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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 *

“그게 사실이냐?”
“네, 아버지. 제 두 귀로 똑똑히 들었어요.”
“보타문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직책을 만들었지?”
연검장(蓮劍莊) 장주인 연화검(蓮華劍) 연무숭(蓮武崇)은 보타문의 속가제자인 딸의 말을 전해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사부라니. 그런 직책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별호로 삼기에는 이상하고…….’
무공을 익히고 싶었지만, 자질이 모자라 가문에 전해지는 단 한 가지의 무공인 연화검법(蓮華劍法)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연무숭은 그의 이름만큼이나 무공에 대한 열정이 깊었다. 무공에는 자질이 뛰어나지 못한 것을 깨달은 그는 일찍 상계에 뛰어들어 제법 많은 재물을 모으고 그 돈으로 무사들을 사기도 하고 이름 있는 무인들을 초청해 대접하면서 그의 이름을 알렸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인근에서 누구도 연검장을 무시하는 이가 없었다. 보타문에도 많은 돈을 기부한 그는 무공에 자질이 있어 보이는 연영경을 보타문의 속가제자로 들였고 보타문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일단 내일 가서 더 자세히 알아보아라.”
“네, 아버지.”
딸이 물러가자 자리에서 일어선 연화검은 달빛이 어스름하게 비치는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돌렸다.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자신의 무공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 돼.’

* * *

한편, 개방의 녕파(寧波) 분타주 파장걸(波掌乞) 노미수(勞米洙)는 백의개로부터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웬 젊은 놈이 여인들을 줄줄 끌고 다니는데 그 여인들이 보타문의 제자라는 말이냐?”
“네, 분타주님. 헤헤.”
“그리고 그 여인들 중 한 명은 검후의 직전제자인 여미려고?”
“네.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헤헤헤.”
“그녀들이 그를 대사부로 불렀단 말이지?”
“네. 틀림없습니다요.”
“보타문에 대사부란 자가 있었나?”
“없었는데요?”
파장걸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그런 이름이나 직책을 찾을 수 없었다.
‘대(大)사부란 말은 큰 사부이란 말인데. 그럼 그가 보타문의 최고수란 말인가? 자세히 알아봐야 할 사안이군.’
“야! 아구.”
“네, 분타주님.”
“너 이제부터 일결이다. 승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분타주님.”
“네 임무는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여미려를 살피는 것이다. 특히 그 대사부란 자에 대해 철저하게 알아보도록.”
“넵! 분타주님.”
정보 하나 잘 물고 와서 졸지에 승진한 아구는 입이 함박만 하게 벌어져 넙죽 고개를 숙였다.

* * *

양곤은 밤새 오수주를 참오하느라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방문을 열고 서서 어슴푸레 밝아 오는 아침을 고요한 가운데 바라보았다. 일찍 일을 나가는 어부들의 어구들을 준비하는 분주한 소리와 허공을 가르는 갈매기의 울음소리에서 피어오르는 생기를 즐기던 양곤은 조용히 보이영이문(報耳靈耳文)을 외웠다.
“천지조화태을경 일월성신조화정.”
[나를 불렀나?]
[그래.]
[무슨 일인가?]
[너는 어쩌다가 귀선이 되었나?]
[…….]
[연유를 알아야 내가 너를 도울 수 있을 것이 아니냐.]
[나는 본래 종놈의 자식이었다. 배운 것도 없었고 배울 수도 없었다.]
건조하고 차가운 목소리에 약간의 슬픔이 묻어나는 것을 느낀 양곤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모친은 내 아비가 누구인지 죽을 때까지 알려 주지 않았다. 주인은 모질고 독했지. 하인들의 골수를 몽땅 뽑아먹고는 죽으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둘둘 말아 산에다 버렸다. 나는 철이 들 무렵부터 세상을 모두 알아 버렸다. 주인집 딸년이 나를 인형 삼아 가지고 놀았고, 세상 사람들은 나를 종놈이라 발길질했다. 그런 암울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나이 열여섯에 도망쳤다. 그러자 주인이 고용한 무사들이 내 뒤를 쫓았지. 결국 나는 얼마 벗어나지도 못하고 무사들에게 칼을 맞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막 우화등선하는 한 노인을 보았고, 그의 마지막 말을 화두로 삼아 평생을 수련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나는 귀선이 되었고 신선이 되지 못했다. 나는 태어나는 어린아이의 영혼을 덜어 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의미 없이 천지간을 오랜 기간 떠다니다 너의 부름을 들었고 알지 못하는 이끌림에 찾은 것이다. 이것이 내 지난 이야기다.]
[그랬었군.]
양곤은 사일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기구한 운명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가 성취를 이뤄 신선이 되게 하고 싶었다.
[네가 수련한 것이 무엇이냐?]
[도교의 주문 몇 가지뿐이었다.]
사일은 자신이 아는 주문을 양곤에게 이야기했다.
[오늘부터 이것을 상고하도록.]
양곤은 그의 주문이 좌도방에 너무 치우친 것을 알고 태을주(太乙呪)를 일러 주었다.
“구천도왕신 칙아은신형 청오지소령 수오지난행 일체원밀의 살체물류정 이종개여의 천회오소청 약초유위법 선이피천형 급급여 구천현녀도모원군 율령.”
[알았다.]
수백 년간 천지를 떠돈 귀선인지라 한번 일러 준 주문을 모두 기억했는지 순순히 대답했다.
[이제부터 너는 나를 따라다녀라. 이 마을은 이곳 산신님께 보호를 부탁할 테니.]
[알았다.]
사일의 기운이 사라지고 방에 들어와 좌정한 채 묵상하던 그의 귀에 자수신니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기척을 느꼈다. 그녀의 부지런함과 자신을 챙겨 주는 자상함이 그의 마음에 와 닿았다. 자신이 지금 모습을 보이면 그녀가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양곤은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자수신니의 입에서는 흥겨운 가락이 흘러나왔다. 그녀도 천생고아였던지라 동생 같은 양곤을 위해 아침을 짓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겨우 하루 만에 흠뻑 정이 들었다. 상을 다 차린 자수신니가 양곤의 방문 앞에서 그를 불렀다.
“소협, 아침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네.”
방문이 열리며 양곤의 얼굴이 보이자 자수신니의 입에 미소가 짙어졌다. 상을 냉큼 받아 든 양곤이 안으로 들어가자 자수신니가 뒤를 따랐다.
“감사합니다.”
“매일 그렇게 격식을 차려 인사하시면, 제가 부끄럽습니다.”
“네. 잘 먹겠습니다.”
“네.”
두 사람은 간소하지만, 맛깔스럽게 차려진 상을 두고 다정한 오누이처럼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양곤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 장원을 지어야겠습니다. 당분간 제가 촌장 댁으로 가서 생활해야 하니 신니께서 제 식사를 준비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양곤의 말이 떨어지자 자수신니의 안색이 흐려졌다. 자신의 손으로 양곤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조금 섭섭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양곤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당분간입니다. 장원이 완성되면 신니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알았습니다.”
얼굴이 조금 풀린 자수신니가 그릇들을 들고 나가자 양곤은 지필묵을 꺼내 장원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처음 해 보는 설계인지라 조금 힘들었지만,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는 시설을 하나씩 머리에 떠올리며 천천히 방위와 형세를 꾸며 나갔다.
을병정(乙丙丁)의 삼기(三奇)와 무기경신임계(戊己庚辛壬癸)의 육의(六儀)로 이루어진 구궁(九宮)을 기반으로 하여 휴생상두경사경개(休生傷杜景死驚開)의 팔문(八門)의 변화를 가미하였다. 살펴 둔 지형과 지물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일대로(以逸代勞)와 선행포치(先行布置)의 장점을 나타내도록 광선과 오행의 생극적원리(生剋的原理)를 가미하였다.
그의 방대한 지식이 담긴 머리로 설계된 장원은 한마디로 철옹성이었고 각종 기관 장치와 함정을 갖춘 복마전이었다.
하지만 일반인이 본다면 혀를 내두르며 보는 것조차 어지러울 만큼 그림이 복잡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던 양곤은 너무하다 싶었던지 고개를 흔들더니 하나씩 지워 나갔다. 마지막으로 수정된 장원은 아담하지만, 풍수지리의 양택 이론에 따라 제대로 된 방위에 앉은 몇몇 전각만 남았다. 그제야 양곤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뭐 이 정도면 목수들도 그다지 난감해 하지 않겠군.’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촌장 댁으로 갔다.
“촌장님, 계십니까?”
“아! 훈장님, 아버님께서는 목수들과 일꾼들을 구하러 새벽에 상산으로 가셨습니다.”
부엌에서 아침상을 치우던 며느리가 손에 묻은 물기를 행주치마에 닦으며 촌장의 행방을 알렸다. 그녀는 훈장인 양곤에게 조심스러웠다.
“네. 알았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양곤은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부지런도 하시지.’
촌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서책을 옆구리에 낀 학동들을 만났다.
“스승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너희들도 잘 잤느냐?”
종달새처럼 합창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쓸어 주던 양곤은 작은 행복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것이 사람 사는 향기지.’


8화 자성일가(自成一家)


아이들의 글공부를 마칠 즈음에 촌장이 목수의 우두머리인 도편수와 양곤을 찾았다.
“추 도편수는 인근에서 제법 알아주는 이라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추 도편수.”
“염려 마십시오, 공자님.”
“제가 생각한 장원의 모양이 있는데 이것입니다.”
양곤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도편수에게 건넸다. 그림을 한참 살펴보던 도편수가 감탄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공자님, 이게 정말 공자님께서 그리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소인 반평생을 장원을 지었는데 이처럼 훌륭한 장원은 처음입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가능하도록 만들어야지요. 이런 장원을 지을 수 있는 것도 도편수에게는 큰 영광입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촌장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추 도편수가 사람이 좀 괴팍하고 깐깐해서 조금 걱정하던 참인데 잘되어서 안심이네.”
“어르신도 참, 제가 어디가 괴팍하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던 도편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양곤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전표를 한 뭉치 꺼내 도편수에게 건넸다.
“부족하면 더 말씀하십시오.”
“아닙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넘칩니다.”
“자재는 품질이 좋은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알았습니다. 제가 얼른 가서 인부들과 자재들을 구해 오겠습니다, 공자님.”
돈까지 받아 든 도편수는 신이 나서 자리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 촌장이 나직이 물었다.
“내가 소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무 믿는 것이 아닌가? 돈까지 선금으로 다 치르면 좀 불안한데.”
“아닙니다. 남을 속일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설사 저를 속인다 하더라도 제가 그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았네.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허허허.”
“전 따로 준비할 것이 있으니 잠시 다녀와야겠습니다.”
“나중에 보세.”
“네, 촌장님.”
촌장과 헤어진 양곤은 자신이 전에 설치해 둔 진법을 해체해야 했다. 장원을 짓기 위해 공사를 하다가 집 뒤뜰에 있는 돌무더기가 무너지면 주변의 진이 스스로 발동해 무슨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권서천지 급급여율령.”
신형을 가볍게 한 양곤이 진을 해체하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몇 중요 위치에 있는 바위와 나무들의 위치를 옮겨 진을 해체하고 마을로 돌아온 양곤의 눈에 낯익은 신형들이 보였다.
“자네들 왔는가?”
“매일 찾아와 번거롭게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 하하하.”
포천룡이 넉살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맞았다.
“이 사람이 별걱정을 다 하는구먼.”
“가가, 저도 왔어요.”
“어서 오너라. 그런데 소운과 도 소저가 안 보이네.”
“풋. 지금 벌 받는 중이에요.”
“벌?”
“매일 수련 빼먹고 도망 다니다 오늘 된통 걸려서요.”
“힘들겠네.”
“아마 오늘은 쪼∼금 힘들 거예요. 호호호.”
자신은 무사히 빠져나온 것이 자랑스러운지 여미려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오라버니, 이 언니 오빠는 누구야?”
생선을 손에 든 요소연이 넘어질 듯 달려와 물었다.
“친구들이야. 그런데 소연아, 네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응. 아버지가 훈장님 가져다 드리라고 주신 거야.”
“소연아, 그건 나를 줘야지.”
점심을 준비하러 오던 자수신니가 소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소연이 웃으며 그녀에게 생선을 건넸다.
“사저, 안녕하셨어요?”
“신니, 안녕하셨습니까?”
“어서들 오시게.”
자수신니는 부드러운 미소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저, 가가가 대사부님이 되신 것 아세요?”
포천룡이 듣는 데서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도 이미 아는 모양이었다.
“대사부?”
“네. 보타문의 대사부가 되셨어요.”
“오! 축하드려요, 소협. 아니 대사부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냥 소협으로 불러 주시지요.”
“그럴 수는 없지요. 저도 보타문의 문도인데 문에서 결정한 직책을 제가 함부로 어쩔 수는 없는 겁니다.”
의외로 이런 면에서는 단호한 자수신니였다. 그녀가 소연의 손을 잡고 양곤의 집으로 들어가자 남은 이들은 해안가의 바위 위로 가서 자리 잡고 앉았다.
“장원을 짓는다고 들었네.”
“아마 좀 있으면 도편수가 인부들을 모아 올 것이네.”
“방을 많이 만들게. 그리고 연무장도 만들고. 그래야 내가 와서 수련할 수 있지 않은가. 하하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네.”
“가가, 저도 와서 수련해도 되지요?”
“물론이지. 네가 안 되면 될 사람이 누가 있겠니?”
“고마워요, 가가.”
벌써 익숙해진 양곤의 하대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여미려는 높고 푸른 하늘과 간간이 흐르는 흰 구름, 철썩이는 파도 소리, 끼룩거리는 갈매기 소리,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상쾌한 바람, 자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 취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맑고, 너무 깨끗하고, 너무 가슴 가득한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양곤의 장원이 보름 만에 완성이 되었다. 양곤이 그린 그림이 워낙 상세하게 되어 있었고, 충분한 경비를 확보한 도편수가 많은 인부들을 구해 왔으며, 자재들도 제대로 셈을 치러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밤늦은 시간에 양곤과 사일의 주술로 자재를 정리하고 바위와 주위 지형을 바꿔 두었던 덕도 컸다. 아침에 일하러 온 인부들과 목수들은 바뀐 모습에 매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보통 장원을 만드는 경우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었다.
완성된 장원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훈육각(訓育閣)과 손님들이 머물 지객각(持客閣), 무공을 수련할 수 있는 무련각(武練閣), 연무장, 양곤이 머물 내원(內院)으로 이루어졌다. 그중에 제일 큰 건물이 무련각이었다. 처음 장원을 만드는 목적이 수련하는 무인들을 도와주는 것이었기에 설계할 때부터 중점을 두었었다.
양곤은 완성된 무련각을 찬찬히 살펴보며 자신의 의도대로 제대로 지어진 것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단하군요, 가가.”
완성된 집을 둘러보던 여미려가 탄성을 질렀다. 모든 전각과 시설, 화원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마치 선계의 풍경을 연상케 했다.
“도대체 못하는 게 뭔가?”
포천룡이 연방 두리번거리며 혀를 내둘렀다.
단소운과 도소미는 연못의 돌 의자에 나란히 앉아 물속의 황금잉어들을 쳐다보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연못의 잉어들은 사일이 취인장물법(取人藏物法)의 도술로 구해 온 것들이었다. 조금은 피해야 할 좌도방의 술법이지만, 귀선인 사일은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자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세.”
양곤은 일행을 이끌고 자신의 거처인 내원으로 향했다.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는 작은 화단을 낀 아담한 전각이 그의 처소였다. 일행을 자신의 서재로 안내한 양곤은 자수신니가 내온 차를 대접했다. 차를 한 모금 입에 문 포천룡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보름 만에 이런 괴사가 벌어지는 방법이 뭔가? 내게도 좀 알려 주게. 나도 이런 장원을 가질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네.”
그냥 빙그레 웃던 양곤은 여미려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려야, 문주님께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씀드려라.”
“네, 가가.”
자신의 사부가 기뻐할 것이 눈이 선한 여미려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이곳에 머물 수 있겠나?”
단소운이 눈을 빛내며 양곤에게 다가앉았다.
“물론이네.”
“저도 이곳에 오겠습니다.”
도소미도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세요, 도 소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