가 화를 당한 것일까요?”
“바보냐? 도둑이잖아, 도둑!”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말하는 연랑과 그녀를 면박 주는 은유. 그들은 지금 반쯤 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도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파마적룡도의 화기를 견디지 못한 것일 게다. 틸러는 우선 도둑이 몸 이곳저곳에 두르고 있는 물건을 하나 둘씩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휘령이 도둑의 몸을 짓누르고 있던 파마적룡도를 들어내자 은유와 연랑이 도둑에게 달려들었다.
“언니, 복면을 풀어 볼까요?”
“잠시만 있어 봐. 일단 남자인가 여자인가부터…….”
은유는 도둑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몇 번 손을 놀리던 은유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어린다.
“남자잖아. 에씨, 손 버렸네!”
은유는 마치 먼지를 털어 내기라도 하듯 손을 탁탁 털고는 도둑의 복면을 벗겼다. 이내 사내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도둑의 얼굴을 본 순간, 틸러의 얼굴이 미묘하게 움찔거렸다.
“이자는… 전에 본 적이 있는 사람이군요.”
틸러는 도둑의 얼굴이 꽤 낯익어 기억을 더듬었다. 이 능글맞아 보이는 얼굴은…….
“아! 이자는……!”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떻게 된 것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히 도를 집어 든 것 같은데 그 뒤로 기억이 없다. 흐릿한 시야 가운데로 인영들이 눈에 들어온다.
‘젠장, 낭패로군!’
이 상황이면 도망갈 수도 없다. 이자들은 천존과 삼합이라 불리는 고수들이 아닌가. 눈의 초점이 제대로 맞춰지자 그는 천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분명 전에 본 적 있는 얼굴이다.
“어이, 잘 자고 일어나셨소, 점소이 씨?”
점소이? 이 사내는 어찌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일까. 도둑은 의아함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편, 틸러는 황당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 능글맞은 면상은 분명 용문객잔에서 보았던 그 장삼이란 점소이가 아닌가.
“이보시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 알고 있소?”
틸러는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듯 눈이 풀린 장삼을 향해 무심히 말했다. 분명 이자의 생명을 구한 것은 자신인데, 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아, 아! 당신이?”
장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다가 이내 기억난 듯 손바닥을 탁 마주쳤다. 이자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 주었던 그 황금진인이 아닌가!
잠시 후, 장삼은 틸러와 그 일행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고 있었다.
“어이구, 나리! 소인은 정말 몰랐습니다요. 그저 물건을 훔쳐 오기만 하면 된다 하기에…….”
장삼은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맞는 말이다. 자신도 은혜를 알고 그 은혜를 갚을 줄은 아는 사람이다. 비록 낮에는 점소이로, 밤에는 무영보(無影步)라 불리는 도둑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도의를 모르는 소인배는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 주었던 그 황금진인이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그는 천금을 준다 해도 그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흐음! 그러니까 당신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우리들의 물건을 훔치려 했다, 이 말이오?”
틸러가 묻자 장삼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러곤 물어보지 않은 것들까지 술술 불어 대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낮에는 점소이 일을 하고 있지만, 밤에는 무영보라 불리는 도둑으로 활동하고 있습죠. 아, 그렇다고 절대 가난한 이들의 물건을 훔치지는 않습니다요. 시민들의 피를 빨아 돈을 버는 자들, 그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자들의 물건만을 훔칩니다요. 그래서 제 별칭에는 마(魔)나 투(偸) 같은 호칭이 붙지 않은 것입죠. 이번에도 웬 도사들이 부탁을 하기에 분명히 그들의 등을 쳐 먹고 돈을 번 자들일 것이라 생각해서…….”
도사들? 틸러는 이자가 아무렇지 않게 흘린 말을 재빨리 집어 들었다.
“도사라 하시었소?”
장삼은 자신의 진심이 통하고 있다고 생각한 듯 신이 나서 입을 열었다. 생명을 구해 준 분께 보답은 못할망정 도리어 그분들의 물건을 훔치려 했으니, 자신이 성심을 다해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 분명 도사의 복장이었습죠.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었고……. 아! 그러고 보니 그들이 당부한 말이 있습죠!”
“말……?”
은유가 되물었다. 장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물건을 훔치는 데 성공하면 말입니다, 한중에서 만나기로 했습죠!”
“한중? 그 도사들을 말인가?”
장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을 훔쳤으면 건네주어야 할 것이고, 그 접견지를 한중으로 정해 놓았던 것이다.
“한중이라……. 그럼 사천이나 감숙에 있는 문파 중 하나란 말인데…….”
휘령이 못내 의심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굳이 한중에서 만나자 함은 자신들의 문파로 빨리 가져가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장삼은 제안을 하듯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점소이 일을 할 때의 그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그러니까 저 도둑놈을 믿어 보자구? 그게 말이 돼?”
“아, 아가씨, 그러니까 저는 도둑놈이 아닙죠. 무영보…….”
“그러니까 그게 도둑놈이란 말이잖아!”
은유는 장삼이 끝내 못미더운 듯 연신 불만을 토로했다. 덕분에 장삼은 한중으로 출발한 이후부터 계속 그녀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장삼의 계획은 간단하다. 자신이 그 도사들을 만나 물건을 건네줄 때, 틸러 일행이 급습하여 도사들을 제압하고 뒤를 캐묻는 것.
어렵지 않은 계획이다. 하지만 장삼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계획이다. 장삼의 경공은 무영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한번 시험 삼아 달려 보라 했더니 순식간에 몇십 리를 달려갔다 오지 않았던가. 그러니 장삼이 도망치려 하면 얼마든 도망칠 수 있을 것이었다. 틸러는 그를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장삼이란 사내의 눈빛에는 거짓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생각에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도우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망치려 했다면 이미 그때 도망을 쳤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악의 경우, 물건을 넘기고 도망친다 해도 우리는 어떻게든 그 도사들만 잡아내면 되는 것이고. 여하튼 해 볼 가치는 있어.’
틸러가 이토록 배후 인물에 집착하는 까닭은 장삼에게 부탁을 한 것이 문파, 그것도 정파에 속한 유명한 문파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굳이 자신들을 짚어 물건을 훔쳐 오게 한 것은 분명 정파에서 자신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자신들에 대한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였음일 것이다.
‘어떤 놈들인지 일단 걸리기만 해 보라고. 없는 죄명까지 붙여서 처참하게 만들어 버릴 테니!’
자신만큼이나 암수를 많이 쓰는 녀석들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물건을 훔쳐 오라고 시키리라고는 틸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요, 천존께서는 살기만으로도 적을 제압할 만큼 무위가 높으시다 들으셨는데, 어째서 그 힘을 잘 보여 주지 않으시는 겁니까요?”
은유에게 시달리다 지쳤는지 장삼은 틸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나마 주의를 다른 곳으로 끌어 보겠다는 속셈이다.
“그럼 자네는 왜 도둑질을 하는가?”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이다. 틸러는 초연한 눈빛으로 도리어 장삼에게 되물었다. 장삼은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도둑질이 아닙니다요. 그저 약한 자에게 빼앗은 것들을 되돌려 주는 것뿐입죠! 그렇지 않습니까? 원래 모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에 핍박당할 백성들을 조금이나마 돕는다는 게 제 취지라굽쇼!”
장삼은 자신이 하는 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를테면 스스로를 의적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저씨, 객잔은 어떻게 하고 나온 거예요?”
연랑은 아까부터 그것이 궁금했나 보다. 장삼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나리께는 잠시 일이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우리 객잔 나리는 정말 좋은 분이셔서 가끔은 이렇게 나올 수 있다굽쇼.”
“흥! 도둑질하고 있는 걸 알면 꽤나 화를 내겠군.”
은유는 끝내 그가 못마땅한 듯 비아냥거렸다. 그럼에도 장삼은 그저 빙긋 웃을 뿐이다. 틸러도 조금 다른 의미로 웃고 있었다. 이 녀석은 정말 착한 녀석이다. 발이 어마어마하게 빠를뿐더러 잠입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하니,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틸러는 저 녀석을 꼭 정보통으로 만들어 버리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도사들의 인상착의가 어떻던가?”
장삼은 기억을 되짚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드문드문 꿈을 꾸듯 말을 뱉어 내기 시작했다.
“별다른 것은 없었습죠. 검은색의 도복에 허리에는 검. 그러고 보니 검을 세 자루씩 차고 다녔습죠. 뭐랄까, 검이 없으면 안 된다 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검을 주로 사용하는 도가의 문파. 한중과 연결된 감숙과 사천 방향에 검을 사용하는 도가의 문파라면…….
“휘령, 혹시 아는가? 감숙과 사천에 검으로 유명한 도가의 문파 말일세.”
휘령은 묵묵히 틸러의 뒤를 따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이.
“감숙에는 공동파, 사천에는 아미파가 검으로 유명하오.”
“공동과 아미라…….”
아미파는 자신을 막아설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공동파인 것인가? 공동파라면 무림맹에서도 꽤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자신을 견제할 이유가 충분히 된다.
‘일단 가 보면 알게 되겠지. 어찌 되었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녀석들은 없을 테니까.’
이틀을 꼬박 걸었다. 쉬지 않고 티격태격 싸우던 은유도 종래엔 지쳤는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물론 다른 일행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오가 되어서야 겨우 도시의 모습이 저만치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틸러 일행은 지친 몸을 이끌고 한중으로 들어섰다.
“약속한 날은 내일이니까 오늘은 쉬자구요. 아, 그리고 혹시 감시당할지도 모르니 여기선 떨어져 있읍시다. 괜찮지요?”
틸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점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장삼은 손을 번뜩 내밀었다.
“주십쇼.”
“……?”
장삼은 당연하다는 듯 손으로 틸러의 짐 보따리를 가리켰다.
“일합님의 도는 가져갈 수 없어도 다른 분들 짐은 저한테 맡기셔야 합죠. 그래야 확실히 속여 넘길 수 있습니다요!”
연랑은 서슴없이 자신의 봇짐을 장삼에게 넘겨주었다. 며칠간 보고 판단한 결과,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 연랑이 짐을 넘겨주는 것을 보자 은유도 몇 번 주저하다가 사일검을 넘겨주었다. 틸러는 역시 봇짐에서 약간의 엽전을 꺼낸 후 넘겨주었다. 장삼은 두개의 봇짐을 어깨에 들쳐 메고 검을 허리춤에 찬 후, 내일 보자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장삼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틸러 일행은 그제야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정말 저 녀석을 믿을 생각이야?”
은유가 틸러에게 쏘아 대듯 말했다. 그녀는 벌써 사일검을 도둑맞아서 돌려받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