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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제3화 혈마(血魔)의 변(變)


사마우가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는 동안 무당을 향한 마교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 공격에 동원된 숫자는 앞서 말한 것처럼 물경 삼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단순히 그 숫자가 문제가 아니었다. 공격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마교 서열 십삼 위의 비천마(飛天魔) 주인환을 필두로 십사 위 영마(影魔) 혼원수, 십오 위 절혼도마(切魂刀魔) 위극겸, 십칠 위 검마 이진중을 포함해 백마 중 무려 삼십 명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더구나 이들 주력이 직접 선봉에 나섰다. 그런 그들의 뒤를 따라 무수한 마교도들이 무당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당의 대처는 다소 미온적이었다. 마교와는 달리 무당의 정예는 직접 선봉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에 무당으로 모여든 군웅들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이 차이가 서전부터 승부를 극명하게 가르고 있었다. 무당에 모인 군소방파의 군웅들은 마교의 북상을 피해 무당으로 몰려온 사람들이었다. 쉽게 말해 급조된 병력이었다. 때문에 제대로 된 지휘 체계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응집된 힘을 바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더구나 그런 그들이 마교의 주력을 막아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물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투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그들은 마교의 주력을 막아 내지 못했다. 직접 선봉에 선 비천마 주인환은 자신의 비마대를 앞세웠고, 여타 백마의 친위대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일단 그들의 돌진이 시작되자 급조된 군소방파 사람들로 이루어진 선봉의 대열이 삽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비천마 주인환은 흩어지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곧장 말머리를 무당으로 돌렸다. 자연스레 군소방파의 군웅들은 뒤따르는 마교도들의 몫이 되었고, 무당산 일대에 일대 혼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릇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기세다. 일단 선봉의 비마대를 위시한 마교의 주력이 너무나 쉽게 적의 진영을 무너뜨리고 앞으로 나아가자 마교도들의 기세는 한껏 올라갔다. 반면에 무당에 모여든 군웅들의 사기는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의 전면전, 상황은 불을 보듯 뻔했다. 더구나 수적인 우위마저 마교가 차지하고 있는 이상에는 더 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통상 혼전의 양상에서 개개인의 역량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숫자의 힘이 발휘되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당에 모여든 사람들은 그야말로 곳곳에서 모여든 자들이었다. 비단 호북성뿐만 아니라 대륙 곳곳에서 마교와의 일전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그런 자들 가운데 특출한 인물이 없을 수는 없었다. 혼전이 벌어지자 곳곳에서 나름 뛰어난 무위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역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들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강소성 철기문의 문주 하금패였다. 그는 마교의 주력이 지나간 길에 자신의 휘하 철기문의 인물들을 배치하고 일단 무너져 가던 진형을 재빨리 정비했다. 또한 전세가 급격히 기울지 않도록 앞장서서 적을 상대하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몇몇 인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번 무너진 전세를 되돌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분전이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뒤로 밀려나고는 있었지만 그들이 한 번 무너진 대열의 구멍을 메워 준 덕분에 전열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고, 그나마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비천마 주인환이 이끄는 마교의 주력이 무당의 일천 도인들과 교전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무당은 무당이었다.
천년 도가의 중심인 무당의 명성은 결코 허명이 아니었다.
마교의 주력과 무당 일천 도인들의 대결은 그야말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접전이었다. 하지만 비천마 주인환과 영마 혼원수, 절혼도마 위극겸, 검마 이진중 등 마교의 절정고수들이 문제였다. 마땅히 이들을 제압할 인물이 없다면 무당으로서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 줄 인물들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당삼자, 그들 모두가 검을 사용하기에 흔히 사람들은 그들을 무당삼검이라고도 칭했다.
오늘날 무당의 최고 고수가 누구인가?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다면 사람들은 서슴없이 무당 장문인이 아닌 무당삼검을 꼽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무당 도인들의 기세가 한껏 올라가고 있었다.
비단 기세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등장은 실제로 전세를 뒤바꾸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무당삼검의 중심은 사람들이 흔히 무당최고의 검수라 칭하는 삼엽진인(三葉眞人) 풍천양이라는 인물이었다.
삼엽이라는 호는 소싯적에 그가 세 개의 나뭇잎을 이용해 세상을 어지럽히던 도적단의 두목을 적엽비화(摘葉飛花)의 수법으로 물리친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혹자는 그를 장삼풍 이후 무당의 최고 고수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 흔히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풍천양의 검은 소문 이상으로 빠르고 정교했다. 그는 등장하기가 무섭게 비천마 주인환을 덮쳤고, 갑작스런 그의 일검에 방심하던 비천마 주인환의 왼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비천마 주인환이 풍천양의 검에 부상을 당하자 박빙의 전세가 일순간 무당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풍천양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주인환을 공격했다. 그의 계속되는 공격을 영마와 절혼도마가 가까스로 막아 내 주인환을 위험에서 구출했다.
그런 와중에 검마 이진중이 풍천양을 돕기 위해 달려드는 무당삼검의 이 인을 황급히 가로막았다. 주인환은 황급히 잘려 나간 왼팔의 혈을 막고 지혈을 한 이후에,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면서 삼마의 대열에 합류해 무당삼검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곧장 사마와 무당삼검의 일전이 벌어졌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무당의 주력이 마교의 주력과 대등한 국면을 연출하자 그 소식은 군웅들에게 전해졌고, 이를 전해 들은 군웅들의 사기 역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날 밤 늦게까지 무당산의 혈전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자 비천마 주인환은 어쩔 수 없이 퇴각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팔을 잃어버린 상황, 가까스로 삼마의 도움을 받으면서 무당삼검을 상대하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공격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최후까지 일전을 결할 수도 있었다.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자칫 자신들의 패배가 전장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비천마 주인환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퇴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그 퇴각이라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미 그들은 적의 중앙을 깊이 파고든 상황이었다. 기세 좋게 올라온 길이 이제는 너무나 멀고 험난해 보였다. 더구나 그들을 추격하는 무당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내리막길을 퇴각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무당산을 내려오는 와중에 마교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백마 중 열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들 휘하 스무 개 친위대가 극명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첫 교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결과는 마교가 중원에 나타난 이래 최초의 패배였다. 비천마 주인환은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면서 뿌드득 이를 갈았다.
“무당의 말코도사 놈들.”
이를 가는 주인환을 바라보며 검마 이진중이 살포시 미소를 머금었다. 주인환이 그런 이진중을 보고 죽일 듯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고소하다는 건가?”
이진중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럴 리가요. 무당삼자라고 했던가요. 놈들의 무위가 실로 만만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정말 예상 밖의 복병이로군요.”
이진중의 말에 주인환이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엄밀히 말하면 예상 밖의 복병은 아니었다. 무당삼자의 존재는 이미 교전 전에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명성을 무시하고 단지 그들을 너무 깔봤던 비천마 주인환의 무모함이 부른 패전이었다. 때문에 주인환은 이진중의 말이 자신을 비꼬는 것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이진중이 그를 비꼬는 면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인환이 이진중을 크게 나무랄 입장은 아니었다. 검마 이진중의 서열은 고작 십칠 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정하기는 싫지만 무당삼자를 상대할 당시 검마의 무공은 이미 자신의 우위에 있었다. 그런 무공을 가지고 왜 더 상위의 서열을 노리지 않았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중원에서 무언가 또 다른 기연이 있었는가?’
주인환은 그런 생각으로 이진중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영마나 절혼도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지 않게 경계하는 표정으로 이진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진중이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주인환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그 말 역시 주인환에게는 그저 이진중이 자신을 놀리는 것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본래 이진중이 뜻밖의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자신들이 이곳에 올 이유조차 없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이 이진중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모든 것은 처음부터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오랜만에 찾아온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너무 무리하게 무당으로 돌진한 주인환 자신의 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환은 모든 것을 이렇게 이진중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급했던 자신의 잘못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이진중의 말처럼 당장 내일이 걱정이었다. 오늘과는 달리 이제 적들은 한껏 사기가 올라 있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그렇게 사기가 오른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퇴각의 와중에 너무 큰 피해를 입은지라 어떻게 공략을 시작해야 할지조차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진중이 그런 그를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총단에 연락을 취해 원군을 요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순간 주인환이 이진중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영마와 절혼도마 역시 같은 표정으로 이진중을 바라보았다. 총단에 원군을 요청한다는 것, 그것은 이번 전쟁의 패배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총단에서는 또 다른 인물에게 이번 전쟁을 맡길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패전의 책임 역시 면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중원 출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허락하지 않았던 마교의 첫 패배의 멍에를 주인환 자신이 짊어져야 함을 의미했다. 그런 주인환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이진중이 담담하게 말했다.
“승패(勝敗)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예상 밖의 복병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니 더 이상 무리하기보다는 훗날을 위해 방어를 위주로 원군을 기다리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이진중은 분명 주인환을 위로하듯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환이 그것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주인환은 자신을 염려하는 이진중을 역겹다는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따위 말이 지금 이 순간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이 비천마 주인환이 전장에서 패한다는 것은 이 비천마 주인환이 세상에 없다는 것과 똑같다.”
주인환은 한마디로 결사항전을 선언하고 있었다. 이진중은 그것이 무모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진중이 보기에 오늘의 무모한 일전의 피해는 예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때문에 그 역시 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진중은 풍천양이 주인환을 공격할 당시 주인환이 왼팔을 잃는 것을 막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회에 저 콧대 높은 자의 코를 한 번쯤 납작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당 공략을 시작할 당시부터 이진중은 주인환의 무모한 돌격을 반대했다. 주력을 앞으로 내세우는 것까지는 좋았다. 이진중은 주력으로 적의 예봉을 꺾고 천천히 적의 수효를 줄여 나가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인환은 그런 그의 의견을 완벽하게 묵살했다.
“그렇게 소심하니 검후 따위에게 병신처럼 얻어터지지.”
그 한마디로 이진중은 주인환의 말에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옹졸한 복수심 덕분에 잃은 것은 마교 삼만의 병력 중 절반이었고, 백마 직속 친위대 스무 개였다. 그 피해는 앞으로의 전장을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진중은 돌격을 시작할 당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피해가 이 정도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당의 저항이 그의 생각 이상으로 완강했던 것이다.
때늦은 후회였지만 차라리 주인환과 다소 충돌을 벌이더라도 무모한 돌격만은 막았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적어도 풍천양의 일검은 막아 주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때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예상대로, 다음날부터 무당의 맹렬한 반격이 시작되었다. 무당은 어제와는 달리 주력을 선봉에 내세웠다. 그리고 차근차근 마교의 병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처음 이진중이 생각했던 방법을 무당이 역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당이 그렇게 마교의 예봉을 꺾고 차근차근 압박해 오자 주인환의 다짐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는 없었고, 점차 그 전선마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모한 소모전으로 일주일이 흘렀다. 이제 전황은 마교가 아닌 무당 쪽으로 완전히 기울고 있었다. 마교의 주력이 이곳에서 무너진다면 그것은 단순히 이곳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호북으로 모든 병력을 집결시킨 탓에 호남을 비롯한 곳곳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었다.
이들이 여세를 몰아 반격을 시작한다면 호남을 비롯한 여타 진영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했다. 어떻게 해서든 최소한 이곳에서 전세를 유지해야만 했다. 벼랑 끝에 몰린 주인환은 그야말로 난감한 표정으로 연일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회의 석상의 참가자는 물론 백마 중에 살아남은 십오마였다. 하지만 회의는 그다지 진척되지 않았다. 원군 요청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책이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주인환은 휘하 백마들에게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모두가 은연중에 검마 이진중에게 무게를 실어 주려는 분위기였다.
주인환 역시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진중에게 주도권을 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주인환에게 한 장의 서찰이 당도했다. 갑작스레 도착한 서찰을 읽어 가는 주인환의 표정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점차 밝아지기 시작했다. 주인환은 혼자서 그 서찰을 끝까지 읽고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곧장 삼매진화를 일으켜 서찰을 태워 버렸다.
그런 주인환의 모습은 이미 침울한 패장의 그것이 아니었다.
“내일 총공격을 감행한다.”
갑작스런 주인환의 선언에 모두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주인환은 계속해서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설명하는 작전은 최초 교전 당시와 완전히 똑같았다. 마교의 주력이 적의 예봉을 꺾고 무당삼자마저 제압해 전세를 뒤바꾼다는 것이었다.
주인환의 말에, 영마를 포함한 모든 백마가 침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처럼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무당삼자를 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작 누가 있어 무당삼자를 꺾을 것인가?
모두가 검마 이진중을 바라보았다. 이진중이 아직 그의 본 실력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진중의 안색마저 다소 창백해졌다. 그것은 승산이 없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이진중 역시 잘해야 풍천양과 승패를 겨룰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 백마들을 향해 주인환이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내일 반드시 승리한다.”
지금까지 너무나 풀이 죽어 있었던 주인환, 그런 그가 이렇듯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바로 조금 전 도착한 한 통의 서찰 때문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환 혼자서 서찰을 읽었기에 그 내용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금 전까지 소심해질 대로 소심해져 있던 주인환의 표정을 밝게 만들 만큼 희망적인 내용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서찰이 전황을 뒤바꿀 만큼 확실한 변수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내용이 단순히 총단에서 원군을 보내온다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변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십마, 모두가 막연히 그 십마의 출현을 떠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