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9화
대덕연구단지!
국가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곳이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신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대적연구단지 내 위치한 미래기술연구소는 최첨단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민간 연구소로 근자에 들어 유명세를 치를 정도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대부분 기업과 연관된 기술 개발을 하고 있으며, 투자자라면 누구나 관심이 갈 만한 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다.
미래기술연구소는 세워진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국내외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기를 희망하는 곳이다.
많은 복지 혜택과 더불어 연구 프로젝트로 채택되는 순간 막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가 성공하고 상업화가 성공할 경우 매출의 0.5퍼센트를 성과로 지급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기에 과학자들도 꽤나 욕심을 내는 연구소였다.
사실 미래기술연구소는 제임스가 속한 조직에서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연구 시설은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지하 깊숙한 곳에는 비밀 연구 시설이 꾸며져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수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지상 8층, 지하 4층의 럭셔리한 건물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미래기술연구소는 오늘도 연구에 바쁜 과학자들로 인해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부우웅!
새벽 2시가 넘어가는 깊은 밤에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공원 같은 미래기술연구소의 진입로를 따라 건물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정원식으로 꾸며진 입구를 지나온 세단이 정문 현관 앞에 멈추어 서자 차 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라인이 살아 있는 슈트를 입은 자가 천천히 내렸다.
황충길과 헤어져 곧장 미래기술연구소로 온 제임스였다.
‘곤히 주무시겠지…….’
술에 취해 잠이 든 황충길을 깨우기가 어려워 작별 인사도 없이 오는 길이라 마음이 씁쓸했다.
‘얼마 후면 이곳도 폐쇄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전부 그곳으로 옮기자.’
제임스는 차훈의 의식을 깨워 비밀을 듣는 것이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에게 있어 이제 남은 희망이라고는 차훈과 함께 발견된 기계들 뿐이다. 작동 원리나 용도를 완벽하게 알아낼 수만 있다면 미래에 닥쳐올 재앙을 막을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연구의 진척 결과를 확인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었기에 이렇게 찾아온 터였다.
“어서 오십시오.”
로비에서 누군가 현관으로 바삐 나오며 인사를 했다.
지하에 있는 비밀 연구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우동민이다.
“연구는 얼마나 진척되었나?”
제임스는 자신을 맞이하러 나온 우동민에게 진척 사항부터 물었다.
‘결과가 좋지 않은가 보구나.’
우동민은 제임스의 씁쓸한 표정을 보면서 지리산에서 진행 중인 일이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일단 내려가시죠.”
이런 곳에서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연구소 내에 있는 인원을 통제하고 CCTV를 전부 꺼 놨다고는 하지만 누군가의 이목이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지하로 내려가기를 권했다.
“그러지.”
우동민이 앞장서서 걸었다. 뒤를 따라 제임스도 지하에 있는 비밀 연구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제임스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우동민은 지하로 향하는 4층까지의 버튼을 여러 차례 눌렀다가 껐다. 지하에 마련된 비밀 연구실은 암호화된 엘리베이터 버튼을 차례로 눌러야만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위이잉!
버튼이 모두 꺼져 있음에도 엘리베이터가 지하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딩동!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선 곳은 지하 5층이었다. 지하 4층만 있다고 알려진 미래기술연구소의 비밀 시설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지하에 있는 연구실들은 각자 완벽하게 독립된 시스템으로 가동되는 곳이다. 해킹은 물론 도청이 완전히 차단된 곳으로 지하로 내려오자마자 우동민이 보고를 시작했다.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아주 놀라운 물건들입니다. 적어도 100년 정도 미래에나 있을 법한 기술들이 적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가 진척이 많이 된 모양이로군.”
자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연구가 진척된 모야이었다.
“그렇습니다. 연구원들이 거의 날을 세우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워낙 놀라운 물건들이라 연구열이 불타는 것이죠. 자, 여기로 들어가십시오.”
옆에서 걸어가던 우동민이 멈추어서더니 브리핑실 문을 열었다.
1시간 전에 제임스로부터 온다는 연락을 받고 지금까지의 연구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저리로 앉으십시오.”
“알았네.”
제임스는 스크린이 내려와 있는 맞은편에 자리하고 앉았다.
팟!
제임스가 자리에 앉자 불이 꺼지고 빔프로젝트가 가동을 시작했다. 푸른 화면을 스크린에 비추기 시작했다.
잠시 후 컴퓨터가 영상을 송출하자 스크린상에 자료 화면이 나타났다.
“저희가 확보한 물건들은 모두 열 가지로, 매우 특별한 기술이 쓰인 것들입니다. 우선 지금까지 연구된 것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명칭은 특성에 맞게 저희 임의대로 붙였으니 양해해 주십시오.”
“시작하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제임스의 지시에 우동민이 포인터를 누르자 화면이 넘어가며 작은 조각도 모양의 물건이 화면에 나타났다.
“보시는 것은 레이저절단기입니다. 출력량을 검사한 결과 저 절단기의 에너지 총량은 100페타(천조) 주울입니다. 현재 만들어진 고출력 레이저가 100테라(조) 주울임을 감안하면 10만 배나 강력한 레이저를 발출합니다.”
“그 정도 출력이면 대략 어떤 건가?”
“이 정도의 레이저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지구상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냥 뭐든지 뚫어 버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으음, 대단하군.”
“그냥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조그만 용적에 이 만한 출력은 지금의 기술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레이저절단기가 정신 감응에 의해 작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정신 감응으로 작동을 한다는 말인가?”
난데없는 소리에 깜짝 놀란 제임스가 목소리를 높이며 우동민에게 물었다.
“사실입니다. 앞부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1테라 주울 정도의 출력량이 기본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최고 100페타 주울까지 다양한 출력량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출력 거리에 대한 제어장치가 되어 있어 일정 거리까지만 레이저빔이 뻗어 나옵니다. 이를 잘 응용한다면 스타워즈에 나오는 라이트세이버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으음! 충격적이군. 광선검이라니…….”
스타워즈 같은 영화에서나 선보였던 상상의 무기가 실체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제임스는 할 말을 잃어야 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화면을 보고 있는 제임스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은 우동민은 화면을 넘겼다.
“이것은 측정기입니다.”
새로운 화면이 나타나자 우동민이 말했다.
“측정기?”
“어떻게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몰라서 그냥 측정기로 명명했습니다.”
아직도 정확한 용도를 확인할 수 없어 이름조차 짓지 못했다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무슨 말인가?”
“화면에 보이는 측정기는 자기장뿐만 아니라 모듈 변화에 의해 현존하는 거의 모든 파장을 계측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어떻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파장을 찾아낼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 측정기 또한 사용자의 정신 감응에 따라 작동하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허허허, 정말 놀랍군.”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 중 감지가 안 되는 파장이 감지되는 것보다 수배는 많았다. 인간의 기술로는 그런 파장을 감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지금 설명을 들은 것처럼 모든 파장을 감지할 수 있다면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했다.
특히 스텔스 기능이 있는 전투기나 폭격기 등도 파장을 발생시키는 만큼 거의 모든 물체를 식별할 수 있기에 군사적으로의 쓰임새는 상상을 불허했다.
“그렇습니다. 만약 저것을 응용해 시스템화한다면 아마도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측정기는 설 자리를 잃은 겁니다. 일예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레이더기들을 가동한다고 해도 저것 하나만 못하니 말입니다. 그럼 다음 화면을 보시겠습니다.”
연이어 듣는 놀라운 사실에 말을 잊은 채 화면만 바라보는 제임스를 보며 우동민은 다시 화면을 넘겼다.
“다음은 분자분해기입니다. 사실 이것이 분자분해기라는 것을 알아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른 것들과는 달리 버튼도 없는 상태라서 말입니다. 오직 정신 감응을 통해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어째서 그런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위험?”
“출력 거리는 10미터, 범위는 10센티미터입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모든 물질을 분해해 버리는 터라 인체 가까이에서 작동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인가?”
“동영상을 보십시오.”
우동민은 화면 하단에 있는 아이콘을 누르자 동영상을 보여 주기 위한 플레임 화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지금 보시게 될 금속체는 티타늄 합금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분자분해기를 사용하면 그대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럼 일단 시험 화면부터 보시죠.”
동영상을 리플레이시키자 화면에 나타난 티타늄 함금 덩어리가 분자분해기에서 나온 파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제임스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정도까지 대단한 것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언제나 냉정을 유지하던 제임스가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영상만 바라보고 있자 빙긋이 미소를 지은 우동민이 설명을 이어 갔다.
“정말 엄청난 위력입니다. 만약 인간이라면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버릴 테니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이를 응용한다면 새로운 개념의 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감응 정도에 따라 발사 숫자가 늘어나기도 하니 원리만 파악한다면 생각보다 무서운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맞는 소리였다.
총뿐만이 아니었다. 잘하면 파동포 같은 새로운 개념의 대포도 만들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다음 화면입니다.”
“그래, 어서 설명하게.”
또다시 화면이 넘어가며 여러 가지 물건들이 보였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지금 보시는 것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각종 공구들과 흡사한 것들입니다만 실망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임스의 실망감을 알아차린 우동민이 감춰진 비밀이 있음을 알려 주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공구들과 다르다는 건가?”
“다르지요. 달라도 아주 많이 다릅니다.”
“설명해 보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제임스가 재촉을 했다.
“이 공구들의 특징은 재질에 있습니다.”
“특수한 금속이라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재질을 분석한 결과 현존하는 그 어떤 합금과도 매치가 되지 않습니다. 방금 전에 보신 분자분해기로도 분해가 되지 않는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비파괴검사를 실시했습니다만 방사능조차 뚫어 내지를 못해 내부 구조를 알아낸다는 것이 어려운 상태일 정도로 강한 금속입니다.”
“대단하군. 그런 금속이 있다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분석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몇 가지 단서는 알아낸 상태입니다. 구조만 알아낼 수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리고…….”
“할 말이라도 있나?”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목소리를 흐리는 우동민을 향해 제임스가 허락을 했다.
“예, 지금까지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아마도 저희가 조사하고 있는 저 물건들은 전부 일종의 공구들로 보입니다.”
“공구라…….”
“그렇습니다. 지금 저희들의 눈으로는 무기로 보이지만 작동 원리로 볼 때 공구일 확률이 95% 이상입니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네.”
제임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것들이 공구라고는 하지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상상을 초월한 강도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동 원리를 완벽히 밝혀내기만 한다면 지금의 과학으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대단한 무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것들로 무기 체계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앞서 설명을 드린 것들로는 무기들을 만들고 지금 보시는 것들은 탱크의 장갑을 구성하거나 방탄복 등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데 더 할 나위 없는 재료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개념의 무기들이 생기는 것이죠.”
“그렇겠군.”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예, 보셨다시피 대부분 기동을 시키는 스위치의 형태가 인간의 정신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라 그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무기화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 기술로는 어렵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지 지속적으로 연구를 한다면 언젠가는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좋아! 내 우 박사를 믿어 보지.”
“고맙습니다.”
자신이 아는 한 황충길과 더불어 대한민국이 낳은 2대 천재 중에 하나가 우동민이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공구들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런 그렇고 연대 측정은 어떻게 됐나?”
자신이 보았던 것들은 지금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에서 사용됐을 법한 공구라는 것은 이미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얼마 전에 연대를 측정해 보라고 지시를 내렸었기에 결과를 물은 것이다.
“탄소연대측정기로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파악된 데이터로 볼 때 절대 현재 시대의 것들이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미래의 것이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장비들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이런 것들을 얻게 되었는지 저로서도 정말 궁금합니다.”
우동민으로서는 당연히 궁금할 테지만 더 이상은 알려 주는 것이 곤란했다.
“너무 궁금해 하지 말게.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우동민의 대답을 듣다가 무엇인가 생각인 난 듯 제임스가 말했다.
“그런데 우 박사. 그것은 어떻게 됐나? 프리젠테이션에 빠진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것이…….”
공구들과 함께 자신에게 보내진 백 팩에 대해 묻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우동민은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사실 문제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 물건에 대해서는 별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희들의 힘으로는 무엇인지 파악을 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CT, MRI는 물론 비파괴검사까지 해 봤지만 그저 검은 형태만 나타날 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열 수도 없다는 말인가?”
“유압기를 이용해 틈새를 벌려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오히려 유압기만 몇 대가 박살났는지 모릅니다.”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등에 매는 것 같은 형태라 물건을 담기 위한 백 팩일 수도 있고, 어쩌면 등을 방어하는 일종의 방어구나 낙하산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연구원은 새로운 에너지 저장장치라고 하기도 하고 다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동민과 연구원들에게 있어 차훈이 가지고 있던 백 팩은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다른 장비들과는 달리 오직 소유자만이 활용할 수 있는 정신 감응체라 열어 보기는 커녕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조차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사실 제임스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방금 전 자신이 설명했던 도구들로도 열어 보려고 했다. 레이제절단기로도 열려고 시도해 봤지만 흠집 하나 내지 못했다.
백 팩에 적용된 기술은 차훈이 살았던 미래 시대에서도 최첨단에 속하는 극비 기술이다. 완벽한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것이다.
차훈이 살았던 시대에도 백 팩을 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물며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로는 절대 용도를 밝혀 낼 수 없었기에 연구진들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곤란하군.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밝혀내야 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언젠가 밝혀지겠지.”
함께 발견된 것들은 대부분 용도를 알아냈다. 남아 있는 것은 오직 백 팩뿐이었다. 제임스는 그동안 밝혀낸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백 팩 안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아직 새로운 기지가 완성되지 못하고 있었고,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동지들이 모이지 않는 한 방법이 없기에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것만 빼놓고 나머지 것들은 어느 정도 밝혀냈습니다. 정확한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겠지만 준비하고 있는 것이 끝나면 충분히 밝혀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미 제임스의 말뜻을 짐작하고 있는 우동민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알았네. 원리만 밝혀낸다면 우리에게 강력한 힘이 되어 줄 것들이니까. 준비가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지만 그동안만이라도 계속 연구에 매진해 주도록 하게.”
“연구원들도 깊이 인식하고 있는 일이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제임스의 당부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아는 우동민은 굳은 낯빛으로 대답했다.
“기대하고 있겠네.”
앉아 있어 봐야 더 이상의 나올 것이 없기에 자리에서 일어난 제임스는 브리핑실의 문을 열었다.
삐잉! 삐잉! 삐잉!
문이 열고 밖으로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모든 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뀌며 경고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제임스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우동민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허둥댔다.
“어서 상황실에 연락을 해 보게.”
“아, 알겠습니다.”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우동민이 인터폰을 들었다.
“무슨 일인가?”
―제2연구동에서 비상 신호가 발생했습니다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보고가 안 됐습니다.
“빨리 알아보고 연락을 주게. 어서!”
덜컹!
우동민이 연락을 끊고 인터폰을 내려놓자 브리핑실 문이 열리며 다급히 누군가 들어왔다.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백 팩을 연구하는 연구동을 지키는 보안 요원 중 한 명으로 비상 상황이 발생하자 우동민이 브리핑룸에 있음을 확인하고는 보고를 하기 위해 곧장 달려오는 길이었다.
“박사님!”
“무슨 일인가?”
“그, 그러니까. 그것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연구원 말로는 조사를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안개처럼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이런! 어서 가 보세!”
타타탁!
제임스가 먼저 달려 나갔다.
뒤를 이어 우동민과 보안 요원이 백 팩을 연구하는 연구실로 다급히 달려갔다.
연구동에 도착하자 보안 요원의 말대로 백 팩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동안 연구원들이 실험실 안을 이 잡듯이 뒤졌지면 완벽하게 증발해 버렸다. 그 누구도 사라진 백 팩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
“연구원들을 격리시키고, 어서 상황실로 올라가세.”
“아, 알겠습니다. 다들 들었으니 이곳에서 꼼짝하지 말도록. 자네는 출입자를 통제하게.”
제임스의 지시에 우동민은 연구실에 연구원들을 가두고 보안 요원으로 하여금 지키도록 했다.
“예.”
“우 박사, 어서 가세.”
보안 요원의 대답을 뒤로하고 제임스의 재촉으로 우동민은 곧장 상황실로 향했다.
상황실로 직행한 두 사람은 제일 먼저 CCTV부터 확인을 했다.
그러나 현장이 찍힌 CCTV를 확인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연구원의 말처럼 백 팩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만이 화면에 나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