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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칠흑같이 어둡기는 하지만 결코 어둠만 있지 않은 커다란 공동이다. 영찬이 미련을 끊고 죽음을 인식하자 명계로 가는 문이 열린 것이다.
‘드디어 열렸구나. 그리고 악념들도 흩어지고 있다.’
명계로 가는 문이 열리자 주변에 맴돌던 검은 기운은 두려움을 느낀 듯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태완 오빠. 정신을 차리게 해서 정말 고마워요.
―고맙기는, 영찬이는 내 친구인 걸.
―아니요. 오빠가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미영은 태완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고아이며 부모님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악한 사념에 많이 젖어 있던 오빠였다.
그 때문에 세상에 대한 미련이 많은 오빠다.
태완이 영언으로 오빠를 일깨우지 않았다면 명계로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태완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오빠는 물론이고 자칫 자신 또한 원귀가 되어 끝내 소멸됐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어서 가라. 언제 저 녀석 마음이 바뀔지 모르니 말이다.
―알았어요.
미영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고마운 마음이 절절히 묻어났다.
―오빠, 가요.
―그래, 가자. 태완아!
―왜, 인마.
―고, 고맙다.
명계의 문이 열리자 정신을 차린 영찬이다.
자신이 귀돌이라 놀리던 태완이 아니었으면 자신이 명계로 들어 귀천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귀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시 윤회의 길에 들어설 수도 없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기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맙긴. 잘 가라. 다음 생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보도록 하자.
―그래, 그동안 괴롭혀서 정말 미안하다. 다음 생에 만나면 이 은혜 꼭 갚으마.
―후후후후, 그래. 잘 가라.
태완의 인사가 끝나자 미영이 영찬을 이끌었다.
수우우욱!
두 사람의 영혼이 천장에 나 있는 검은 공동 속으로 빨려 올라갔다. 명계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탁!
두 사람의 영혼이 명계로 넘어간 후 공동이 닫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후우, 이제 끝났구나.’
명계로 들어가는 문이 닫히고 밝아진 천장을 바라보며 태완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애써 용기를 내기는 했지만 사실 생각만 해도 두려운 상황이었다.
‘저기로 들어가면 명계로 가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구나.’
간신히 영찬을 명계로 보내기는 했지만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터라 조금은 불안했다.
‘그래, 명계의 문이 열리자마자 미영이가 안심하는 눈치였으니까 그리 나쁘지는 않은 곳일 것이다. 관심을 끄자. 내가 상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안을 마음을 접기로 했다.
명계로 넘어간 이상 자신이 관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영혼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영 적응이 되지를 않는구나.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무당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그럴 일은 없을 테고.’
그동안 찾아낸 자료대로라면 천도제를 통해 원귀를 귀천시키는 무당들의 능력과 비슷했다.
천도를 시키려면 능력도 능력이지만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 한다.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 자신이 거의 사이비나 다름없는 인터넷의 정보로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어째서 이런 이상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벌써 이렇게 영혼을 설득해 명계로 올려 보낸 일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지금처럼 수인을 맺고 고함을 쳐서 영혼을 설득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명계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가사의한 능력이었다.
‘무엇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미련을 가지고 세상에 남으면 원귀가 된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면 놀라 자빠져도 시원치 않을 텐데 이런 담담함은 또 뭐고?’
영혼이 미련을 가지게 되면 벌어질 상황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 그냥 떠올랐다.
그리고 남들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일을 겪으면서 무서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뿐이었다.
‘내가 강심장이기는 하지만 결코 이 정도는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현상을 본 것만으로도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할 만한 일이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인지 알아봐야 한다.’
태완은 자신이 이런 상황을 견뎌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전혀 이렇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태완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오늘은 기필코 알아내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소리를 자주 듣기는 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들을 수 없는 귀명(鬼鳴)과 영언(靈言)이라 불리는 귀신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귀신의 울음과 영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아마도 공원의 노인은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 때문에 묵주도 할아버지의 생일 선물을 빙자해 자신에게 전해진 것이 분명했다.
수인을 배우고 난 후 묵주로 인해 그토록 두려움을 주던 소리들이 자취를 감췄었다.
괴수들이 나타나고 영적인 존재들이 나타났지만 덕분에 한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찾아온 것이 바로 영혼을 보는 오늘과 같은 현상이었다.
‘영혼을 보고 난 후에 묵주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급격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내가 영혼을 보게 된 것이 다 묵주의 기운 때문이라는 말인데…….’
첫 번째 영혼을 봤을 때, 육체를 이탈하여 명계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영찬의 경우와 같이 이제는 그저 담담하게 이런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상태였다.
‘영적인 존재인 괴수들도 그렇고 영혼이 명계를 건너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것을 보면 나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이런 담담함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닌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태완의 눈빛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귀명과 영언을 들을 수 있고, 귀수와 유령도 본다. 거기다가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절대로 감추어야 할 능력들이다. 태완은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해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우, 이런 사실을 아시게 되면 또다시 난리법석을 피우실 텐데…….’
죽은 이의 몸을 떠나는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크리스천인 엄마가 알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기에 태완을 비밀로 해두기로 했다.
묵주 이외에 자신에게 또다시 다른 금제가 가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두려움도 생기지 않고, 특별히 해가 될 일도 없을 것 같으니 그저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만 생각하기로 하자. 고민을 해봐야 답도 나오지 않는 일이니까.’
태완은 가슴이 답답했다.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탓이었다.
드르르르!
구급대원이 거칠게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어떻습니까?”
“심장마사지하고 응급호흡은 계속해서 했는데 숨을 안 쉬어요.”
담임 선생님인 차연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구급대원은 다가와 자신의 손과 몇 가지 장비로 바이탈사인을 살폈다.
‘이런! 바이탈사인이 전혀 없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미 사망한 것이 분명한 상태였다.
‘선생님이 계속 응급조치를 했다고 했으니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
아직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구급대원은 곧바로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심장마사지와 응급호흡은 물론이고, 심장세동기까지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영찬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한동안 땀을 흘리며 다시 응급조치를 하던 구급대원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여, 영찬이가 죽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바이탈사인도 없고, 이제는 살릴 방도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구급대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차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급조치를 하며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터라 차연수의 얼굴에는 체념의 빛이 역력했다.
“흐흐흑!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흐흐흐흑!”
차연수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영찬아! 흐흐흑!”
“영찬아, 인마!”
주변을 빙 둘러 지켜보던 영찬의 친구들도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 병원으로 옮겨야겠습니다. 이 학생 부모님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흐흑, 알았어요.”
차연수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번호를 찾아 영찬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전 영찬에 대한 상담 관계로 면담이 있었던 터라 그녀의 전화기에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영찬이 어머님. 여, 영찬이가…….”
통화가 연결이 되자 차연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알렸다.
―아아악! 영찬아. 흐흐흑…….
핸드폰 너머로 처절한 외침과 함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님, 진정하세요. 제가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 있을 테니 어서 오세요. 학교 앞에 있는 성운병원입니다. 저는 구급차를 따라 병원에 가 있겠습니다.”
차연수는 방금 전에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어느새 울음을 멈추고는 침착하게 영찬의 어머니를 달랜 후 전화를 끊었다.
“선생님, 어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도 충격일 테니 말입니다.”
통화가 끝나자 구급대원이 차연수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어서 가지요.”
구급대원의 말이 맞았기에 차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급대원은 함께 교실로 온 동료와 함께 들 것에 영찬이 시신을 싣고는 교실을 떠났다.
“윤 선생님,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을 테니 잘 좀 돌봐주세요. 저는 병원에 다녀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차 선생.”
갑작스러운 소란에 옆 반에서 달려온 윤석민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을 부탁한 차연수는 황급히 교실을 나선 후 구급대원을 따라 병원으로 향하는 앰뷸런스에 몸을 실었다.
“자! 자! 다들 자습해라. 어서!”
교실 분위기가 우울한 가운데 윤석민이 아이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하나둘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윤석민의 지도하에 조용하게 자습을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멍한 표정이었다.
‘후우, 이제 다 끝났구나.’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는 없었기에 태완도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습을 위해 책을 폈지만 태완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의문만이 계속해서 뇌리에 맴돌았다.
‘어째서 사람들의 영혼을 볼 수 있게 된 거지? 그리고 어떻게 영찬이에게 일어나게 될 일들을 내가 알게 된 건지 알아봐야 하니 처음 영혼을 봤을 때부터 생각해 보자.’
태완은 자신이 영혼을 볼 수 있었던 세 번의 경험을 떠올려 보았다.
‘첫 번째로 본 것이 열네 살 생일 때였으니까 벌써 3년이 지났구나.’
14살 생일이 되던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생일날이라 들뜬 마음에 집으로 향하던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에 멈춰 섰었다.
그때 갑자기 브레이크가 파열이 됐는지 자동차가 횡단보도를 덮쳤다.
자동차는 간발의 차이로 자신을 지나쳐 옆에 서 있던 아저씨를 치는 모습을 아직도 있을 수 없었다.
‘그때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오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었지.’
횡단보도 사고로 명을 달리한 아저씨의 주검 위에서 영혼이 떠나는 아저씨의 영혼을 볼 수 있었다.
육체를 이탈한 영혼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서성이더니 자신을 보고는 체념을 한 듯 이내 명계로 올라갔었다.
명계가 열리는 모습을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푸른 하늘 위로 갑자기 검은 공동이 생기고 빨리듯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에 몸을 떨어야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또 다른 영혼을 볼 수 있었다.
병원에서 힘겹게 투병을 하다 돌아가신 교회 장로님의 장례식장에서였다.
태완은 조문을 위해 엄마를 따라나섰다가 반쯤 원귀가 되어 버린 장로의 영혼을 볼 수 있었다.
독실한 신자라고 소문이 자자한 교회 장로가 세상에 남긴 미련을 잊지 못해 명계로 떠나지 못했다.
명계로 들어가는 문은 열리지 않았고, 끝내 괴물 같은 악귀로 변해 버린 장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었는데…….’
영화나 그림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모습에 태완은 무척이나 무서웠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자신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덤벼들 때는 정말 무서웠다.
다행히 묵주의 힘이 미약하지만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여서 눈앞에서 불타 사라졌지만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은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애써 이런 일이 일어나는 자리를 피해 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구나.’
악귀로 변한 장로의 영혼을 본 후부터 일부러 이런 상황을 피해왔었다.
오늘 갑자기 급사한 것도 그렇지만 미영이 아니었다면 자리를 피했을 것이고 아마도 영혼을 보는 일을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번은 다른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영혼을 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찬이가 죽기 며칠 전부터 미영이를 만나고 이야기까지 나눈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비록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만 대화를 통해 사정을 알 수 있었고 그것 때문에 남아 있었다.
‘혹시, 내가 미영이와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묵주 때문이 아닐까? 아니야! 이건 그저 사악한 것들을 물리치는 도구일 뿐이다. 이것 때문이 그것이 가능했다면 전에도 그랬어야 한다.’
묵주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랬다면 예전에 벌써 다른 영혼과 대화를 나누었어야 정상이었다.
그리고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데 특화된 일종의 법기니 절대 그럴 리 없었다.
‘도대체 내게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생긴 것이지?’
다른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한 가지 가정이 뇌리를 스쳤다.
혹시 자신에게 신이 내린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었다.
‘에이, 설마. 그런 것은 아니겠지…….’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태완은 애써 마음속의 생각을 지우려 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경우 인터넷으로 찾아본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하지만…….’
잊으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연이어지는 생각에 마음만 답답할 뿐이었다.
딩―동!
수업이 끝났다는 차임벨 소리가 울렸다.
조금 전 자습을 시켜 놓고 바깥으로 나갔던 윤석민 선생이 다시 교실로 돌아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윤석민은 자습하는 시간 동안 긴급 교무회의가 있어 다녀오는 길이었다.
“자, 오늘은 단축 수업이다. 다들 이만 집으로 돌아가라.”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기에 단축수업 결정이 내려진 사항을 윤석민이 전했다.
평소라면 기뻐 날뛸 아이들이었지만 오늘은 다들 조용히 가방을 쌌다.
‘후우, 답답하네. 집에나 가자.’
누구보다 교실에 있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태완도 가방을 싸고는 교실을 나와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이렇게 어수선한 마음으로 학교에 있어 보았자 좋을 리는 없었기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부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