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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단향 1권(3화)
一. 나라 일이 되면 고수 완성도 속성으로 이루어진다(3)
“바보 아들, 이제부터 지옥문이 열릴 거야.”
“지옥문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들어 올린 손아귀에 붙잡혀 대롱대롱 흔들리는 소동을 바라보며 요희가 빙그레 웃었다.
“그런 소리도 지금에서나 할 수 있는 거지. 지금 많이 떠들어 둬, 이 바보 아들. 어쨌든 선생님.”
요희가 빙그레 돌아 설악 선생의 앞에서 곱게 무릎을 꿇었다.
“황상의 어명이에요. 흑옥루의 십요궁희는 이제부터 꽤나 오랫동안 임무에 소모될 것 같습니다.”
“이, 임무?”
“네, 속성 고수 만들기 비법이라고 할까요.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 좀 파격적이긴 하지만 확실하죠.”
여전히 해맑게 웃지만 그 속에서 어떤 미지의 감정을 깨달은 설악 선생이 흠칫했다. 설악 선생은 당황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당대의 대학사다운 면모를 되찾았다.
“허허, 무림의 일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말한 이상 확실하겠지. 그럼 수고하게.”
“배웅 나가지 못하는 점 사과드립니다. 상아야, 선생님을 배웅하렴.”
“알겠어요. 나가시죠, 선생님.”
흑희 옥상아(玉霜娥)가 요희의 눈치를 받고 설악 선생을 배웅했다. 흑희가 설악 선생의 뒤에 붙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소동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엄마들 중에서 특히 바보인 요희 엄마?”
“우리 바보 아들 무림 고수들 동경했지?”
“으, 으응? 아니야.”
“정말?”
요희가 극렬 부정하는 소동을 향해 물었다. 소동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다.
“정말이야. 난 무림 고수 같은 거 동경 안 해.”
“그럼 무림 자체를 동경하던 거였어? 참고로 엄마는 침대 아래 숨겨 둔 책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무림파천황(武林破天荒), 철혈검로(鐵血劍路)…….”
“……윽! 거기까지만 해 둬! 왜 남의 침대 밑을 뒤적이는 거야!”
“이 나라 모든 엄마는 아들의 심리 상태를 알아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
“비겁해!”
“전혀 비겁하지 않아. 이렇게 엄마는 아들이 다 컸는지 어떤 건지도 확인하고 그런단다.”
으쓱하고 자랑하던 요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바보 아들을 무림인처럼 강하게 만들어 줄게. 이번 수행을 통해서 고수가 되면 무림을 활개 치도록 해.”
“어째서?”
“아까도 말했지만 바보 황제의 명령이기 때문이야.”
사석에서라지만 황제에게도 바보라는 접두사를 붙일 수 있는 요희를 보며 소동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뭐 안 보는 곳에서는 나라님 욕도 하니까 그거야 아무래도 좋지만, 말의 내용이 몹시 당혹스러웠다.
“황상의 명령이라고?”
“응, 무림인들이 자기네 영역이라고 민간인에게 세금을 걷고 지켜 주는 전답에다가 아무렇게나 농사지으면서 관과 무림은 불가침 뭐 이따위 소리만 하고 있으니 화가 났나 봐. 그래서 이놈의 자식들, 보자보자 하니까 밑도 끝도 없군. 본때를 보여 주겠어, 뭐 이런 의미로 황궁에서 고수를 키워서 내보내기로 했어. 거기에 선택된 거야. 딱 한 명 꼽는 건데 걸렸구나, 축하해. 바보지만 열심히 해.”
“바보라고 말한 사람이 더 바보.”
요희는 웃는 얼굴 그대로 소동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빨래 털리듯 허공을 붕붕 날던 소동은 속에서 뭔가가 올라올 것 같은 감각을 애써 억누르고 파랗게 된 얼굴로 대답했다.
“미안, 엄마. 바보라고 해서 미안해.”
“괜찮아 바보 아들. 난 이미 다 잊었으니까. 엄마의 배포 정말 크지 않니?”
소동은 한 번 진실을 말하고 순국열사가 되어 볼까 하는 마음은 별로 가지지 않고서 배시시 웃어 보였고, 요희는 귀엽다며 껴안아 댔다. 덕분에 세상을 밝히는 진실은 하나 사라진 대신 현실을 알아가는 소동 하나만 남았다.
“그럼 엄마. 난 이제부터 엄마들이 아는 무공을 익히는 거야?”
“사 온 것도 있고 못 익힌 무공도 있지만, 대강은 그래.”
“싫어, 엄마들 무공 약하잖아. 약한 무공 배워서 뭐에 써먹어.”
내가 가는 길은 외길 인생, 내 무공은 중원 최강.
뭐 이런 말을 들은 것처럼 요희는 기막힌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 아니 그게 뭐랄까. 궁희가 정면 승부에 약하고 암습을 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는 않아? 지금 당장 흑희의 무공만 배워서 무림으로 나가도 만두피 펼 때나 쓰는 밀봉으로도 중견 고수는 쓱싹 살해할 수 있을걸? 게다가 엄마를 봐. 이 엄마가 약하니?”
“그, 그건 아니지.”
“물론 엄마와 다른 엄마들 간의 재능이 상상을 초월하게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이 비교는 잘못된 걸까? 아아, 어째서 하늘은 인간을 낳고 나를 나아 인간의 격차를 이리도 벌리셨나이까! 하늘도 무심하시지!”
“……헛소리 그만하고, 그래서? 결국 엄마들 무공 익혀라?”
“아냐, 무공 서적도 좀 사 뒀으니까 그것 중에서 내가 좀 조사해서 괜찮은 것들을 추려 줄게. 황궁무학도 별반 쓸모는 없지만 좀 찾아보면 괜찮은 게 나올 거야. 뭐 사희(蛇姬)가 있으면 필요 없으려나.”
“사희 엄마는 못 믿어. 추려 줘.”
소동은 엄마들 중에서 제일 짓궂은 두 명의 엄마를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았어. 어림군의 경기공(勁氣功)도 익히고 금위반 녀석들의 무예 다루는 것과 기원류(基源流)도 배워야겠지?”
“뭐야? 그걸 다 배우라니. 천하제일의 무공 하나만 가르쳐 주면 돼.”
“…….”
요희가 말없이 소동을 바라보았다.
“…….”
소동은 잠시간 그 눈빛을 버텼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도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긴긴 시간이 지난 후 소동이 진땀을 흘리며 바닥을 탕탕 두들겼다.
“화를 내거나 농담하지 말라고 대답을 하란 말이야! 그 긴 정적은 뭐야!”
“헛소리를 참 진지하게 하는구나 하고 감탄하던 참이었어.”
“감탄하지 마! 아무튼 무공을 너무 많이 익혀도 곤란하잖아? 날 어딘가의 싸움 귀신, 아수라(阿修羅)로 만들 셈이야?”
“엄마는 아수라가 아닌데 다할 줄 알아. 엄마는 하늘을 날고 싶어서 다섯 살 때 열심히 허공을 찼더니 결국 허공을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어. 엄마만큼은 아니라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야.”
“그건 엄마니까 그렇지.”
소동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대답했다.
“게다가 엄마는 궁희 중 최강이잖아.”
“궁희 중에서만 최강이 아니지.”
소동의 엄마 중 한 명, 요희.
그녀가 태어날 때 새로운 별이 떠올랐다던가, 폭발적으로 별무리가 사라졌다던가 하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여성으로 그 알려진 능력은 전무하지만 그녀를 아는 극히 적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최강을 자처하곤 한다.
세상을 제패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날 것을 예감한 아버지가 선술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태내에서 여자로 변환시켜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환골탈태(換骨奪胎)만 두 번, 반로환동(返老還童)도 두 번을 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어쨌든 엄마만큼 하는 건 무리라니까. 판단 기준이 엄마면 곤란해.”
“그런가?”
“그래!”
“뭐, 알겠어. 아무튼 익힐 수 있게 도와줄게. 사람은 하려고 마음먹으면 하늘의 별도 딸 수 있어!”
“말도 안 돼!”
“사람,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니까?”
소동은 이 일방적인 선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네네, 알았어. 그런데 그 무공들 다 익히려면 오래 걸리겠지?”
“십 년 내외엔 끝나게 할게. 괜찮아, 남들은 일 갑자씩 걸려서 얻을 내공을 영약빨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황궁에서 태어난 것을 고맙게 생각하려무나.”
“그게 무슨 소리야?”
요희가 상큼하게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지금까지 이 엄마가 사온 게 다 뭐게요?”
“비보, 무공 서적 그리고…… 영약!”
“정답! 이 영약을 다 아들 먹일 거야.”
“그래도 돼?”
“바보 황제 명령이니까 괜찮아. 고수를 키우는데 얼마가 들어도 좋다고 했거든. 그걸 사는 김에 눈독 들였던 금강석도 사야지.”
“뭐야 그거! 사취(詐取)잖아!”
“그 정도는 괜찮아. 높으신 분들은 다 그렇게 자신의 욕구를 채운다구. 일하면서 의도치 않게 돈이 더 들어간다는 건 세상의 진리란다.”
“그럴듯하게 포장하면서 결국 하는 건 제 욕심 채우기잖아.”
“아하하하, 세상은 원래 그렇게 불합리한 법이야. 알 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앙.”
“아들에게 유혹하지 마시지!”
요희가 소리 높여 웃었다.
흑희가 설악 선생을 보낸 후 흑옥루로 들어오다 소리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일이에요?”
“아니, 아무것도 아냐. 자, 상아야. 우리들에게 몹시 중요한 일이 생겼어.”
“뭔가요? 생리가 석 달 정도 멈췄나요?”
기녀 입장에선 몹시 중요한 문제이긴 했다.
흑희의 농에 요희가 또 한 번 웃었다.
“아하하하하! 그것도 문제긴 하겠지. 하지만 더 큰일이야. 우린 우리 바보 아들을 키워야 해. 적어도 무림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이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설 정도로. 무림삼성쯤은 돼야겠지?”
흑희가 무척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바보 아들이 삼백 년이나 살 수 있을까요?”
“아, 그거 무리.”
소동이 속으로 말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참았다.
‘뭐야, 그 말은. 삼백 년이나 지나서야 지금의 무림삼성쯤 될 거란 말이야?’
“십 년 안에 원하는 수준까지 높여야 해.”
“그거 절대로 안 되잖…… 아! 그래서 영약을 사들인 건가요? 과연, 돈 많은 황실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겠네요.”
흑희는 대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그런데 언니, 그런 거 사는 김에 저 비취 좀 사 주면 안 되나요? 돈 많이 들어갈 일인데 비취 하나 사는 건 좀 묻어갈 수 있는 일이잖아요.”
“안 돼. 내 금강석 살 거거든.”
“에이 그러지 말고. 봐 둔 게 있는데 너무 비싸서 좀 곤란해요. 주 대인에게 사 달라고 말은 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예전 언니가 욕심내던 수박 머리핀 드릴게요.”
“으음, 그렇게까지 말하면 마음이 흔들리는데. 좋아, 기분이다!”
“와, 언니 최고!”
‘이 여자들 안 되겠어. 어떻게 하지 않으면…….’
소동이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내심 각오를 굳히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은 이미 결론을 마쳤다. 은밀한 야합으로 인해 서로를 피가 이어진 자매보다 더욱 신뢰하게 된 두 명은 소동의 어깨와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자, 마음 단단히 먹어. 바보 아들은 바보지만 그래도 가르치는 사람이 천재라서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원하는 수준은 삼백 년 경지의 달성인데, 아들이 그렇게 오래 살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므로, 돈으로 해결하겠어. 아, 돈 많이 드는 아들이네.”
“무슨 말을 해도 꼭 그렇게…….”
“자아, 십 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며 힘내자. 네 아버지도 하늘에서 보고 있어.”
“헉! 우리 아빠 죽었어?!”
“전혀. 아직 쌩쌩히 살아 있어. 지금쯤이면 되게 심통 맞은 표정 짓고 있을걸.”
“괜한 사람 죽이지 마! 아, 그런데 아버지라니. 아버지가 누군데? 나 아버지 있었어?”
흑희와 요희가 소동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폭발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 왜 그렇게 웃어! 울지 마!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웃긴 말이었어 그게?”
“아하하하하하하!”
“말 안 해 줘, 오호호호!”
“나중에 말해 줄게.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
“아빠를 죽였다 살리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니! 무슨 가치 판단 기준이 그 모양이야?”
“자아, 아들. 힘내서 열심히 해. 응원하고 있어. 넌 여기서 머물 그릇이 아니니까. 나라는 엄마가 지킬 테니 넌 무림을 돌아다니도록 해. 물론 소설만으로 무림을 아는 네가 얼마나 환상을 가지고 있을지는 잘 알지만 말이지.”
“……정말 내 침대 아래 뒤져 본 거야?”
“물론이지. 넌 자유의 몸이 아냐.”
“…….”
소동은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실을 들켜 뾰로통하게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