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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미라클이 알려 준 목적지로 천랑단을 유인한 후 신형을 감춘 차훈은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잠입과 탈출에 대해서는 이미 일가견을 이루고 있는 터라 차훈의 은신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한 가지 귀찮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귀가 너무 간지럽다는 것이었다.
‘되게 조잘대는군. 덤비려면 확 덤비지 말이야.’
미세한 공기의 파동을 이용하는 전음이 천랑단원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오가고 있었다. 그들을 발견한 이후로 계속 듣고 있자니 귀가 간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나저나 저놈들, 도청이 염려되지 않는 건가? 전음을 사용하다니 말이야.’
전음은 파동을 이용해 특정 위치에서 소리를 활성화시켜 상대와 교신하는 수단이다. 차훈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지만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전쟁에 참전할 당시에도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도청이 무척이나 쉬운 전음의 단점 때문이다.
그런데 뒤를 쫓는 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전투 상황임에도 아무런 조치도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마저 들었다.
쫓아오는 자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미라클, 놈들이 어떤 교신을 하고 있는지 한 번 파악을 해 봐.
―그렇지 않아도 대충 파악을 했습니다. 그런데 놈들이 관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관어! 그렇다면 최소한 일급 전투원들이잖아!
관어를 사용한다는 미라클의 대답에 차훈이 놀라 몸을 떨었다.
시민권의 종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분류되어 있었다. 자신처럼 오래전에 정복당한 식민지의 주민들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언어 중 하나다.
그중 관어를 사용하는 자들은 출신 성분부터가 다른 자들이다. 특히나 전투원들이 관어를 사용한다면 특전단에서도 상위 레벨에 속하는 일급 전투원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를 쫓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추적해 온 자들이었다.
차훈은 자신이 지금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 걱정하지 마십시오. 에너지 수치가 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1급 전사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시대라면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자들이 분명합니다.
‘그, 그렇지. 지금은 과거지.’
과거로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자신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후우∼ 정말, 혼란스럽군.’
비밀리에 감추어 두었던 정보와 빼돌린 물건들을 찾기 위해 군에서 쫓아온 것이라는 생각에 한순간 갈피를 찾지 못했다.
일급 전사들이 쫓아온 이상 이제는 죽음밖에는 남은 것이 없다는 공포에 미처 과거로 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능력을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 일급 전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한순간에 공황상태에 빠져 버린 탓이다.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크크크, 그때의 트라우마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건가? 아니면 전투 감각이 떨어진 건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는 있었지만 개운치가 않다.
―마스터, 이제 조금 가라앉히신 것 같으니 분석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말해 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은 현실에서 닥친 상황이 우선이기에 귀를 기울였다.
―저들은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들은 마스터께서 자신들이 찾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뭘 찾고 있기에 그런 거지?
상당한 실력자들이 대거 동원된 것을 보면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 분명했기에 차훈이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물건이라고만 지칭할 뿐 정확한 언급은 안 하고 있는 터라 파악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스터를 제거하려는 모양이니 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으음, 미라클. 현 상태에서 내가 저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금제를 푼 상태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차훈은 쫓아오는 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한지 미라클에게 물었다. 지금이 어떤 상태인지 가장 잘 아는 것이 미라클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사해 본 결과로는 마스터를 상대할 만한 자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건 다행이로군. 그럼, 놈들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겠어?
―저들에 대해선 이미 파악이 끝났지만 규정상 제가 마스터께서 사용할 수 있는 전투 기술들을 모두 알 수 없는 터라 현재로서는 비교 분석이 곤란합니다.
―그렇군.
미라클에 대해 링크가 가능하지만 그것은 차훈의 일방적인 접속일 뿐이다.
저장하고 있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얻어 쓸 뿐, 미라클은 차훈의 의식 정보를 함부로 열람할 수는 없게 되어 있으니 비교가 불가능했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정보를 개방할 테니까 비교한 후 알려 줘.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라클을 제약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차훈은 의식을 열기로 하고는 자신의 정보 일부를 전달했다.
의도적으로 숨겨진 것들을 제외하고 지금 쓸 수 있는 전투 기술뿐이지만 비교할 자료로서는 충분했다.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가 끝났는지 잠시 후 미라클이 의견을 말해 왔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로 봐서는 마스터를 포위하고 있는 자들 말고도 다른 자들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정보를 차단하려면 그자들까지 처리하시는 것이 나을 겁니다.
누군가 쫓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제거한 후 단서를 남기는 것도 문제였다.
만약 단서가 남는다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곤란할 것이 분명하기에 미라클은 천랑단원과 떨어져 있는 자들까지 제거하는 것이 났다는 조언을 했다.
―이곳에 있는 자들만 제거해서는 꼬리를 완전히 자를 수 없다는 이야기로군.
―그렇습니다. 떨어져 있는 자들을 합류하도록 유도한 후에 전부 제거해야 합니다.
‘나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 더 이상 쫓기면서 살기는 싫으니까 말이야.’
이미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전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자들을 전부 제거해야만 완전히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차훈은 뒤쫓아 온 자들과 한통속으로 보이는 자들을 합류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알았어. 놈들이 쓰는 연락 체계를 한 번 알아봐.
―초기 단계의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차훈의 지시에 미라클이 즉시 알려 왔다.
‘텔레파시라… 역시 싸이킥 능력자가 있는 건가? 그렇지만 잘됐군. 초기 단계면 역이용할 수도 있을 테니.’
―미라클, 놈들과 교신을 해서 이리로 오도록 만들어. 행여 놈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주의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초기 단계라면 텔레파시 정보라 할지라도 충분히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미라클이다. 완전하지 않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적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유인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테니 이제 자신만 준비하면 되었다.
‘그래, 마신환령의 강체를 믿자. 지금 시대라면 아무리 특수탄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막아 줄 테니 놈들을 상대하는데 충분할 거다.’
차훈은 빠르게 전투 모드로 변환을 시작했다.
하이드내츄럴포스, 지금 시대에서는 자연지기 불리는 기운을 한도가 넘게 흡수하면서 강체라는 특별한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전투 시 착용하는 슈트가 없는 상태지만 이미 마신환령을 통해 강체를 이룰 수 있게 된 터라 적이 사용하는 무기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걱정은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최대한 증거를 남기지 말아야 하니 이곳에서 싸우기 어렵겠군.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인해야겠다.’
전투 준비가 끝나자 차훈은 깊은 산 쪽으로 조금씩 발걸음을 늦췄다. 어느새 도로와 가까워진 탓에 목격자라도 있으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에 사람들의 이목이 없는 곳으로 유인하기로 한 것이다.

차훈의 뒤를 쫓던 등정무는 갑자기 방향을 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멈춰라!”
지금까지 잘 오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기에 의심이 들었기에 급히 단원들을 멈춰 세웠다.
‘쫓고 있는 것을 이제 알아차린 건가? 우리에 대해서 알아차렸다고 해도 빠져나갈 수는 없을 테니 간만에 몸을 좀 풀도록 해야겠군.’
포위망이 완성된 이상 이미 독 안에 든 쥐다. 실수가 있을지라도 놓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설사 지킴이의 본맥을 이은 자라고 해도 자신과 수하들이라면 그다지 큰 피해 없이 상대를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놈이 가는 방향이 마침 산 쪽이니 주변의 이목이 없는 곳에서 놈을 최대한 빨리 제거한다.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등정무는 전음을 보내 단원들로 하여금 포위망을 완성하도록 했다. 산 쪽으로 가고 있으니 이목이 차단되는 순간 곧바로 제거하라는 지시도 같이 내렸다.
“예, 단주.”
복명을 한 부단주가 수신호를 보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천랑단원들이 은밀히 포위망을 구축했다.






7장. 적에게는 소멸만이 있을 뿐이다




쏴아아아…….
천랑단원들은 살기를 완전히 감추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훈이 느끼는 것은 조금 달랐다. 아무리 감추었다고는 하지만 의지를 느낄 수 있는 터라 천랑단의 결심을 알아차린 것이다.
조심스럽게 쫓아오다가 명백히 살의를 드러내는 것을 보며 천랑단의 생각과 다음 행보를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인가? 후후후, 자신만만한가 보군. 그렇다면 나도 진심으로 대해 주어야 하겠지.’
살기를 접하는 순간 차훈은 마음가짐을 바꿨다.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던 그 시절, 인간으로 살기 위해 처절히 몸부림치던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총으로 쏴 죽이거나 폭탄이나 미사일을 사용하는 구식 전쟁에서는 그저 아무 감정 없이 적을 상대하면 그만이다. 손가락 하나 까닥 하면 그만이니 일말의 죄책감은 생기겠지만 감정이나 인성의 파괴 같은 것이 생길 일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차훈이 살았던 미래시대는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힘이 사용되고 난 이후, 과학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무기들이 쓸모가 없어지면서부터다. 살과 살이 부딪치고, 분신이나 다름없는 무기들이 부딪쳐 피가 난무하는 전쟁이 된 지 오래다.
차훈은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다. 죽음 앞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기 위해, 인간으로 남기 위해 발악하며 살아남은 자였다.
전사단과의 전투에서 언제나 살아서 돌아오는 차훈을 향해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묻는 이들이 있었다.
자신의 상대가 되는 자들에게는 진심을 다하는 것이 자신으로서는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차훈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 전에, 삶의 회한을 느끼기 전에 적에게 깨끗한 죽음을 선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늘 말했다.
이런 대답에 특전팀들조차 진저리를 쳤지만 차훈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살벌한 전장에서 적에 베풀 수 있는 유일한 자비임을 알기에 흔들릴 수가 없었다.
비록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자들이었지만 깨끗한 죽음을 선사하는 것만이 자신이 인간으로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차훈은 전장에 서면 전사로서의 의무를 다했다.
무기가 손에 들려지고 적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자로서 전장에 나서면 그는 언제나 적을 진심으로 대했다.
오늘, 전역 후 감추어 놓고 살았던 전사의 투기가 되살아났다. 살의만을 간직한 채 뒤를 쫓는 자들이라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들이었다.
‘내게 살의를 가졌으니 너희들 중에서 살아남는 자는 없을 것이다. 흔적을 드러내서는 좋을 것이 없으니 깨끗이 지워 주마. 하지만 전사로서의 의무는 다할 생각이니 죽음만은 편안할 것이다.’
전사의 의지를 되살린 차훈은 완벽한 말살만이 후환을 막는 것임 알기에 차분하게 자신의 상태부터 살폈다.
강체를 이룬 이상 지금 시대에 사용하는 총기류는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었다.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사라졌기에 차훈은 차가운 이성으로 천랑단을 상대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나갔다.
‘약간 힘이 들기는 하겠지만 다른 기술들과 복합적으로 사용하면 충분할 것 같다. 일단 전장을 골라야 하는데…….’
전투에 있어 전장의 선택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적을 상대하는데 유리한 곳을 찾아야 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숨겨야 하는 차훈의 처지로서는 전장을 선택하는 것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을 살피며 전장을 선택하던 차훈의 눈앞에 협곡처럼 갈라지는 계곡이 나타났다.
‘저곳이면 될 것 같다.’
깎아지른 벼랑과 우거진 수풀, 아직 초봄이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구조라 전장으로 삼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미라클, 위성은?
전투가 개시되면 광학 굴절 모드를 필드화시켜 사용해야 했다. 자신이 유인하는 자들의 눈을 속여 모습을 감출 수 있지만 궤도상에서 움직이는 위성까지는 어려웠다.
상층부는 일부분 개방이 되어 위성 감시 시스템에 노출이 될 수 있기에 차훈이 물었다.
―현재 상공을 지나가는 위성은 없습니다. 앞으로 43분 후에 지나가겠지만 궤도가 조금 떨어져 있는 위성입니다. 그리고 저 계곡의 경사각으로 볼 때 위성이 지나가더라도 안쪽을 탐지하지는 못할 겁니다.
―좋아, 그렇다면 저 안에서 벌어질 상황이 새 나갈 염려는 없겠군. 하지만 혹시 모르니 준비를 해 둬.
―알겠습니다, 마스터.
미라클의 대답을 뒤로하고 차훈은 계곡을 향해 곧바로 신형을 감췄다.
‘어?’
멀리 보이던 차훈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천랑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등정무가 빠르게 수신호를 보냈다.
타탁, 타타탁!
천랑단원들 일부가 포위망을 좁히며 차훈이 신형을 감춘 곳으로 빠르게 모여 들었다. 접근한 천랑단원들은 눈빛을 빛내며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부단주인 조인호가 당혹스러운 듯 전음을 보내왔다.
“빠져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단 주변을 경계해라.”
“알겠습니다.”
전음을 받은 조인호가 수신호를 보냈다.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천랑단원들이 차훈이 사라진 곳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둥글게 원형을 그린 후 사방을 경계하며 주변을 예의 주시했다.
“진법인가?”
등정무는 사라진 차훈이 자신들을 유인해 왔는지 알기 위해 진법이 설치되어 있는지 물었다.
“진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은신법이나 장안술 종류 같은데 어떤 종류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으음, 자네가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면 정말 대단한 은신법이로군.”
등정무의 두 눈에 의혹이 가득했다. 천랑단의 이목을 속일 만한 은신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놈이다.’
천랑단원들도 고도로 특화된 은신법을 익혔다.
특히 조인호의 은신법은 십가맹 내에서도 손꼽히고 있는 것이고 보면 사라진 차훈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놈은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을 경계하며 상황을 살펴라. 저격조로 하여금 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조인호에게 경계를 당부한 등정무는 남아 있는 수하들 중 저격을 담당한 이들에게 수신호를 보내 사라진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을 살펴보도록 했다.
천랑단이라고 무공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전에 사용되는 장비들도 갖추고 있었다.
등정무의 지시에 멀리서 감시를 하고 있던 스나이퍼들이 바빠졌다.
적외선 스코프를 장착한 저격용 총을 가지고 있던 두 명의 스나이퍼가 차훈이 사라진 곳을 기점으로 격자 형태로 샅샅이 훑어 나가기 시작했다.
‘놈, 잔재주를 익혔나 본데 우리의 눈은 절대 피해 가지 못할 것이다.’
적외선 스코프를 사용하면 체온까지 감지하는 터라 아무리 특출한 은신법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피해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스나이퍼들은 살의를 다졌다.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지?’
아무리 살펴도 붉은 형태로 나타나는 천랑단원들만 보일 뿐, 사라진 자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스나이퍼가 되기 위해서는 은신법을 터득하고 난 뒤 창랑안이라는 특별한 안법까지 익혀야 한다.
푸른 늑대의 눈을 익히면 거리는 물론, 시야각까지 확대되어 목표를 확인하거나 이상 유무를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런 특별한 능력에 적외선 스코프까지 사용했음에도 시야에서 완벽히 사라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