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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단향 1권(4화)
一. 나라 일이 되면 고수 완성도 속성으로 이루어진다(4)


그랬다.
소동은 흑옥루에서 일을 하면서 무림이라는 세계를 그린 소설을 보면서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이라는 세계 그 자체를. 엄마들이 안 보는 틈을 타서 그들의 무공을 흉내 낸다고 침대에서 날고 그랬던 것들마저 들켰다는 사실에 그는 좀 우울해졌다. 게다가 그런 그의 심정을 다 알면서도 놀려 대는 요희 덕분에 우울함의 깊이가 더해지고 있었다.
그동안 흑희가 다른 궁희를 소집해 접수계에 불러 모았다.
황족의 암살을 막아 내는 역할과 동시에 적을 암살하는 일을 맡는 황궁 최강의 비밀 병기.
외적으로는 기녀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내적으로는 황제의 명령을 쫓는, 십이지금지 중 하나 흑옥루의 기녀들이 외유로 나간 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모였다. 그 수는 일곱. 다른 한 명은 시시때때로 잠을 자기 때문에 지금은 나오지 않았다.
문희(文姬) 조설하(曺雪霞)가 손을 들고 물었다.
“아들의 무공을 가르치면 보석을 마음대로 살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요희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와아아아아!”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그리고 궁희가 모이면 국가의 재정이 흔들린다.
“이건 뭐 십상시도 아니고…….”
여자들의 환호 속에 묻혀 버린 소동의 중얼거림은 애처롭게만 했다.
“아니, 십상시보다 더한가? 그네들은 하진이 분기탱천해서 목이라도 베었다지만 엄마들을 목을 벨 이가 있을 리 없으니까.”



二. 여자의 치맛바람이 고수를 만들다(1)


현재 천화(天華)는 흑옥루의 꼭대기 층을 빌려 영약의 기운을 몸 안에 축적하는 중이었다.
본래 무림의 문파 같으면 문파 내의 최고 기대주를 꼽아 내공심법을 가르친 후 영약을 먹이고 바로 기운을 흡수, 이어 몸속에 남은 잔류 기운을 흡수하는데 몇 달이 걸릴 테지만, 천화는 내공심법 하나 모른 채 밥사발에 담긴 수많은 영약을 퍼먹고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소림의 소환단, 무당의 태청단(太淸丹), 신약당(神藥當)의 최고급 영약에서부터 천년금와(千年金蛙)의 내단이나 영원빙정(永遠氷晶), 만년설삼(萬年雪蔘) 같은 물건까지.
무림인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영약이었지만 엄마들을 그걸 으깨고 섞어서 묽은 죽처럼 만든 후 천화에게 건넨 것이다. 대번에 무림 명숙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에 기묘한 냄새가 나는 걸 참고 한 모금 들이켰다가 흑옥루의 유일한 남성으로 살기로 했다. 그래서 엄마들은 싫다고 발악하는 천화를 점혈하고 입에 쑤셔 박았던 것이다.
물론 흡수 같은 것이 제대로 될 일이 없고 영약의 기운이 안쪽에서 충돌한 덕분에 천화는 심각한 내상을 입기 직전이었다. 몸을 한 바퀴 비틀어 쥐어짜는 것처럼 괴로웠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도 영약은 천화의 몸을 훑어 냈다.
본래 체계적으로 먹였다면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고 남은 기운을 축척하는데 이 년 이상의 세월이 걸릴 테지만,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엄마들은 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영약의 기운이 날아가는 것마저 방치했다.
천화가 먹은 영약을 최고로 싸게 셈한다 쳐도 무림의 질서를 정립하는 구대문파의 일 년 생활비에 맞먹거나 그 이상의 금액. 그러나 황궁에서는 별로 아까워하지도 않았다. 그들에게는 차라리 이 년의 시간을 단축시킨 이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황궁, 나라가 움직이는 방식에 익숙한 이들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렇게 칠주야.
독 오른 개구리마냥 온몸이 부어터진 천화를 향해 요희가 말했다.
“뭐, 영약으로 쌓아 올리는 정도는 이 정도가 최고지. 칠주야 내도록 밥 대신 영약을 퍼먹여 놨더니 세맥이고 어디고 할 데 없이 기운이 꽉꽉 차 있어. 바보 아들은 영약의 기운 덕분에 엄청나게 몸을 혹사해도 몇 달간은 지치지도 않을 거야. 혹시 또 모르지, 피에서도 단맛이 날지도 몰라.”
“으음, 그래?”
“상대의 내공을 빼앗는 이들이 본다면 아들은 걸어 다니는 영약 덩어리로 보일걸. ……정말 맛있겠다. 츄릅.”
“어, 엄마? 뒤에 가서 말이 이상하게 변질됐어!”
영약을 너무 먹어 온몸의 맥이 탱탱하게 부풀어 올랐다는 믿지 못할 사태를 접한 천화가 물었다.
요희는 짓궂게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마지체(큙큙之體)가 없으니 고생하는구나. 이래서 뼈를 깎는 수련이 필요한 거지. 수고해 아들.”
“천마지체(天魔之體)나 혈왕지체(血王之體)도 아니고 뭐? 단어만 붙인다고 다 말이 되는지 아나, 이 엄마는!”
천화는 뭔가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숨을 내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일단 좀 쉬도록 해. 몸이 너무 좋아져서 푹 잠들지도 못할 테지만, 어떻게든 노력해 봐.”
“어, 엄마도 이런 고통 겪었어?”
“엄마는 선골이라서 숨만 쉬어도 내공이 쌓이던데?”
천화가 내뱉는 소리도 커졌다.
“세상에! 환우제일존(?宇第一尊)도 그 정도는 아니겠다! 그게 말이 돼?”
천화가 읽던 무림인들의 소설에서 천 년도 이전 하늘과 땅을 갈라놓는 무공을 사용했다는 환우제일존을 떠올렸다. 그런 이나 가질 법한 이 환장할 내공에 기겁하자 요희는 픽 하고 웃었다.
“어마? 환우제일존은 누구니?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제일 강한 사람쯤 되니? 엄마와 비교할 정도니까 말이야.”
“이 뻔뻔한 말투 좀 보라지!”
무림인들의 신화인 환우제일존을 겨우 자신과 비교할 만한 녀석쯤으로 판단하다니.
천화는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가슴에 내려앉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엄마와 비교하면 비교당하는 사람이 불쌍했다. 엄마가 인간과는 다른 종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선골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가?”
“응. 대단하긴 대단하지. 그 체질을 갖춘 상태에서 선술(仙術)을 배우면 등선해서 선인(仙人)이 되어 버리거든.”
“……소문에만 듣던 대장군도 선골이라던데.”
“흐응, 그래?”
요희는 짓궂은 미소로 눈을 반짝거리더니 이내 눈을 반짝였다. 악의 없는 장난기로 가득 찬 모습을 보며 천화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
“아니 뭐 선골이 사실 좀 대단해서 일반인과 비교하긴 그렇지. 특히 엄마는 숨만 들이쉬고 내쉬어도 내공이 늘어나더라.”
“호흡만 해도 내공이 쌓이는 몸이라니, 들어 본 적도 없어.”
“엄마지체는 원래 그런 법이란다.”
“에이, 가 버려! 이 괴물 엄마!”
“우후후, 이제 먹을 영약도 다 떨어졌으니 슬슬 내공을 쌓아 보자구나. 칠주야 내도록 영약 먹느라 고생 많았어.”
“도움이라니? 세상에 어떤 사람이 나같이 영약을 먹고 이렇게 몸이 개구리처럼 불어 있겠어? 이런 상황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긴 해?”
“어머? 여기는 황궁에서 키운 고수밖에 없어.”
“그건 알아.”
“후후, 모르는 눈치인데?”
요희는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궁희들은 전부 영약빨이야. 다 아들과 같은 과정을 거쳤어. 아들이 유달리 재능이 없어서 많이 먹어야 했지만.”
천화가 깜짝 놀라 반문했다.
“진짜?”
“그럼, 나라에서 하는 건데 돈을 아까워할 것 같니? 궁희를 키우는 건 국책 사업이야. 국책 사업엔 시간이 중요하지 돈은 아무런 문제가 아냐.”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잖아?”
“뭐가 심해? 나라와 무림은 돌아가는 생리가 완전 틀려.”
궁희는 무림인들이 불온한 마음을 먹었을 때를 대비해 만든 최고의 고수들이다. 황족의 생명을 지켜 내는 이들인 것이다. 황족을, 황제를 지키는데 돈을 아까워할 이는 없었다. 한 나라의 주인이 그깟 돈 얼마에 벌벌 떨진 않았다.
무림에서야 한 문파의 최고 기재를 위해 만년설삼이니 뭐 이런 저런 영약을 덜덜 떨면서 선물하고 문파의 미래를 기약하겠지만 황궁에선 보양식 삼아 먹는다. 천 년의 소림사니 육백 년 무당이니 해도 황궁과는 규모가 다르다.
“그럼 잠시 후 혈희가 올라올 거야. 지금 녀석이 접대 중이라 부르기가 곤란하네.”
“접대?”
“본업은 기녀잖아.”
“아, 그랬지.”
천화는 그제야 엄마들의 직업을 떠올리고 가볍게 미소했다.
천화에게는 열 명의 엄마가 있다.
물론 피로 맺어진 이는 한 명뿐이지만, 천화는 그녀들 모두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차별 같은 것은 두지 않고 모두를 엄마로 불렀다.
십요궁희.
무림인들이 황실을 결코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황제의 무력 중 하나.
기녀 중에는 천화보다 겨우 몇 살 많을 뿐인 소녀도 있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불과한데도 혈희(血姬)라는 살벌한 명칭을 가지고 있었다.
오 층에 머무는 기녀의 화명은 혈희. 이름은 주란(朱蘭).
나이는 열두 살에 불과한데 그 몸에 품은 내공이 사 갑자에 이른다. 본래는 무림에서 태어난 소녀라던가. 무림의 겁난에 휘말려 부평초처럼 떠돌던 소녀를 보다 못해 춘희(春姬)가 손잡고 데려왔다고 했다.
그래서 무공의 정도가 실로 대단하다고. 게다가 그 나이엔 당연히 달릴 내공을 영약으로 해결한, 천화에게 가장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엄마였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해야 할 일? 그게 뭔데.”
“내공심법 익혀야지.”
“내공심법! 세상에, 엄마가 그걸 가르쳐 줄 거라고? 뭘 가르쳐 줄 건데? 불문의 신공? 아니면 무당이나, 아니 좀 패도적인 걸로 옛날 천하제일문(天下第一門)의…….”
“거기까지. 미리 알려 주면 재미없잖아?”
“말도 안 돼. 당사자는 알아야지.”
요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엄마가 이상한 거라도 가르쳐 줄 것 같아? 아니면 벌써 핏줄조차 의심하는 그이의 혈통을 닮아 가는 거니.”
“그이라니, 그게 누군데.”
“네 아버지.”
“그 아버지는 핏줄조차 의심하고 그랬대?”
요희는 일순 바닥을 바라보면서 말문을 닫았고 천화는 급히 사과했다.
“아무튼 엄마가 가르쳐 줄 내공심법은 굉장한 거라고? 게다가 익히는데 엄청난 시간이 절약되지. 좋은 내공심법이란 오랫동안 갈고닦아서 천하무적이 되는 게 아니야.”
“그럼?”
“빠르고 천하무적이 되는 내공심법이 최고지.”
기가 막힌 나머지 천화는 고함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런 심법이 있으면 최고겠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어머, 무예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 써 온 거야. 있을 수 없다고? 그럼 옛날의 사람들은 등평도수(登萍渡水)나 금강불괴(金剛不壞) 같은 걸 사용할 수 없었으니 있을 수 없다고 말할 거야? 무림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있을 수 없는 거야. 그런 내공심법은 있어.”
“그럼 가르쳐 줘 봐.”
“후회 안 하지?”
“그래, 안 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테니 그 훌륭한 무공, 나도 맛 좀 보자.”
“알았어, 그럼 눈 감아.”
천화는 주저 없이 눈을 감았다.
왜 내공심법을 운기할 때나 익힐 때는 다들 눈을 감지 않던가. 책을 읽으면서 매번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내공심법을 전수 받으려고 하니 이해가 된다. 그냥 알아서 눈이 감긴다.
그런데 갑자기 느껴지는 이 통증은 뭔가.
보통 등 쪽이 따스해지거나 하는 게 아니던가? 아니면 뭔가 내공심법에 도움이 되는 신비한 단어를 읊어 준다거나. 그런데 이건 뭐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뒤통수가 너무 아프다. 상단전이라는 게 있다고는 하는데 그게 뒤통수에 붙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의식이 흐려진다.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것 같다. 물론 두꺼비처럼 부풀어 버린 몸 때문에 앞으로 쓰러지는 것 같다가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지만. 뺨이 바닥에 닿는 그 순간이었다.
“시작해 볼까, 음!”
요희의 상쾌한 웃음 뒤로 어둠이 깔린다.

의식에서 깨어났을 때는 언제나 시야의 모든 것이 가까워 보인다.
덕분에 혈희의 얼굴마저도 아주 가까웠다.
“혈희?”
혈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혈희가 앞에 있는 걸까. 천화는 눈가를 비비적거리려다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몸을 떨었다. 생전 느껴 본 적도 없는 통증이라 눈물이 다 났는데 혈희가 그것을 어떻게 용케 알아채고서 손을 내밀어 눈가를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