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8화



하지만 현은 무인이었다. 이런것에 떨면 후에 싸울 때 크나큰 약점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되도록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됐어, 저들은 니 상대가 안 된다. 현아, 밥이야. 니 밥이라고! 저들을 쓰러뜨리고 돈을 얻는 거야. 그래!’
이미 현도 이곳의 화폐 단위를 알았던 차였고 없는 것보단 낫기에, 이왕지사 돈을 벌어 보자 마음먹었던 것이다. 자신은 인지도가 없고 신인이기에 자신에게 걸리는 돈은 많지 않을 것이고 승리한다면 최소 3골드는 벌 테니 말이다.
그 돈이면 자신에게 친절히, 개념 있게(?) 대해 주는 동료들에게 한턱 쏘고도 남을 돈이었다.
와아아―
쇠창살에 가려진 검투사들이 제각각 만들어진 검투장으로 걸음을 향하자 관객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현은 8개의 검투장 중 5번째에 섰는데, 그의 대전 상대는 다름 아닌 관객들이 이 콜로세움(레이카살라) 비스무리한 검투관이 떠나가라 내질렀던, 락센이라는 자였다.
락센이란 자의 체격은 175cm 정도의 키에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어, 딱 보아도 한가락 할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 얼굴에 아로 생겨진 흉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말도 못 붙이게 할 만하였다.
링에 올라온 현이 공손히 창을 옆에 세우고는 인사를 했다.
“로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현의 공손한 인사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락센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인사는 됐다, 꼬마야. 그냥 덤벼라.”
‘무인이 되긴 글러먹은 놈이군.’
마음속으로 욕은 하지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상대에 대한 예를 다시 표하고 창을 다잡았다.
다른 링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나타났고 이렇게 되자 함성을 내지르던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도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둥! 둥! 둥!
위에서 큰북 앞에 서 있던 사내가 북을 울리며 시작을 알리자, 여덟 개의 검투장에 올라온 열여섯의 사내들이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저자의 무기는 검이다. 하지만 양손 검이니 스피드가 꽤나 느릴 터. 날 꼬마라 부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주지.’
현의 성격은 자신에게 베푼 자들에겐 한량없이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을 무시하거나 하는 자들에겐 자신 또한 그리 대했다. 해서 동료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하며 이리 떠밀리듯 검투장에 나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저 앞에 있는 락센이란 놈은 자신이 얼마간 검투장에서 굴러먹었다고 신입인 현을 깔보고 있었다. 저런 놈은 톡톡히 쓴 맛을 보여 줘서, 인생 경험을 좀 시켜 줘야 했다.
터엉!
현이 오른팔에 끼고 있던 원방패를 바닥에 내던지자, 바닥의 쇠와 원방패의 쇠가 부딪혀 소음이 났다.
“날 무시하는 것인가?”
그에 락센이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일개 신입이 방패를 내던지다니…… 창을 사용하는데 아무리 방패가 있다면 불편하긴 하지만 엄연히 저놈은 신입이었다. 한데 베테랑인 자신조차도 신입 앞에서 방패를 버리지 않았는데 방패를 버린다?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느끼는 락센이었다.
이런 락센을 보고 현은 예상치도 못하게 베테랑을 자부하는 락센이 흥분을 하자, 더욱 흥분시켜 이성을 잃게 만들고자 생각해 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 같은 검. 투. 사를 상대론 방패조차 쓸모가 없을 것 같더군요.”
파앗!
말을 끝내고 현이 창을 앞으로 내밀며 싸울 준비를 한다.
“훗! 웃기는군. 그깟 창으로서 날 대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전선에서 나가 싸우는 징집병들이나 쓸 법한 창이로군?”
징집병은 농노나 포로들을 엮어 만든 병사들로 그들에겐 죽창 하나가 쥐어지는데, 현의 창을 비하하는 말일 것이다.
“호오! 됐고, 오기나 하십쇼. 빨리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싶습니다.”
“창을 들고 자신만만하구나. 어디 그 나불거리는 입을 얼마간 나불거릴 수 있는가 보자꾸나! 햐얏!”
오른팔에 방패를 껴 든 락센이 날아올랐다.
“받아라!”
그리고 왼손에 쥐어진 검으로 사선으로 내리긋듯 현에게 공세를 취했다. 우스운 점은 양손 검인데도 불구하고 한손으로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현은 장창의 양손 끝을 손에 쥐고 대각선으로 위치해, 락센의 공격을 막았다.
티이익!
검과 창의 목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창을 무시한 대가는 쓸 겁니다! 하압!”
락센의 공격을 가볍게 막은 현이 몸을 180도 회전을 시키더니 오른손, 한 손으로 창을 파지하더니 쓸어내리듯 락센의 발목을 공격했다.
쑤우웅!
창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락센의 귀에 섬뜩하게 들려왔다.
‘이, 이런!’
현은 락센의 발목을 공격한 오른손을 그대로 돌려 내려찍듯 다시 락센을 향해 공격을 했다.
이에 락센은 눈을 부릅뜨며 놀라더니 오른팔에 들고 있던 방패를 들어 힘겹게 막았다.
“으윽!”
콰앙!
창의 솜으로 싼 창날 부위가 맞았기에 둔탁한 소음이 둘의 귓가에 들려왔다.
현은 그대로 창을 회수하지 않고 계속해서 힘을 주어 락센을 내려 깔고 있었다.
‘어, 어떻게 저, 저 작……은 체……구에서 이런 힘이!’
락센은 실로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키는 175cm로 눈앞에 있는 저 꼬마 녀석보다 3∼5cm 가량이 더 크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저놈은 이곳에 있는 베테랑 검사들을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본래 창을 쓰는 것인지 주무기를 창으로 삼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어린 꼬마의 창술은 실로 예측불허의 공격이었다.
방금 발목을 쓸어내리는 공격도 공격하는 위의 창이 보이지 않아 우연히 아래를 쳐다보다 막았을 뿐이었고, 그대로 위로 올려 내려찍듯 찍는 저자의 창술은 가히 놀랄 만했다. 맺음과 끊음에 있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창술이었다.
“자, 다시 갑니닷!”
현은 방패에 계속해서 공격이 막혀들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검을 앞으로 내뺀 뒤, 이리저리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치잉!
콰앙!
채채챙!
그 속도가 섬광과 같은지라, 락센은 매우 힘겹게 현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현의 공격은 팔을 내찔렀다 하면 어느새 복부를 향하고 있었고, 다리를 향했다 싶으면 어느새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그것도 창을 앞으로 내뺀 자세에서 계속해서 공격하는 것이기에 자세를 변경하기도 락센으로선 힘이 들었다.
“마지막입니다!”
계속해서 락센을 휘몰아치던 현이 소리를 쳤다.
그리고 앞으로만 내빼던 창을 급히 회수하여 왼발을 축으로 한 발 내민 뒤, 다시 오른발을 회전시켜 뒤로 내빼기만 하는 락센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크윽!”
현의 일격을 맞고 옆구리를 쥐어진 락센이 몸을 고꾸라뜨렸다.
“창은 무시할 게 아닙니다. 그대가 창은 일개 징집병이나 병사들이 사용하고 기사들이 검을 사용하여 검이 우위에 있는 줄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말 그대로 착각입니다. 무기란 쓰는 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요.”
현은 쓰러진 락센을 향해 조용히 읊듯 말하고는 원방패를 쥐어 들고는 링을 내려왔다. 이미 다른 링에서도 승부가 났는지, 중계자와 관객들은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는데, 락센을 상대로 한 신입이 몸 성히 링에서 내려오자 어안이 벙벙해진 모양이었다.
“아, 제, 오, 오 대결장에서는 시, 신입 로, 로터가 락센을 휘어잡았습니다!”
정신을 추스르고 중계자가 목청껏 다시금 소리치자, 잠시 정적에 휩싸였던 관중석에서 폭발적인 함성이 흘러나왔다.
“와아아아!!”
“락센을 잡다니! 신입 맞아?”
“대단해! 방금 저자의 창술 봤어? 창술이라고 무시할 게 아닌데?”
“창술이 저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있다니……. 한쪽을 찌르는 듯싶더니, 어느새 다른 부위를 노리는 저자의 창술이야말로 대단한 창술이다!”
“로터! 로터! 로터!”
관중석에서 로터의 창술에 대한 칭찬과 로터의 이름이 연이어 터져 나오자, 락센의 얼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고, 로터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로터는 관중석의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를 따라 경기를 끝낸 몇몇의 사내들도 대기실로 향했다.

‘얼마를 벌었을까?’
대기실에 앉아 자신이 얼마 정도의 돈을 벌었을지 상상해 보는 현이었다.
다른 자들에 비해선 많이 벌진 않았을 것이다. 락센이란 자의 전적과 자신의 전적은 비교 대상이 안 되니 사람들 대부분은 락센에게 걸었을 것이다.
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관리인이 들어왔다.
“이봐, 여기 로터 있나?”
“아, 예. 제가 로터입니다만.”
로터가 엉거주춤 일어나자 관리인이 다가왔다.
“축하하네. 승리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락센과 자네의 대결엔 사람들이 돈을 많이 걸질
않아서 10골드밖에 줄 수가 없네.”
말을 마친 관리인은 현에게 금화 10개를 건네주었다.
‘오오!’
“다음 경기에도 나설 생각인가?”
관리인의 물음에 현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토너먼트라고 해서 차례차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권하는 것도 있다. 물론 이 같은 경우는 자신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대가 나왔을 때 하는 방법이다.
‘무’라고 칭해지는 경우가 바로 이경우이다.
“기권하겠습니다. 검투사를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거든요.”
현의 말에 관리인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쩝, 아깝구먼. 자네 같은 신입이 좀 많아야 우리 같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뭐, 할 수 없지. 자네 생각이니…… 그럼 지급된 것들은 카운터에 반납하고 가시면 되네. 생각나면 언제든지 다시 찾게나.”
“예, 감사합니다요.”
현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관리인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물론 그 뒤를 따라 현 또한 빠져나갔다. 그리고 현은 카운터에 있는 관리인에게 갑주와 가면, 방패 등을 반납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어떻게 안 것인지 필스와 아스니아가 나와 있었다.
내심 이들을 어떻게 찾나 생각 중이던 현이었지만, 그들이 나와 있어 고민거리 하나가 줄어들 수 있었다.
“야아! 너 대단한데? 어떻게 락센을 잡을 수가 있냐?”
다짜고짜 아스니아가 팔을 어깨에 걸고는 말했다.
“그래, 너 그냥 검투사로 살아도 되겠는데? 답답이에게 이런 면모가 있다니…… 네 창술은 정말로 뛰어났다. 창술의 대가인 사라하 제국의 모라이트 경도 너보단 뛰어나지 않을 거야.”
“모라이트요?”
현이 반문했다. 자신 말고도 창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 모라이트 폰 사라하. 사라하의 황족 중 하나지. 아무튼 듣기로 그도 너처럼 창을 사용한다 들었어. 그 실력이 어쩐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래요? 한 번 겨뤄 보고 싶은데요?”
현의 말에 아스니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서라. 락센 같은 놈하곤 차원이 다를 걸? 그는 기사야, 기사. 그것도 기사 중의 기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이지. 마칸타스 대륙 놈들이라면 치를 떠는 우리 연합군들도, 그라면 인정을 한다고. 더러 그를 숭배하는 녀석들까지도 있다니까?”
“실력이 많이 뛰어난가 보죠?”
“사실 우리가 널 검투장에 데려온 건 네 실력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검투장에서 돈내기를 하려고 그런 거였어. 킥킥, 뭐 람스에겐 돈이 없다고 말했지만 어린놈에게 돈이 있다고 떠벌려 봐야 좋을 것 없으니까. 아무튼 우린, 아니 정확히는 필스와 나는 나올 때마다 검투장을 찾아서 검투사들을 잘 아는데, 락센은 그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놈임에도 불구하고 모라이트에겐 질 게 분명해. 그것도 손 한 번 까닥 못하고.”
“그, 그 정도예요?”
“그래. 그자는 창의 속도가 귀신같이 빠르다더라. 창을 한 번 휘두르면 어느새 아군 기사가 쓰러져 있고 다시 한 번 손을 움직였다 싶으면 아군기사가 또 하나 쓰러져 있대. 대단하지?”
필스의 모라이트를 높이 사는 행동에 잠시 얼굴을 찌푸린 현이 화제를 돌리고자 금화 열 개를 꺼내 보였다.
“이번에 락센을 잡고 딴 거예요. 어때요?”
“오오! 대단한데? 10골드나 받다니……! 신입에게 10골드를 주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야, 근데 왜 나온 거냐? 계속해도 될 텐데.”
아스니아의 물음에 현은 금화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검투사를 업으로 삼을 것도 아닌데, 계속해 봤자 저만 손해 날 것 같아서요. 그냥 나왔어요. 두 분도 그걸 예상해서 나온 거 아닌가요?”
“뭐, 그렇긴 하지만…….”
“그럼 됐어요. 일단 막사로 가죠. 부대원들에게 한턱 쏠 테니.”
현의 말에 금세 얼굴이 밝아지는 두 얼간이들이었다.

막사로 돌아온 현과 아스니아, 필스는 자고 있는 부대원들을 깨웠다.
“이봐들, 어서 일어나. 검투장에서 로터가 돌아왔다고!”
필스의 외침에 모두들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고 있었다.
“하암…….”
짤랑짤랑.
일어나는 부대원들에게 현은 금화 소리를 내어 보였다.
“으잉?!”
역시나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몽사몽하고 있던 부대원들은 돈 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드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 소리냐?”
케일이 물었다.
“뭔 소리는, 돈 소리지. 킥킥!”
현을 대신해 아스니아가 대답을 하자, 케일의 눈이 부릅떠졌다.
“도온?! 뭔 돈이야?”
“로터가 락센을 잡고 10골드를 벌어 왔다. 킥킥! 이길 줄은 몰랐는데, 이 미친 답답이 녀석이 락센을 잡았어.”
“라, 락센을?”
탄테와 케일의 눈이 부릅떠지며 반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락센이란 이름 대신 흡혈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검투사였다.
그와 맞붙는 자는 웬만한 자들이 아니고서는, 아니 그건 차치하고서 신입이 그와 맞붙어 승리한 적은 단연코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그는 성격이 지랄 맞아서, 피를 좋아했다. 피를 안 봐도 되는 결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조건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지 어떻게 해서든 피를 봤다.
그런데 그를 이기고 돈을 받아 왔다? 매우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이냐, 로터?”
케일이 다시 한 번 물었다.
그에, 현은 ‘헤헤’거리며 말했다.
“뭐 그렇죠. 별것 아니던데요?”
“거 봐요! 로터 형 싸움 잘한다니까요?”
현의 말에 람스가 나서서 대꾸하자 케일이 람스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투덜거렸다.
“야, 그럼 왜 왔냐, 더하고 오지.”
락센을 이겼다면 다른 이들과도 더 붙어 돈을 더 벌어 오라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사실 10골드도 엄청난 돈이잖아요. 자, 가요. 제가 쏠게요.”
“우오오! 정말이냐?! 역시 답답이 최고다!”
쏜다는 말에 케일이 현을 부둥켜안았다.
“켁켁! 숨 막혀요. 그 비계로 절 켁! 깔아뭉개면 어떻게 해요!”
케일이 워낙 몸뚱어리가 거대한지라, 숨이 막혀 켁켁대는 현이었다.
“아, 미안, 미안 그나저나 뭐 살 거냐?! 아니지 이럴게 아니다. 일단 나가자. 애들아 로터가 쏜다니까 일단 모두 나가자!”
케일이 사람들을 선동했고 다른 이들 모두는 기분 좋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는 바깥으로 향했다.
막사에 혼자 남은 로터 또한 살며시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그들을 따라갔다.

“이야, 바깥에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로터 덕에 또 나왔네. 크크.”
말을 하는 이는 필스로, 그의 말처럼 이렇게 바깥으로 매일 나올 수는 없다. 모든 병사가 바깥으로 나온다면 번화가가 혼잡해지기도 할 테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점은 요새를 지킬 병사들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당 행정관에게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허가를 받는 점은 쉽다.
돈을 찔러 넣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1골드를 찔러 주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야, 로터. 마침 저녁 시간이니까 밥이나 먹는 게 어떠냐?”
록슨의 말에 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록슨은 학자풍의 안경을 쓴 안경잡이었다.
“좋습니다. 밥이나 먹죠 뭐, 잘 아는 식당 있습니까?”
현이 밥을 먹자는 말에 동의하자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고, 곧 아스니아가 잘 아는 식당이 있는지 그들을 안내했다.
“내가 잘 아는 집이 있는데. 거기 맛이 끝내준다. 가격이 비싸서 자주는 못 갔지만, 로터가 쏜다니까 거기로 가자. 자 따라와라!”
아스니아가 가슴을 쫙 펴고 당당히 그들을 안내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맛있네?’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식당이었는데, 정말로 맛있을지는 아스니아의 증언만 들어서 잘 모르겠지만, 맛있지 않으면 깽판을 쳐 버릴까, 간판을 보고는 잠시 생각했던 현이다.
“일단 들어가죠.”
현은 손을 펴서 그들을 안내하듯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