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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도장에서 돌아온 태완은 곧장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외출을 나가셨는지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인도와 포박자에 빠져 있었던 태완은 다른 책들을 꺼내 들었다. 아버지인 인국이 가지고 있는 다른 고서들이었다.
포박자를 해석하며 한문 공부를 많이 한 덕에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된 터라 방학이 끝나기 전에 몇 권이나마 읽어보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로 꺼내 든 책은 도덕경이었다. 도가의 중요한 경전 중 하나로 어쩐 일인지 관심이 가던 책이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태완은 도덕경을 읽어 나갔다.
이미 도가의 원류라고 하는 포박자를 읽은 터라 심오한 부분을 빼고는 대부분 해석이 가능했다.
책을 읽어 나가는 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돌아오시는 모양이구나.”
책을 덮은 태완은 서재를 나섰다.
곱게 차려입은 업마가 거실로 들어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운동 끝내고 온 거니?”
“예. 엄마.”
“아버지 만나고 오는 길이다. 금방 저녁 차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알았어요. 전 아버지 서재에서 책 읽고 있을게요.”
“그래라. 난 옷 좀 갈아입을 테니.”
수아는 안방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갔고 태완은 다시 서재로 돌아가 도덕경을 읽기 시작했다.
딩동!
도덕경에 빠져 한참을 읽고 있는 중에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시게를 보니 벌써 7시가 가까웠다.
“아버지가 오셨구나.”
태완은 도덕경을 접어 서가에 꽂은 후 밖으로 나갔다.
“다녀오셨어요.”
“하하하, 그래. 우리 강아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버지를 향해 태완이 조르르 달려가 품에 안겼다.
아버지가 태완을 안는 것을 좋아한 탓에 어렸을 때부터 이어지는 습관이었다.
“어쩜 부자가 저리 좋을까?”
새침한 표정으로 수아가 말했다.
“헤헤헤, 엄마도요.”
외출을 나갔다가 돌아올 때 안기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 낸 태완은 옆에서 아버지의 옷을 받아들고 있는 수아를 안았다.
“호호호. 그래. 얼른 저녁 먹자. 당신도 어서 씻고 나와요.”
“알았어.”
인국은 안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는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은 후 부엌으로 나왔다.
음식 솜씨가 상당한 수아의 노력이 식탁 위에 가득 놓여 있었다.
세 식구는 맛있게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응접실에서 티타임이 벌어졌다.
“여보, 오미자차에요.”
“좋지.”
인국이 아내가 내미는 찻잔을 받아들며 미소를 지었다.
“태완아, 너도 괜찮지?”
“예, 엄마.”
태완은 찻잔을 받아들고는 탁자 위에 놓았다.
수아는 자신의 찻잔을 내려놓고는 곧바로 안방으로 갔다. 그리고는 예쁘게 포장된 작은 박스 하나를 들고 나왔다.
“뭐예요?”
“호호호, 선물!”
“선물이요?”
“그래, 네 생일 선물이다.”
“저번에 주셨잖아요.”
“그건 우리들 선물이고, 이건 로마에 계신 할아버지가 너에게 전해 오신 선물이란다.”
“할아버지가요?”
로마에 가 있는 외할아버지의 선물이라는 소리에 놀라며 태완은 상자를 받아들었다.
“그래, 열어봐라.”
태완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검은색 구슬로 이어진 두 개의 묵주가 보였다.
‘로마에서 사신 건가? 참 특이하게 생겼네.’
묵주를 잇는 매듭 끝에 은색의 십자가가 달린 묵주였는데 상당히 특이해 보였다.
검은 구슬들은 상당히 큰 크기였고 그것을 엮은 것이 청홍색으로 물든 수실이었다.
“얼른 한 번 차봐라.”
“예, 엄마.”
태완은 두 개의 묵주를 양손에 찾다.
‘어! 뭐지?’
손목을 빙 둘러 채워진 묵주를 살피던 태완은 기이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 기운을 간직한 구슬 안에서 무엇인가 일렁이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으음, 내가 잘못 본 건가?’
시선을 집중해 다시 살펴봤지만 아무런 모습도 없는 불투명한 구슬이었기에 태완은 자신이 잘못 보았다고 생각했다.
“꽤 좋네요. 할아버지께 고맙다고 전해야 하는데…….”
“돌아오시면 고맙다고 말씀드려라. 지금은 연락할 수 없는 상태시니 말이다.”
“예, 엄마.”
외할아버지가 바티칸과 함께 연구하고 있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 엄마도 연락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것을 알기에 태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한 말씀도 하시지 않는 거지? 회사에서 화나시는 일이라도 있으셨나?’
선물을 들여다 볼 동안 아버지가 한 말씀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지만 간혹 있어 왔던 일이라 그러려니 했다.
“태완아, 그 묵주는 가호가 깃든 것이니 언제나 차고 있어야 한다.”
“잘 때도요?”
엄마의 말에 정신을 차린 태완이 물었다.
“그래, 항상 차고 있어라.”
“알았어요.”
손목에 차여 있는 것이 낯설기는 했지만 자신을 위한 생일 선물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호, 태완아.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아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 보인 수아가 물었다. 수아의 물음에 태완은 잠시 고민을 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난 뒤에는 토론을 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매일같이 해오던 일이지만 주제를 정하는 것은 태완도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했는데 주로 시사에 관한 것들이 주류를 이뤘다.
“엄마, 오늘은 전에 말했던 축구에 대해서 해보면 어때요?”
“축구?”
“예, 외국에서는 축구가 문화를 형성하는 한 축이라고 하던데요.”
“그래, 그게 좋겠구나. 유럽에서는 축구가 시작된 것은 영국이 처음이었지 아마.”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 기원도 아주 재미있다고 하던데요.”
“그래.”
주제가 정해지고 모자 간에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축구의 탄생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진행이 됐다. 그런데 다른 날과는 달리 오늘은 수아가 대화의 주제를 이끌었다. 인국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자 인국의 기분이 풀어졌다.
조기축구회에 가입해 있는 인국으로서도 축구는 재미있는 주제였다.
“영국이 축구의 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현대의 규칙을 만들었을 뿐 축구의 시작은 어쩌면 동양일 수도 있다.”
“아버지, 축구가 동양에서 시작이 됐다고요?”
“그래, 옛날 동양에는 지금의 축구와 비슷한 축국이라는 놀이가 있었는데…….”
인국은 공을 차서 상대의 문에 넣는 놀이에 대해 한동안 설명을 이었다. 새로운 사실을 안 태완은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인국도 자세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한동안 축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태완아, 시간이 늦었구나.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야 할 것 같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시간이 빨리 흘러갔는지 유럽대항전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후 인국이 말했다.
태완이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니 10시가 한참 전에 넘어가 있었다.
“그렇네요. 전 이만 씻고 들어가서 잘게요. 두 분도 안녕히 주무세요.”
“오냐. 오늘은 인터넷하지 말고 그냥 자도록 해라.”
“알았어요. 엄마. 아버지, 오늘 축구 이야기 재미있었어요.”
“후후후, 녀석!”
자신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축구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국이 웃음을 흘렸다.
“여보, 우리도 어서 잡시다.”
“알았어요.”
태완은 화장실로 가서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나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또다시 악몽을 꾸겠지만 이제는 그다지 두렵지 않은 태완은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두 부부 또한 씻은 후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스르륵!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인국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곤히 자고 있는 아내를 한 번 바라본 인국은 방을 나선 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오세요.”
정원으로 나온 인국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스르르르…….
안개가 끼듯 뿌연 기운이 허공에서 뭉치더니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태완에게 악몽을 이길 방법을 가르쳐 주었던 화영이었다.
“오랜만이구나.”
“그렇군요.”
“여전히 쌀쌀맞구나.”
“찾지 않으실 거라 생각했는데 어쩐 일이십니까? 태완이에게 전해 준 선물은 뭐고요?”
“그냥 선물이다.”
“후후, 그냥 선물이라고요?”
인국이 씁쓸하게 웃으며 화영을 바라보았다.
“네가 가문을 잇는 것을 포기했으니 태완이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준 선물이다.”
“그걸 제가 믿을 것 같은가요?”
“믿지 않아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네가 싫어하니 태완이에게 신이 내리는 것을 막는 법구를 준 것뿐이다.”
“시, 신이 내리다니 무슨 말입니까?”
“으음, 태완이가 신몽을 꾸고 있는 것도 몰랐다니. 그동안 수련을 하나도 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신몽을 꾸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질책 어린 화영의 말에 인국이 반문했다.
“적어도 성년이 될 때까지는 차야 할 게다.”
스르르르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화영의 모습이 정원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 아버지.”
뒤늦게 인국이 불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화영의 종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수련을 중단한 자신의 법술로는 종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인국은 고개를 저었다.
“으음!”
고개를 가로젓던 인국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이내 집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사방신뢰의 결계까지 치다니 태완이가 신몽을 꾸기 시작한 것이 사실인 모양이구나.”
자신이 처음 보았던 나무를 비롯해 정확한 방위에 네 그루의 나무가 정원에 심어져 있었다.
낙뢰를 맞고도 살아남은 대추나무들이 정방향에서 집을 수호하는 사방신뢰의 결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각각의 방향으로 뻗은 가지마다 번개를 맞은 대추나무여야 하고, 옮겨 심는 동안 신기가 흐트러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 사방신뢰의 결계이고 보면 설치하는 것이 극히 까다로운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모르게 집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보면 아버지인 화영이 최고의 심력을 기울여 펼친 것이 분명하기에 전해 들은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본가를 잇기를 원하셨다면 그대로 놔두셨을 테니 아버지는 영영 나를 내치셨구나.”
가문과 인연을 끊는 것은 자신이 원하던 일이지만 막상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허전해졌다.
아들의 일을 끝으로 아버지인 화영이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가문의 숙명을 완전히 끊는 것이 낫다. 태완이에게 그런 빌어먹을 숙명을 이어줄 수는 없으니까.”
사방신뢰의 결계에 수신의 법기까지 있으니 아들이 가문을 잇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에 입술을 깨물며 돌아선 인국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스르르르…….
인국이 집 안으로 들어간 후, 허공에 희뿌연 안개가 생겨났다. 은형술로 몸을 감추고 있던 화영이었다.
“인국아, 손자 녀석에게 준 법기나 사방신뢰의 결계로도 앞으로 닥쳐올 일은 막을 수가 없는 것이란다. 부디 나를 원망하지나 말아다오.”
씁쓸한 목소리와 함께 화영의 시선이 태완이 자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태완아. 이 할아비가 능력이 없어 미안하구나. 하지만 꼭 지키고 말 테니 기다려다오. 머지않아 모든 준비가 끝이 날 테니 말이다.”
팟!
굳은 목소리를 끝으로 화영의 모습을 이루던 안개가 순식간에 정원에서 사라졌다.

◈◈◈

얼마 안 있어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을 한 태완은 이 주일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 뒤 집에서 조금 떨어진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에 들어갔지만 생활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다.
학교가 끝나면 도장에 나가 연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공부를 한 뒤 잠을 자는 것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겨울방학부터 연습하기 시작한 수인을 맺는 것을 틈틈이 해본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나온 수인을 완벽하게 흉내낼 수 있는 까닭에 잊지 않으려고 간혹 연습을 해보고 있었다.
그렇게 중학교 생활을 하는 중에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동안 다니던 도장의 두 관장이 합기도와 특공무술의 비기들을 전수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의 승낙을 받은 후 수련하게 되었다는 것과 스스로도 흥미가 있어서인지 태완은 두 관장이 전수해 주는 비기들을 빠르게 습득해 나갔다.
그러던 중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아주 놀라운 변화였다.
생일 선물로 받은 묵주의 진정한 효용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사건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작이 되었다.
태완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폐관 시간이 다되었다. 10시가 넘어 가는 시간에 도서관에서 나온 태완은 바삐 걸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뭔 밤이 이렇게 을씨년스럽냐?”
개발된 지 얼마 안 되는 터라 집으로 가는 길가에는 다져 놓은 빈터뿐이라 무척이나 어둠 컴컴했다.
평상시에는 그저 어둡기만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마치 뭔가 나올 것 같은 음침함이 길가에 맴돌았다.
“저건 뭐지?”
약간을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길을 재촉하던 태완은 공원으로 조성된 부지 위에서 뭔가 흐느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달빛도 비치치 않아 어둡기는 했지만 분명 뭔가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젠장, 조금 더 일찍 나올 걸!’
겁이 났다. 악몽으로 단련이 되기는 했지만 지금은 현실이었기에 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완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어 나갔다.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습관처럼 움직이는 행동이었다.
흐느적거리는 물체는 점점 다가왔다. 뿌연 안개 같은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귀, 귀신인가?’
뿌연 형상은 공원부터 천천히 날아오고 있었다.
이목구비는 구별할 수 없었고, 그저 뿌연 형태뿐이라 태완은 바짝 긴장을 했다.
―키키키키키킥!
가슴을 후벼 파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뿌연 형체로부터 흘러나왔다.
자신을 노리는 것이 분명했기에 태완은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나, 나를 노리고 있다. 하나님! 저 좀 살려주세요.’
명백한 적의를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탐욕도 느낄 수 있었기에 태완은 신께 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늘님! 부처님! 옥황상제님! 저 좀 살려주세요.”
소리를 내서 다른 신을 찾아봤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기랄!”
신들을 찾아도 소용이 없는 가운데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지점까지 날아오자 어떤 모습인지 확인이 가능했다.
깨진 면도칼을 박아 넣은 것 같은 뾰족한 이빨들이 뿌연 안개 같은 형체의 중앙에서 보였다.
“비켜!”
휘이익!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자 태완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안개를 향해 휘둘렀다.
―끼아아아악!
주먹이 안개를 훑고 지나가자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통스러운 비명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태완은 연이어 주먹을 휘둘렀다.
퍽!
타격감이 주먹에서 느껴졌다. 귀신 같은 형체에 타격감이라니 믿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카아아아악!
화가 났는지 커다란 입이 쩍 벌어지며 소리를 질러댔다.
물려는 듯 날카로운 이빨이 눈앞에서 번들거렸지만 태완은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악몽을 통해 자신이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안 뒤부터 두려움이 없는 편이 되었기는 하지만 태완이 이럴 수 있는 것은 타격이 가능하다는데 기인했다.
“이게 죽으려고 덤비네!”
휘이익!
퍽!
태완의 몸이 팽이처럼 돌아가며 오른다리가 날카롭게 허공을 갈라 희뿌연 몸체를 가격했다.
―캐애애애액!
새 된 비명 소리와 함께 희뿌연 형체가 빠르게 뒤로 물러나 으르렁거리며 포효를 토했다.
―크아아아!
“어쭈!”
입을 쩍 벌리고 소리를 지르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터라 태완은 고함을 지르는 형체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저 으르렁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뿌연 형체 뒤로 검은 물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괴기스러운 모습을 한 괴수들이 즐비하게 보였다.
“이런!”
태완은 달려 나가던 신형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색깔은 하나같이 검정색을 한 괴수들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