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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지금까지 사마우는 서열, 숫자로 마교의 사람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때문에 담대비우에 대한 그의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마교에서의 서열은 어쩌면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마우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단순히 그들의 행동 때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담담한 표정으로 사대금강을 혼자서 상대하겠다는 담대비우의 모습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담대비우의 모습에는 일체의 가식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것은 곧 그의 자신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소림이 어떤 곳인가? 정도 무림을 대표하는 최강의 문파였다.
거기에 사대금강은 누구인가? 그런 소림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자타가 공인하는 초일류 고수였다.
하나라면 모를까, 넷을 상대로는 사마우 역시 자신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 넷을 상대로 이토록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인물마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담대비우는 너무나 담담한 표정으로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내 담대비우는 마상에서 천천히 자신의 창을 추켜올렸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대금강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를 확인한 광진대사가 조용히 합장하며 쌍수를 내밀었다.
“대비신수(大悲神手).”
그의 쌍수에서 뻗어 나온 온화한 기운이 돌진하는 담대비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사마우의 눈빛이 다시 일렁거렸다. 지금 그 한 번의 출수만으로도 능히 광진대사의 출중한 실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대금강의 수장인 광진대사, 과연 소문대로의, 아니 소문 이상의 실력을 지금 선보이고 있었다. 현재 사마우 자신의 실력으로도 그 한 명을 상대로 쉽게 승산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순간 담대비우가 말을 버리고 허공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말은 마치 무언가에 막힌 듯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고 곧장 바닥으로 쓰러져 학질이라도 걸린 것처럼 땅에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렇게 숨을 거뒀다.
말을 버리고 솟아오른 담대비우는 뛰어오른 탄력을 이용해 그대로 사대금강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고 있었다. 지켜보는 사마우의 눈에는 그런 담대비우의 행동이 너무나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담대비우는 그들의 중앙으로 뛰어들기가 무섭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든 창을 빠르게 회전하며 사대금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담대비우의 공격에 사대금강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담대비우의 창과 사대금강의 봉이 부딪쳤다. 동시에 주변을 울리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사대금강이 두어 발짝을 물러났다.
이를 지켜보던 사마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 한 번의 교전에 불과했다. 그 한 번의 교전으로 광진, 광혜, 광음, 광지, 사대금강 모두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에 그들 가운데 우뚝 선 철마 담대비우는 씩 웃으면서 여유를 잃지 않은 채 사대금강을 쓱 훑어보고 있었다.
표정에서는 이미 담대비우가 사대금강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들의 교전을 신호로 오천의 마교도들이 소림의 백팔무승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 백팔무승 역시 백팔나한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십팔나한은 사마의 몫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사마우의 멍한 시선은 담대비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말을 버리고 허공으로 솟아오른 바로 그 순간부터 담대비우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것은 분명 지금까지 사마우가 보아 왔고 알고 있던 마교 서열 사십오 위 철마 담대비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대금강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사대금강의 수장인 광진대사는 처음 느꼈던 것처럼 분명 전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무위를 선보이고 있었다. 나머지 삼 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혜, 광음, 광지 또한 광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검후의 실력에 버금가는 무위였다. 과연 소림이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무위가 일순간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동시에 사마우 자신의 무공마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고, 느린 듯 빠름이 있었다. 철마의 움직임은 마치 창이란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사마우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선공의 효과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순간순간 변하는 사대금강의 표정에서 기울어 가는 전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담대비우의 창끝에서 느껴지는 거무튀튀한 기운은 점차 그 강도를 더해 가고 있었다.
단순히 철면을 뒤집어썼다고 철마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강철을 연상시키는 창끝의 강렬한 검은 기운에서 그가 왜 철마라 불리는지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한 수 한 수가 상대의 치명적인 사혈을 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창끝에 어리는 기운은 굳이 상대의 사혈에 적중되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한동안 놀란 표정으로 담대비우를 바라보던 사마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사대금강 사이를 휘젓는 담대비우의 신법,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더불어 담대비우가 휘두르는 창의 움직임 역시 눈에 익은 익숙한 동작처럼 느껴졌다.
동작 하나하나는 분명히 달랐다. 하지만 담대비우의 움직임 속에서 사마우는 진규의 잠영신법과 창법을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담대비우의 창법은 더욱더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반면에 사대금강은 혼신의 힘을 다해 방어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사마우의 눈빛이 계속해서 점차 몽롱하게 변해 갔다. 그런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담대비우의 움직임을 쫓느라 여념이 없었다.
담대비우의 창에서는 더 이상 진규의 창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전혀 다른, 그리고 한 차원 높은 경지의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 담대비우의 움직임은 사마우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천하제일이란 철마 담대비우에게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교 서열 사십오 위 철마 담대비우, 대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강자가 존재하는 것일까?’
지난 삼 년 사마우는 단순히 대장장이 노릇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심상수련(心想修練), 이른바 마음으로 무공을 닦고 있었다. 검후와 전마에게 당한 패배는 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지난 삼 년, 그들의 기도와 동작을 세세히 되짚어 보았다. 동시에 자신의 무공 역시 되돌아보고 반성했다. 좀 더 나은 경지를 위해 마음속으로 수십 번의 비무를 거듭해 왔다.
그 결과 스스로도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이 대결을 보지 못했을 때의 생각일 뿐이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던가? 수백 번을 묻고 수백 번을 떠올리며 되새겼던, 아니 수천 번을 묻고 떠올리고 되새겼던 바로 그 경지가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 한 번의 관전으로 사마우의 실력은 자신도 모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무학(武學)의 길 역시 그 끝이 없다는 것을 새삼 시리도록 느낄 수 있었다.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뼈에 사무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철마의 경지도 극강의 경지는 아니었다. 지금껏 수세에 몰리던 사대금강이 무언가 결심을 굳힌 듯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동시에 이를 악물고 봉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이내 그들의 몸에서 황금빛 서기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몸이 완전히 금빛 찬연한 금불상으로 변했다.
그러자 지금껏 여유를 잃지 않던 담대비우의 표정이 비로소 심각하게 변했다. 동시에 그의 창이 빙그르르 회전하면서 묘한 궤적을 그렸다. 그런 일련의 움직임은 상대가 완전히 전력을 끌어올리기 전에 승부를 결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창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그 끝에서 네 개의 검은 기운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철마이십사절(鐵魔二十四節) 제십육절, 묵룡의 힘이 세상을 부순다. 묵룡격참세(墨龍擊斬世).”
창끝의 검은 기운은 그의 말처럼 묵룡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묵빛의 용이 몸을 꿈틀거리면서 사대금강을 집어삼킬 듯 날아갔다. 그 순간 묵룡의 기세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맹렬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사대금강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봉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마존금불(魔尊金佛).”
우뚝 서서 앞으로 내뻗은 그들의 봉 끝에, 지금까지 그들의 몸을 뒤덮고 있던 황금빛 서기가 모여들었다. 뒤이은 거대한 충격음이 주변을 격렬하게 울렸다. 그 여파는 대지를 뒤흔들고 사위를 자욱한 흙먼지로 가득 채울 정도였다.
놀란 적상이 발을 높이 추켜올렸다. 그런 와중에 사마우는 단 한순간도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조금의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눈앞의 상황을 뚜렷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흙먼지로 가렸던 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마 담대비우는 여전히 움푹 팬 전장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반면에 사대금강은 칠, 팔 장(丈) 정도 떨어진 지점에 쓰러져 있었다.

철마의 승리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철마의 철면 아래로 주르륵 피가 흘러내렸다. 검은 피, 그것은 그가 심각한 내상을 입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사대금강 역시 무사하지는 못했다. 광진을 제외한 삼 인은 그 자리에서 절명한 듯 봉을 든 채 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수장인 광진대사가 비틀거리면서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반면에 담대비우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듯 창을 바닥에 꽂고 그에 몸을 기댄 채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어선 광진이 천천히 담대비우를 향해 움직이자, 담대비우는 그렇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광진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광진의 얼굴은 더 이상 대사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야차를 연상케 하는 얼굴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사대금강이 본교의 서열 삼 위 금불마의 마존금불신공을 사용하는 것이냐?”
광진은 싸늘한 미소로 그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담대비우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는 듯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순간 다그닥다그닥,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에 광진이 흠칫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상대를 확인한 그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저놈은…….’
지금까지 대결을 방관하고 있었던, 그래서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웬 젊은 놈 하나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내 사마우의 창이 광진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미 대부분의 내공을 소진한 광진으로서는 그런 사마우에게 저항할 여력이 없었다.
“놈, 어째서, 어째서 지금…….”
광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마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사태를 방관하고 있던 놈이 어째서 이제야 움직이느냐는 뜻이었다. 사마우는 그런 광진을 뒤로하고 철마 곁으로 다가갔다. 철마가 다시 한 움큼의 피를 토하며 창을 꽉 움켜쥐었다.
“이리 오너라.”
철마의 말에 사마우는 말에서 내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담대비우는 웃고 있었다. 가면 속의 그는 분명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승리를 기뻐하는 웃음이 아님을 사마우는 알고 있었다.
철마가 숨을 헐떡이면서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가면 속의 철마는 사마우의 예상대로 늙은이였다. 그것도 자로나 진규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심한 늙은이였다. 얼핏 봐도 족히 백 세는 넘긴 듯했다.
그가 허탈한 표정으로 사마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나 철마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는구나.”
사마우는 방심했다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 보여 준 철마의 무위는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지였다. 철마는 지금 그런 경지를 자신의 최선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놀라는 사마우를 향해 담대비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진규의 창이더냐?”
담대비우의 물음에 사마우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결국 그는 제법 좋은 창을 만들었구나.”
진규를 아는 듯 말하는 담대비우의 말에 사마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어떻게 진규가 나오는 것인지 도무지 상황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뒤이어 담대비우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더욱더 황당한 것들이었다.
과거 담대비우가 강호를 두루 정찰하던 시절, 그는 진규와 인연을 맺었다. 원하는 창을 찾아 전국을 유랑하던 호탕한 젊은이, 두 사람은 함께 중원을 두루 돌아다녔고 담대비우는 틈틈이 미완성의 철마이십사절을 진규에게 선보이곤 했다. 그렇게 진규에게 창의 기본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담대비우였던 것이다.
때문에 사마우의 눈에 철마의 창법이 한동안 진규의 창법과 유사해 보였던 것이다. 보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영신법, 그것은 철마의 마환신법의 변형에 불과했다.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담대비우가 가쁜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담대비우는 자신의 가면을 사마우의 손에 쥐어 주었다. 동시에 사마우의 왼팔 맥문을 움켜쥐었다. 이내 사마우의 맥문을 통해 철마의 내공이 흘러들어 오기 시작했다. 사마우가 흠칫 놀라며 담대비우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죽으면 사라질 내공이니 거부하지 말거라.”
담대비우는 이미 자신의 명이 다했음을 느끼는 듯 너무나 담담한 표정으로 사마우를 바라보았다.
이런 내공을 마다할 까닭이 있겠는가? 철마의 철혈지기(鐵血之氣)가 계속해서 사마우의 몸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사마우는 자신의 몸 안에 철혈지기가 충만해졌음을 느꼈다.
담대비우가 잡았던 사마우의 맥문을 천천히 놓았다. 그리고 다시 담담한 표정으로 사마우를 바라보았다.
“수천 년 마교 역사 속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인 줄 아느냐? 그것은 바로 철마 담대멸명, 나의 선조이시다. 아쉽구나. 내가 그분의 진전을 십 분의 일만 제대로 이어받았던들 지금의 굴욕은 없었을 것을.”
그것이 철마 담대비우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또한 최강 철마 일족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담대비우가 그렇게 숨을 거두자 그때야 비로소 그의 주변으로 네 사람이 다가왔다.
그들은 바로 창마, 도마, 륜마, 극마였다. 사마우를 제외하면 그들이 이번 전투의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했다.
십팔나한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백팔무승을 상대했던 오천의 마교도들 역시 백팔나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백팔나한진의 위력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 와중에 백팔무승들 역시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백팔무승 중 몇몇은 십팔나한을 제압한 사마의 먹이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전투가 끝나자 사마는 황급히 담대비우의 옆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렇게 사마우의 뒤에 선 혁련광 등 사 인은 지금의 이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담대비우와 사마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마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갑자기 창마 혁련광이 허리를 숙였다.
“철면을 쓰시지요.”
혁련광의 말에 사마우가 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사마우를 바라보는 혁련광의 눈에는 그야말로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사마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씁쓸한 표정으로 철면을 얼굴에 가져갔다. 순간 철면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그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
철면은 단순히 철로 만든 가면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무언가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철면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철면을 쓴 사마우를 본 혁련광이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창마 혁련광이 신임 철마님을 뵙습니다.”
동시에 도마 헌원풍, 륜마 적륜, 극마 용골대가 허리를 숙였다.
“무림지존, 철마 천세.”
철면 속 사마우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이제는 지금까지 이들이 취한 행동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담대비우를 마교 서열 사십오 위로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담대비우를 바로 자신들의 지존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혁련광이 갑자기 허리를 숙인 것은, 혁련광이 그에게 철면을 쓰라고 간곡하게 부탁한 것은 그가 철마의 후인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철면이 사마우의 얼굴에 착용된 것, 그것은 철마의 철혈지기가 사마우의 몸에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철면은 오로지 철마의 철혈지기에만 반응했을 때에야 착용이 가능했다.
사마우와 철마 담대비우의 만남, 이렇게 무림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사마우는 고개 숙인 사마를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