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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Part 6 수련 (2)


“빨리! 빨리빨리! 할아버지! 약서랍들 다 정리해요! 다 버리든지!”
영희의 지휘하에 할아버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약방 안 약서랍들은 엎어져 있고, 마른 약재가 날아다니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었다. 나를 고치면서 엎어지고 쓰러진 것들을 아직 수습 안 하고 있었던 터. 결국 궁지에 몰려서야 이렇게 꽁지가 빠져라 청소를 하게 된 것이다.
“그쪽 약서랍에 있는 약재, 비싼 거예욧! 버리지 마요!”
영희는 백삼십이 넘은 노인들을 학대하며 엄청난 속도로 한약방을 정리해 내고 있었다. 물론 나도 지금까지 갈고닦은 청소 내공을 총동원해 한약방을 치워 내고 있고 말이다.
“아이고, 노인네 죽는다. 노인네 죽어!”
“현태 할아버지! 놀지 마세욧!”
영희의 목소리에 찔끔한 현태 할아버지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네놈이 우리 귀여운 손녀딸을 망쳤구나.”
애당초 영희는 할아버지 손녀딸은 아니잖습니까.
……라고 말해 주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나까지 쓰레기통에 처박힐 것 같아 입은 열지 않았다. 비질에 좀 더 박차를 가했을 뿐. 그래도 할아버지들이 도와주니 한약방 청소에 시간이 모자라진 않을 것 같았다.
“철수야, 넌 청소 그만하고 얼른 이리 와.”
영희는 내게 다가와 빗자루를 떼어 놓고는 나를 끌고 갔다. 엄마가 오기까지 한 시간, 한 시간이나 걸릴 거리는 아니지만 뭐 준비할 게 있다면서 한 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얘기했다. 그건 내게 기회였다.
“네놈들, 청소하다 말고 어딜 가는 거야! 연애하러 가냐!”
현태 할아버지는 불만이 많은지 날 보며 소리쳤지만 영희는 신경 쓰지 않고 날 끌고 갔다. 영희가 날 이끌고 간 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나, 나 여자 방은 처, 처음인데.”
진짜 처음이다.
뭔가 영희랑 이곳에 단둘이 있으려니, 기분이 조금…….
“야, 누워 봐!”
“조, 좀 이른 거 아냐?”
말까지 더듬으며 묻는 날 보며 영희가 인상을 잔뜩 쓰더니 대답했다.
“헛소리하면 내쫓는다.”
“넵.”
나는 영희의 사나운 표정에 쫄아서 말없이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영희는 여전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뭐라 뭐라 중얼거리며 이것저것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꺼냈다.
“정말, 나도 화장하고 꾸밀 게 얼마나 많은데. 너는 어머니가 오시면 적어도 하루 전에는 미리 얘기해 줘야지. 고작 한 시간이 뭐야. 여자가 준비할 게 얼마나 많은데. 아, 어떻게 하지? 아, 너는 왜 여드름이 나아 가지고!”
“뭐, 뭐?”
영희는 자기가 뭐라고 했는지도 의식 못 하는지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리면서 내 얼굴에 화장품을 쳐 바르기 시작했다.
처덕처덕.
철퍽.
“아, 정말, 내가 이 자식 얼굴에 뭐 발라 줄 때가 아닌데. 집 청소도 제대로 안 됐고. 할아버지들은 제대로 청소하고 있는 걸까. 옷은 뭐 입지. 역시 단정한 게 좋을까. 할아버지 또 까칠하게 굴면 어떻게 하지.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어떻게 하지…….”
중얼중얼.
비 맞은 중처럼 염불 외듯 중얼거리는 영희를 보며 난 생각했다.
얘,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한 시간이 지나고 엄마가 도착할 때가 다 되었다.
아무리 화장품을 쳐 바른다 한들, 예전의 그 피부를 재현할 수가 없었기에 발을 동동 구르다 영희의 아이디어로 얼굴에 팩을 했다. 그냥 팩이 아니라, 내 얼굴을 전체 다 덮을 수 있게 천을 잘라서 아무 약재나 넣고 대충 색과 냄새만 낸 물로 빨아 얼굴에 척 늘어 붙인 한약 팩(?)이었다.
“그나저나 얘는 이래 놓고 나타나질 않네.”
한약 팩이 말라서 얼굴에 눌어붙어 있는 지경인데 영희는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할아버지들은 한약방을 다 정리했는지 자리에 앉아 현태 할아버지의 주도로 영희와 나의 험담을 하고 계셨고, 나는 마치 치료 중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리에 누워 있었다.
“저놈이, 우리 영희를 홀려서 영희가 귀신처럼 됐다니까, 그렇지 않수, 형님들?”
“영희가 좀 우리한테 소홀해지긴 했지.”
주로 험담은 현태 할아버지가, 다른 할아버지들은 맞장구를 쳐 주는 정도였다. 들으라고 크게 얘기해서 안 들을 수가 없었다.
“쯧쯧, 너란 놈은 그 나이 먹도록 철이 안 드냐? 백삼십 먹고 철들래?”
그때, 박금자 할머니 등장. 현태 할아버지는 찔끔하며 입을 닫았다. 역시 할아버지들한테는 박금자 할머니가 쥐약인 거 같다.
“음, 얼굴에 그게 뭐냐?”
“엄마가 제 얼굴 보고 놀라실까 봐서요.”
설명할 자신도 없고, 일단 당장은 이렇게 시간을 벌려는 것이다.
“음, 그래. 너 어차피 수련도 해야 하니, 치료 때문에 여기서 숙식해야 된다고 말씀드려라.”
“네?”
뒷일은 생각 안 했던 내게 괜찮은 얘기였다. 하지만 숙식이라면 얼마나 해야 되는 거지? 게다가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계시려면 엄마도 적적할 텐데…….
“어차피 집에 못 돌아가잖아. 집에 가서도 그거 붙이고 살게냐?”
“아니, 그건 아니지만…….”
“한 달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하렴. 얼굴이 갑자기 바뀐 것 때문에 설명하기도 난감할 테니, 운상이한테 거들라고 얘기해 주마.”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마침 한약방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저기, 계세요∼?”
엄마였다.
엄마는 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잘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아깝다고 가끔씩 드라이클리닝 할 때나 꺼내 입는 걸 본 적 없는 정장에, 평소엔 귀찮다고 적당히 비비크림에 입술만 바르고 나가는 화장과는 달리 풀 메이크업, 거기에 반 곱슬인 머리를 매직기로 쫙 폈는지 찰랑거리는 생머리까지.
‘무슨 선보러 왔나.’
나는 왠지 잔뜩 꾸미고 나온 엄마의 모습이 어색하기도 하고 좀 창피하기도 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봤자 얼굴에 척하니 붙인 이 한약 팩(?) 때문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여, 여기야, 엄ㅁ…….”
“어, 어머! 아, 안녕하세요!”
내가 손을 들며 엄마를 부르려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영희가 나타나 호들갑을 떨며 엄마한테 인사를 해 댔다. 영희의 모습도 참 가관이었다. 집에 있으면서 옷을 나랑 데이트할 때보다 더 차려입었다.
“헐.”
내 입에서 저절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옷 종류를 잘 모르니 모양만 설명하자면, 끝이 딱 붙는 검은 치마를 입었는데 묘하게 선이 드러나면서 깔끔한 느낌이었고, 상의는 흰색의 블라우스라고 부르는 옷 같은 거였는데 살짝 광택이 나면서 가슴 쪽에 프릴 같은 장식이 붙어 있는 옷이었다. 거기다 하이힐까지 신고, 팔에는 못 보던 팔찌에 귀걸이까지 하고, 머리는 살짝 끝을 둥글게 말아서 웨이브를 줬다. 머리카락 사이로 뭔가가 살짝 빛나서 보니 귀에는 금색의 물방울 모양의 긴 장식이 달린 귀걸이에, 화장은 엄마처럼 풀 메이크업.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저런…….
“도대체 저분들은 누구야.”
엄마와 닮은 청담동 사모님과 영희와 닮은 사회인 누님의 대치 상황을 보는 것 같았다.
“여기 직원…… 이세요?”
“네? 오호호호, 아니요. 저는 이 집 손녀예요.”
엄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영희는 가증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들어 본 적 없는 가식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소름이 쫙 끼치며 할아버지들한테 들었던 그 이능자와 영희가 혹시 바꿔치기 당한 게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 그, 철수한테 여기를 소개시켜 줬다는…… 나, 남자가 아니었구나. 철수한테 얘기를 못 들어서.”
“아, 그렇군요, 호호호.”
영희는 가식적인 웃음을 흘리며 엄마의 눈을 피해 슬쩍 나를 노려보았다. 왜, 왜 노려보는 건데.
“그런데 철수는 어디……?”
엄마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날 찾았다.
나는 저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틈바구니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날 찾는 소리에 할 수 없이 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엄마, 오셨어요?”
“어머! 철수야! 얼굴에 그게 뭐니? 한약 팩?”
엄마는 의도대로 내 얼굴에 씌워진 것을 한약 팩으로 인식했다. 팩처럼 생겼는데, 한약 색깔에 냄새도 한약이니 당연한 추측이었지만.
“으응. 아직 벗기면 안 돼. 한약 성분이 그, 얼굴에 흡수되어야 된대.”
“으응, 그래? 근데 철수야 잠깐만.”
엄마가 슬쩍 손짓을 하더니 다가간 나에게 살짝 속삭였다.
“저, 저 아가씨 누구니? 정말 니 친구 맞아?”
“으응. 친구야…….”
“어머 어머, 저렇게 예쁜 친구가 있어? 정말로? 우리 철수 능력 있네?”
엄마는 기쁜 듯 키득거리며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영희가 내 여자 친구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지만 난 차마 여자 친구라는 말이 안 떨어져서 적당히 얼버무려 버렸다. 영희가 부끄럽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했기 때문이다.
“철수야, 잠깐만…….”
이번에는 영희.
“너, 어머니한테 아무 말씀도 안 드렸어?”
응?
“무슨…… 말씀?”
“내 얘기 안 했냐고.”
내가 여자 친구 생겼다고 엄마한테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고, 걔가 내가 알바하는 집 손녀딸인데 어쩌구저쩌구 엄마한테 얘기를 했어야 된다는 말인가. 창피하게시리. 남자가 조잘조잘 그러는 건 창피하잖아.
“응, 안 했지.”
순간 영희의 얼굴이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졌다.
“왜, 왜 그래?”
“너, 나중에 보자.”
영희는 뭐에 화가 났는지 분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더니, 이내 표정을 가라앉히며 다시 화사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한테 말했다.
“어머님, 철수가 얘기를 안 한 거 같은데, 저는 철수의 여자 친구예요.”
“어머! 저, 정말? 정말이니? 농담 아니고? 정말? 이거 몰래 카메라니? 아니, 꿈인가?”
심하게 강조하는 영희, 깜짝 놀라는 엄마.
게다가 엄마의 반응이 너무 열광적이라서 나는 몹시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내 주제가 좀 영희한테 많이 못 미치긴 하지만 자기 아들인데……. 진짜로 상처받을 거 같아요, 엄마.
“아무튼, 나 얼굴 때문에 여기서 한 달 정도 입원 비슷하게 해야 된대요. 입원비는 걱정 마시고요.”
나는 엄마가 더 말하는 걸 막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아니, 그보다 저 아가씨는…….”
“어, 엄마, 얼른 집에 가요. 이, 이제 치료해야 되니까.”
할 말도 다 했겠다. 곤란한 소리 하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나는 엄마를 얼른 떠밀었다. 얼른 집에 가세요, 엄마. 제발. 흑흑.
“아니, 얘, 사장님도 못 뵈었는데 어딜 가니? 왜 자꾸 그래. 그보다 한 달이면 다 낫는 거야? 정말로?”
엄마는 살짝 의심 섞인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아, 네…… 정말로 다 낫는데요. 벌써 좀 좋아지는 거 같아요.”
사실은 이미 다 나았어요, 엄마.
라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믿기 어려울 테니 참기로 했다. 그 말에 엄마는 계속 주변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슬쩍 내게 속삭이며 말했다.
“그런데 너도 참 무뚝뚝하지. 저런 예쁜 여자 친구가 있는데 엄마한테 얘기도 안 해 주고. 나중에 꼭 엄마한테 제대로 얘기해 줘야 돼.”
엄마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엄마의 얼굴에 대견스러움 같은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엄마는 옷소매로 눈가를 찍어 내며 괜히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셨다. 왠지 뿌듯한 기분과 함께 부끄러운 느낌이 엄습해 나는 팩 때문에 보이지도 않을 얼굴을 가리려고 홱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쓰,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얼른 할아버지나 뵙고 가요!”
“으이그, 사내자식 아니랄까 봐. 그러지 않아도 그럴 거야.”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기특한지 내 엉덩이를 툭 치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할아버지가 나오셨는지 엄마한테 다가가고 계셨다.
“엄마, 엄마 앞에 사장님. 사장님…….”
내 말에 엄마는 눈앞을 두리번거리면서 물었다.
“어디? 아무도 없는데?”
할아버지는 엄마의 무릎 앞에서 인상을 잔뜩 쓰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저런 모습이었던 건가.
―아주 모자가 똑같구나. 뿌드득.
표정을 보다 슬쩍 눈을 피하는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았다. 아, 아니, 정말로 들린 건가?
“험험, 여기 있습니다.”
“응? 어디서 나는 소리지?”
“어, 엄마! 밑에, 밑에!”
그 말에 고개를 숙인 엄마가 할아버지를 보곤 깜짝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맛! 깜짝이야! 죄,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사장님이시죠? 저희 철수가 경험도 부족하고 그래서 잘 적응도 못하고 그랬을 텐데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으, 할아버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엄마한테 나쁘게 말하시면 안 되는데. 제발.
“후우, 아닙니다. 철수가 워낙 성실하고 똑똑한데다 눈치도 좋고, 성격도 좋아서 여간 도움이 되는 게 아닙니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평생 데리고 살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
난 할아버지의 대답에 놀라서 작은 신음을 흘렸다. 나, 나 말고 다른 철수가 있는 건가.
환히 웃으며 누가 들으면 정말 좋은 직원을 데리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칭찬을 하는 할아버지를 보자, 왠지 지금까지 내게 차갑게 대했던 것 때문에 쌓였던 서운함이 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할아버지는 사실 날 저렇게 생각해 오셨던 거야. 무뚝뚝한 성격이라 티도 못 내고, 크흑…….
“어머, 정말요? 앞으로도 우리 철수 잘 부탁드려요. 막 혼내고, 꾸짖고 그러셔도 되니까요. 사장님만 믿을게요. 한 달 정도 여기 있어야 된다고 들어서 걱정도 됐는데, 사장님 뵈니까 많이 안심이 되네요.”
“물론입니다. 맡겨 주시지요.”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몸이 완전히 낫지 않은 건가. 으으으으.


* * *

원더풀 테크 교대 본사.
본사의 회의실에는 스무 명이나 되는 원더풀 클래스의 회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원더풀 테크의 회원 등급은 일반 회원(혹은 고객)―실버(Silver Class, SC)―펄(Pear Class, PC)―골드(Gold Class, GC)까지가 하위 단계이다. 상위 단계인 다이아(Diamond Class, DC)부터 간부로, 그 위로 프라임 다이아(Prime Diamond Class, PDC)가 있다.
그리고 그 위는 원더풀 테크의 회원 중에서도 최고 등급으로, 한 달에 1억 원 이상을 권리 수익으로서 손가락 까딱 않고 손에 넣는 다단계 회원들의 꿈의 등급. 원더풀(Wonderful Class, WC)이 있다.
“다들 모이셨군요.”
원더풀 중에서도 본인의 라인에 원더풀 클래스가 두 명이나 있는 마승철 원더풀이 입을 열었다. 원더풀 테크의 정점에 선 원더풀 클래스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원더풀들은 의아한 기색도 없이 마승철 원더풀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이렇게 여러분을 소집한 이유를 알고 계실 겁니다.”
마승철 원더풀의 말에 대전 지부의 김미옥 원더풀이 대답했다.
“노괴들의 힘이 약해진 것 때문이겠죠.”
50대의 김미옥 원더풀은 나이에 안 맞게 컬러풀하고 짙은 화장을 한 아줌마로 나이와는 다르게 아직 처녀였다. 잔뜩 굶은 노처녀라 히스테리를 한 번 부리면 끔찍하기가 소름이 돋을 정도라 원더풀 중에서도 그녀를 피하는 사람이 많았다.
“맞습니다, 김미옥 원더풀님.”
그 말에 추진력이 뛰어나 최단 기간에 원더풀이 된 박두식이 단박에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전력을 집중해서 포르타(Porta)를 강탈하는 게 어떻습니까!”
거침없는 대답에 마승철 원더풀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