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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Part 5 인생역전 (3)


나는 한약방에 홀로 남아 허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 상황이 현실이라고 믿겨지질 않았다. 여드름도 모자라 전신마비라니. 그래도 말은 할 수 있고 목은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엄마…… 울겠지…….”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엄마, 비록 이런 괴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들이라도 금처럼 옥처럼 길러 온 아들이 이 꼴이 되다니. 전신마비가 되어 앞으로의 인생이 엉망진창이 된 것보다 엄마의 슬퍼할 얼굴이 더 두렵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영희야…….”
그래도 영희가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잘못돼서 내가 몸 던진 보람도 없이 영희도 똑같은 모양으로 옆에 누워 있었으면 꼴이 우스워질 뻔했다.
“푸핫.”
두 남녀가 목 아래로 마비돼서 목만 움직이면서 서로 마주 보는 모습을 상상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웃고 나자 금세 가슴으로 허무함이 밀려왔다.
“하아―”
아무도 없는 한약방으로 내 한숨 소리가 느릿하지만 길게 울려 퍼졌다.
“차라리…… 죽었으면…….”
아무것도 모른 채 죽었다면 좋았을 텐데.
난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죽어 버렸으면 영희의 목숨도 구하고, 어머니가 슬퍼하는 모습을 볼 필요도 없다. 물론 내가 죽으면 어머니는 슬퍼하시겠지만, 그래도 나한테 묶이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살아 버렸어…….”
이런 꼬락서니로 말이다.
“죽어 버릴까…….”
이 비참한 상황을 비관해서 괜히 내뱉어 보는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죽음을 내뱉는 이 순간, 난 몹시 냉정하고 차분했다. 아버지도 없이 홀로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엄마가 날 따로 돌볼 시간은 없다. 간병인을 둘 사정도 못 된다.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보험금도 많이 나올 테고, 그 돈으로 엄마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가 있다.
게다가 내겐 이런 몸으로 살 자신도 없다. 목과 주둥이만 움직여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항문에도 감각이 없으니 먹으면 싼 지도 모르고 똥만 죽죽 싸댈 게 분명하고, 내 꼴은 똥 만드는 기계 꼴이 될 게 뻔하다. 난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존엄사…….”
예전엔 그다지 감흥을 못 느꼈던 단어.
난 내 존엄함을 위해, 죽기로 결심했다.
“으윽, 으이이익…….”
하지만 죽는 것도 쉽지가 않다.
수면제 같은 방법도, 목을 매는 방법도,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것도, 손목을 긋는 것도, 농약 같은 걸 먹는 것도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움직이는 입과 자르면 피가 많이 나와 과다출혈 또는 숨을 쉬지 못해 죽는 부위, 혀를 깨무는 것.
“아, 아하……(아파…….)”
하지만 여간 독한 사람이 아니고선 자기 혀를 잘라서 죽는 건 불가능했다.
혀를 깨물어 보았지만 고통만 어마어마하고 끝까지 이에 힘을 줘 굵은 혓바닥을 끊어 내는 건 불가능했다. 이가 혀로 파고들면서 느껴지는 고통은 소름 끼칠 정도로 괴로웠고, 그렇다고 단호하게 딱 하고 끊어 낼 용기도 없다.
“으흐흐흐흑…….”
혀가 아프고, 신세가 처량해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죽지도 못하는 꼴이라니.
“흐흑…… 누가…… 누가 나 좀…… 죽여 줘…….”
조용히…… 아프지 않게, 마치 잠드는 것처럼 날 죽여 줘.
내가 흐느끼며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정말 죽고 싶으냐.”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난 인영. 혼자라고 생각했던 난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하, 할아버지?”
영희네 할아버지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한약방에 출근 도장을 찍는 초고령 장수 군단의 노인들도 모여 날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랑 다르게 엄숙한 분위기. 게다가 새까만 한복을 걸친 모습은 조금 으스스한 기분도 들었다.
“정말 죽고 싶은지 물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그렇게 물었다.
“……네.”
죽고 싶다.
이건 순수한 진심이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이렇게 살 바에야…….
“하지만 살 수 있다면?”
“……이렇게 말이에요?”
내 목소리엔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비웃음이 맺혔다. 이렇게 사는 게 사는 거라고? 살아만 있으면 축복이고 행운이라는 건 개떡 같은 소리다. 다른 이들은 살아‘갈’ 때, 난 그저 살아‘있’다. 다들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데, 난 그저 제자리에서 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영희도 지금은 죄책감에 슬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날 잊고, 내 귀에 속삭였던 그 달콤한 말도 빛바랜 추억으로 간직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갈’ 것이다.
“죽여 주세요. 죽고 싶어요. 이렇게 사는 건…… 싫습니다.”
그 말에 할아버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원래대로?
그토록 원망하고, 끔찍하게 싫어했던 내 모습이었지만 그때의 모습, 상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괜한 희망을 가져봤자, 그 뒤에 돌아오는 건 희망을 가졌던 만큼 깊어진 절망의 구렁텅이다.
‘또 경험할 필요는 없어.’
난 눈을 꼭 감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그 무엇이라도…….”
팔겠다.
그 중얼거림은 내 마지막 희망의 실타래였다. 희미하게 남은 한 자락 실타래. 희망을 갖지 않으려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결국 이 말을 중얼거리게 만들었다.
“영혼이라도, 그 무엇이라도 내놓겠다는 말이냐?”
난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좋다. 널 고쳐 주겠다. 원래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지만 그 목소리는 몹시 단호하고, 그 어떤 꾸밈도 없었다. 희망을 주려고 하는 말도 아니고, 날 꼭 고치고 말겠다고 자기 자신과 하는 다짐 같은 것도 아니었다. 고칠 수 있을 거라고 확신에 차서 내뱉는 그런 종류의 말도 아니었다. 그저 눈앞의 컵을 바라보며‘이것은 컵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담담하고, 그저 사실을 말하는 듯한 목소리.
“저, 정말요?”
나도 모르게 내뱉은 다급한 말엔 희망이 어려 있었다.
“그래, 하지만 그 이후, 넌 우리의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할게요, 하겠어요!”
그 말에 운상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다.
“하지만 죽는 게 나을 정도로 괴로울 수도 있다.”
상관없어.
“그 이후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상관없어.
“날 원망할지도 모른다.”
상관없어.
“차라리 그때 죽었다면 하고 바랄지도 모른다.”
상관없어.
“그래도 좋으냐.”
난 내 몸 중 오로지 움직이는 고개를 힘주어 간신히 끄덕여 보였다.
“그렇다면 좋다. 1장로…….”
그 말에 검은 한복을 입은 박금자 할머니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1장로라니…… 게다가 연상인데 반말을…… 이 와중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난 아직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게 분명하다.
“후우…….”
날 바라보는 박금자 할머니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어려 있었다. 박금자 할머니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평소와 다르게 내 얼굴의 껍데기, 우툴두툴한 여드름을 바라보는 듯했다. 137년을 살아온 노회한 얼굴과 깊숙한 눈동자엔 아직 짧디짧은 인생을 살아온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스윽―
이내 날 바라보던 시선을 거둔 박금자 할머니는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할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고 할머니는 손에 들린 네모난 함을 들어 올렸다. 귀한 한약 같은 게 들어 있는 케이스처럼 보였다.
‘한약을 먹여서 낫게 한다고?’
솔직히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하지만 난 그 생각을 입으로 꺼내지 않고 하는 행동을 그저 지켜만 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고.
달칵―
케이스를 열자 순간 마치 무협지의 설명처럼 감각이 없는 목 아래까지도 훑고 지나가는 청량한 향기가 새어 나왔다. 그 향기를 맡자 이걸 먹으면 정말 낫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될 정도로.
‘크다…….’
꺼내진 한약은 주먹 정도 크기로 굉장히 컸고, 저걸 어떻게 먹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걸 내게 먹일 생각은 없는지, 할머니는 그 한약을 내 배 쪽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목을 들어도 보이지 않고,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 어디에 올렸는지는 모르겠다.
“모두…… 시작한다.”
할아버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작지만 길게 한약방을 울리고 동시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으응? 윽, 크으윽…….”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 감각이 없는 목 아래로도 느껴지는 괴랄한 고통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입을 벌리지 마라. 차라리 기절해라!”
“으극, 으그그극!”
시끄러, 아아아악! 열 받아. 아파 죽겠어. 아파! 아프단 말이야! 아파…… 죽을 것 같아…….
파앙―
감각조차 없는 내 목 아래가 침상에서 펄떡 요동치고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충격이 내 뇌리를 강타했다. 나는 상식을 초월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리고 순간 눈앞이 새하얘지고, 난 정신을 잃었다.
“입을 벌리지 마라. 차라리 기절해라!”
운상이 소리쳤다. 손을 뻗고 단약의 기운을 유도하는 운상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다른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으극, 으그그극!”
철수가 비집고 나오는 비명을 억지로 억누르며 이를 딱딱 부딪쳤다. 신경이 끊어졌음이 분명한 팔다리까지 꿈틀거리며 핏발 선 눈으로 고통을 참아 내는 모습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옳은 선택인가…… 이건…….’
고통에 떠는 철수의 모습을 보며 박금자 할머니의 힘겨운 얼굴에 회의감이 어렸다. 박금자 할머니는 고통에 치를 떠는 철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일순간 크게 소리쳤다.
“이질적인 기운을 주의해라!”
그리고,
파앙―
순간 철수의 몸이 크게 요동치며 이질적인 기운의 파장이 한약방 내부를 휩쓸었다.
콰장창―
“으윽―!”
파장에 휩쓸린 장로들이 땅에 발을 박아 넣으며 신음을 흘렸다. 그 누구도 파장에 휩쓸려 넘어가진 않았으나 한약방 내부는 그로 인해 약서랍이 떨어져 약재가 흩어지고, 가구가 넘어가는 등 완전히 난장판으로 뒤바뀌어 버렸다.
“방금 그 느낌은…….”
“그 기이한 저주에서 풀려난 건가.”
“단약의 기운이 찢어 낸 거야.”
노인들은 저마다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철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철수의 얼굴의 여드름이 일순간 저마다 툭툭 터지며 노란 고름을 아래로 흘려 냈다.
투둑― 툭―
치익!
고름이 얼굴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고, 그 고름에 닿은 아래 침상이 마치 염산에 닿은 것처럼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검게 부식됐다. 철수의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끔찍한 고름은 끊이지 않고 계속 침상으로 흘러내렸다.
“집중해라! 이제 시작이다!”
운상의 외침에 노인들은 저마다 박차를 가했다.
고름이 질질 흘러내리는 철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박금자 할머니는 눈을 질끈 감으며 중얼거렸다.
“앞으로 일은 흘러가는 대로…….”
우둑 우두둑―
“흐으.”
“크흐…….”
침상 위의 철수의 몸이 끔찍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노인들의 입에서도 얕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밤은 깊어만 갔다.

새벽.
창문으로 햇살이 들이치고, 반쯤 열린 창문 틈새로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었다. 코끝으로 새벽 향기가 스며 들어오고, 난 눈꺼풀을 꿈틀하며 천천히 햇살을 받아들였다.
“으음.”
열린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무의식적으로 신음을 흘린 나는 순간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제의 일이 기억나 버린 것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할아버지가 식사할 때면 반주로 한 잔씩 홀짝거리는 소주를 마셔 버린 게 화근이었다. 술을 원체 못하는 내가 소주 한 병을 통째로 나발을 불어 버린 터, 지금 내게 닥친 후폭풍은 내 머릿속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마치 일곱 난쟁이들이 머릿속에서 쿵쿵 뛰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으윽.”
물, 물…….
나는 바싹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며 냉장고로 향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아― 우윽!”
물을 한껏 들이키자 순간 시원한 느낌과 함께 속이 부글거렸다. 그리고 순간 구역질이 올라왔다. 나는 그대로 입을 막고 화장실로 뛰어가 술과 물로만 뒤섞인 위 속을 죄다 토해 냈다.
“하아, 하아―”
죽을 것 같아…….
나는 거울로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끈적끈적한 침으로 된 줄기 같은 게 덜렁덜렁 매달린 입가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나는 얼른 물로 입가를 헹궈 냈다.
“할아버지…….”
취중이었지만 실망스러운 할아버지의 표정이 떠올랐다. 칼로 죽어 버리겠다고 위협했을 때 할아버지의 얼굴은 몹시 슬프고 실망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알겠다.’
그 목소리와 함께 목덜미로 부드러운 기운이 스며드는 느낌을 받고 그대로 필름이 끊어졌다. 나는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었지만 철수는 보고 싶었고, 할아버지 덕분에 철수가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세면기를 틀었다.
쏴아아―
세면기로 따뜻한 물이 쏟아져 나오고, 나는 꼼꼼히 얼굴을 닦아 냈다.
철수에게 숙취로 지저분한 이런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철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얼굴이 화끈해졌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괴상하고 징그러운 얼굴에 순진한 마음씨를 가졌고, 쿡 찌르면 금방 발끈하고 반응이 와서 귀여운 애였다. 동갑인 줄 알면서도 재미있어서 밝히지 않고 누나 소리를 즐겼었다.
‘……도대체 왜…… 왜…… 죽으려고 해요? 나처럼 더럽게 생겼어요? 아니면 나처럼 기생충 같은 인간이에요? 아님, 뭐예요?’
자살바위 위에서 자신을 붙잡고 말하던 철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로, 진심으로 죽고 싶었는데,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넌 그렇지 않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
‘안 죽어! 그리고 당신도 못 죽어!’
날 향해 소리치던 철수의 목소리. 왜였을까. 이때, 조금 기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말려 주길 바랐던 것이었을까. 별거 아닌 말이었는데, 이 말을 듣고 조금씩 가슴이 떨렸다. 남들이 보면‘이게 왜?’ 하고 묻겠지만, 난 정말 그랬다.
‘누나같이 예쁜 사람이랑 나 같은 사람이랑…… 사귀어도 돼요?’
사귀자고 하자 덜덜 떨면서 묻는 철수의 모습이 떠오르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 뒤로, 철수에게 무신경하게 툭툭 얼굴에 대해 농담을 하며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사실 그런 건 상관없었다. 난 철수가 좋았다. 첫 키스도…… 내가 먼저 했고…….
“후우…….”
하지만 그게 조금 자존심이 상했던 거 같다. 그래서 아닌 척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철수 앞에 설 때면 일부러 더 꾸미고, 더 예쁘게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철수는 자신을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나만 철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조금 외로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