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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Chapter 4.
마스터, 윈프레겐 데 모하네스
“허!”
그때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가 감탄한 듯 탄성을 질렀다.
관객들 사이에 섞여 있던 사내는 모용명에게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랜스의 무딘 창날로 판금갑옷을 꿰뚫다니…… 수준이 높은 마나 코어를 익혀 엑스퍼트에 오른 자가 분명하다. 기세를 숨기고 있지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구나! 도대체 누가 그를 가르쳤을까?’
사내의 이름은 윈프레겐 데 모하네스!
그는 제국에 단 일곱 명밖에 없는 마스터(Master)의 경지에 오른 기사들 중 하나였다. 윈프레겐은 오래전에 은퇴를 선언한 뒤 고향에서 제자들을 키우는데 힘쓰고 있었다.
그런데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정말 맞는지, 제자들을 가르치며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게 된 그는 최근에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되었다.
마스터의 벽을 깨고 바디―체인지(Body―Change)를 경험한 것이다!
이는 강호에서 말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와 비슷한 현상이었다.
바디―체인지가 일어나면 신체가 재구성되어 무공을 펼치기에 최적화된 몸으로 바뀌게 되며 외모도 다시 젊어져 한창 나이 때와 같은 모습이 된다.
‘내가 다시 젊음을 얻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그는 몹시 기뻐했다.
그런데 몸이 바뀌고 난 후 마음까지 혈기왕성한 젊은이같이 변해 버린 것일까?
윈프레겐은 문뜩 지금까지 그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지겹게 여겨졌다. 마치 그가 아직 젊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그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무작정 고향을 빠져나왔다. 더없이 무책임한 일이었지만 통쾌한 해방감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그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그가 이런 변화를 겪게 된 것은 불완전한 바디―체인지 때문이었다.
원래 완전한 바디―체인지 현상을 겪게 되면 신체가 재구성됨을 물론 큰 깨달음을 얻어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 강호에서 말하는 화경)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변화는 불완전했고 그 부작용으로 윈프레겐의 성격도 혈기왕성한 소년같이 가볍게 변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부작용은 그의 기억에까지 영향을 끼쳐 스무 살 이후의 기억들 중 일부가 까맣게 지워져 버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기억의 일부가 소실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했기에 전혀 부작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 다들 너무 약하니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군!’
윈프레겐은 한동안 산적들을 소탕하거나 질 나쁜 귀족들을 혼내 주며 영웅 흉내를 내고 다녔지만 그마저도 곧 지겨워졌다.
아무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 어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인가?
사내는 술이나 여자 그리고 도박 이 세 가지 중에 하나에는 어느 정도 빠져서 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윈프레겐은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오직 강한 상대에게 도전하거나 쓰러뜨리는 것을 인생의 유일한 즐거움으로 여겼다.
‘다른 마스터들도 내 적수가 되지 못할 텐데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지?’
현존하는 마스터들 중에 바디―체인지를 경험한 것은 오직 그 하나뿐!
비록 불완전하다고는 하지만 그랜드―마스터의 문턱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
다른 마스터들도 분명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아무도 나와 대등하게 대적할 수 없는 건가? 생사를 오가는 피 끓는 승부를 통해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없다면……. 모든 것은 무의미해!’
고독함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 그는 곧 심각한 무력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것은 불완전한 바디―체인지 때문에 정신과 육체의 균형이 깨져 버렸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5화
이를 두고 강호에서는 흔히 심마에 빠졌다고 표현한다.
지독한 무력감에 정신이 완전히 망가지기 직전 그는 에펠 영지에서 무투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무투 대회 소식을 듣는 순간 그는 견습기사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직 젊고 순수했으며 더없이 패기 넘치던 그 시절!
힘들고 고단했던 시기를 거쳐 드디어 무투 대회에서 마음껏 용맹을 떨치던 그날! 정식으로 기사 서임을 받고 얼마나 가슴 설레었던가?
가슴속에 깊이 새겼던 수많은 포부와 각오! 정의로움으로 가득 찼던 기사의 맹세!
그 시절의 기억과 순수한 열망이 죽어 가던 그의 마음에 다시 한 번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래, 에펠 영지로 가 보자! 그곳에서 예전의 열정을 되살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윈프레겐은 그 길로 무투 대회가 열리는 에펠 영지로 향했다.
젊은 시절의 감정들을 되살려 보기 위해 그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무투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윈프레겐 데 모하네스는 드디어 만만치 않은 실력을 숨기고 있는 사내를 보게 되었다.
‘엑스퍼트급이라면 분명 내 상대가 되지는 못할 것인데…… 그런데 저 사내가 가진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날 자극하고 있다! 마치 온몸의 감각이 내게 저자가 호적수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 같군. 어째서 이런 느낌이…….’
강력한 호적수와 마주친 것처럼 심장이 격렬히 요동치는 이 감각이란!
알 수 없는 감각에 그가 몹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사이, 범상치 않은 기세를 풍겨 내고 있는 사내는 또다시 상대를 쓰러뜨렸다.
“우와아아아아!”
한차례 함성이 울려 펴지고 대회를 주체하고 있던 사내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음 도전자는 앞으로 나오시오! 178번! 없습니까?”
그 자의 말에 윈프레겐은 무심코 순번이 적힌 나무판을 확인했다.
178번!
공교롭게도 178번은 자신의 번호였다.
사내와 맞붙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윈프레겐은 혈관 속의 피가 모조리 끓어오르는 듯 강력한 흥분을 느꼈다.
‘이 감각이 그저 착각인지 아닌지. 직접 부딪혀 확인해 볼 수 있겠군! 나를 상대하려면 감춰 둔 실력을 모조리 꺼내 놔야 할 것이다! 하하하!’
한편 모용명은 도전자들을 어렵지 않게 쓰러뜨렸다.
슈아아아아악― 콰아앙!
“우아아아아아! 크라켄 슬레이어!”
“이번에도 이겼다! 우아아아아!”
또 한 번의 격돌에 갑옷과 심장을 동시에 꿰뚫린 상대가 바닥에 떨어졌다. 비릿한 피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장내는 온통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무려 열일곱 번의 연승!
이처럼 통쾌한 승리를 보여 준 그에게 관중들은 아낌없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열일곱 번이나 연속해서 경기를 펼쳤지만 모용명의 호흡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랜스의 창날도 아직 새것처럼 멀쩡해 교체할 필요가 없었다.
“크라켄 슬레이어가 또다시 우승했군요! 놀랍습니다! 이제 마지막 도전자만이 남았군요! 다음 도전자는 앞으로 나오시오! 178번! 없습니까?”
주최자가 두어 번 반복해서 외쳤을 때, 마스터(Master)의 신분을 감추고 출전한 윈프레겐이 대회장으로 들어섰다.
마스터의 명성과 위용은 실로 대단한 것이라 대륙 각지에 그들의 초상화나 조각상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바디―체인지를 겪고 그의 외모가 완전히 젊어졌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야유를 퍼부었다.
“우우우―! 애송이 녀석! 넌 오늘 죽었다!”
“크라켄 슬레이어! 이번에도 애송이 녀석을 해치우라고!”
“나도 너에게 돈을 걸었어!”
관중들이 이처럼 모용명의 편이 되어 응원하게 된 것은 그가 보여 준 열일곱 번의 통쾌한 승리에 흥분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에게 돈을 걸었기 때문에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야유를 받긴 했지만 윈프레겐은 모욕감보다는 신선함을 느꼈다.
‘실로 오랜만에 도전자 입장이 되어 보니 기분이 새롭군!’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 수십 년 동안 줄곧 찬양에 가까운 칭송과 우러러보는 눈길만 받아 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러한 냉대는 오히려 무기력감에 빠져들던 그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 주었다.
윈프레겐은 눈앞의 상대에게 질 것이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기에 이처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내 기꺼이 너를 쓰러뜨려 주마! 너를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다시 일어서리라.’
대결을 앞두고 두 사람은 연무장 가운데 마주하고 섰다.
“반갑소! 내 이름은 필립이네.”
“제 이름은 시온입니다.”
윈프레겐이 바디―체인지(환골탈태)를 경험하고 다시 젊어졌다고 해도 외견상으로는 모용명의 나이가 더 어려 보였다.
그래서 이처럼 윈프레겐의 반존대에 존대로 응수한 것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말투와는 달리 모용명은 눈빛은 지극히 차가웠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자세히 살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사내에게서 뭔가 범상치 않은 기세가 느껴진다!’
무림인들의 감각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달리 육감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었다.
모용명의 눈에 상대의 모습이 점점 크게 확대되는 것 같았다. 마치 산속에서 맹수와 마주친 것처럼 온몸의 감각이 저절로 팽팽하게 날이 섰다.
그는 곧바로 상대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엄청난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마치 머리가 하얗게 새도록 무공을 수련한 무림고수를 맞닥뜨린 것 같구나!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모르나 겉보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상대다!’
한편 윈프레겐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상대의 몸에서 특별히 무예를 수련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모용명이 제논의 몸으로 소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지금까지 주로 장법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 역시 마스터(Master)의 감각으로 상대를 파악했다.
‘수준 높은 마나 코어(내공심법)를 익힌 것 같지만, 짐작했던 것보다 코어(단전)에 응축해 둔 마나는 별로 많지 않다. 하지만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그의 검에 베일 것 같은 위험천만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때 대회 주최자가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각자의 자리로 물러서 말에 오르시오!”
그의 지시대로 두 사람이 거리를 두고 물러섰다.
아밀리에가 모용명에게 다가와 랜스를 건네며 걱정스런 얼굴로 속삭였다.
“조심하세요! 시온 님. 방금 상대에게 마나 감지(Detect Mana) 마법을 펼쳐 보았는데 보유하고 있는 마나가 측정되지 않았어요. 즉! 상대가 보유한 마나는 마법사로 치면 7서클 수준을 훌쩍 넘어서고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죠?”
‘역시 범상치 않은 자였군! 상대의 내공이 나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으니 실력을 숨기면서 상대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군.’
모용명은 제논의 몸으로 회생한 뒤 새롭게 내공심법을 익혀 고작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내공을 쌓았을 뿐이다.
무려 칠십 년에 가깝게 마나 코어를 수련한 윈프레겐에 비교하면 당연히 내공 수위가 턱없이 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공만 높다고 무조건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용명은 대륙의 무예가 강호의 것에 비해 비교적 매우 단순하다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뛰어난 기교로 적의 힘을 눌러 버릴 수 있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무공을 드러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가 이처럼 무예를 드러내길 꺼려하는 이유는 잠재적인 적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었다.
공개된 무공 초식은 언젠가는 파헤쳐지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이야 무공 초식을 보고 초식과 연계되는 공력의 흐름까지 파악해낼 수 없겠지만, 시일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초식의 파훼법(破毁法)을 찾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하늘 아래 완전한 것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섭리처럼 어떤 강호 문파의 무공 초식이든 반드시 약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림인들은 반드시 적을 몰살시킬 확신이 있을 때만 문파의 비밀스런 초식을 펼쳤다.
비전 무공을 본 자들은 그게 누구든 모조리 죽여 없애야 함은 물론이다.
‘꽤 힘든 대결을 펼쳐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러나 속마음과는 달리 그는 자신만만한 어조로 아밀리에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분명히 보여 주지! 이번에도 나에게 돈을 걸어 두라고. 전부!”
아밀리에의 눈에는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더없이 멋지고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아아…… 하늘 아래 이처럼 멋있는 남자가 또 있을까?’
사랑에 빠진 여성의 눈에는 제 짝이 가장 멋지게 보이는 법! 게다가 그녀는 미혼술에 걸려 정신 못 차리는 상태가 아닌가?
“알겠어요. 저는…… 시온 님을 믿겠어요.”
그녀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순간 경기 주최자가 깃발을 들어 올리며 힘껏 외쳤다.
“출발하시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말을 몰아 서로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간격은 순식간에 좁혀졌다.
먼저 랜스를 찌른 것은 윈프레겐이었다.
슈아아아앙!
맹렬한 회전력과 응축된 마나를 머금은 찌르기!
찌르기에 회전력을 가미해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윈프레겐의 특기 중 하나였다.
응축된 마나를 공격에 녹여낸 덕분에 실로 번개와 같은 찌르기였다.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
순간, 모용명은 랜스를 마주 찌르는 척하며 사량발천근(四兩發千斤)의 묘리로 상대의 창대를 교묘하게 후려쳤다.
파앙!
가벼운 파공성과 함께 랜스의 방향이 조금 틀어졌다.
그 사이, 그는 말고삐를 당기며 민첩하게 상체를 젖혔다.
쫘아악―!
상대의 창날이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회전력이 때문인지 갑옷 위를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덧댄 철판이 구겨지며 날아가 버렸다.
그러나 모용명의 대처는 단순히 적의 공격을 피해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적의 공격을 피해 낸 것은 재빨리 반격하기 위한 것!
그는 상대의 팔이 젖혀진 틈을 타 내공을 끌어내며 힘껏 랜스를 내질렀다.
슈아아아아아앙!
공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모용명의 창이 상대의 심장을 노렸다!
윈프레겐은 황급히 건들렛을 낀 왼손에 응축된 마나를 잔뜩 주입하며 창대를 후려쳤다.
콰아앙!
맹렬한 굉음과 함께 모용명의 랜스가 튕겨져 나갔다.
‘윽! 역시 내공이 막강하군!’
공격한 것은 모용명인데 오히려 부상을 입게 되었다!
건들렛에 실린 힘이 엄청나 그의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줄줄 쏟아졌다. 충격의 여파에 랜스를 놓쳐 버릴 것 같았지만 무기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실격이었다.
실격패를 당할 위기!
모용명을 상대의 힘을 해소하기 위해 창대를 크게 한 바퀴 휘둘러 원을 그렸다. 그러나 단순히 힘을 해소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회전력을 살려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슈아아아아아앙―!
상대의 힘에 그의 힘까지 합친 강력한 공격!
하지만 동작이 커진 만큼 공격의 궤도도 손쉽게 파악되었다.
‘오냐! 한 번 부딪혀 보자. 이거지?’
윈프레겐은 상대의 창대를 향해 랜스를 힘껏 마주 휘둘렀다.
코어(단전)에 응축된 마나가 올올이 풀려나오며 공격의 위력을 극대화시켰다.
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창날이 허공을 꿰뚫으며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정면으로 부딪혀 오는 듯했던 모용명의 반격은 허초였다.
힘껏 휘두르는 척한 것은 속임수일 뿐!
그는 갑자기 랜스를 하늘 높이 던져 버렸다.
거의 동시에 상체를 숙이자 상대의 랜스가 그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두두두두두―
다음 순간, 두 사람의 말이 스치듯 하며 서로 가까워졌다.
‘바로 지금!’
두 사람의 몸이 서로 가까워진 순간 모용명은 은밀히 손바닥을 뻗어 상대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파앙!
비록 소리는 크게 않았으나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을 사용한 느닷없는 기습!
즉, 윈프레겐의 갑옷 안쪽에만 장력이 파고들며 충격이 내부를 뒤흔들었다.
“으윽!”
갑작스런 충격을 받은 윈프레겐은 신음과 함께 말에서 떨어져 버렸다.
우당탕!
바닥에 내팽겨지 듯 떨어지자 흙먼지가 일며 충격으로 갑옷의 철판이 구겨졌다.
실로 그의 정체를 숨긴 것이 다행스러울 만큼 낭패한 모습이었다.
마스터급 기사가 이렇듯 형편없이 패배했다는 사실이 온 대륙에 퍼진다면 어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윈프레겐이 낙마하는 순간 주최자가 깃발을 들어 올리며 선언했다.
“시온 승!”
“우와아아아아! 이번에도 이겼다!”
“크라켄 슬레이어! 만세!”
관객들은 장내가 떠나갈 듯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크라켄 슬레이어라는 수상쩍은 별명을 가진 사내가 무투 대회의 첫째 날 경기인 주스트(Joust)에서 우승자가 된 것이다.
평민 출신의 출전자가 연전연승해 마침내 우승자가 되다니!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사건인가?
허공에 던져 올렸던 랜스를 다시 받아 낸 모용명은 관객의 함성에 호응하듯 랜스를 높이 들어 올려 보였다.
구경꾼들의 함성은 더욱 높아졌다.
“우와아아아아! 크라켄 슬레이어! 최고!”
“내일도 선전을 기대하겠어!”
“계속 이기라고! 네게 가진 돈을 전부 걸 테니까!”
한편, 무참하게 패배한 윈프레겐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젠장! 그야말로 형편없이 져버리고 말았군!”
그러나 무언가에서 해방된 듯 그의 표정은 오히려 맑아졌다.
‘윈프레겐! 상대할 자가 없다고 무료하다더니. 꼴좋게 됐구나! 그동안 오만함에 빠져 결국 무기력증에 빠지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군! 하하하!’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할 만큼 유쾌해져서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하하!”
크게 웃으며 그동안 느꼈던 무력함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음껏 쏟아 내어 버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기적처럼 불완전함이 완전함으로 바뀌었다!
마음속에서 모든 걸 놓아 버리는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감각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내부에서 보이지 않은 벽이 허물어지며 저 멀리 지극히 높은 경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 화경)의 경지!
지고지순한 경지가 그를 향해 활짝 문을 열었다.
‘아아……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군! 이제껏 보지 못한 길이 보인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 그에게 그 길을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몰입을 깨어 버린 걸 보면 말이다.
“엄마! 저 아저씨 무서워! 눈을 꼭 감고 미친 듯이 막 웃고 있어!”
“보지 마! 저 아저씨는 지금 패배한 것이 너무 창피해서 살짝 맛이 갔단다.”
“하긴…… 저 아저씨. 엄청 쪽팔릴 거야.”
‘이런! 빌어먹을! 지고지순한 경지가…….’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는 바람에 아쉽게도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들 기회는 저 멀리로 훌쩍 날아가 버렸다.
애써 붙잡아 보려 했지만 잡념만 생길 뿐이다.
화가 난 윈프레겐은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며 몰입을 방해한 아이와 어머니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앗! 엄마! 미친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어!”
“피, 피해!”
그의 눈빛에 놀란 두 사람은 황급히 자리를 떠나 버렸다. 그들의 눈에 비친 윈프레겐은 그저 미친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휘이잉―!
어디선가 갑자기 한 줄기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며 허망한 그의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것 같았다.
‘휴우! 이제 언제 다시 깨달음을 얻어 그랜드―마스터가 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나 할…… 그래! 방법은 있다!’
윈프레겐의 눈빛이 갑자기 번뜩였다.
‘시온이라는 사내를 찾자! 그자와의 대결을 통해 깨달음의 실마리를 얻었으니, 다시 그자와 대결하다 보면 또다시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는 그 가능성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사실 굳이 그랜드―마스터가 될 욕심이 아니더라도 윈프레겐은 그를 쫓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같은 흔치 않은 강자를 어디서 또 만날 것인가?
지금 윈프레겐에게 삶의 유일한 목적은 강자와의 대결뿐!
윈프레겐은 모용명을 이길 때까지 계속 그를 쫓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과연 그가 모용명을 이길 그날이 정말 찾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첫째 날 경기의 우승자가 된 모용명은 상패와 상금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이날 상금으로 받은 금액보다 자신에게 돈을 걸어 벌어들인 돈이 수백 배는 많았다.
하지만 재물이라는 것은 원래 많을수록 좋은 것!
그는 원래 물욕이 별로 없고 사치를 즐기지 않았지만 장차 대연국(大燕國)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군자금이 필요했다.
“아밀리에! 가서 패배자들과 몸값을 협상해! 그리고 전리품으로 뺏은 말과 갑옷도 적당한 값에 넘기라고.”
“에엑? 지금 그 많은 일은 여자인 저 혼자 하라는 거예요? 사내대장부가 가녀린 아녀자에게 어찌 그럴 수 있어요?”
아밀리에는 모용명이 흔히 쓰는 단어를 입에 올려 보며 열심히 항변했다. 그러나 그는 무뚝뚝한 얼굴로 그녀를 재촉했다.
“너는 아녀자이기 이전에 내 수하다. 수하가 주인의 자잘한 일을 대신하는 것은 당연한 법! 어서 다녀와.”
“그러지 말고 종자나 노예를 들이는 건 어때요?”
종자(Squire)는 기사를 따라다니며 갑옷이나 무기 손질 등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비록 기사의 시중을 들지만 사실 그들은 견습기사로서 모시고 다니던 기사의 눈에 들면 추천장을 받아 기사가 될 수 있다.
“나는 아직 기사 서임을 받지 못했으니 종자를 들일 수 없고, 여기 눈앞에 훌륭한 수하가 있는데 구태여 돈을 써 가며 노예를 구입할 이유가 없지.”
“쳇! 알았다고요. 알았어요. 다녀오면 될 거 아니에요?”
체념하듯 투덜거리던 그녀는 갑자기 말을 바꾸어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아까부터 계속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오네요? 무슨 일일까요?”
아밀리에가 말하는 저 사람은 바로 윈프레겐이었다.
모용명은 신경 쓸 것 없다는 말투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저자의 몸값은 이미 받아 뒀으니 그냥 내버려 둬. 뭔가 할 말이 있다면 곧 말을 걸어오겠지. 그보다 얼른 가서…….”
“쳇! 알았다니까요?”
그녀가 한껏 신세한탄을 하며 떠나가자 아까부터 기회를 엿보고 있던 윈프레겐이 은근슬쩍 접근했다.
“저…… 같이 앉아도 되겠소?”
“자리가 비어 있으니 앉아도 됩니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윈프레겐은 잽싸게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며 말했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면 내가 사겠소.”
‘도대체 이자가 왜 내 환심을 사려 하는 거지?’
관찰하듯 그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던 모용명은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윈프레겐은 호탕한 목소리로 종업원에게 소리쳐 주문했다.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요리로 2인분!”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윈프레겐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를 만큼 무예가 뛰어났지만 언변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후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선뜻 부탁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의 식사는 끝나 버렸다.
포도주로 가볍게 입가심을 한 모용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전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자…… 잠깐! 할 말이 있으니, 잠깐만 시간을 내어 주시겠소?”
“어려울 것 없죠.”
모용명은 망설임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일단 이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볼 필요가 있겠군. 만만치 않은 실력자이니 만약 훗날 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제거해 두는 편이 좋겠지.’
“자! 무슨 일인지 속 시원하게 말해 보지죠. 다 자란 사내가 내 뒤를 계속 따라오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까.”
비아냥거리는 듯한 그의 말에 찔끔한 윈프레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돌려서 말할 재주가 없으니 간단히 말하지. 전력을 다해 나와 겨루어 주게! 숨김없이 말이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글쎄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나와 대결하고자 하는 이유가 뭡니까?”
윈프레겐은 과연 말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만큼 그는 투박하지만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만 자신이 마스터 윈프레겐이라는 것은 끝까지 털어놓지 않았다. 앞으로는 필립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모용명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당신은 강자와 싸우는 것에만 유일하게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군요.”
“쾌감이란 표현은 좀 그렇지만…… 비슷하네. 그게 내가 하려던 말일세! 그러니까 자네가 날 좀 도와주게.”
윈프레겐이 간청했지만 그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해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말이 대결이지 진검으로 실력을 겨루다가 크게 부상을 입거나 죽을 수도 있습니다. 부탁을 들어줄 수 없으니 그만 물러가 주시죠.”
“그러지 말고 제발! 이 늙은이 부탁 좀 들어주게.”
모용명은 귀찮다는 듯 대답 대신 파리를 쫓듯 소매를 휘저었다. 그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난 윈프레겐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원치 않아도 자네는 내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일세!”
그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검을 뽑아 모용명을 향해 휘둘렀다.
슈아아아악―!
기습을 받은 모용명은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밧줄을 연결해 잡아당긴 듯 바닥을 미끄러지며 공격을 피해 냈다.
파앗―!
이는 바로 신행미종보(神行迷踪步)의 기이한 보법을 펼쳐 낸 것이다. 그의 신기한 발재간에 윈프레겐은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엇? 자네 방금 뭘 한 건가?”
모용명은 대답 대신 그를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망신당하기 전에 그만 물러가 주시죠!”
윈프레겐은 모용명의 경고를 무시하며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
슈아아아아―!
‘공격에 실린 힘은 더없이 강맹하지만 검법이 너무 단조롭군!’
모용명은 물러서는 대신 검집을 뽑아 비좁은 틈으로 그의 공격을 받아 냈다.
싸악!
놀랍게도 윈프레겐의 검은 모용명의 검집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이는 상대의 공격을 완벽히 파악하고 또한 몸놀림이 민첩하지 않으면 펼칠 수 없는 기예였다.
모용명은 검집에 상대의 검을 가둔 채 재빨리 검집을 비틀어 윈프레겐의 손목에 충격을 주었다.
파악!
이는 바로 금나수(擒拿手)란 재간을 응용한 동작이었다.
비록 둘 사이의 공력의 차이가 컸지만 손목 관절은 충격에 취약한 부위라 그는 아차 하는 사이 어이없이 검을 빼앗기고 말았다.
“엇?”
기사가 상대에게 무기를 빼앗긴다는 것은 패배와 같다.
허탈하게 검을 빼앗긴 충격이 컸는지 윈프레겐은 한동안 멍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마상 창시합에선 어느 정도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는데 이리 허무하게 당하고 말다니…….’
사실 모용명이 그의 검을 뺐을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모르는 무림의 기예를 펼쳐 허를 찔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같은 수법으로 부딪히게 된다면 더 이상 통하지 않으리라.
모용명은 그를 쫓기 위해 아예 반말로 싸늘하게 외쳤다.
“검을 돌려주겠으니 더 이상 추태 부리지 말고 물러가시오!”
그의 싸늘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윈프레겐은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 우리 거래하지 않겠는가?”
“거래라니, 무슨 뜻이지?”
“나는 사실…… 마스터 윈프레겐 님의 수제자네!”
윈프레겐은 원래 말재간이 없었지만 궁지에 몰리자 저도 모르게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그가 이렇듯 제자를 사칭한 건 자신이 마스터란 사실을 밝히면 상대가 이를 악용하러 들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무투 대회에 출전한 것은 명성을 드높여 군주들의 눈에 들고 싶은 목적이겠지? 내가 윈프레겐 님에게 추천장을 써 달라고 하겠소!”
“추천장?”
모용명이 추천장이란 단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윈프레겐을 그를 향해 상체를 구부리며 은밀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윈프레겐 님은 생각보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머물러 계시네. 자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모레 아침까지 그의 추천장을 받아 올 수도 있네.”
“…….”
모용명은 추천장이란 말에 귀가 솔깃했다.
카로스 해 주변 지역을 지배하는 제라드 백작은 무투 대회의 마지막 날 최종우승자를 보러 온다고 하지만 솔직히 최종우승자가 된다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백작에게 중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했다.
하지만 마스터 윈프레겐의 추천장을 손에 넣게 된다면? 확실하게 제라드 백작의 주목과 관심을 받을 수 있으리라.
모용명이 동요하는 것을 느낀 윈프레겐은 그 기세를 몰아 이어서 말했다.
“거기다 나와 한 번 대결해 줄 때마다 1,000골드를 지불하겠소! 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치료비로 1,000골드를 추가로 지불하겠소!”
윈프레겐은 별로 물욕이 없는 자였으나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며 자연히 많은 재물이 따르게 되었다. 자식을 그의 제자로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쏟아부을 귀족들이 각지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늘지 않아도 마스터의 제자라는 타이틀만으로 어디를 가도 크게 대접받으며 한자리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와 같이 큰돈을 선뜻 내걸 수 있었다.
‘흐음……1,000골드라.’
모용명은 고민에 빠졌다. 1,000골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와 한 번씩 겨루어 주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군자금을 모아들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1,000골드로 부족하면 2,000골드…….”
평소에 금전 감각이 별로 없는 윈프레겐은 그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다급히 금액을 올렸다.
간단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으나 모용명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돈은 1,000골드로 충분해,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그가 거의 승낙할 듯 말하자 윈프레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조건이 뭐든 말씀만 하시오!”
“첫 번째 조건은 대결하면서 내 기술을 훔쳐 배우려 해선 안 된다는 거다.”
“나를 비겁한 사람으로 보지 마시오! 당연히 훔쳐 배우지 않겠소.”
윈프레겐은 대륙에 일곱 명밖에 없는 마스터(Master)다.
마스터의 체면이 있지 남의 기술을 훔쳤다면 어디 가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나 있겠는가?
모용명은 그의 맹세를 믿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