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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서재로 가서 바둑판과 바둑알을 챙겨 거실로 나온 후 바둑을 둘 준비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수아가 과일을 깎아서 거실로 왔다.
“아빠는 아직 나오시지 않은 거니?”
“조금 있으시면 나오시겠죠.”
태완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인국이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어! 시원하다.”
“아버지, 바둑판 준비했어요.”
“하하하! 좋지.”
인국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여보, 오늘은 조금만 두세요.”
바둑만 두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남편인 터라 수아가 사전에 차단을 했다.
“아, 알았어.”
인국은 아내의 말에 대답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 어디 보자.”
인국이 검은색 바둑돌은 집었다. 아들에 비해 기력에서 달리는 터라 잡은 것이다.
탁!
비자나무로 만들어진 바둑판을 들여다 본 인국은 화점에 바둑돌을 놓았다.
탁!
태완도 바둑판의 화점에 흰 돌을 놓았고, 부자 간의 쟁기가 시작되었다.
“자, 여기요. 태완이도.”
수아도 과일을 깎아 남편과 아들의 손에 쥐어 주며 흑백의 돌들이 반상을 차지하며 집을 지어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바둑은 속기로 진행되었다.
30여 분가량 빠르게 쟁기가 계속되었고, 옆에 있던 정수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여보, 집이 별로 없네요.”
전에 둘 때 비해 현저히 작게 지어진 흑집을 보며 정수아가 물었다.
“그러게. 아무리 봐도 이거 불계인 것 같은데. 이 녀석 바둑이 많이 늘었어.”
“아이, 뭘요. 아버지는 술을 드셨잖아요.”
“아니다. 비록 내가 술을 조금 먹었다고는 하지만 아주 많이 늘었다. 이제는 내가 상대도 되지 않는 것 같구나. 이거 바둑연수원에라도 보내야 되겠는데.”
패했다는 사실보다 바둑을 가르친 지 딱 1년 만에 자신을 훨씬 뛰어넘은 아들을 인국은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연수원은요. 그냥 취미 삼아 두는 건데요. 뭘!”
“바둑 배운 지 1년 만에 아마추어 4단인 이 애비를 불계승으로 이기는 걸 보면 충분히 연수원에 갈 만하다.”
“바둑이 좋기는 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 없어요. 그냥 아버지하고 두고 싶어서 배운 걸요.”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시작한 취미였다. 전문적으로 바둑을 배워 프로기사가 될 생각 같은 것은 해본 적도 없었다.
“하하하! 그러냐. 뭐, 우리 아들이 싫다면 할 수 없지.”
“이제 그만 자도록 해요. 태완이 너도 가서 자고.”
아쉬운 표정을 짓는 인국을 보며 수아가 말했다.
‘오늘 아버지에게 물어보는 것은 무리겠구나.’
남편을 쉬게 하고 싶어 하는 엄마의 모습에 태완은 궁금했던 것들을 다음에 묻기로 했다.
“자, 오늘은 그만두도록 하자. 한 판 더 두었다가는 망신만 당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술이 취했다고는 하지만 인국은 더 이상 아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돌을 놓았다.
“예. 바둑판은 제가 치울게요.”
“그래라. 그리고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자도록 해라.”
“예, 두 분 다 안녕히 주무세요.”
“오냐.”
“태완아, 잘 자라.”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태완은 저녁 인사를 드리고 바둑판을 들고 서재로 갔다.
거실로 나오자 주무시러 들어가셨는지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다.
“주무시러 들어가셨나 보구나. 나도 들어가서 자자. 대추나무에 대해서는 내일이나 물어봐야겠다.”
태완은 거실의 불을 끄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찬이를 위해서 기도나 하고 자자.”
태완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영찬이가 천국에 들기를 기도했다.
기도를 끝마친 태완은 침대에 누웠고 이내 잠이 들었다.
사아아아!
얼마 후 깊이 잠든 태완의 머리맡으로 검은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결계가 형성된 집이라 사기가 침범할 수 없는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태완의 머리맡에서 움직이고 있는 검은 기운은 밖에서 흘러들어 온 것이 아니었다. 양쪽 손목에 차고 있는 검은 묵주로부터 흘러나온 것이었다.
손목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묵주의 구슬에서는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하얀색의 십자가에서는 백광이 흘러나와 검은 기운과 대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흘러나오는 백광이 열세인 듯 검은 기운을 전부 막아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검은 기운 중 일부가 허공으로 솟아올라 태완의 머리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으으으으!”
검은 기운 때문인지 태완의 입에서 잠꼬대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 그의 꿈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완은 지금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소음이 메아리치며 보이지 않는 존재가 끊임없이 쫓아오고 있는 무서운 꿈이었다.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미지의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고, 절규하듯 울부짖는 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피할 수 있는 방법도, 맞서 싸울 방법도 없었기에 태완은 한없이 도망을 다녀야만 했다.
그렇게 이상한 꿈에 시달리던 태완은 아침 햇살이 창가를 비춘 후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으음, 벌써 아침인가? 꿈 한 번 더럽다. 어쩐지 몸도 아픈 것 같고.”
좋지 않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
“아씨! 일어나기 싫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가위를 눌린 것인지 온몸이 감기에 걸린 듯 아파 움직이기가 싫었다.
좋지 않은 기분에 뒤척이며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방문이 열렸다.
아들을 깨우러 온 정수아가 방으로 들어왔다.
“태완아! 깼니?”
“예.”
“그런데 어디 아픈 것 아니니?”
창백한 안색이라 수아가 물었다.
“아니요. 그냥 나쁜 꿈을 꿔서 그런가 봐요.”
“나, 나쁜 꿈?”
수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엄마, 진짜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개꿈을 꿔서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그래.”
개꿈이라는 아들의 설명에도 수아의 인상을 풀어지지 않았다.
“엄마, 나 밥 먹고 학교 갈게요.”
“아, 알았다.”
수아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태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고는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식탁으로 갔다.
이미 출근 준비를 끝낸 인국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어서 와라.”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지.”
“그래. 그런데 얼굴이 좋지 않아 보이는구나.”
“개꿈을 꿨어요.”
수아와 마찬가지로 인국의 표정이 변했다.
“개꿈?”
“예, 키가 크려고 하는지 밤새 뭔가에 쫓기는 꿈을 꿨지 뭐예요.”
“그, 그러냐.”
인국이 말을 더듬었다.
“아이! 개꿈이라니까요. 괜찮으니까 어서 식사하세요. 어머니도요.”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를 향해 태완이 말했다.
“알았다.”
“그래.”
식사가 시작되었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마친 태완은 양치질을 한 후 서둘러 등굣길에 나섰다.
“여보.”
태완이 나간 뒤 정수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인국을 불렀다.
인국의 가문 대대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들인 태완에게도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괜찮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요.”
“별일 없을 거야. 지금까지도 아무 일 없었으니 말이야. 장인어르신이 주신 것이 태완이를 지켜줄 테니 묵주나 신몽에 대해서는 그 녀석이 알아차리지 않도록만 해줘.”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늦었으니 어서 출근하세요.”
‘후우! 별일은 없겠지.’
인국도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장인이 태완이를 위해 구해다 준 십자가를 믿었기에 출근을 서둘렀다.
아버지가 전해준 가문의 법기만큼이나 장인어른이 구해준 성물도 꽤나 높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나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국이었다.
◈◈◈
태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걸어서 학교로 갔다.
정문을 지나 학교로 들어섰을 때 뜻밖의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어째서 저 아이가?’
영찬을 명계로 인도해 간 미영이었다.
어쩐 일인지 미영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완 오빠!
―미영아! 영찬이는?
―오빠 덕분에 명계에 잘 들어갔어요.
―다행이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온 거니?
―지금은 오빠 때문에 왔어요.
―나 때문에?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자세히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오빠에게 위험이 닥쳐서 알려드리려고 왔어요.
―나에게 위험이 닥치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오빠 주위에 나쁜 영혼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그들은 너무 무서운 존재들이에요.
―나, 나쁜 영혼들이 나에게 몰려들고 있다는 말이니?
어젯밤 꿈도 그렇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터라 태완이 정색하고 물었다.
―오빠, 저도 더 이상은 말씀을 드릴 수 없어요.
―말해줄 수가 없다니 답답하다, 미영아.
―미안해요.
사연이 있는 듯 더 이상의 대답을 미룬 미영의 영혼이 다급한 기색으로 태완에게 다가왔다.
―뭐, 뭐니?
미영의 손에서 하얀 빛이 일어났다. 백광에 싸인 손이 태완의 이마에 닿았다.
이마를 통해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이 흘러들어 왔다.
―오빠, 조심하셔야 돼요.
팟!
기이한 행동을 한 미영의 영혼이 꺼지듯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미영의 행동에 태완은 어리둥절할 뿐이었지만 자신에게 심각한 일이 닥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쁜 영혼들이 몰려오고 있다니?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거지? 어젯밤에 꾼 꿈도 미영이가 경고하고 있는 것을 예지한 것인가?’
꿈도 그렇고, 미영의 경고도 심상치 않은 일이라 태완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런!’
태완은 자신을 보고 등교하고 있는 아이들이 다들 수군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한참 동안 멍한 표정으로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차피 닥칠 일이다. 영혼에 관계된 것이라면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닐 테니까. 일단 교실로 들어가서 생각해 보자.’
정신을 차린 태완은 서둘러 교실로 향했다.
교실로 들어와 앉았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답답했다.
조회가 끝나고, 계속되는 수업 시간 내내 미영과의 일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기분이 별로였던 태완은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릴없이 보내다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사아아아아!
집 근처에 가까이 왔을 때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자신을 쫓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처럼 스산한 것이 무척이나 기분 나쁜 느낌이다.
‘제길 어제처럼 뭔가가 나를 쫓아오고 있다. 지금 나를 쫓아오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이 세상의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싸울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미영이가 경고한 것이 이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있는 것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분명했다.
‘나쁜 영혼들이라고 했는데 혹시 귀신이나 원귀인가? 전에 그 장로 아저씨의 영혼이 변한 그런 원귀라면…….’
귀신이나, 악령으로 불리는 원귀들을 볼 것 같은 예감이 강렬하게 들었다. 마수와 유령과는 차원이 다른 원귀들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속에서 걱정이 들었다.
‘일단 집으로 가야 한다.’
태완은 거의 달리다시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집에 도착하는 순간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후우, 다행이다.’
딩동!
초인종을 누르자 경쾌한 차임벨 소리가 끝나자마자 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나왔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잘 다녀왔니? 그런데 안색이 좋지 않구나. 어디 아픈 거니?”
아침에도 그렇고, 여전히 창백해 보이는 아들의 모습에 수아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감기가 든 것 같아요.”
“이런! 얼른 방에 들어가서 쉬어라. 엄마가 가서 약을 가져올 테니.”
“예, 엄마.”
감기약을 꺼내러 가는 모습을 보며 태완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얼마 후 어머니가 감기약과 물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오자 태완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태완아, 병원에 가보지 않아도 되겠니?”
“괜찮아요.”
“그럼, 어서 이 약 먹고 한숨 푹 자라. 감기는 쉬는 게 최고니까 말이야.”
“그럴게요.”
걱정하실까 두려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태완은 아무 말 없이 어머니가 주신 약을 받아 먹었다.
“엄마는 이만 나가 볼 테니까 저녁 먹을 시간까지 좀 자 두어라.”
“예.”
엄마의 권유에 태완은 침대에 누웠다.
수아는 불안한 눈으로 아들을 한 번 바라보더니 이내 방을 나섰다.
“오늘도 찾아봐야 할 텐데…….”
주술과 같은 초자연 현상에 관해 인터넷에서 찾아봐야 하지만 너무 피곤했다.
“정말이지 너무 피곤하다. 오늘은 보기 힘들다는 월식도 있다고 하던데 말이야.”
진짜 감기가 든 것도 아니었는데 온몸이 나른하고 피곤이 몰려왔다.
“아∼함! 그냥 자자. 인터넷은 내일 찾아보면 되고, 월식도 내일까지 일어난다고 하니까.”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전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피곤함으로 태완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찾아온 악몽과 마주해야 했다. 특별하면서도 섬뜩한, 그리고 현실 같은 초대받지 않은 악몽이 태완의 의식 속으로 찾아왔다.
◈◈◈
“크아아아!”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태완은 자신에게 들리는 소리를 확실히 인식할 수 있었다.
“이건 비명이 아니다.”
들리는 소리는 뭔가를 갈구하는 포효 같은 것이었다.
“크아아아아!”
맹수의 포효처럼 울부짖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원귀가 내는 소리인가? 그리고 여기는 또 어디지?”
놀란 까닭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태완은 자신이 사방이 온통 붉은 공간에 홀로 서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휘이이이잉!
붉은 공간에 서 있던 태완을 향해 음습하면서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다.
“으으음!”
바람이 잦아든 후 검은색의 실루엣을 가진 존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태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검은색의 실루엣 중심에 하얀 눈동자가 나타났다.
“너, 너는 뭐냐?”
화르르르!
태완의 물음에 섬뜩하고 차가운 하얀 눈동자는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붉은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냈다.
기운 하나하나가 실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다.
“으으으으…….”
검은 실루엣 속의 한얀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극한 공포로 인해 태완은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것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존재가 아니다.’
그저 하찮은 원귀나 악령 같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는 근원에 속한 악한 기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완은 급하게 수인을 맺었다. 꿈에서 성공할지는 장담을 못했지만 시도해 볼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파―앗!
수인을 맺자마자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것 같은 악령의 눈동자가 태완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얀 눈동자가 덮쳐 왔지만 태완은 온몸이 굳어 버려 도망칠 수가 없었다.
“아―아악!”
태완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다가 태완은 뭔가 이질적인 것을 느꼈다.
‘크으윽,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너무 현실적인 것은 물론이고, 고통마저 느껴졌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꿈일 것이다. 이게 꿈이라면 어서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태완은 꿈이길 빌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꿈이라 자각한 순간 깨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태완은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없었다.
‘꾸, 꿈이어야 하는데…….’
하얀 눈동자가 전신을 덮어갈수록 알 수 없는 기운 때문에 의식이 점차 흐려져 왔다.
정신을 잃어가는 태완은 스스로는 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