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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9화 조부(祖父)
“그런데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떻게 할 건가? 무련각 방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지 않나?”
“아무나 그곳에서 수련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수련이 된 사람은 증가된 기운을 잘 활용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급작스럽게 증가한 기운에 오히려 몸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가가, 직접 초식을 지도하시지는 않으실 건가요?”
“다른 사람의 무공을 직접 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지 않느냐. 그저 막히는 부분에서 조금 도움을 줄 뿐이지 직접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양곤의 말에 이해가 되는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단소운이 입을 열었다.
“내일도 아침부터 그곳에서 수련하면 되는가?”
“아니네.”
“그럼?”
양곤이 전대검후에게 시선을 돌렸다.
“새벽에는 무련각의 중앙에 있는 방에서 내공을 수련하십시오. 아까 배정해 드린 방에서는 초식만 수련하시고요. 내공수련은 같이 하셔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겠지. 내공수련은 누가 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포천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배정한 방이 마음에 들었다고 그곳에서 내공수련하시면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 명심하십시오.”
양곤의 말에 도소미가 움찔했다. 사실 그녀는 내공수련도 아까 그 방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사부는 독심술도 하시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일의 수련을 기대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여미려는 무공수련도 좋았지만, 양곤과 같은 집에 머물게 된 것이 너무 좋았다. 이제 날이 밝으면 다시 그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을 감은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미려는 누워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도저히 아침까지 참지를 못하겠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여미려는 방문을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레 열고 고양이 걸음으로 발을 옮겼다. 그런데…….
“미려냐?”
옆방에서 전대검후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헉. 늙으면 초저녁잠이 는다는데 사조님은…….’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 생각한 모양인지 사조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들어오너라.”
“네, 사조님.”
잠시 머뭇거리다 방으로 들어섰다.
“잠이 안 오더냐?”
“네.”
자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염려해 주는 사조에게 사실 양곤을 만나러 가던 중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던 여미려가 다소곳이 대답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잘 오지 않는 법이다. 혼자 자는 게 불편하면, 나와 함께 자자꾸나.”
“네. 네?”
“왜 싫으냐?”
“아뇨. 아∼주 좋아요.”
가증스런 미소를 지은 여미려는 냉큼 사조의 옆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바짝 타서 재가 되어 있었다.
‘에이. 일이 이 모양이 되는 거야?’
한편, 양곤은 여미려의 앙큼한 계획이 틀어졌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일.]
[왜?]
[오늘은 장원을 살피는 자가 없었나?]
[마을에 웬 거지가 한 놈 생겼고, 쥐새끼 같은 놈이 한 마리 산에 숨어 있는 것 외에는 없다.]
[이 작은 마을에 난데없는 거지?]
[그래서 나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중이다.]
[산에 숨어 있는 자는 어제 장원을 살펴보던 그자인가?]
[아니. 처음 보는 놈이다.]
[누굴까?]
[내가 잡아 족쳐 볼까?]
그냥 마을을 지켜보는 것만 한다면 그다지 위협이 되는 이가 아니었기에 양곤은 괜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냥 그자의 행동을 잘 감시만 해라. 그리고 내가 일러 준 태을주(太乙呪)는 계속 수련하는가?]
[그래.]
[계속 참오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게야.]
[알았다.]
[그럼 쉬어라.]
[귀신은 밤에 쉬지 않는다.]
[훗. 알았다.]
사일의 기운이 사라지자 양곤은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자신이 지은 장원이 마음에 드는데다가 자신을 보고 찾아 준 이들이 고맙기도 했다. 더구나 준비했던 무련각이 제대로 활용되는 것을 확인했던 터라 그의 기분은 아주 좋았다. 저절로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
* * *
음산한 기운이 가득한 거대한 대전(大殿).
전신에 검은 안개를 둘러 이목구비를 구별할 수 없었고 다만 거대한 덩치를 가진 이라는 것만 알 수 있는 괴인이 높은 태사의에 앉아 아래에 엎드린 이를 오연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오른편에는 크고 부리부리한 호목(虎目)에 굳게 다문 입술이 강직한 품성을 엿보이게 하는 거한이 앉아 있었고, 왼편에는 수려한 용모에 여인 같은 붉은 입술을 가진 이가 화려한 사제복을 걸치고 앉아 있었다.
“마제시여. 세작의 보고에 따르면 전대검후가 대사부란 자에게서 무공을 배운다고 합니다.”
오체투지한 인영에게서 떨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마제라 불리는 이는 강호에 통틀어 묵혼마제(墨魂魔帝) 융무강(融武剛)뿐이었다. 바로 그였다. 무림의 삼대세력의 하나며 천하의 무인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흑련교(黑蓮敎)의 교주였고, 절대고수였던 일승이 열반에 든 후 가장 강할지도 모른다고 회자되는 무인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곁에 앉은 이들은 분명 혈무천부(血武天府)의 혈무광도(血武狂刀) 추가경(秋街慶)과 마화기환부(魔火奇幻府)의 대사제인 마화옥라(魔火玉羅) 태연강(泰延康)일 게 분명했다. 천하의 묵혼마제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이는 그 둘뿐이기 때문이었다.
오래전에 마교에서 분리해 나와 최근에 사파들을 통합하며 기염을 토하고 천하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 흑련교는 융가(融家), 추가(秋家), 태연가(泰延家)의 삼대가문이 이끌고 있었다.
그중 융가가 교주를 세습했고, 추가는 혈무천부를 다스렸고, 태연가가 마화기환부의 수장이었다. 혈무천부는 무공 수련하기를 밥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철혈무인들이 속한 부(府)였으며, 마화기환부는 특이하게 무림에서 경원시하는 사악한 저주의 주문(呪文)과 환법(幻法), 기문둔갑(奇門遁甲), 각종 술법(術法)을 익힌 무리들이 이룬 부였다. 각자 강대한 세력을 가졌으나 선대의 유지를 받든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천하의 사파를 다스렸다.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보던 묵혼마제의 입이 열리고 육중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항상 요점만 말하는 그의 언행을 알기에 바닥에 오체투지하고 있던 군사 귀산잔모(鬼算殘謀) 호마추(狐痲秋)는 간략하게 보고했다.
“본교의 위협이 되는 싹은 애초에 제거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전대검후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자라면 그 무위가 상당할 텐데?”
귀산잔모의 입이 열리고 떨리는 음성이 다시 흘러나왔다.
“세작의 정보에 의하면,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공을 가르친다?”
“무공에 대한 식견이 대단한 모양입니다.”
귀산잔모의 말에 대사제인 마화옥라가 신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는데도 그 식견이 전대검후를 가르칠 정도다?”
“네. 전대검후 정도의 무인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인재가 정파에 있는 것은 본교의 입장에서 좋지 못합니다.”
“마제시여. 군사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마화옥라에게서 맑고 깨끗한 음성이 흘러나오며 군사의 판단에 힘을 실어 주었다.
“방도는?”
“본교의 백암인(白暗刃)을 보내심이 좋을 듯합니다.”
백암인은 암살을 목적으로 길러진 무력단이었다. 단 백 명으로 이루어졌으나 각각의 무위는 강호의 중소문파의 장로 급에 달했으며 암살 기술은 일급자객 이상의 수준이었다. 강호의 절대 강자들을 암살하려 특별하게 길러진 암살대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들의 정확한 정체는 교 내에서도 아는 이들이 몇 없었다.
“몇 명이나?”
“전대검후를 능가하는 무위를 지닌 듯하니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다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좋지 않다.”
묵혼마제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대외적으로 감추고 싶은 교의 전력을 벌써 드러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고운 음성의 마화옥라의 입이 열렸다.
“마침 본부의 수석장로가 강호에 나가 있는데 그에게 이번 임무를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마제, 제가 가서 그놈의 머리를 가져오지요. 맡겨만 주십시오.”
혈무광도의 굵은 음성이 흘러나오며 그의 안광이 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혈무광도는 살심을 품으면 혈안(血眼)으로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묵혼마제의 입이 열렸다.
“마화옥라, 너에게 맡기겠다.”
“감사합니다, 마제시여.”
자신을 선택해 준 마제에게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마화옥라는 슬며시 곁눈질로 혈무광도를 살펴보았다. 혈무광도의 안색이 붉게 변해 있었다. 한 번의 작은 승리를 즐기던 마화옥라는 자리에서 일어서 대전 밖으로 나갔다. 수석장로에게 전서구를 날려 임무를 알려 주기 위함이었다.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뒤로 묵혼마제의 묵직한 음성이 들렸다.
“다음.”
* * *
“전대검후가 무공을 배우고 있답니다.”
비서각주(秘書閣主) 점창일신(點蒼一身) 정화규(鄭和圭)가 신기한 정보를 발견하고 군사에게 보고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운다고요?”
새로 군사(軍師)가 된 다지비연(多知飛燕) 제갈연(諸葛燕)이 놀라운 듯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네. 개방의 정보에 따르면 보타문에서 대사부란 자가 전대검후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잘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네요. 자세하게 알아보세요.”
“저도 사실 전대검후가 누구에게 무공을 배운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비서각의 인원을 절강에 파견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가급적 빨리 알아보세요. 강호의 세력경쟁이 날로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원활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 바로 맹주님께 보고를 해야겠습니다. 아마 그분도 이 소식을 들으면 놀라실걸요.”
맹주가 전대검후와 인연이 있는 것을 아는 제갈연은 비록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녀의 얼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어렸다.
점창일신이 인사를 하고 군사의 집무실을 나가자 제갈연도 맹주의 집무실로 가기 위해 주섬주섬 서류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보고할 몇 가지를 손에 든 제갈연은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고 싶다. 가슴이 아프도록 보고 싶다. 잊혀질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만 가니…….’
* * *
양곤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새벽 공기가 어둠을 헤치고 다가와 그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환한 달빛은 작은 연못에 얼굴을 비춰 고요한 수면에 자신의 모습을 새기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중추절이군. 할아버지들께서는 잘 지내시는지.’
“일찍 일어났구먼, 대사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돌린 양곤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전대검후.”
“아주 잘 잤네. 자네도 잘 잤는가?”
“네.”
담 너머에서는 이른 새벽을 여는 부지런한 어부들이 어구를 손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가, 안녕히 주무셨어요?”
“잘 잤느냐?”
“네.”
여미려가 멀리서 양곤을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방금 세안한 그녀의 얼굴에 달빛이 반사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럼 다들 무련각으로 가시지요.”
양곤이 앞장서자 검후와 여미려가 그의 뒤를 따랐다.
“같이 가세.”
그들의 뒤로 단소운과 도소미가 뛰어왔다.
일행이 무련각에 다다를 즈음에 포천룡이 헐레벌떡 뛰어와 일행에 합류했다. 무련각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각자 적당한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각자의 내공심법을 운용했다. 양곤도 자세를 잡고 명상에 잠겼다. 오수주를 외우고 싶었지만, 아직 심언(心言)을 완성하지 못했기에 입으로 소리를 내야 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의 수련을 방해할까 봐 그냥 가벼운 명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내공심법을 운용하던 그들은 평소 다른 곳보다 정순하고 많은 기가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내공의 진척이 느렸던 포천룡은 처음으로 충만한 기를 실감하며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본디 내공수련은 아무도 없는 안전한 곳에서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내공수련 중에는 무방비에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내공수련하는 이를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수련자는 내상을 입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무련각에서는 서로 믿을 수 있는 이들이었기에, 특히 양곤이 함께 있었기에 그를 믿는 터라, 마음 놓고 수련에 임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내공수련에 열중하던 그들은 양곤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소리에 주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아침 식사를 하러 가시죠.”
심법운용을 멈추고 자세를 푼 그들은 몸 가득 느껴지는 활력에 모두 상기된 얼굴이었다. 특히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포천룡은 더 환희에 차 있었다.
“고맙네, 대사부. 내 처음으로 이런 만족스런 기분을 느꼈네. 정말 고맙네.”
당장 큰절이라도 올릴 듯한 포천룡이 양곤의 손을 흔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자네까지 대사부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가?”
양곤이 빙긋 웃으며 핀잔을 주었지만, 포천룡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일 이렇게 수련하면 금방 고수가 되겠어요.”
평소 말이 없던 도소미도 상기된 얼굴로 감탄했다.
“하! 사매가 고수가 되면 난 고고수가 돼야겠네. 하하하.”
단소운의 농담에 도소미의 상기된 얼굴이 더 짙어졌고 모두들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전 오전에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니, 어제 배정해 드린 방에서 수련하십시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게 수련하시지는 마십시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습니다. 과함은 부족함과도 같다는 말도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시고요.”
“알았네, 대사부.”
“알았어요, 가가.”
식사를 위해 함께 걸어가는 그들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한참 아이들을 가르치던 양곤은 바깥이 소란스러워지자 아이들에게 글을 읽으라고 이르고는 대문으로 향했다. 보통 무슨 일이 있으면 사일이 이보(耳報)했을 것인데 조용한 것이 이상했던 양곤은 대문이 가까워지자 소란의 이유를 알았다.
“어르신, 떼를 쓰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후기지수들처럼 혈기왕성하지 못해 잠시 쉬던 전대검후는 자신보다 연배가 훨씬 높아 보이는 노인 셋이 무작정 장원으로 들어오려 하자 그들을 막고 있었다. 그녀의 생각에 한참 아이들을 가르치는 양곤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세 노인은 막무가내였다.
“야! 너 왜 우리를 막고 지랄이야? 엉?”
혈불은 손자를 만나러 온 자신들을 막는 그녀가 못마땅했다. 성질 같아서는 그냥 확 패 주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혹시 손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으면 오랜만에 만난 손자에게 미운 털이 박힐지도 몰라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이보게, 신니. 우리는 손자를 만나러 온 것이네. 길을 여시게.”
광극이 제법 근엄한 표정으로 혈불을 만류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손자가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요?”
전대검후는 글을 배우는 학동의 조부라 생각하고 학동만 조용히 불러 주리라 마음먹었다.
“할아버지!”
누군지 알아보자마자 반가움에 눈물이 핑 돈 양곤이 큰 소리로 그들을 부르며 달려갔다. 양곤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 노인은 검후를 싹 무시하고 순식간에 신형을 날려 양곤을 마주해 갔다. 마뇌는 눈치만 보며 안을 살피다가 양곤의 모습이 보이자 제일 먼저 출발했기에 다른 혈불과 광극보다 빨리 양곤을 안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한 발짝 늦게 도착한 혈불과 광극은 덩치 큰 마뇌가 양곤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자 눈물을 머금고 그와 함께 양곤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할아버지들.”
이름을 부르지 않고 뭉뚱그려 할아버지들이라 칭한 것은 이름을 부르면 자신이 부른 순서에 따라 그들의 서열을 따지는 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너도 잘 있었느냐?”
“어디 아픈 데는 없었고?”
“누가 시비 거는 놈이 없었냐?”
서로 조금이라도 더 손자를 안아 보고 싶었던 세 노인의 쟁탈전은 한참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