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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검인 1권(20화)
4장 ― 자매의 입장(4)


“그래서?”
“……엥?”
잠시간의 침묵. 모두가 입에 담기조차 힘든 충격적인 사건을 곱씹으며 있을 때였다. 한시가 급한 것은 알지만 이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였을까, 잠자코 있던 문겸익이었다.
그러나 한 명, 참으로 당돌한 말을 하는 자가 있으니, 바로 진철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냐며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의 모습에 단세명이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냈다.
“아니, 잠깐.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냐? 제정신인 건 맞냐?”
“그대야말로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당연히 제정신이지.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리 태연하게 남과 말을 나누고 있겠소?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도대체 왜 그렇게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본인을 쳐다보는 것이오?”
“진짜로 몰라서 묻는 것이냐?”
“그렇소만.”
“허.”
단세명은 탄식만 나왔다.
“이해가 안 가는군.”
진철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인상이 찌푸려지기론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진철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로 하였다.
“무림맹이 습격당한 것이 도대체 왜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요? 거기에 그리 놀랄 일은 또 뭐고?”
“당신은 무림맹이 도대체 어떤 단체인지 알기는 하는 건가요?”
상대방에게 살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어처구니가 없어 그리 묻고 만 유선아였다.
“당연히 아오. 천하에서 제일의 세력을 다투는 거대 단체. 정도의 기치를 세우기 위하여 협사들이 뜻을 모아 일으킨, 정도인이 뭉친 단체. 다른 설명이 필요하오?”
“제대로 알고 있군요. 그렇다면 무림맹이 습격을 당한 일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알 텐데요?”
“큰 사건이지. 하지만 그리 놀랄 일은 되지 못하오.”
“어째서죠?”
“무림맹은 천하제일이 아닌, 천하제일을 다투는 단체요. 경쟁자가 있고 적이 존재하니 습격을 받는 것이야 당연한 일 아니오?”
“그거야 그렇지만, 그걸 그리 쉽게 말할 정도가 아니라서 놀라는 거예요.”
무림맹은 천하제일을 다투는 단체였다. 정파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문파들이 모여 일구어 낸 거대한 세력. 그곳을 습격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정파라 자처하는 모든 문파와 싸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문파가 있어 정파를 홀로 상대할 수 있을까? 무림맹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마교라면 모를까, 알려진 바로 마교는 내부의 정리를 끝내지 못하여 무림맹을 건드릴 여건이 되지 못하니 무림맹에게 덤빌 문파란 지금에 와서는 단 하나조차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 무림맹에게 덤볐다?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무림 세력의 사 할이 움직이는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는 소리였기에.
“……배가 불렀군. 평화에 찌들었어.”
진철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들은 것은 바로 옆에 있던 문겸익뿐이었다. 문겸익이 그의 말에 흠칫하더니 조용히 수염을 쓸어내렸다.
“질문은 한 가지가 더 있었소. 그쪽은 대답하지 않을 셈이오?”
“그건 간단한 이치다. 무림맹이 움직일 테니 구파가 움직일 것이고, 오대세가가 움직인다. 산동유가가 오대세가이니 우리를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산동유가 본가의 사람을 부르면 되지, 왜 우리를?”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너는 무림맹 내부의 일엔 확실히 관심이 없는 것 같군. 간단하게 말하지. 현 무림맹에서 산동유가의 대표자는 선영이다.”
이번엔 진철이 흠칫할 때였다.
“산동유가의 대표자가 선영이라고?”
그의 안색을 살펴본 문겸익이 한숨을 크게 내쉬곤 답했다.
“나 또한 의문이라고는 생각했네. 하지만 가주의 딸이기에 체면을 세우는 것이고, 실무는 유정군 장로가 책임진다니 뭐라 할 수가 없었네.”
문겸익의 말이기에 진철은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가주의 딸이라 체면을 세운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 어린아이를 홀로 무림맹에 내버려 두는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인데, 아무리 실무를 책임지지 않는다지만 대표로 세우다니. 결국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유가의 가주는 유선영을 철저히 이용만 하고 버릴 셈이다.
딸이 아니라 남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편리한 도구로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이다.
“…….”
진철이 조용히 유선영에게 걸어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직까지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그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
무엇을 회피하고 있었을까?
“……먼저 가시오. 뒤따라갈 터이니.”
진철의 말에 문겸익이 유선아와 단세명을 이끌고 먼저 앞으로 뛰어갔다. 느껴지는 시선은 둘. 하나가 비었다. 진철이 유선영의 등 옷자락을 꾸욱 쥐었다.
“……진철.”
스쳐 지나가는 미풍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왜?”
“다치겠어.”
“아, 미안.”
진철이 뒤로 물러났다. 자신을 남 대하듯 부르는 유선영이었다. 꽉 끌어안은 탓에 숨이 막힌다는 표현이리라.
“그 정도면 됐어.”
“아프면 말을 하지.”
“유선영은 안 아파.”
“응?”
자신의 생각과 다른 유선영의 대답에 진철이 의아해진 순간, 그녀의 가슴에서 빼꼼 무언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야옹~!
“……고양이?”
“응, 고양이.”
유선영의 작은 품속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새끼인 녀석이었다. 지금껏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유가 이 아이 때문이었던가.
“선영아, 이 아이는 언제 데려온 거야?”
“시장에서 앉아 있을 때 왔어.”
진철이 아직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유선영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을 만큼 정신을 놓았던 건가.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오던 진철이지만, 이내 유선영의 말에서 이상한 부분을 느끼고 물어보았다.
“왔다고?”
“앉아 있으니까 다가와서 가슴속으로 들어오던데?”
“낙오된 새끼인가? 부모한테 위협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
무림맹이 북적대는 터에 집을 잃고 방황하다 가족에게서 떨어진 것이리라. 이렇게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찾아오지 않는 걸로 보아 버린 새끼라 생각한 걸지도 몰랐다.
“새끼인데 부모가 안 챙기는구나.”
“새끼를 잘 챙기는 동물이지만, 아닌 부모도 있는 법이지.”
“그럼 이 애는 유선영과 똑같네.”
“그렇…….”
진철이 무심코 긍정하다 말을 멈추고 유선영의 눈치를 보았다.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할 말한 소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할 만한 소리가 아니었다.
“……늦었다. 그만 가야겠어. 너무 늦으면 단세명이 화를 낼 거다.”
“응.”
진철이 말하자 유선영이 고개를 끄덕이곤 진철의 등에 업혔다. 선영이의 가슴 부분에서 고양이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계속 데리고 다닐 생각인가 보다.
조금 시간이 지체됐을 뿐인데 일행을 한 마리 늘린 진철이 빠른 속도로 무림맹 내를 질주했다.

“지독하군.”
단세명이 참혹한 정경에 미간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얼마간을 달려 도착한 장소. 한없이 넓은 무림맹의 외곽 지역에 자리 잡은 보급 창고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비상용의 식량을 구비하고 각종 약을 만들기 위한 약재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창고는 무너져 골조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고, 안의 내용물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무림성의 외벽만이 보일 뿐인 허허벌판이 되었다. 쓰러져 있는 시체들, 그것을 덮기 위한 모포 뭉치, 대지에 흩어진 핏방울, 짙게 남은 싸움의 흉터. 아직까지 남아 있는 혈향과 기의 잔재가 처절했던 싸움을 말해 주고 있는 듯했다.
“삼조와 오조는 다 모였느냐?”
“아직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중입니다.”
“사조와 육조, 칠조는?”
“이곳에 남은 흔적을 살피고 있습니다.”
“일조와 이조는?”
“추적에 나섰습니다.”
“팔조와 구조, 십조는 뭐하고 있느냐?”
“아직 임무에서 입은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동료들이 태반이라…….”
“그래, 선봉에 나섰으니 그럴 만도 하구나. 그들은 놔두어라.”
문겸익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사람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숭검단 인물들의 동정을 파악하고 임무를 나누어 주었다. 근엄한 모습에 모두가 추상처럼 임무를 받드니, 엄정한 군기마저 엿보였다.
“오대세가와 구파의 인물들은 모두 모였느냐?”
“구파는 움직이지 않을 듯합니다. 오대세가라면 몰라도 세인의 이목은 모두 구파에 쏠려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니, 움직인다면 큰 소란으로 번질 것이라 하여 이 일은 저희들에게 온전히 맡긴다 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하군.”
구파와 오대세가를 무림맹의 주축이라 말하기는 하지만, 구파와 오대세가를 같은 선상에 놓기에는 전통과 명성에서 차이가 심했다. 구파 중 일파만 움직여도 호사가와 무림인들의 시선이 그곳에 쏠린다. 아직 진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런 사건에 구파 모두가 움직인다면, 결국 사건이 드러나고 무림맹의 위명에 금이 가리라.
“오대세가에서는 누가 왔지?”
“사천당문과 하북팽가에서 왔습니다.”
“남궁세가와 모용세가는?”
“남궁세가는 삼공자의 소란으로 인해 자중한다고 하였고, 모용세가는 세가 내에서 있을 연회 때문에 주축들이 모두 빠진 상태입니다.”
“올 사람들만 왔다는 거군.”
생각보다 지원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문겸익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무림맹 제일의 단체라는 숭검단을 믿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그들이 오는 것은 그저 조금의 도움을 주기 위해서일 뿐이다. 숭검단만으로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오랜만이오, 문 단주.”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는 듯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독사 한 마리가 수놓인 검은색 경장의 매부리코 노인과 다섯 호랑이가 서로 물어뜯는 수가 놓인 녹색 무복을 입은 중년인이었다.
“그렇군. 오랜만이오, 당 장로와 팽 장로.”
서로 포권을 취하며 격식을 차렸다.
먼저 검은색 경장을 입은 노인. 무림맹에 거주하고 있는 당가의 대표 독사편갈(毒蛇鞭蝎) 당의철이다. 채찍을 다루는 고수이며 당가에 대적하는 무수한 무인들을 자비 없이 죽였기에 별호에 갈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녹색 무복을 입은 중년인. 역시 무림맹에 거주하고 있는 팽가의 대표 오호참도(五虎斬刀) 팽무군이다. 팽가의 진신절기라는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를 극성까지 익혔다는 자로서 가장 어린 나이에 하북팽가의 장로가 된 신진 고수였다. 가주의 무위에 버금간다고까지 뒷소문이 돌 정도이니, 실력만큼은 보장할 수 있는 무인이다.
당의철이 주변을 쓱 훑어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무림맹에서 습격이라니, 개선식이라 하여 너무 방비를 소홀히 한 것 같소.”
“작년까지만 하여도 특별한 날이면 더욱 엄정하게 순찰을 돌았다고 하는데, 무림맹을 습격할 단체가 어디 있느냐며 대부분이 개선식을 구경하러 갔다고 하오. 순찰을 돌던 무인들이 대부분 불려 갔으니, 아마 큰 처벌을 받을 것이오.”
“불쌍하긴 하지만 그래야 하겠지요. 그런데 혹시 범인이 누군지는 알아냈습니까?”
팽무군의 물음이었다. 답하려는 순간, 숭검단의 무인이 급박하게 달려와 문겸익의 귀에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방금 알아낸 것 같소이다. 병장기의 흔적이 있으나 모두 무림맹 내부의 무공이라 판단되었소. 족적으로 알아낸 보법 또한 마찬가지요.”
“무림맹 내부 사람의 소행이란 뜻입니까?”
단세명의 물음에 문겸익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네.”
“그렇다면 뭐란 말입니까?”
“시체에 남은 상흔을 보면 검으로 잘린 듯하지만, 거친 흔적들이 남아 있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처 부위에 한기가 남아 있네. 보법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미리 함정을 파놓고 암살을 시도한 것 같네. 이 모든 단서를 종합하여 무림맹을 습격할 만한 단체와 함께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것은 하나뿐이지.”
문겸익이 심호흡을 하곤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소수마공(素手魔功). 마교의 소행이네.”
“마교라…… 그럴 법도 하군. 솔직히 그동안 너무 조용하긴 했어.”
당의철은 일말의 의심도 없이 그 주장에 동의하였다. 천하의 패권을 다투는 두 단체, 무림맹과 마교. 마공의 특성상 호전적일 수밖에 없는 마인들이 아무리 마교 내부의 사정이 있다고는 해도 너무나 조용했다. 마교에 속해 있지만 그저 싸움만을 바라는 마인들은 언제나 있었다. 그들마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마교 내에서 있었던 사건이 크다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 사건으로 인한 통제가 이제 마인들의 인내심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마교에는 마뇌(魔腦) 사마소가 있을 텐데, 무림맹에 대놓고 습격을 하는 무인들을 가만히 내버려 뒀을까요?”
팽무군이 의문을 표했다. 마교 교주가 실질적인 무력으로 마인들을 통제한다면, 마뇌는 그 통제의 범위에서 벗어난 자들을 관리했다. 관리에는 정도인의 눈으로 볼 때 눈살이 찌푸려질 일 또한 포함되었다. 암살, 납치, 고문 등 갖은 방법이 사용된 것이다. 마교라는 커다란 단체를 통솔하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가 일을 맡은 후, 무림맹과 비교하여 세력이 밀리던 마교는 어떤 면에서는 무림맹보다도 더한 거대 단체로 성장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무림맹을 습격하는 자들을 놔두었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네.”
연륜이라는 것일까? 단숨에 추측하여 의견을 내놓는 당의철이었다. 검지를 펴며 한마디.
“첫째, 마교 내부의 사정이 아직도 심각하여 손을 못 쓸 지경이다.”
중지를 펴며 한마디.
“둘째, 이 일에 관련된 마인들이 너무도 많다.”
약지를 펴며 마지막 한마디.
“셋째, 일부러 이 사건을 방관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가 가장 마음에 걸리는군요.”
“나도 그렇소. 마교 정도의 능력으로 아직까지 내부의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리는 없고, 아무리 관련된 마인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교주를 등에 업은 마뇌의 능력으로 막고자 했다면 전부 죽여서라도 막았을 것이오. 결국 방관하였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이유인데, 그렇게 하여 얻는 이득이 있을까?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면 전면전이 일어날 것인데.”
마교와의 전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싸워 봐야 얻는 것은 천하제일이라는 이름표뿐, 희생해야만 하는 것들이 무궁무진했다. 그것은 마교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 전면전이 일어났을 때 반드시 이길 비장의 무기가 있지 않는 이상 마교 또한 전쟁을 원치는 않을 것이었다.
“전면전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야만 했던 일이라면 어떻소?”
젊은이의 목소리였다. 들려온 장소는 단세명의 바로 뒤. 돌아본 이들의 시야에 어린아이, 유선영을 업고 있는 진철이 들어왔다.
“이제야 왔군. 진정은 됐냐?”
“알고 보니 진정을 하고 말 것도 없었소.”
진철이 유선영을 내려놓고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진정이 되었다는 의미로 알아들으면 될 일이겠지. 단세명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이해했다.
“유선아는?”
“오자마자 숭검단 단원들과 함께 추적에 나섰다.”
“잠깐, 자네는 누구인데, 우리의 이야기에 끼어드는 것인가? 그 옆의 아이는 누구이고? 또한 전면전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라니? 뭔가 아는 것이 있나?”
궁금한 것이 많은 팽무군의 질문에 진철이 당황하지 않고 찬찬히 답했다.
“아, 소개가 늦었소. 이 아씨는 산동유가의 대표 유선영이라 하오. 본인은 그 호위무사 진철이오. 단철호도 단세명 또한 마찬가지로 호위무사이고.”
“이 아이가…….”
이야기는 들었을 뿐, 직접 본 적은 없었다. 나이가 적다 적다 들었지만, 이렇게 작은 아이일 줄이야. 팽무군과 당의철이 힐끔힐끔 유선영을 엿보았다.
“다음 질문에 답하자면, 그저 떠오르는 말을 내뱉었을 뿐이오. 마교가 뒷골목 흑도 방파도 아니고, 마뇌 또한 일개 서원의 서생이 아닌데, 사건을 벌인다면 분명 목적이 있을 터 아니오?”
“그렇긴 하지. 하지만 보급 창고를 습격해서 얻는 이득은 전무나 다름없지 않은가.”
숙소나 고위급 인사들이 모이는 회의장, 혹은 중간 관리직의 관사를 습격하였다면 이해가 갔다. 하지만 보급 창고를 습격해 봐야 곤란한 것은 하루 이틀뿐이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다시 식량과 약초들을 모은다면 금세 원래대로 돌아올 터,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마교에서 이 사건으로 얻을 이득이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니 추적을 통해 포로를 잡아 심문을 해 봐야 하지 않겠소? 이곳에서 떠들어 봐야 어차피 탁상공론일 뿐, 진상은 또 다를 수도 있는 것이오.”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떠들어 봐야 그저 추측은 추측일 뿐, 사실과는 정반대일 수도 있는 법이니까. 진철의 말에 침묵이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