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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광포함과 아울러 피부를 시리게 하는 음침한 기운이 괴수들로부터 뭉클거리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도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태완은 재빨리 신형을 돌렸다.
하지만 괴수들은 전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등 뒤에도 어느새 나타난 것인지 검은 괴수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도망갈 곳이 하나도 없다.’
언제 다들 나타난 것인지 이미 빙 둘러 포위된 상태였다.
‘까짓것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어떤 존재들인지는 모르지만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태완은 자세를 잡았다. 적어도 몇 놈은 때려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싸워보려는 것이다.
휘이익!
태완의 신형이 자신을 덮치는 괴수들을 피해 바람같이 움직였다. 그리고는 연신 공격을 해댔다.
퍼퍼퍼퍽!
‘공격이 된다.’
이번에도 역시 타격감이 확실히 있었기에 태완은 공격을 쉬지 않았다.
퍼퍽!
퍼퍼퍼퍼퍽!
워낙 빽빽하게 포위한 채 덮쳐 오는 터라 공격은 하나도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공격을 했지만 숫자는 전혀 줄지를 않았다. 공격을 해대는 태완만 지쳐갈 뿐이었다.
퍼퍼퍼퍼퍼퍽!
“헉! 헉!”
연이어 공격을 가하자 괴수들이 잠시 뒤로 물러나는 틈을 타 태완은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새끼들! 전혀 줄지가 않네.”
몇 놈을 쓰러트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더 빨리 지치는 것 같았다.
‘이대로 끝장인가?’
귀신 같은 존재들이 있다고는 믿고 있었지만 이런 존재들을 만나 죽는다는 것이 무척이나 분했다.
“이대로 쓰러져 주지는 않는다. 이 새끼들아!”
태완은 고함을 지르며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1시간 가까이 싸웠지만 숫자는 거의 줄지 않고 있었다.
“헉! 헉! 그래, 새끼들아! 니들 마음대로 해라.”
너무 지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던 태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크아아악!
―크아아!
―카아아아악!
태완이 포기하자 승리를 자축하는 듯 괴수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카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
휘이이익!
포효를 내지르며 괴수들이 일제히 태완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이대로는 죽지 않아!’
검은 괴수들의 공격에도 너무 지쳐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도 억울했던 태완이 마지막 힘을 끌어내 손을 치켜 올렸다.
번쩍!
파지지지직!
검푸른 섬광이, 아니, 검은 뇌전이라고 해야 할 것들이 묵주에서 뻗어 나와 괴수들을 향해 빠르게 치달았다.
화르르!
퍼퍼퍼펑!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괴수들이 일제히 불타올랐다.
낙뢰가 떨어진 것처럼 몸통이 그대로 터져 나가는 괴수도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그저 생일 선물로만 알았던 묵주에서 뻗어 나온 기이하도록 검푸른 뇌전으로 인해 괴수들이 한번에 쓸려 나가자 태완은 어리둥절했다.
묵주에서 나온 것은 검푸른 뇌전뿐만이 아니었다. 매듭 끝에 달려 있는 은색의 십자가에서도 빛이 흘러나와 보호막처럼 자신을 둥그렇게 감싸고 있었다.
“이게 혹시, 법기나 성물이라고 하는 것인가?”
영적인 존재들을 물리치는 존재에 대해서 나름 탐구를 했던 태완은 자신이 차고 있는 묵주가 평범한 물건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처음 보았던 희뿌연 형체도, 그리고 검은 괴수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기에 태완은 한쪽에 떨어진 책가방을 들쳐 메고는 곧장 집을 향해 뛰었다.
타타타탁!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을 참으며 달린 태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헉! 헉! 쫓아오는 놈들은 없구나.”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지만 집까지 오는 동안 뒤를 쫓는 존재들은 아무도 없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태완은 재빨리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반가운 얼굴이 마중을 나왔다.
“태완이니?”
“예, 엄마.”
“왜, 이렇게 늦은 거…….”
대문을 열며 말을 이어가던 어머니가 갑자기 입을 다무는 모습이 이상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다. 얼른 들어가라.”
수아는 아들의 반문에 굳어 있던 표정을 급히 풀며 말했다.
“엄마, 저 배고파요.”
“알았다. 어서 들어가서 씻어라.”
“그럼 저 먼저 들어갈게요.”
“그, 그래.”
태완이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가자 수아는 뒤를 따르지 않고 대문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폈다. 그러더니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히 성물이 빛을 발하고 있었어. 사악한 존재들이 태완이를 노리고 있다는 소리인데…….’
문을 열자 제일 먼저 본 것은 아들의 얼굴이 아니라 은은한 빛을 뿌리고 있는 십자가였다.
이내 수그러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에 수아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부엌으로 가면서도 수아는 온통 아들 생각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아버지에게 부탁해 들여온 십자가가 아니었다면 아들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엄마!”
“어, 벌써 씻었니?”
“예.”
“금방 차려 줄 테니, 식탁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라.”
“알았어요.”
식탁에 앉는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아는 신형을 돌려 냉장고로 향했다.
‘아무렇지 않은 모습인데, 내가 잘못 보기라도 한 건가?’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는 아들을 보니 자신이 본 것이 헛갈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내가 잘못 볼 리가 없어.’
수아는 자신이 본 것을 확신했다. 결혼을 하기 전에 수도 없이 보았던 것을 잘못 볼 리가 없었다.
‘그래도 효과가 있어 다행이다. 아버지가 최고의 것으로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그것이 맞는 모양이다. 태완이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보면 말이야.’
아들이 다른 세계에 대해 알기를 원하지 않았던 터라 아버지가 보내준 법기가 마음에 들었다. 알아차리지 못하게 처리를 한 것을 보면 최고 수준의 성물을 보내온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어떤 존재라도 태완이를 어쩔 수 없을 거야. 시아버님에게 그 묵주를 받은 것도 그것 때문이었으니까.’
아들을 지키려면 못할 것이 없었다.
이교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은 아무런 반대 없이 받아들인 것도, 시아버지를 만나고 난 다음 날 정원에 있는 나무들이 바뀌어 특별한 힘을 뿜어낸다는 것도 모르는 척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태완이는 반드시 지키고야 만다.’
아들인 태완이 알지 못하게 성년이 될 때까지만 버티면 모든 것이 평상시대로 돌아가기에 냉장고에서 야채와 슬라이스 햄을 꺼내던 수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들 샌드위치 해주려고 하는데 괜찮지?”
“예, 괜찮아요.”
숨을 천천히 조절하며 식탁에 앉아 있던 태완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그래, 빨리 해줄게.”
수아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식빵을 깔고 그 위에 소스를 바른 후 양상치와 햄을 얹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빵 가장자리를 잘라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은 뒤 우유와 함께 식탁에 내려놓았다.
“우와! 맛있겠다.”
“아들, 우유부터 마시고 먹어.”
“예, 엄마.”
샌드위치를 집어 들던 태완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신 후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세상이 놀랄 만한 일을 겪은 아들과 그런 일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엄마는 서로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숨긴 채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식탁을 지켰다.
태완이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마주하는 일은 그 후로도 몇 번 일어났다.
그리고 그때마다 도움을 준 것은 양쪽 손목에 차고 있는 묵주와 십자가였다.
태완이 싸움을 하다 도저히 대항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특유의 기운을 뿜어내 영적인 존재들을 가차 없이 소멸을 시켰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미쳐도 벌써 미쳤을 일이지만 태완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학교를 다녔다.
수아 또한 간혹 십자가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얻은 십자가가 진짜 특별한 물건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정말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보통 은덩어리를 녹여 만드는 십자가와는 달리 태완의 묵주에 달려 있는 것은 은화를 녹여 만든 것이었다.
보통 은화가 아니라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떨어진 피가 묻은 은화로 만들어진 성물이었다.
이 세상 어떤 악령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물이었기에 그저 태완이 묵주를 항상 차고 있도록 재촉할 뿐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고 태완은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지만 태완의 생활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4장 죽음(死)!


후다닥!
“태완아!”
신발을 신으려고 부리나케 거실을 나서던 태완은 오늘도 어김없이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서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몰래 학교에 가려다가 딱 걸려 버린 것이다.
“후우!”
‘에구! 매일 아침 여지없구나. 오늘도 학교에 꼭 차고 가야 하나…….’
태완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12살이 되던 해에 생일 선물로 받은 묵주를 차야만 학교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묵주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불안한 표정을 지으시는 어머니다.
매일같이 묵주를 챙겨주시는 것이 솔직히 싫다.
차고 다닌 지 벌써 5년째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좀 나아지실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차고 가야겠지만 싫은 것은 싫은 것이었다.
“어휴! 미치겠네.”
겉은 가녀려 보여도 불같은 성격을 가진 어머니다. 안 가지고 가려고 해도 뒷감당이 되지를 않았다.
이대로 학교로 갈 수도 없고, 어머니의 표정을 보게 되면 거절할 수가 없는 자신을 알기에 태완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야, 백태완!”
화가 난 듯 자신을 부르며 부리나케 달려 나오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태완이 고개를 저었다.
“엄마, 그렇게 뛰다가 넘어지면 다쳐요.”
“흥! 내가 어린아이니, 다치 긴 뭘 다쳐! 너 이거 차지 않고 학교에 가려고 했지?”
화난 표정으로 손을 내밀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태완은 황급히 변명을 했다.
한 번 삐치면 뒷감당이 자신이 없으니 그냥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 아니요. 학교에 일찍 가야 해서 빨리 가려다가 깜빡 잊었어요.”
“지금도 빠른데 늦긴 뭘 늦어! 자, 여기!”
정수아가 눈을 치켜뜨며 아들을 향해 묵주를 내밀었다. 시아버지에게 받아 생일 선물로 준 바로 그 묵주다.
‘후우, 오늘도 역시나구나. 어떻게 한 번도 몰래 빠져나가지 못하는 걸까? 우리 엄마는 정말 귀신이야. 귀신.’
귀신처럼 자신의 출입을 아는 어머니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태완은 묵주를 받아들었다.
‘저런 눈빛만 지으시지 않으면 나도 마음이 조금은 편할 텐데 말이야.’
태완은 받아든 묵주를 말없이 양쪽 손목에 찼다.
씩씩한 척하지만 어머니의 눈빛 속에 들어차 있는 두려움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놀리기는 하겠지만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차고 가야겠구나.’
조그만 은빛 십자가가 달린 묵주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그런 정도는 자신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일 뿐이었다.
‘사실, 이제는 별 소용도 없는 물건인데…….’
자신의 손목에 둘러찬 묵주가 이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동안 숨겨왔던 일을 말해야 하고, 진실을 말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한 엄마의 간섭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늦겠다. 어서 학교나 가자.’
“이제 됐지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어차피 어머니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태완은 바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전화하고. 알았지?”
만족한 듯 수아가 말했다.
“예, 알았어요.”
“그럼 잘 갔다 와라.”
“다녀오겠습니다.”
안심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태완은 현관을 나섰다.
“완전히 새벽별 보기구나.”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대입 준비가 시작되는 2학년부터는 아침 학습 때문에 늦어도 7시까지 학교에 가야 했다.
대문을 나서 골목길을 지나자 곧바로 큰 도로가 나왔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별로 없구나.’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터라 거리가 무척이나 한산했다.
집에서 일찍 나오기는 했지만 개미 새끼 한 마리 볼 수 없을 줄은 몰랐던 태완은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이어온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이 없는 곳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거리를 혼자 걷는다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다.
‘후후, 이제 별일이야 있으려고…….’
학교에 가야 하는 터라 할 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인도를 따라 길을 걸으며 태완은 손목에 채워진 묵주를 바라보았다.
‘만날 차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언제 봐도 기분이 영 별로인 물건이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곁에는 두고 싶지 않은 물건이라 고개를 내저었다.
묵직한 기운을 흘리는 염주 알만 한 검은 구슬이 붉은 줄과 푸른 줄에 꿰어져 있다.
그리고 매듭이 지어진 끝에는 맑은 기운에 흰빛을 흘리는 십자가가 달려 있어 무척이나 기묘한 묵주다.
모습도 이상하지만 묵주와 십자가에서 흘러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언제나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터라 오늘도 어김없이 기분을 상하게 했다.
열일곱 살이지만 남들보다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고등학교 2학년인 태완에게는 부모님을 비롯해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있다.
악몽에서 벗어난 이후 가지게 된 비밀이다.
지금 양 손목에 차고 있는 묵주도 자신의 비밀과 연관이 깊은 물건이었다.
태완이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무척이나 특별했다.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절대로 믿지 않을 만한 이상한 일들을 중학교 때부터 수시로 겪어 왔다는 것이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귀신이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등 어림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음산한 기운이 감돌 때면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귀신의 호곡성 같은 울음소리가 들리고, 웅얼거리는 것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기괴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렇게 들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들려오고 난 뒤는 더욱 가관이다. 말하기에도 무서운 존재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대로 기절하고 말 일이지만 태완은 그렇지 않았다. 등 뒤가 서늘할 때면 준비를 했고, 자신을 괴롭히는 영적인 존재들과 싸워왔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묵주와 십자가가 있어 가능했다.
영적인 존재들이 나타나면 태완은 싸움을 주저하지 않았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믿기지 않게도 묵주와 십자가에서 신비한 기운이 흘러나와 태완을 구해냈다.
십자가의 신비한 기운은 보이지 않는 결계 같은 것을 만들어내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 주었고, 묵주에서 뻗어 나온 검푸른 번개는 영적인 존재들을 소멸시켰다.
특히나 사이하고 음습한 존재들을 물리치는데 있어서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귀신이나 유령, 도깨비 같은 것들이 나타나면 묵주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모두 불타 버렸던 것이다.
그런 일이 한동안 계속된 후로는 사이한 존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덕분에 나름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전에는 그나마 효과가 있어서 차고 다닐 만했지만 이제는 별로 소용도 없는데. 후우, 효과가 사라진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태완은 3년 전 자신에게 일어난 특별한 현상을 회상했다.
시시때때로 신비하고 기괴한 일을 겪을 때마다 자신이 차고 있는 묵주가 큰 도움이 됐지만 그때부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