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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생각을 놓을 수가 없었다.
‘신이 내리는 것도 분수가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일도 없다.’
무당처럼 신이 내렸다고 해서 영혼과 대화를 나눌 수 있지는 않을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외가는 대대로 크리스천이다.
지금 다니는 학교의 이사장인 외할아버지가 목사님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알아줄 정도로 유명한 분이었다.
권능을 지녔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뛰어난 목사님이시라 그 피를 이어받은 자신이 무당들처럼 신이 내릴 리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휴우, 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어서 집에나 가자.’
애써 생각을 지운 태완은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렇게 길을 걷던 태완은 횡단보도 앞에 멈추어 섰다.
건너편에 집으로 가는 길이 보였기에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스으으으!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태완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제길, 또 시작이군.’
주변을 감싸는 스산한 기운을 느끼며 알 수 없는 현상이 시작됨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가까이 다가와 있었는데도 몰랐구나.’
별다른 일도 느낌도 없었는데 순식간에 주변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
이어지는 생각 때문에 정신을 팔고 있었던 것을 자책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신을 집중하니 이전과는 달리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 이건? 다른 것들이다. 전에 느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교실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처음 보았던 괴수들이나 유령과 같은 존재들과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무척이나 다른 느낌이다.
영찬이가 죽기 전에 보았던 검은 기운이 뿌리던 기운과 아주 흡사한 느낌이었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면서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드는 기운들이 보이지 않은 채 주변을 맴돌고 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늑대들 같아. 난 영혼도 아닌데 어째서 나를 노리는 거지?’
영혼을 물들여 원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노리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싸우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고.’
태완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를 통해 자신의 주변에 나타난 존재들과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전에 영체들과 싸울 수 있었던 것은 묵주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효험을 발휘한다면 모를까 지금은 도망가야 할 때였다.
‘안 되겠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얼른 집으로 가자.’
삐릭!
삐리리릭!
때마침 신호가 바뀌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덤벼들지 않고 주저하고 있었기에 태완은 집을 향해 달렸다.
타타타타탁!
물살이 갈라지듯 다행히 집으로 향하는 방향 쪽에 있는 미지의 기운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옆으로 밀려 나갔다.
“헉! 헉!”
숨을 헐떡이며 달리던 태완은 나무 담장 너머로 솟아오른 대추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집이 보이기 시작한 후 음습하고 싸한 느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헉! 헉! 후우! 다행이다.”
스산한 느낌이 사라졌지만 몸에 돋은 소름은 가라앉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후우, 후우! 이대로 들어가면 엄마가 놀랄 테니 진정하자.”
어느 정도 숨을 고른 태완은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태완이니?
인터폰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니 태완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예, 엄마!”
얼마 안 있어 현관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 없었니?”
책가방을 받아주며 학교에서의 일을 묻는 엄마의 말에 태완은 일순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집으로 연락을 한 모양이구나. 사실대로 말하자.’
영찬이가 죽은 일을 들으신 것 같았기에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영찬이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졌는데 병원에 가기도 전에 교실에서 죽었어요.”
“으음, 그랬구나.”
영찬의 죽음보다는 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한 정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완아, 영찬이는 하느님의 품에 가 있을 거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수호천사가 지켜줄 테니 말이다.”
“예, 엄마.”
수호천사인 미영을 보았기에 태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조금 일찍 받은 것뿐이니 슬퍼하기 보다는 친구를 위해서 기도하렴.”
“알았어요. 엄마! 전 방으로 들어가서 좀 쉬고 있을게요.”
“그래라.”
태완은 집안으로 들어선 후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수호천사라…….’
방으로 들어온 후 태완은 영찬이의 죽음을 통해서 본 영혼의 느낌을 생각했다. 어머니의 위로의 말에서 수호천사라는 단어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다른 때와는 달랐다.
영찬이의 죽음에 앞서 영혼들을 보았을 때는 미영이 같은 존재는 주변에 없었다.
“분명 미영이가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영찬이의 생각을 돌리거나 다가오는 것들을 막아줘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것 가지고서 그렇게 고마워할 이유가 없으니까.”
사실 자신이 해준 것보다 필요 이상으로 고마워했다.
“그러며 내가 다른 뭔가를 해서 그리 고마워했다는 말인데? 으음, 하지만 그런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여러 가지 고민해 봐도 영찬이를 마음을 돌리고 수인을 맺어 악한 사념들을 다가오지 못하게 한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던 터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우! 이것도 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또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의문만 남았다. 생각만 복잡해지자 태완은 머리를 내저었다.
“쩝! 평소에도 기도를 잘 드리지 않는데 들어주실지 모르겠지만, 엄마 말씀하셨으니 기도나 드리자.”
기도를 들어주실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진실로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이제는 효험이 다한 묵주를 매만지며 태완은 합장을 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조금 짓궂기는 하지만 착한 영혼이라는 사실을 만물을 주관하는 이에게 간절히 말씀드렸다. 간절히 천국으로 인도해 주시길 바랐다.
기도를 드리고 나자 아까 돋았던 소름이 가라앉아 있었다. 묵주 때문인지 아니면 기도를 드린 경외의 존재 때문인지 모르지만 전보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 영찬이도 좋은 곳으로 갔을 거다. 아∼함!”
마음이 놓인 탓인지 피곤함 때문인지 피곤이 몰려오며 하품을 나왔다.
“아우, 한숨 자자.”
태완은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그리고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6장 지독한 악몽의 시작


얼마를 잤는지 모르지만 깊은 잠에 취했던 태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으음! 내가 도대체 얼마나 잔 거지?”
한참을 잔 후 달게 잔 잠이어서 그런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기도만 드렸는데 이렇게 졸음이 쏟아지니…….”
태완은 잠을 떨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가 보였다.
“이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책상 위에 놓인 탁상시계가 벌써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온 것이 11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는데 거의 6시간 가까이 잠을 잔 것이다.
“깊게 잠이 들어서 깨우지 않으신 모양이구나. 일단 숙제부터 하자.”
한번 잠이 들면 여간해서는 깨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가 그냥 자게 내버려 두었다고 생각한 태완은 책상으로 갔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고는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내일 제출해야 할 숙제를 서둘러 끝내고 난 후 거실로 나갔다.
“으음, 냄새 좋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이 부엌에서는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엄마!”
부엌으로 들어간 태완은 나물을 볶고 있는 엄마를 불렀다.
“어, 깼구나. 숙제했니?”
“예. 다 했어요. 아버지는 언제 오신데요?”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늦는다고 하시더라.”
“약속이요?”
약속이 있다고 하더라도 밥은 집에 와서 먹는 아버지인지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외국에 파견을 가는 부하 직원 환송식이 있나 보더라. 환송식을 끝내고 오시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실 거다.”
“친하신 분이신가 봐요?”
웬만하면 회식도 잘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태완이 물었다.
“그래, 신입 사원일 때부터 아버지와 같이 근무하신 분이다.”
“그럼 엄마하고 나하고만 먹으면 되겠네요.”
“그래, 어서 손 씻고 식탁에 수저 좀 차려 놔라.”
“알았어요. 엄마.”
곧장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은 후 부엌으로 돌아와 수저와 그릇들을 챙겼다.
그리고 밥통에서 밥을 퍼서는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태완아, 기도는 했니?”
찌개를 올려놓으며 수아가 물었다.
“예, 엄마. 그런데 오늘도 기도드리다가 또 잠이 들고 말았어요.”
“어쩐지. 너무 피곤한 것 같아서 그냥 놔뒀다.”
“헤헤! 제가 조금 피곤했었나 봐요.”
“어제도 늦게까지 인터넷으로 공부했었니? 늦게까지 자지 않은 것 같던데.”
“예, 찾아볼 게 조금 많아서요.”
영찬이 때문에 초자연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찾아본 것이 전부였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어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공부도 좋지만 건강도 생각하렴.”
“예, 엄마.”
“자, 이제 기도드리고 어서 먹자.”
“예.”
두 손을 꼭 쥐고 기도를 드리는 어머니를 따라 간단히 기도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반찬이 몇 가지 없는 식탁이었지만 워낙 음식 만드는 솜씨가 좋은 탓에 태완은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태완은 설거지를 도와준 후 방으로 들어가 어제 못한 인터넷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 때는 주로 인터넷 강의나 전문 자료를 찾아서 보는 편이지만 요 며칠은 조금 달랐다.
오늘도 태완은 초자연 현상과 심령술에 대해 관련 자료를 뒤지고 있었다.
그렇게 자료를 훑어보던 태완은 한 가지 항목에 눈길이 갔다.
“으음, 벽조목(霹棗木)이라…….”
무엇보다 집 정원에 인터넷에 나와 있는 설명처럼 벼락을 맞은 것 같은 대추나무가 있었기에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포박자에서 봤던 것보다 구체적인 내용이었기에 무척이나 흥미를 끌었다.
귀신을 쫓아낸다는 이야기부터 신성한 법기를 만드는 재료라는 말과 함께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 때문이었다.
집 정원에 십여 그루의 대추나무가 있었다.
그중 동서남북 정방향에 심어져 있는 대추나무 네 그루는 검게 그을린 부분이 있었다.
언젠가 벼락을 맞아 생긴 자국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벼락 맞은 나무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순식간에 누군가 사간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었다.
운을 부르기에 도장을 만드는 최고의 재료이기도 하고, 귀신을 쫓을 수 있는 법기나 부적을 만드는데 필요한 최상의 재료이기 때문이라는 기록이었다.
“우리 집에 있는 벽조목이 이런 효능이 있다는 말이지. 벽조목이 정원에 있는 건 혹시 나 때문인 건가?”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했다.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수의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집 정원에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아주 절실한 필요에 의해서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버지가 구해 놓으신 것이 분명하다. 정원을 꾸미신 것도 아버지시니까. 그렇다면 아버지는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으시다는 것인데 말이야.’
독실한 크리스천인 어머니가 구해 놓을 리는 만무했다.
정황으로 봐서 벼락을 맞고 죽지 않은 대추나무를 구해서 심어 놓을 사람은 아버지뿐이었다.
“그래, 돌아오시면 물어보도록 하자.”
태완은 궁금증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언제 들어오실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는 대로 정원에 심겨져 있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

인국은 제대를 하고 복학한 후에 지금의 아내인 정수아를 만났다.
서로 죽고 못하는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인국이 졸업을 하고 직장을 얻은 후에 결혼을 했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결혼이었다.
아내인 정수아을 비롯해 처가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정상 기독교를 믿을 수 없다는 말에도 인국의 장인은 결혼을 승낙했다.
처가에서는 인국에게 하나님을 믿을 것을 그리 권유하는 편이 아니었다. 장인을 비롯해 처가 식구들 모두 믿음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된 후 인국은 자신이 말한 대로 예배를 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장인이 담임 목사로 있는 교회 일은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처가 식구들은 인국이 언젠가 하나님을 진실로 맞이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인국은 아주 가정적인 사람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갖으려 노력하는 편으로 자신의 가족을 아주 소중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가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래전에 부모님과 절연한 상태에다가 일가친척 하나 없기에 고아나 마찬가지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본성이 매우 순하고 착했다.
인국의 퇴근 시간은 언제나 비슷했다. 퇴근하고 7시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약속이 있는 날이라고 해도 언제나 9시만 되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달리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10여 년이나 같은 부서에서 일해 온 부하 직원을 멀리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인해 술을 조금 했기 때문이었다.
거의 10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온 인국은 문 앞에서 아들을 불렀다.
“태완아!”
물을 것이 있어 기다리고 있던 태완은 부리나케 문을 열고 나와 얼굴이 조금 붉어진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아이고, 우리 강아지!”
취한 인국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태완을 안고는 얼굴을 비벼댔다.
“크으, 냄새! 약주 많이 드셨어요?”
짐짓 화난 목소리로 말하자 인국은 얼굴을 부비는 것을 멈추었다.
“그래, 오늘 한잔했다. 아빠가 미안하다. 그래, 밥은 먹었고?”
“예,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그래, 하하하! 술안주로 때우기는 했지만 삼겹살을 먹어서 그런지 괜찮다.”
어느새 밖으로 나온 정수아가 다른 날과는 달리 술이 많이 취한 남편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얼른 들어가서 샤워 하고 술 냄새나 지우고 나와요.”
“어, 알았어.”
아내의 말에 미안한 듯 인국은 서둘러 현관을 지나 냉큼 욕실로 들어갔다.
“태완아, 아버지가 놀아주지 못한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라. 오늘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으셨던 것 같으니 말이다.”
“좋지 않은 일이요?”
“그래, 그런 것 같다.”
문책성 인사로 인해 아끼던 부하가 러시아 오지로 파견을 가게 된 것까지는 말할 필요가 없기에 정수아는 깊은 이야기는 말하지 않았다.
‘하긴, 직장 생활이 쉽지 않은 일이지.’
아버지가 오늘 같이 술을 먹고 오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과장되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였다. 말씀을 해주지 않으실 모양이지만 태완이 진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서 마음에서 털어내셔야 할 텐데…….’
태완은 아버지가 마음을 추스르기를 바랐다.
“그다지 많이 드시지는 않은 것 같으니 어쩌면 바둑 정도는 두실 수 있을 것 같구나. 너는 어서 가서 바둑 둘 준비 좀 해둬라. 난 과일 좀 깎아 올 테니.”
“알았어요. 준비할게요.”
자신과 바둑을 두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버지인지라 마음도 풀어 드릴 겸 태완은 재빨리 서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