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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법사 1권(24화)
제7장 꼬리가 길어도 안 밟힌다(5)
정사대전 당시 보타문의 문주는 강호는 오직 힘에 의해 좌우되어야 하며, 무공을 배우지 않은 자들은 무림인들의 싸움에 끼어들 권리가 없다고 힘주어 주장했다. 물론 정파에게 그 말은 얼토당토않은 것이었다. 민중의 힘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보타문도 사파의 무리로 전락해 보타산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선대 보타문주의 의지를 받아 든 라빈은 다시금 힘이 무림의 기준이 될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화문익은 한쪽에서 집채만 한 늑대를 쓰다듬고 있는 두 명의 거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을 얼기설기 걸치고 산발한 머리를 대강 질끈 묶은 이들은 녹림채의 우두머리 녹림이마였다. 일마는 이마보다 덩치가 좀 더 크고, 옆에 엄청나게 큰 도를 땅바닥에 박아 놓고 있었다. 성인 장정 네다섯 명이 겨우 들 수 있을 법한 이 거도는 일마의 애병이었다. 그 옆에 앉은 조금 덩치가 작은 거한은 이마. 그의 한쪽 팔 아래에는 은랑이 얌전히 앉아 있었다.
이마는 상스럽게 침을 퉤 뱉고는 입을 열었다.
“아, 거 지금 무림은 난리가 났소. 천존인가 하는 녀석이 나타나 정파들의 간판을 하나 둘씩 내리고 있다 하더이다.”
화문익은 의외라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천존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구려. 어느 문파의 고수요?”
이마는 대전이 울릴 만큼 호탕하게 웃어젖히더니 말했다.
“거참,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소. 그 천존이란 자는 하늘에서 내려왔다 하더이다. 세상의 어떠한 검이라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도검불침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 하는데, 그 말을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소. 여하튼 천존이란 자가 자신의 수하 셋과 함께 화산파를 멸문시켰다는 것은 확실하오.”
화산파가 멸문되었다는 말을 듣자 화문익뿐 아니라 나머지 세 무인들도 몸을 움찔했다. 화산의 검법은 비록 겉치레에 많은 것을 할애해 화려하기만 하다지만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런 문파의 간판을 단 네 명이서 내릴 정도라면, 그들은 충분히 경계할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 외에 다른 정보는 없소?”
이마는 입 안에서 질겅거리던 가래침을 다시 땅바닥에 퉤 뱉더니 은랑에게로 손을 가져갔다. 거칠어 보이는 손도 그때만큼은 조심스럽다. 이내 고개를 든 은랑. 이마는 은랑의 눈을 지그시 들여다보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한참 만에 이마는 은랑에게서 눈을 떼었다.
“그 천존이란 자는 금발이고, 오른손에 항상 황금잔을 들고 다닌다는구려. 퉤! 옌장, 이거 이러다가 우리가 무림에 출수하기도 전에 정파란 정파는 다 간판을 내리겠네그려!”
이마가 거칠게 말하며 대전 밖으로 걸어 나가자 대전 안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천존이란 자를 가만두어선 아니 되겠소.”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도복을 입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사내의 외모는 잘생기진 않았으나 굳건한 느낌을 주었다. 작은 눈은 단호한 빛을 뿜고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은 그의 무공에 대한 고집스러움을 나타내 주는 듯했다.
“원산(元뼈), 그대가 손을 쓰시겠소?”
화문익은 믿음이 간다는 듯 말을 건넸다. 원산이란 자는 장백파라 불리는 무인들 집단의 장문인이었다. 장백파는 주로 고려인들로 이루어진 문파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고려에서 무장으로 이름을 날렸었다. 그들의 강한 무력에 불안을 느낀 조정이 그들을 백두산 이북으로 쫓아 보냈던 것이다. 나라에서 두려움을 느낄 만큼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던 만큼 그들의 검은 매우 패도적이고 잔인했다. 일격에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놓을 만큼 강한 무공은 중원의 무인들에겐 괴이독랄하다고 할 만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이 나서 준다는 것은 대단히 믿음이 가는 일이었다.
“내 직접 출수하겠소. 그 천존이란 자의 극상의 무위를 내 눈으로 확인하겠소.”
원산은 강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크게 즐거운 듯했다. 화문익은 그런 그를 믿음직스럽다는 듯 내려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소. 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리리다.”
대전 밖을 나서는 화문익의 뒷모습이 유난히도 크게 느껴졌다.
제8장 주은 건 주은 사람이 임자 (1)(1)
공동산은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다. 도를 수행하는 도사들이 있기에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풍경이 수려하고, 또 아름다웠다.
“오라버니,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렇구나.”
연랑은 녹음이 푸르른 숲을 반짝이는 눈으로 돌아보고 있었다. 연랑뿐 아니라 은유도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누가 봐도 나들이를 가는 것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공동파의 간판을 내리러 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느 누구도 이들의 모습이 정상이라 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은 예로부터 오대검파(五大劍派)라 불리는 검의 명가인데, 고작 넷이서 그 문파를 멸문시키는 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천존과 함께 있다는 것에 큰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무림에는 천존은 무적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지 않은가.
“도착한 것 같네요.”
이내 거대한 장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동파의 본관. 과연 도를 수련하는 보수적인 문파답게 높고 두꺼운 벽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이곳은 수문장도 없구려.”
틸러는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은 문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이내 휘령의 말이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이런 상황에 수문장 같은 이들도 없다는 것은 확실히 그 의미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을 듯했다. 저들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왠지 꺼림칙하군.’
틸러는 무언가 좋지 않은 것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거의 확신이 든다. 화산파가 멸문당한 것을 알고 다음 목표가 자신들이란 것을 안 이상, 아무리 바보라도 대비책을 세워 둘 것이 분명하다.
“그럼 가지.”
틸러는 문파의 대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은유, 연랑, 휘령도 무언가 꺼림칙함을 느꼈는지 미심쩍은 표정으로 틸러의 뒤를 따랐다.
끼이이!
그들이 다가서자 문이 서서히 열렸다. 열어 주는 이가 없음에도 스스로 열렸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괴기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저 멀리에 공동의 장원이 보인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틸러 일행은 당당하게 공동파로 입성했다. 틸러, 연랑, 은유, 마지막으로 휘령이 들어오자 문은 처음에 열렸던 것처럼 다시 스르르 닫혔다.
“어라?”
문에서 시야를 돌린 틸러는 크게 당황했다. 눈앞을 높은 돌벽이 가로막고 있지 않은가! 분명 들어오기 전에는 이런 것이 없었는데, 놀라울 따름이다.
척! 척!
“꺄앗!”
연랑이 놀란 듯 틸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거대한 돌벽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붙어 있는 모양새였던 것이다. 게다가 그것들은 일정 주기를 가지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진법인가?”
휘령이 장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진법. 틸러로서는 난생처음 당해 보는 것이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돌은 육각형 모양으로 그들의 주위를 둘러쌌다. 여섯 개의 변 중 한 군데는 뻥 뚫려 있어 다음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그 다음에도 역시 벽이 둘러싸고 있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몇십 초의 간격으로 벽들이 앞뒤 혹은 옆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잘못하면 일행도 뿔뿔이 흩어질 수 있는 것이다.
“천존께서 납시셨소?”
틸러가 한 걸음 움직이려 할 때, 굵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을 돌아보아도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 다시 말을 걸어 왔다.
“공동파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천존.”
“허허! 손님 접대가 이래서야, 원.”
틸러는 진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했다. 어떠한 상황에도 겁을 먹거나 동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허허, 접대가 조금 형편없더라도 이해해 주시구려. 우리는 마도의 무리를 환영할 정도로 좋은 이들은 아니외다.”
“그렇구려. 듣던 대로 소인배들의 무리인 듯하오.”
틸러가 비아냥거리자 여유롭게 들려오던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 이윽고 한참 만에 들려온 목소리는 아까와 달리 조금 분노에 차 있었다.
“한번 잘 빠져나와 보시오. 그 안에서 굶어 죽더라도 내 시체는 치워 드리리다.”
틸러는 대답 없이 그 벽으로 다가갔다. 손으로 몇 번 쳐 보니 여간 단단한 것이 아니다. 틸러는 슬쩍 휘령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내 휘령의 파마적룡도가 벽으로 날아들었다.
콰드득! 채애앵!
벽에 박혀 들어갈 듯 부딪친 파마적룡도. 하나, 벽은 약간 흔들릴 뿐 도리어 검을 튕겨 내고 말았다.
“어, 어쩌죠? 이 안에 평생 갇혀 있어야 하는 걸까요?”
연랑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게다가 이 돌벽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니 한곳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젠장, 일단 가 보자고!”
은유는 콧김을 뿜으며 길이 트인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틸러와 연랑, 휘령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첫 번째 방을 지나자 좁은 통로가 나왔다. 빙빙 돌아 이동해서 다음 방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진 듯하다. 별수 없이 그들은 앞으로 천천히 전진했다.
스르릉! 스릉!
몇 초나 지났을까, 주위의 돌벽이 마구잡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뒤로 옆으로. 몇 초 만에 주위의 지형이 완전히 변해 버리지 않았는가.
“난감하군.”
“그러게요.”
틸러는 망연자실하게 돌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별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내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로는 똑같은 행동의 반복이었다. 몇십 초간 앞으로 나아가고, 몇 초간 지형이 바뀌고 다시 몇십 초간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일이 수십 번 반복되자 틸러뿐 아니라 연랑, 은유, 휘령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 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이 안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꺄앗!”
뒤에서 힘겹게 따라오던 연랑이 발을 헛디뎠는지 앞으로 철퍽 엎어졌다. 이내 휘령이 그녀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갔다.
“어이, 빨리들 오라구. 그렇게 축 처져 있다간 정말 죽어 버릴지도 몰라.”
은유가 애써 씩씩하게 외쳤다. 하지만 연랑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녀는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스르릉! 스릉!
그 순간, 돌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틸러, 은유와 휘령, 연랑 간의 사이는 열 걸음 정도. 달리지 않으면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달려! 어서 달리게!”
틸러는 다급하게 외쳤다. 휘령은 재빨리 연랑을 안아 들고는 틸러에게로 달려왔다. 그러나 이내 돌벽이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 이런! 휘령, 들리는가?”
틸러는 망연자실하게 외쳤다. 하지만 돌벽이 소리마저도 막아 버린 듯,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든 진법을 파훼시킬 수밖에 없어.”
은유는 결심한 듯 사일검을 뽑아 들었다. 틸러는 혹여 그녀와도 떨어지게 될까 봐 그녀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녀는 돌벽 앞에 비장한 표정으로 다가섰다. 이내 그녀의 몸이 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일귀전!”
채채챙! 챙!
돌벽으로 검기들이 날아든다. 하지만 뒤로 튕겨져 나온 것은 도리어 검법을 시전한 은유였다.
“크윽! 쿨럭!”
벽은 내기를 도리어 튕겨 내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아까 휘령의 도에 담긴 내공은 그리 깊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은유의 내공을 쏟아 부어 시전한 검법이었기에 튕겨 나온 기운의 강도도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소저!”
“제, 젠장! 괜찮아, 아직은.”
그녀는 입가에 흐르는 핏줄기를 스윽 닦아 내고는 힘겹게 일어섰다. 피가 선홍색인 것을 보니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하다.
“무리하지 마시오. 일단은 계속 나아가면서 방법을 모색해 봅시다.”
은유는 자신을 부축하려는 틸러의 손길을 얼굴을 붉히며 뿌리치고는 비틀대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몇 걸음 가다가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러지 말고 제게 업히십시오. 그러다가 몸 다 망가지겠습니다.”
틸러는 짐짓 걱정스러운 척 등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은유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도 업어 준답시고 엉덩이를 연신 만져 대던 틸러가 아닌가.
“쳇! 음흉한 녀석. 이번에도 이상한 짓 하면 죽을 줄 알아.”
“아하하! 제가 언제 이상한 짓을 했다구요.”
그러면서도 그녀가 업히자마자 엉덩이로 손이 가는 틸러였다.
틸러는 은유를 업은 채로 그저 앞으로 걸어갔다. 주위의 지형이 하도 변해 이제는 몇 번 변했는지 그 숫자도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어디쯤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도 몽롱하니 마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
“후우! 후우!”
틸러의 호흡도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었다. 은유가 무거운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몸에 무리를 주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끝을 알 수 없다는 압박감과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의 몸을 조금씩 잠식해 가고 있었다.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틸러의 눈빛이 처음으로 절박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후후, 나오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을 테지.”
구천도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법의 속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진법이 파훼되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안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밖에서 보는 육합팔괘진의 모습은 안에서 보는 것과 정반대였다. 비석으로 입구 주위를 둘러싸고 그 밖에서 여섯 명의 도사가 주문을 외우고 있다. 그리고 안에 있는 사람에게 환각을 유발시키는 사혼향도 팔 방향에 피워져 있다.
만약을 대비해 그 뒤에는 삼절검진을 위해 속가제자들 백여 명이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구천도장과 용화도장은 안에 갇혀 있는 천존과 일행이 살아서 진법을 파훼시키지는 못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허허! 여기서 천존의 신화도 막을 내리는 것인가.”
“애초에 사기꾼이었을 뿐입니다. 어찌 사술을 피워 화산파를 멸문시키긴 했지만, 우리 공동에는 통하지 않지요.”
구천도장은 인자하게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이번 일을 발판으로 자신이 무림맹주가 되는 각본을 짜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헛된 꿈을 깨 버리기라도 하듯 도사들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변해 갔다.
“……!”
“크헉!”
도사들이 하나 둘씩 피를 뿜으며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구천도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에 있는 자가 도사들 여덟 명보다 내공이 적어도 다섯 배 이상은 높아야만 내공으로 뚫어낼 수 있는 육합팔괘진인데, 그것이 가능한 이가 무림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안에 있던 틸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움직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몸이 지치고 있었다. 별수 없이 벽에 몸을 기대려 왼손을 얹은 순간.
두근!
“크윽!”
틸러는 왼손에 느껴지는 섬뜩한 고통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벽으로 왼손을 가져다 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