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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자신을 구한 사람들이 청룡무사들임을 알고 안도를 하며 고개를 돌리던 백연화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백연호를 보고는 걱정스럽게 외쳤다.
냉가혜가 백연화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건넸다.
“동생은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여, 연호가 어떻게 된 거죠?”
“탈진해서 잠든 것뿐이에요. 속명환을 먹였으니까 곧 깨어날 거예요. 그러니 진정하도록 해요.”
냉가혜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동생을 쳐다보고 있는 백연화를 다독거렸다.
‘흠, 저러고 있으니 얼음귀신이 예뻐 보이기도 하네.’
좀처럼 볼 수 없는 냉가혜의 부드러운 모습에 장거운이 의외라는 듯이 속으로 중얼거리자 냉가혜의 앙칼진 전음이 그의 귀에 파고들었다.
“멍충아! 나 원래 예쁘거든?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가서 물이나 좀 가져와!”
장거운은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을 가져오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이상하네? 분명히 속으로 생각만 했는데, 어떻게 저 귀신은 매번 알아듣는 거지?”
장거운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오자 보위사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결과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장거운은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들 보세요, 사람 쑥스럽게. 누가 물통 좀 주세요. 환자가 있어서…….”
말을 하던 장거운이 황급히 입을 닫았다. 환자가 있다는 말은 괜히 꺼낸 것 같았다. 물론 어차피 백가 남매가 살아 있다는 것은 알게 될 사실이지만, 왠지 함부로 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말끝을 얼버무린 장거운이 보위사들 가운데 한 명이 내민 물통을 받아 들고는 몸을 돌리는 순간, 마을에서 데리고 온 백가장의 일꾼들 중 한 명이 소매 속으로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피이잉!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신호전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장거운이 돌아보니 백가장의 일꾼들 중 하나가 어디서 났는지 단궁으로 신호전을 쏘아 올리고는 달아나려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놈!”
보위사들 가운데 누군가가 호통을 쳤지만 행동은 장거운이 빨랐다. 어느새 장거운의 발이 달아나려던 자의 등에 박혀들고 있었던 것이다.
“컥!”
달아나던 첩자는 외마디 신음과 함께 앞으로 구르면서 그대로 뻗어 버렸다.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재차 공격을 하려던 장거운은 그대로 멈칫 굳어졌다. 쓰러진 상대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듯이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
때마침 밖으로 나오고 있던 유자명이 그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달려왔다.
장거운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저자가 갑자기 신호전을 올리고 달아나기에 그저 가볍게 찬 것뿐인데 죽어 버렸습니다.”
“신호전은 뭐고, 가볍게 찼는데 죽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유자명이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말을 뱉고는 죽어 있는 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죽은 사내는 눈을 뜬 채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작은 단궁이 들려 있었다.
유자명이 굳어진 얼굴로 말을 뱉으며 지하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놈들의 첩자가 숨어 있었구나!”
유자명이 사라질 때까지도 장거운은 멍하니 서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부주의함을 책망하고 있는 것이리라.
잠시 후 유자명의 보고를 받고 지하실을 빠져나온 악우진과 사공한이 쓰러져 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공한이 침음성을 흘리며 말을 뱉었다.
“음, 얼굴색이 흑청색으로 변했고 칠공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독단을 깨물어 자결을 한 것 같습니다.”
악우진이 굳어진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장거운을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을 뱉었다.
“멍청한 놈! 이곳의 상황을 살핀 뒤 신호전을 올릴 목적으로 숨어든 첩자라면 당연히 독단을 물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를 채고 점혈을 하든지 하여야 할 것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당장 물이나 가져다주고 와!”
악우진의 냉랭한 외침에 장거운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지하실로 향했다. 장거운으로서는 악우진의 질책보다 자신이 신중하지 못하여 또 한 명의 목숨을 잃게 한 것 때문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장거운이 다시 지하로 내려와서 보니 백가 남매는 벽에 기대어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고 있던 냉가혜는 마침 장거운이 내려오자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백가장의 일꾼들 중에 첩자가 있었어. 그자가 우리가 검고를 발견한 사실과 저들 남매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신호전을 쏘아 올렸고.”
“지하 검고를 발견한 사실은 그렇다 치고, 저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그자가 어떻게 안 거야?”
“내가 말실수를 했어. 환자가 있다고 말을 하는 바람에…….”
“…….”
장거운의 말에 냉가혜는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을 하던 냉가혜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휴, 그래서 놈은 잡았어?”
“그게…… 죽어 버렸어. 달아나는 것을 보고 뒤에서 가볍게 찼는데, 독단을 깨물고는 자결을 해 버렸어.”
“바보같이! 신호전을 쏘아 올린 자가 놈들의 첩자라면 당연히 점혈을 했어야지.”
“그러게. 너무 멍청했지. 그렇게 자결을 해 버릴 줄은 생각을 못했어.”
장거운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책을 하자, 그런 장거운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냉가혜가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을 건넸다.
“됐다. 그럴 수도 있지. 어차피 검고가 발견된 사실을 놈들이 알게 된 이상 어떤 식으로든 나타날 것이 분명하니, 너무 신경 쓰지 마.”
장거운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뱉었다.
“그게 아니라, 내가 바로 점혈만 했어도 그자는 죽지 않았을 거 아냐.”
“멍충아! 그런 자들은 어차피 나중에라도 자결을 했을 게 뻔해. 네가 왜 그런 자들이 자결을 하는 것까지 신경을 써 줘야 하니?”
냉가혜는 장거운이 자꾸 상관도 없는 일까지 자책을 하려 들자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장거운은 잠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됐다. 그만하자. 남매는 좀 어때?”
“동생은 아직이고, 백 소저는 운기조식을 취하고 있어. 그보다 저들 남매가 밖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게 걱정이야.”
냉가혜의 말에 장거운도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밖에 펼쳐진 참상은 두 남매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참혹했다. 만일 두 남매가 제대로 심신을 추스르지 않은 상황에서 밖으로 나간다면 아마도 다시 혼절하고 말 것이었다.
“모두 죽었나요?”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장거운과 냉가혜가 고개를 돌렸다. 백연화가 눈을 뜨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운기조식을 마친 뒤라서 그런지 두 눈만큼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게…….”
“그래요.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임을 당했어요.”
장거운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자 냉가혜가 나서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을 해 주었다.
냉가혜의 말을 들은 백연화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예상과는 달리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그날 아버님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자 아버님은 즉시 저희들을 이곳으로 내려 보내며 어떠한 일이 생겨도 놀라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지요. 그때 저도 이미 이러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각오는 했어요.”
“혹시 일이 생기기 전에 백 장주님께선 특별히 무슨 말씀이 없으셨나요? 흉수들에 관한 언급이라든지 말이에요.”
의례적인 물음이었지만, 사실 냉가혜는 백연화의 말을 들으며 왠지 장주였던 백문우와 백연화는 흉수들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연화의 말대로라면, 백씨 부녀의 대처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면 보여 주기 힘들 정도로 차분하고 신속했던 것이다.
하지만 함부로 그러한 추측을 단정적으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자칫 말을 잘못하면 장주였던 백문우는 위험을 알고서도 장원의 식솔들을 방치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냉가혜의 물음에 담긴 속뜻을 알았는지 백연화가 약간은 냉랭해진 시선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이었다.
“특별하게 기억될 만한 말씀은 전혀 없었어요. 아버님께서도 흉수들에 대해 알지는 못하셨을 거예요. 만약 그런 습격의 조짐이 있었다면, 이미 장원의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는 조치를 취하셨을 것이니까요.”
“그래요, 그러셨겠지요. 하지만…….”
냉가혜의 말을 끊으며 백연화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우리와 같은 장인 가문은 늘 무림인들의 위협에 노출되어 왔지요. 무림인이란 존재는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서는 어떠한 짓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니까요. 물론 모든 무림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청룡무사님들 같은 분들도 계시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탐욕스런 무림인들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말을 들어 왔어요. 실제로 그런 자들을 많이 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어려서부터 늘 교육을 받게 돼요.”
“…….”
백연화의 말에 냉가혜와 장거운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장거운은 잘못 알려진 기보에 대한 헛소문 때문에 멸문을 당하였다는 양충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녀의 말에 크게 공감을 하고 있었다. 보검과 기보에 관한 무림인들의 탐욕은 먹이를 노리는 굶주린 짐승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냉가혜 역시 백연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가 알기에도 그러한 무림인들의 탐욕 때문에 대부분의 장인 가문들은 무림세가들을 배경으로 삼거나 아예 무가로 성장하기도 했던 것이다. 항주에서 가장 검을 많이 취급하는 만검장의 경우에는 강력한 권력을 지닌 상단인 하가상단에 속해 있었고, 그녀의 사문인 화산에 검을 납품하는 공방인 서안의 매화검방의 경우에는 대대로 후인들을 화산의 속가제자로 입문시켜 왔다. 화산의 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냉가혜는 문득 백가장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백가장 역시 고가의 명검을 만드는 곳이니만큼 아무런 배경도 없이 누대를 이어 오지는 못했을 터였다. 그녀의 생각엔 아마도 잠시 동안의 운기조식만으로도 상당한 기력을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백연화의 사문이 백가장의 배경이 되는 것 같았다.
냉가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사문이 어디인지 물어도 되나요?”
“스승님은 보타산에서 오셨다고 하셨어요.”
“검각!”
냉가혜는 백연화가 검각의 제자라는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남해 보타산에 있다고 알려진 검각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제자들이 모두 뛰어난 검공을 익히고 있다고 알려진 여인들로 이루어진 검문이었다.
백연화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크게 낙담을 하신 아버님이 한동안 손에 망치를 놓으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몇 명의 무림인들이 아버님께 검을 만들어 주기를 강요했어요. 아버님은 망치를 잡고 싶지 않으셨지만, 동생과 저를 죽이겠다는 무림인들의 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검을 만드셨지요. 그때 전 결심을 했어요. 저 스스로 강해져서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게 해 드리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아버님께 졸라서 선대에 검으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던 스승님을 모시게 된 것이죠.”
“그렇군요.”
냉가혜는 눈가에 이채를 띠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검장지화라고 불리는 백연화의 사문이 검각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놀라웠다. 어쨌든 백연화의 말을 듣고 보니 냉가혜로서도 그녀가 무림인들에 대해 강하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백연화가 처연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우습죠. 아버님과 동생을 지키겠다고 이를 악물고 수련을 했는데, 정작 가문에 화가 닥치자 아버님을 혼자 놔두고 저만 숨어 버렸으니.”
“백 소저, 그렇게 자책을 하지는 마시오. 아마도 장주님께서는 당신에게 백가장의 후대를 맡기시려고 한 것 아니겠소? 만일 백 소저가 분기를 참지 못하고 그들과 싸웠다면 홀로 남겨진 동생은 앞으로 어찌하겠소? 장주님께서는 백가장의 미래를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었을 것이오.”
“후, 그래요. 저도 그 점을 알기에 순순히 이곳으로 숨었지만…….”
“누, 누나…….”
백연호가 깨어나고 있었다.
“연호야! 정신이 드니?”
“누나, 어떻게 된 거야?”
정신을 차린 백연호가 장거운과 냉가혜를 쳐다보고는 백연화에게 물었다.
백연화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대답을 했다.
“무림맹의 청룡무사님들이야. 우리를 구해 주셨어.”
“아!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그보다 먹을 것을 가져올 테니 그동안 누님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여라.”
장거운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네며 백연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냉가혜를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그들 남매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장거운과 냉가혜가 밖으로 나오자 악우진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백가장의 일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조금 전에 자결을 한 첩자의 정체에 관해 캐묻고 있는 것 같았다.
백가장의 일꾼들은 다들 그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죽은 자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용해 은근슬쩍 끼어들었던 모양이었다.
잠시 후 백가장의 일꾼들과 이야기를 마친 악우진이 고개를 돌려 냉가혜에게 물었다.
“백가 남매는 어떠냐?”
“정신을 차렸어요. 뭔가 먹을 게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 그렇겠지. 며칠을 굶었을 테니까. 자명! 보위사들 몇 명을 보내 먹을 것과 마차를 몇 대 구해 오도록 하라.”
악우진이 유자명에게 지시를 내리자 사공한이 나서서 말을 건넸다.
“저기 대주님, 그러지 말고 덕청현으로 바로 이동을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직 기력이 채 회복이 되지 않은 저들 남매를 데리고 말인가?”
“그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신호전을 올린 놈이 자결을 한 것으로 보아 일개 도적 집단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공한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악우진의 냉랭한 대꾸가 이어졌다.
“흥! 솜씨가 조금 있다고 해 봤자 어차피 백가장의 검을 노리는 도둑놈들에 지나지 않는다. 겨우 도둑놈들이 무서워서 우리 청룡당이 기력도 회복하지 못한 환자들을 데리고 급히 도망을 간단 말인가?”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니지 않습니까?”
“됐어! 그만하게. 자네라면 놈들의 공격이 무서워서 식솔들의 시체를 이대로 남겨 두고 떠나고 싶겠는가?”
“그, 그건…….”
악우진의 말에 사공한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백가 남매가 화를 피하기 위해 지하실에 숨어 있었지만, 밖으로 나와 참혹하게 널브러진 식솔들의 시체를 본다면 결코 이대로 떠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청룡당이라도 백연화나 백연호가 거부한다면 그들을 무림맹으로 강제로 데리고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악우진이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 있는 유자명에게 고함을 쳤다.
“자명! 빨리 사람을 보내지 않고 뭐하는 것이냐?”
“예? 아, 예.”
유자명은 급히 대답을 하고는 보위사들에게 다가가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신규진이 나서며 말을 건넸다.
“악 대주님, 마차는 제가 가서 구해 오겠습니다. 아무래도 관에서 빌리는 것이 쉽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군. 그럼 마차는 자네가 알아서 조달을 해 주게.”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신규진이 포쾌들에게로 향하자 악우진은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장거운을 쳐다보며 말을 뱉었다.
“장거운! 너는 백가장의 일꾼들과 함께 사체들을 묻을 구덩이나 파도록 해!”
“예.”
악우진의 지시에 장거운은 별말 없이 모아 놓은 시체들 앞에 모여 있는 백가장의 일꾼들 쪽으로 다가갔지만, 냉가혜의 표정은 싸늘하게 변했다. 시체들을 묻을 구덩이를 파는 일 따윈 청룡무사가 할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보위사들이 이십여 명이나 보고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지금 악우진은 고의적으로 장거운에게 창피를 주고 있는 것이다.
냉가혜가 차갑게 인상을 굳히며 악우진에게 따져 물으려는 순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백연화가 동생을 부축한 채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햇빛에 적응하기 위해 한동안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뜬 백연화와 백연호 남매는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보고는 쓰러질 듯이 휘청거렸다.
백연화가 마음을 다잡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을 뱉었다.
“연호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거라! 너는 놈들이 우리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백연화의 말에 백연호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는 있었지만, 끝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보고 있던 악우진이 백연화에게 말을 건넸다.
“괜찮은가?”
“예, 감사합니다.”
백연화는 악우진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말을 하고는 동생인 백연호와 함께 시체를 모아 놓은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백가 남매가 다가가자 숨을 죽이고 있던 백가장의 일꾼들 가운데 검고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던 중늙은이가 앞으로 나서서 털썩 무릎을 꿇고는 울먹이며 말을 뱉어 내고 있었다.
“아가씨! 공자님! 살아 계셨군요.”
백연화가 쳐다보니 중늙은이는 화로의 숯을 담당하고 있던 노장복이었다.
백연화가 노장복의 손을 잡으며 말을 건넸다.
“노씨 아저씨…… 일어나세요.”
“아가씨! 흑흑!”
노장복이 백연화의 말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자, 백가장의 일꾼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잿더미가 되어 버린 삶의 터전에서 주인으로 모시고 있던 백문우의 혈육을 보게 되자 참담한 서러움이 다시 북받쳐 오르는 것이다.
백연화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다시 말을 건넸다.
“모두들 일어나세요. 우리 손으로 이분들을 묻어 드려야지요. 연호야! 너도 곡괭이를 잡아라. 이 가운데에는 아버님도 계실 것이다. 우리 손으로 묻어 드리자꾸나.”
백연화의 말에 사람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일어서며 가져온 곡괭이며 삽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백연호도 이를 악물고 걸음을 옮겨 노장복에게 곡괭이를 건네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노장복이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공자님, 몸도 성치 않으신데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노씨 아저씨, 주세요. 누가 뭐래도 전 검장지가 백가의 장남입니다. 제 손으로 백가장의 한을 파묻겠습니다.”
불과 열네 살에 지나지 않는 백연호도 이제는 백가장의 소장주로서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장거운은 악우진과 사공한이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슬그머니 뒤로 빠져서 냉가혜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백가장의 사람들이 땅을 파고 있는 곳은 자신이 끼어 있을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제4장 습격(襲擊)


크르르!
백가장의 사람들이 죽은 식솔들의 시체들을 묻고 나서 통곡을 하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장거운은 황칠이 갑자기 몸을 낮추면서 낮게 으르렁거리자 차갑게 눈빛을 흘리며 뛰어가서 장원의 담장 위에 올라섰다.
담장 위에 올라선 장거운의 눈에 긴장의 빛이 흐르고 있었다. 멀리 숲 쪽에서 어른거리는 수십 명의 그림자들이 백가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신호전을 본 흉수들이 재차 공격을 하기 위해 백가장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장거운이 뒤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백 소저! 놈들이 오고 있으니 사람들을 데리고 지하로 피하시오!”
그러나 백연화는 지하로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장거운을 노려보면서 결연한 어조로 말을 뱉었다.
“아뇨. 더 이상은 피하지 않아요. 제 두 눈으로 흉수들을 똑바로 봐야겠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빨리 사람들을 데리고 피하시오. 무공도 모르는 저들을 다치게 할 셈이오?”
“하지만…….”
장거운의 외침에도 백연화가 망설이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냉가혜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며 말을 건넸다.
“그렇게 해요. 지하에 있다가 혹시나 놈들 가운데 우리를 피해 지하로 뛰어드는 놈들이 있다면 당신이 처리해요. 아무래도 당신이 지하에서 동생과 백가장의 사람들을 지키는 게 낫지 않겠어요?”
“…….”
냉가혜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해 보던 백연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가장의 일꾼들과 함께 지하로 향하기 시작했다. 냉가혜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확실히 그녀는 백가장의 일꾼들과 동생인 백연호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잠시 후 지하로 내려간 사람들에게서 수상한 자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악우진과 사공한이 다급하게 담장 위로 뛰어 올라왔다. 그사이 어느새 장원과 이십 장 거리 정도까지 다가선 흉수들의 모습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복면을 뒤집어쓴 흉수들은 얼추 오십은 족히 넘어 보였다. 장거운이 옆을 돌아보니 악우진이 단창을 꼬나 쥐고 눈에 차가운 한광을 뿌리고 있었다.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꽤나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흉수들은 지금 청룡당이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격을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백가장의 담 가까이에 이른 복면인들은 담장 위에서 오연하게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장거운 등을 향해 살기를 뿌리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복면인들은 무공이 제법 뛰어난 모양인지 가볍게 발을 구르는 것만으로 담장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컥!”
악우진의 단창에 꼬치처럼 복부를 꿰뚫려 버린 복면인 하나가 담장 아래로 떨어졌다.
곁눈질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장거운은 위쪽에서 살기를 느끼자 급히 반보 옆으로 이동을 하며 자신의 머리를 쪼개어 오는 복면인의 도를 흘려버리고는, 십이금룡수로 복면인의 손목을 낚아챔과 동시에 안으로 감아 돌려 팔 관절을 꺾어 버렸다.
우드득!
복면인의 팔 관절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장거운은 오른발로 나한각을 펼쳐 복면인의 옆구리를 찍어 버렸다. 복면인의 팔 관절에 이어 갈비뼈가 박살이 나며 나가떨어져 버렸다.
쉬잉!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주저앉은 장거운의 머리 위로 도가 지나갔다. 상대의 도를 피한 장거운이 무릎을 가볍게 굴려 신형을 위로 튕겨 올리면서 아라한신권으로 도를 휘두른 복면인의 턱을 두들기자, 상대는 턱이 부서지며 피분수와 함께 뒤로 떨어져 버렸다.
상대의 턱을 날려 버린 장거운이 담장 위에 내려서는 순간, 복면인 하나가 그의 발목을 노리고 도를 휘둘러 왔다. 그리고 뒤에서는 또 다른 복면인 하나가 그의 등을 노리고 검을 찔러 왔다. 앞뒤 양쪽에서 협공을 가해 온 것이다. 그러자 장거운은 담장을 굴러 신형을 띄우면서 비룡번신의 수법으로 허공에서 신형을 회전시키며 두 명의 공격을 동시에 피해 버렸다.
그의 신형을 놓친 복면인들이 흠칫하는 사이 장거운이 관음십팔족을 펼치며 뒤에서 검을 찔러 왔던 복면인의 등을 향해 전광석화처럼 파고들었다.
퍼버벅!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장거운의 관음십팔족에 등을 강타당한 복면인이 피를 토하며 담장에 처박혀 버렸다.
스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장거운의 앞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 바람에 날렸다. 용수철이 튕기듯이 뒤로 물러난 장거운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어느샌가 자신의 발목을 노렸던 복면인이 담장을 넘어 머리를 쪼개 왔던 것이다.
간신히 상대의 도를 피한 장거운이 다시 달려들려는 순간, 번뜩이는 창날이 복면인의 목을 긋고 지나가 버렸다. 복면인은 목이 반쯤 잘려 나간 채 피분수를 뿜으면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악우진이 담장에서 내려서며 상대의 목을 날려 버린 것이다.
상대를 해치운 사람이 악우진인 것을 알고는 장거운이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악우진은 이미 무심한 표정으로 다른 적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장거운으로서는 머쓱한 표정으로 또 다른 적을 찾아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재빠르게 뒤쪽으로 고개를 돌린 장거운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고 있었다. 복면인 한 명이 지하 통로의 입구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린 장거운은 복면인 세 명의 어깨를 밟아 박살을 내면서 지하로 들어가려던 복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막 지하로 내려서려던 복면인은 뒤에서 장거운이 달려드는 기색을 느꼈는지 급작스럽게 신형을 회전시키며 장거운의 다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러 왔다. 상대의 검이 다리에 막 닿으려는 순간, 장거운은 무릎을 가슴으로 당기며 공중에서 몸을 공처럼 말아 한 바퀴 회전하여 상대의 검을 피하고는, 상대의 가슴을 노리고 발을 내질렀다.
장거운의 눈에 이채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감지하고는 궁신탄형의 수법으로 뒤로 물러난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기민한 상대의 대응에 장거운도 긴장한 듯,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흥!”
장거운의 공격을 피한 복면인이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고는 검을 고쳐 잡자, 그의 검에서는 시퍼런 광망이 뻗어 나오고 있었다. 장거운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꼈는지 복면인은 내공을 끌어올려 검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장거운은 혈루각주 구충과의 싸움에서 검기가 자신의 단단한 신체를 베어 버렸던 것을 떠올리며 더욱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검기를 뿜어내는 절정고수와의 싸움은 금강나한공을 익힌 장거운이라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움직인 것은 이를 악다문 장거운이었다. 검기를 뿜어내는 고수와의 싸움에서 거리를 좁혀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적수공권인 장거운 자신이었다. 백타의 위력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최대한 상대에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스팟!
양 발끝을 이용하여 미끄러지듯이 상대에게 파고들던 장거운의 고개가 급격하게 왼쪽으로 젖혀졌다. 미간을 향해 전광석화와 같이 파고드는 상대의 검을 간신히 피한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장거운이 고개를 젖혀 검을 피하자 허공에서 검이 그대로 멈춰지며 장거운의 목을 노리고 횡으로 베어 왔다.
검기를 구사하는 절정고수답게 재빠른 대응이었다. 장거운은 다시 고개를 뒤로 젖혀 상대의 검을 머리 위로 흘리면서 나한각으로 복면인의 하복부를 노리고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그러자 허공을 가르던 상대의 검이 갑작스럽게 밑으로 떨어지면서 장거운의 몸통을 베어 왔다. 덕분에 장거운은 발끝으로 지면을 박차며 다급하게 뒤로 신형을 튕겨 피할 수밖에 없었다.
스각!
거북한 소리와 함께 복면인의 검이 장거운의 배를 종으로 갈라 버렸다. 장거운의 예상보다 상대의 검이 훨씬 빨랐던 것이다. 아랫배가 뜨끔해진 장거운은 가까스로 신형을 바로 세우며 본능적으로 내장이 밀려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손을 배로 가져갔다.
아랫배에 손을 댄 장거운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피가 묻어 나오고 있지 않은 것이다.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려 보니 무복은 세로로 갈라져서 쩍 벌어져 있었지만, 몸에는 가는 혈선만이 그어져 있을 뿐 자상은 보이지 않았다. 장거운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흘렀다. 자신의 금강나한공이 검기를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양충원이 먹인 보약은 아무래도 대단한 영단인 것 같았다.
새삼 양충원에 대한 고마움을 새긴 장거운이 다시 공격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상대를 쳐다보자, 복면인은 장거운의 단단한 신체에 놀랐는지 놀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거운은 이내 상대의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그의 검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의 시선을 따라 복면인이 들고 있는 검을 쳐다본 장거운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을 베었던 상대의 검 앞쪽이 잘려 나가 있었던 것이다. 상대의 검을 본 장거운은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제야 장거운은 무복의 잘려 나간 자국이 그가 차고 있던 혁대 위에 멈추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장거운의 눈에 자신이 차고 있는 혁대가 들어왔다. 바로 양충원이 선물로 주고 간 ‘자룡창’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혁대였다.
교룡의 가죽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니, 확실히 검기를 머금은 검에도 잘려 나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장거운은 새삼 자룡창이 양충원의 말대로 비밀을 담고 있는 기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목을 가볍게 좌우로 젖히면서 재차 공격을 준비했다. 지금은 복면인들을 물리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었다.
삐익! 삐익!
장거운이 다시 공격을 하려 하자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두 대의 신호전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복면인은 더 이상 장거운을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고 황급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신호전으로 퇴각 신호가 울린 모양이었다.
장거운은 급히 달아나는 복면인을 쫓으려 하였지만 그의 앞을 두 명의 다른 복면인들이 막아서자 쫓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상대는 절정의 검술만큼이나 신법도 뛰어나, 장거운이 자신을 막아선 두 명의 복면인을 관음십팔족으로 날려 버리는 사이 이미 장원을 벗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퇴각 신호에 따라 살아남은 복면인들이 썰물처럼 물러나자 현장을 정리하면서 드러난 결과에 청룡당 일행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스물일곱이나 되는 적들을 해치우긴 했지만 보위사들도 여덟 명이나 죽고 다섯 명이 부상을 입은 것이다.
청룡당 일행에 청룡무사가 다섯이나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놈들의 실력은 청룡당 보위사들의 실력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일개 도적 집단이 아니라 솜씨가 뛰어난 무사 집단이 백가장의 검을 노리고 습격을 한 것이 분명했다.
장거운은 적들 가운데 부상을 입은 자들이 모두 자결을 해 버려 적의 정체를 밝혀낼 수 없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지하 검고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