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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얼마나 달렸을까? 한창 기사들이 싸우고 있는 곳에 현이 도착할 수 있었다. 상대팀도 다르진 않았는데, 이미 아비규환의 상태가 되어 난전을 방불케 했다.
기사 대 기사의 대결인 걸로 보였던 전투는, 이제는 그 저의에 알맞게 2만 대 2만의 대결로 바뀌어 갔다. 뒤에서 대기 중이던 궁병들 또한 가만 볼 순 없었기에 칼을 빼어 들고 달려들었고, 보병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거기엔 현과 21십인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로터 따라와!”
아스니아가 현에게 외치자, 현이 막내 람스의 손을 이끌고는
아스니아를 따라 나아갔다.
“이야얍!”
그때, 적군 하나가 눈깔이 뒤집혀서 아스니아에게로 돌진해 왔다.
“젠장!”
아스니아가 욕지거리를 내뱉은 뒤, 들고 있는 창을 한 손으로 들더니 빠른 속도로 내던졌다.
쉬이이익!
푸욱!
빠른 속도로 내던져진 창은 어느샌가, 그 병사의 가슴어림에 명중해 병사의 목숨을 앗아갔다.
“어서 따라와, 뭉쳐야 돼!”
아스니아는 흩어진 부대원들을 찾기에 열중이었다.
방금 벌어진 기사들의 돌격과 여러 돌격 명령에 다른 부대원들이 눈을 뒤집고 돌격해서, 놓쳐 버린 것이다.
싸움?
그건 멍청한 자들한테 하는 소리다. 어째서 자신들과 같은 말단 병졸들이 윗대가리들을 위해서 싸워야 한단 말인가? 그저 저 앞에서 희생되고 있는 이들만 불쌍하지만, 자신들은 뭉쳐서 살아남아야 했다.
치잉!
채엥
쇠와 쇠가 맞붙는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질 때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비명 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으아악!”
“내, 내 다리, 으으으아아아악!”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불똥이 튀고, 창과 창이 사람의 내장을 헤집는다.
‘으아아!’
현이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살려 달라는 듯 자신의 배에 박힌 창을 잡으며 구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저 아군 병사……. 그 모든게 현에겐 충격이었다.
그때였다.
푸삭!
뒤쪽에서 살 갈리는 소리가 나며, 붉은 피가 현의 얼굴을 덮쳤다.
“으아아악!”
악다구니를 쓰는 현을 보고 아스니아가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젠장, 로터!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이곳은 전장이야!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하단 말이야! 너 저번 샨트 대회전에서 살아남았다면서?
사내새끼가 어린 람스보다도 마음이 여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파악!
정신을 차리지 않고 고개를 빠른 속도로 내저으며 떨고 있던 현을 향해 아스니아가 주먹을 내질렀다.
“악!”
현이 비명 소리와 함께 나자빠졌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흔들어 고통을 잠재웠다.
“정신 차렸냐? 새꺄! 이곳은 전쟁터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우리처럼 사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죽는 사람도 있는 법이란 말이야! 어서 움직여!”
나자빠져 있던 현이 정신을 차리고 아스니아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젠장 이성을 잃고 있었다니.’
두려움에 잠시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현은 언제 자신이 두려움에 떨었냐는 듯, 다시금 람스의 손을 잡고 아스니아를 따라 발길을 재촉했다.

푸싹!
현이 자신에게에게 달려든 적 병사를 베어 넘겼다.
현재 현의 몰골을 보자면, 갑옷에는 온갖 붉은 피가 묻어 있었고, 그의 검에서도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첫 살인을 했을 때. 람스가 위급한 상황이었을 때 검을 다루는 자답지 않게 눈을 질끈 감고 적병에게 검을 쑤셔 넣었다.
한데 웬걸?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심장이 크게 반응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아니, 되려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이 사람의 살결을 파고들어가 당한 자가 내지르는 비명이 모든 게 이질적인 쾌감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사이코패스인가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 절대…….
각설하고, 현의 검에 적이 무릎을 꿇고 차디찬 전장의 평원에 몸을 뉘었다. 잠시 그를 안타깝게 쳐다본 현이 람스의 손을 이끌고 발길을 재촉했다. 그들 주변으로는 이미 넓은 샨트 평원이 난전이 되어 죽어라, 살려라 하며 아군과 적군이 한데 뒤엉켜 칼부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로터와 람스는 부대원들을 찾고 있었다. 난전이 시작되었을 때 사라져 버렸는데, 그 뒤로 찾지를 못했던 것이다. 아스니아도 마찬가지로 어느샌가 손을 놓아 모습을 감추어 버렸기에 그들을 찾아 나서는 중이었다.
앞서 말했듯, 그들은 전투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 최소 백인대장 이상이 된다면 전투가 매우 중요하게 느껴지겠지만, 현재 21십인대원들과 현은 일개 병사에 지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자신의 동료였지 윗대가리들만 좋은 이 전쟁은 아니었다.
다만 그걸 깨닫지 못하는 아군들이 안타까울 뿐…….

뿌우우!
뿌우우우우!
전투 종료를 알리는 고동 소리가 양 진영에 고스란히 울려 퍼졌다.
양측은 전면전을 벌일 때 시간을 정해 놓고 싸움에 임했는데, 이러한 것도 서로의 전력이 비등할 때 가능했다. 물론 지금 현재는 베니티아 측이 우세했고, 레노 왕국 측이 매우 열세였다. 알려진 바로 레노 왕국은 약 15만 정도의 군세가 있을 뿐이고, 베니티아는 20만의 군세가 대기 중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레노 왕국 측은 요새, 크라망을 등지고 싸웠고, 베니티아 측은 그들이 머무는 요새에서 수일을 달려와 마주한 것이기에 유리하고 불리한 것도 없는 싸움이었다.
아무튼 양측은 더 이상 진척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뿔고둥 소리로 하여금 전투를 중지시켰다.
“힘든 하루였다.”
현이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아군의 것인지 적군의 것인지 모를 피가 묻은 죽음의 평원에 주저앉았다. 그의 곁으로 람스 또한 뒤따라 앉았다.
“형, 대단해요! 어디서 그런 검술을 익혔어요?”
그동안 말을 못하고 있었지만, 람스의 놀람은 당연했다. 몇 달간 같이 생활하면서 현의 이러한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기에, 또 부대원들이 그를 답답이라 놀리기만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 주자 실로 놀랍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현이 그의 물음에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었다.
“너와 나만 아는 비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람스였으나, 그의 머릿속은 이 일을 꼭 부대원들에게 알릴 것이라는 각오가 새겨졌다. 그리고 그렇게 그 둘은 힘든 전투를 끝마치고 대(大)자로 평원에 몸을 뉘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아군 적군 따로 없이 모두가 평원에 등을 맡긴 오늘은, 제2차 샨트 대회전이었다.

막사로 돌아온 람스와 현은 바로 침대에 누웠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람스는 이미 눕자마자 곯아 떨어졌는지 코를 골고 있었다.
드르렁.
그 모습을 귀여운 듯, 힐끗 바라본 현이 생각에 잠겼다.
‘어째서 자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지?’
이것이 문제였다. 자신은 분명 현대인이다. 현대적 교육을 받은 사람이란 말이다.
이들은 사람을 죽고 죽임에 있어 약간의 자책은 느낄지언정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계가 뚜렷화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나라의 돈을 받는 경찰과 일정 시기가 되면 군대를 가는 군인아저씨(?)들이 나라의 치안과 자신의 안전을 지켜 주었기에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데…… 한데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그가 죽인 이는 얼핏 십여 명은 넘어갔다. 모두 자신과 람스를 지키기 위해서이긴 했지만, 자책감을 느낄 법도 한데 왠지 모를 쾌감에 온몸이 부르짖는 것 같았다.
‘그래도 뭐, 살았으니 된 거겠지.’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현이다. 자신은 방금 그 대전투에서 살아남지 않았던가? 물론 다른 이들에 비하면 싸우진 않고 도망만 다녔지만……. 아무튼 이 알 수 없는 첫 살인에 대한 쾌감은 묻어 버리기로 한 현이었다. 앞으로 이런 충격은 더욱더 많이 겪게 될 테니까.
잠시간이 지나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부대원들이 막사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말을 걸고 싶었던 현이었지만, 심한 격전을 치렀는지 얼굴에 묻은 피조차 닦지 않은 그들을 보고는 묵묵히 있었다.
다행이란 점은, 모두 살아 돌아왔기에 그 또한 기뻤다. 안전하게 모두가 무사 귀환한 것이다.

다음 날.
부대원들은 언제 자신들이 우중충하게 있었냐는 듯, 먼저 일어나 현을 깨웠다.
“야야, 로터. 일어나라 짜샤. 좋은데 가야지.”
필스가 냄새나는 그의 발로 현의 몸을 건들었다. 그에,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는 현이 물었다.
“하아암, 어디로 가는데요? 설마 또 전투예요?”
현의 또 전투냐는 말에 필스가 고개를 저었다.
“좋은 데다, 짜샤. 답답한 네놈은 겪을 수 없을 만한. 큭큭큭.”
음흉한 미소를 짓는 필스를 고개를 흔들며 바라보던 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모두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레노 왕국 진영의 부대 막사 뒤에는 번화가(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 약 십오만이 넘어가는 병사들과 이곳 지방의 사람들이 존재하다 보니 그곳은 여관, 식당, 대장간, 옷 가게 등등 본토와 다를 바 없이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비록 지방마다 군대가 집결하여, 다른 왕국과 차별을 두긴 하지만, 이곳만큼은 예외였다. 이곳은 제국 소속 군인이건, 왕국 소속 군인이건, 공국 소속 군인이건 모두 다 오는 곳이었다. 그리고 현이 아스니아 일당(?)에 이끌려 온 곳도 다름 아닌 이 번화가였다.
요새와 도시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현의 부대가 맞닿은 성문은 북문이었는데 요새의 북문에서 도시까지는 길어 봤자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 이곳에 왜 왔냐니까요?!”
현이 화를 내며 묻자, 필스가 딱밤을 딱! 때리며 말했다.
“이놈이? 답답이 주제 너무 나서는 것 아니더냐? 잠자코 따라와라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줄 터이니.”
말을 하면서도 음흉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 필스였다.
‘도대체 어디를 데려가겠다는 건지…….’
별일이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세계에 와서 도시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정말 신기한 것이 많았다. 온갖 식당과, 상점들……. 그리고 길거리에서 노점상들이 파는 간식들 또한 빠질 수 없는 볼거리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부대에서 검문에 통과하고 나온 지 삼십여 분쯤 되었을 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현에게 아스니아가 말했다.
“다 왔다. 이곳이다.”
아스니아의 말에, 오른쪽 닭꼬치를 보며 침을 흘리고 있던 현이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곳엔……!
“사, 사, 사……창가?”
그랬다. 이곳은 다름 아닌 사창가였던 것이다.
‘젠장……!’
이제야 필스가 말한 황홀한 기분이라든지, 음흉한 웃음을 짓는 것도 퍼즐 맞추듯 맞춰지는 현이었다.
‘무슨 사창가가 있냔 말이야!’
현이 속으로 울분을 삭이며 사창가에 대한 원망(?)을 했지만, 사창가는 필요불가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혈기왕성한 군인들이 욕구를 풀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막말로 미쳐 가지고 날뛴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해서 이러한 점을 겨냥해 연합국들은 직접 이런 사창가를 장려(?)하기까지 했다. 뭐, 본국에서는 불법이긴 하다. 문제는 불법이지만 대부분이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뿐.
각설하고, 그쪽에 요염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창녀들이 호호거리며 21십인대원들에게로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오. 빠?”
한 창녀가 아스니아에게 달라붙자, 아스니아의 얼굴에 함박웃음 꽃이 피어났다.
“그렇지? 자, 봐라 이 오빠가 우리 부대에 들어온 신병을 데려왔느니라! 캬하핫!”
아스니아가 창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로터를 소개했다.
“어머, 정말이네. 이리 와 봐.”
창녀는 아스니아의 팔을 뿌리치고는 로터에게로 걸어갔다.
‘제, 젠장!’
한편, 이런 상황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극히 정상적인 남자였다. 성 관계는 여자 친구와 했고, 다른 여자와는 하지 않았던 남자란 말이다. 다른 여자와 초면에 그것을 한다는 것은 상상해 보지도 못한 것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하는 것도 귀엽네?”
창녀가 집게손가락을 하며 로터의 볼을 꼬집었다.
“야야, 이리 와, 넌 나랑 해야 되니까. 그리고 로터 저 녀석에게 참한 애 한 명 붙여 줘라. 쟤 처음인 것 같으니까.”
아스니아가 현에게 다가온 창녀를 다시 데려가고는 다른 이를 소개해 달라고 말하자, 창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들어와서 골라 봐. 새로 온 애들이 많아서 골라 보면 될 거야.”
창녀를 따라 21십인대원들이 자리를 옮겼다.
“애는?”
절레절레.
방금 그 창녀가 손짓을 하며 짧은 치마 차림의 여인들을 가리키자, 현은 고개를 젓기만 했다.
‘젠장! 말해, 현아! 그냥 다 싫다고 말하란 말이야!’
입안에서는 ‘다 싫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밖으로 우러나오지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을 불쾌하게 느낀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 대부분은 가정환경이나, 생활고 때문에 나온 이들이지, 좋아서 나오는 이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이유기도 했고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여자와 그것을 한다는 게 영 찝찝해서였다. 모르는 여자와 하는 게 얼마나 어색하고 창피하겠는가?
그래서 저 여자가 가리키는 여자마다, 마다를 현은 고개를 젓고 거부했던 것이다.
“아, 정말 취향 독특한 애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이봐, 아스니아. 얘 뭐야?”
창녀가 현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묻자, 아스니아는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내참, 어린놈이 별의별 취향이 다 있네. 그래, 네가 원하는 취향이 뭔데?”
현은 그 창녀의 말에 최대한 애처로운 눈빛을 아스니아에게 보냈다. 하지만 그런 애절한 눈빛에도 불구하고 아스니아는 현을 무시하고는 다른 여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남은 이들은 현과 나이 조금 있는 창녀, 줄줄이 세워 둔 창녀들 뿐이었다.
“다른 애들로 데려올까?”
“아, 아니요…….”
현의 거부의 말에 예의, 그 창녀가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아, 진짜. 그럼 뭔데? 설마 하기 싫은 건 아니지?”
창녀가 ‘설마?’하는 눈빛으로 말했지만, 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진짜로 하기 싫다구? 별난 놈이네. 그럼 저기 앉아서 아스니아나 기다려라.”
그 창녀의 말에 현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고개를 수그리고는 왼쪽에 있는 소파에 가 앉아서 아스니아와 동료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동료들이 차례차례 만족한 미소를 입에 걸고는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올 때마다 하는 반응은 ‘어? 로터 넌 안 했냐?’라는 질문이었다. 심지어 막내인 람스조차도 로터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볼 정도였다. 그 눈빛이 ‘혹시 고자 아냐?’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기에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어찌 말하겠는가! 나와 결혼할, 교제하는 여자가 아니라서 그짓을 할 수 없다고 말이다.
아무튼 그들은 이미 일을 치를 때 계산을 해서인지 따로 계산은 하지 않았고 밖으로 나왔다.
“자, 이젠 어디를 갈까?”
아스니아의 독백 아닌 독백에 람스가 끼어들었다.
“검투장 어때요?”
“검투장?”
아스니아의 반문에 람스가 싱글벙글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는 고개를 퍼뜩퍼뜩 끄덕였다.
“네에!”
“검투장은 왜? 내기하러 가게? 나 돈 없는데…….”
이상한 눈초리로 묻는 아스니아의 말에 람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긴…… 형님들은 로터 형의 진면목을 모르시니 원, 로터 형을 검투장에 내보낸다면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