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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22화)
제7장 꼬리가 길어도 안 밟힌다(3)
“소저, 그가 우리 것을 훔쳐 도망가려 했다면 어제도, 그제에도 가능했을 거요. 그러니 믿어 봅시다.”
은유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저만치에 보이는 객잔으로 달려 들어갔다.
일찍 방을 잡고 들어온 틸러는 볼 것 없이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 잠만큼이나 도움이 되는 것이 명상이다. 게다가 마력을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뜨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고 말이다.
여전히 몸속을 흐르는 황금잔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아래로 자신의 마력이 흐른다. 그럼에도 틸러는 약간 조급함을 느꼈다. 마력량을 늘리고 싶다. 어떻게든 늘리고 싶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황금잔의 기운을 사용해 보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살기 방출 정도만 가능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틸러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해 보기로 결정했다. 몸속을 도는 황금잔의 기운에 조금 가속을 붙여 보기로 한 것이다. 혈맥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위잉! 위잉!
몸속의 마력을 운행시키면서 황금잔의 기운도 조금씩 조금씩 빠르게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이내 황금잔의 마력은 가속이 붙었는지 빠른 속도로 몸을 돌기 시작했다. 귀로 피가 흐르는 듯한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며, 심장 박동도 빨라지고 있었다.
티잉!
틸러의 몸을 이질적인 느낌이 감싸 안았다. 그리고 주변을 흐르는 공기의 흐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황금잔의 마력은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몸속을 돌고 있었다.
“……!”
조용히 눈을 뜬 틸러는 깜짝 놀랐다.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은유와 연랑도, 검을 갈고 있는 틸러도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마치 타임 슬립 같은 고위급 마법을 시전한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설마?’
틸러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속을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는 마력 때문에 한번 움직일 때마다 혈맥들이 욱신거렸지만 간신히 일어설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기혈이 뒤틀리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마력을 순환시킨 탓인 듯하다.
‘음, 마력을 빨리 순환시킬수록 내 반사신경이 발달한다는 것인가? 그래서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고? 이거 여러모로 쓸 만하겠군.’
이렇게 빠른 속도로 마력을 순환시켰기에 거동에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이지, 순환 속도를 조금 늦추면 훨씬 몸에 부담이 적을 것이다. 위기 상황 시, 혹은 자신의 힘을 보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되는 능력 하나를 더 발견한 것이다.
‘가만, 그럼 느리게 돌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틸러는 다시 마력을 안정시켰다. 그리곤 마력의 순환을 억제시켰다. 자신의 마력으로 황금잔 마력의 흐름을 강제로 저지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황금잔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순환이 서서히 멈추어 갔다. 이윽고 완전히 멈추어 섰음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주위의 시간이 빨리 간다거나, 혹은 느리게 간다거나 하는 변화조차도 없다.
‘읏?’
몸을 일으키려던 틸러는 생각지 못한 결과에 깜짝 놀랐다. 몸의 관절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마치 돌이라도 된 듯 딱딱하다. 입은 움직일 수 있나? 다행히도 입과 혀의 움직임에는 무리가 없었다.
“령, 은유 소저, 연랑. 잠시 이리 좀 와 보게.”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굴려 간신히 말을 한 틸러. 이내 은유, 휘령, 연랑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내, 내 몸을 한번 만져 보게.”
“몸? 내가 네 몸을 왜?”
은유와 연랑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몸을 만져 달라는 말이 그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버린 듯했다. 별수 없이 휘령이 틸러의 몸으로 손을 가져갔다.
“음?”
틸러의 몸을 만지던 휘령의 얼굴이 심상치 않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내 휘령의 손이 이곳저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순히 꾹꾹 누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곳저곳을 손끝으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틸러는 자신의 몸을 누르는 손끝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가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음에 의아해 했다.
“아프지 않소?”
“전혀.”
휘령은 경악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휘령의 손끝에는 상당한 양의 내기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단번에 피를 쏟으며 혼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내기가 담겨 있는데 고통은커녕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지금 내 손끝에는 내기가 담겨 있소. 정말 아프지 않소?”
‘내기?’
이번에는 틸러가 놀랐다. 그저 툭툭 치는 것으로 느꼈는데 내기가 담겨 있었단 말인가! 순간, 틸러의 머릿속에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도검불침, 혹은 금강불괴.
“내 몸의 느낌이 어떠한가?”
“마치 돌을 두드리는 것 같소. 게다가 호흡도 맥박도 전혀 느껴지지 않소.”
순간 틸러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무언가를 결심이라도 한 듯 눈을 감으며 단호히 말했다.
“령, 검을 들어 나를 내려치게.”
“뭐, 뭐라 하시었소?”
휘령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확신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이어진 대답은 자신을 검으로 내려치라는 틸러의 단호한 한마디였다.
“미쳤어, 개똥? 그런 짓을 하다간 죽는다구! 저 도는 장난감이 아니야!”
은유는 절대 해선 안 된다며 틸러에게 소리쳤다. 연랑도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걱정되는 듯 틸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틸러는 짐짓 여유로운 척 입을 열었다. 물론 그도 겁이 나기에 눈을 뜰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걱정 마시오, 소저. 휘령, 무엇 하는가? 어서 내려치게!”
“믿겠소!”
휘령은 단호히 외치며 도를 뽑아 들었다. 진기가 담겨 있지 않기에 화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번뜩이는 예기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질 만큼 날카로웠다.
휘령의 팔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연랑은 보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은유도 말을 않고 있을 뿐이지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높이 들어 올려졌던 도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티이잉!
“……!”
마치 검이 튕겨 나오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틸러가 살며시 눈을 떠보니 파마적룡도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져 있고 휘령은 경악한 듯 굳어 있었다.
“도, 도검불침……!”
몇 초 만에 간신히 도를 거둔 휘령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전설처럼 내려오던 도검불침의 경지를 눈앞에서 확인했다. 그 정신적인 충격은 말하지 않아도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어, 어떻게……! 대단해, 개똥……!”
은유와 연랑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을 튕겨 내다니, 그것도 전설의 보도 파마적룡도를 말이다.
하지만 틸러는 여전히 평온했다. 황금잔의 마력을 막고 있던 자신의 마력을 다시 순환시키고 있던 틸러는 황금잔의 마력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돌처럼 뻣뻣했던 몸이 금세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그 단시간 동안 엄청나게 체력을 소모했는지 일어서다 이내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놀란 연랑이 달려와 부축해 주자 간신히 침상에 걸터앉은 틸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말했다.
“후우! 아직은 힘들구먼. 령, 자네의 수련은 어찌 되어 가나?”
틸러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하며 휘령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내 모두의 시선이 휘령에게로 몰렸고 휘령은 당황스럽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아직 그 자연의 기운이란 것을 느끼지는 못하겠소.”
‘후우! 당연하지!’
사실 휘령이 자연의 기운을 느끼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몸속에 인위적으로 쌓아 놓은 자연의 기운이 전혀 없을 때라야 비로소 자연의 기운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일단 한 번 자연의 기운을 감지해 내면 그 뒤로 다시 감지해 내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않은가. 일단 자연의 기운을 정제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몸의 기운마저 자연의 기운과 흡사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과 다른 것이 없는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열심히 해 보도록 하게. 때가 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라네.”
‘죽고 나서라면 가능할지도.’
틸러는 그를 격려해 주듯 말하고는 털썩 드러누웠다. 지금 이 몸속을 흐르는 황금잔의 마력은 사용하기에 따라서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든든함을 느꼈다. 겨우 1클래스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자신이 황금잔을 사용하면서 엄청난 능력들을 얻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오른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와 몇 가지 부작용들이 있었지만, 그것이야 자신이 수련을 하고 또 마력을 다루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조금씩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자신은 위급 상황에 또다시 새로운 기적을 모두에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이고, 또 병장기에 의한 공격을 일시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은가.
‘앞으로 마력을 모으는 것보다 황금잔의 마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데에 주력하도록 하자.’
틸러는 황금잔의 마력의 용도를 확실히 밝혀내고, 또 이미 밝혀낸 것들을 확실하게 사용할 수 있게 수련하겠다고 다짐하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그들은 장삼이 도사들과 만나기로 했다는 저잣거리의 근처에서 간단한 소면을 시켜 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구실일 뿐이고, 다들 면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그들의 신경은 오로지 멀리 서 있는 장삼에게 쏠려 있었다. 장삼도 그들을 발견했는지 눈짓을 보냈다.
이윽고 자시가 되자 검은 도복을 입은 도사들 다섯이 장삼에게로 다가왔다. 그의 말대로 허리에 세 개의 검을 차고 있었다.
“왔네요. 어떻게 할까요?”
“천천히 가 보도록 하자꾸나. 도포는 썼느냐?”
틸러는 도포를 눌러쓰며 고개를 돌렸다. 나머지 셋도 어설프게나마 모습을 가렸다. 그들은 천천히 음식점에서 걸어 나와 길을 걷기 시작했다. 태연한 듯 걷고 있지만 발걸음에는 긴장이 가득해 보였다.
“헤헤헤, 도사님들. 제가 말하지 않았소이까, 성공한다고.”
“그래, 잘했네.”
근처로 다가가자 장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삼은 틸러 일행이 다가온 것을 확인하고는 예의 그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말입지요,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무엇인가?”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던 도사가 되물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상당히 거만하다. 장삼은 씩 웃으며 봇짐을 어깨에서 풀고는 말했다.
“천존이 바로 여러분들 뒤에 계시거든요.”
“무어라!”
순간, 장삼은 봇짐을 들고 도약해 올랐다. 장삼의 신형이 순식간에 건물의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도사들은 검을 뽑아 들고 몸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에게서 여섯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복을 벗은 틸러 일행이 서 있었다.
“우리 물건을 훔쳐 오라고 시킨 자가 당신이오?”
틸러는 여유롭게 물었다. 여유로운 척하는 것은 상대의 사기를 꺾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을 무시하고 있다, 깔보고 있다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상대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좋은 무기이지 않은가.
도사들은 크게 당황한 듯했다. 설마 무영보라는 이름 있는 도둑이 배신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데다 이리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맞닥뜨렸으니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 아닌가. 게다가 반사적으로 검까지 뽑아 들었기에 이미 주위의 시민들은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 우리는 그런 일을 시킨 바가 없소!”
맨 앞에 서 있던 도사가 당황한 김에 말을 내뱉자 틸러는 코웃음을 쳤다.
“그럼 저 위의 무영보에게 우리의 물건을 훔쳐 오라 시킨 자들은 당신들이 아니오?”
“후, 훔쳐 오라니요! 그저 우리는 천존이라 불리는 자는 어떤 물건을 가지고 다닐까 하는 의문에서…….”
‘도를 공부하는 도사라더니 다 헛말이었군. 이리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야!’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틸러는 씩 웃으며 되물었다.
“그럼 가져오라 명했던 것은 맞다는 이야기가 아니오?”
도사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다만 얼굴을 붉히며 난처한 듯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그대들은 어느 문파의 도사들이오? 나는 천문의 천존이라 하오.”
여기서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문파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천존이라는 이름은 지금 강호 전체를 울리지 않고 있던가. 게다가 틸러의 긴 금발이 좌중을 압도하고 있는 듯했다.
“우, 우리는 공동의 도사들이오.”
상대가 통성명을 하는데 자신들이 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 생각한 듯하다. 역시나 멍청한 녀석들. 저런 녀석들이 어찌 도사 짓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따름이었다.
“요즘 공동파는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오라 가르치나 보오? 허허허!”
틸러는 비웃음을 날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들을 둘러싼 시민들은 공동파의 도사들이 천존의 물건을 훔치려 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도사들은 주위가 자신들의 이야기로 술렁이자 다시 얼굴을 붉히고는 이내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대야말로 사기꾼이 아니오? 천존이라는 이름은 다 허명이요, 화산을 멸문시킬 때도 사악한 암수를 썼다는 것을 우리가 모르리라 생각하오? 지금 무림맹에서는 그대들을… 크헉!”
말을 쏟아 내던 도사의 입에서 핏물이 한 움큼 뿜어져 나왔다. 엄청난 살기가 그들의 온몸을 뒤덮은 것이다. 그 기세는 역시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구경하던 시민들도 황급히 물러날 정도였다. 틸러는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돋우며 말했다.
“누구의 이름이 허명이며 어디서 사악한 암수를 논하는가! 그대 공동이야말로 겉으로는 도를 닦는다 하나 뒤로는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며 남의 성공을 질투하고 도의 수련보다 검의 공부에만 전념하지 않았소! 그리하여 강호에 나온들 잡배들과 다를 것이 무어요!”
도사들은 그의 말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듯했다. 금방이라도 죽일 듯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틸러는 이내 살기를 거두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제야 힘이 풀린 듯 크게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자세를 다잡았다.
“지, 지금 우리 공동을 모욕한 것이오?”
그래도 입은 살았는지 도사는 크게 엄포를 놓았다. 주위의 구경꾼들은 도사들을 한심하다는 듯, 그리고 틸러를 존경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이미 빠져나갈 구멍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틸러와 그 일행들은 검도 뽑지 않은 상태인 데 반해 자신들은 검을 뽑아 들고 있다. 게다가 크게 말실수를 하여 천존의 화까지 돋우었으니, 하늘이 노랗게 될 지경이었다. 이야기로만 들었지 막상 접해 보니 천존의 살기는 자신들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것이지 않은가.
틸러는 기세를 몰아 소리쳤다.
“나 천존은 지금 이 순간부터 공동을 정파의 무리로 인정하지 않겠소. 정파로서 갖추어야 할 협과 의, 도를 갖추지 못한 문파는 정파로서의 자격이 없소!”
“무엇이오? 지금 말 다 했소?”
도사들은 자신들의 귀로 듣고도 믿지 못할 만한 엄청난 모욕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이내 죽일 듯 틸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우리 공동파를 모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부정해 버리는구려! 우리도 당신을 인정하지 못하겠소! 당신은 화산을 멸문시킨 마도의 무리일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