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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띠링! 드래곤 로드 아몰레드가 당신의 선택에 매우 만족해합니다. 드래곤 로드 아몰레드와 친밀도가 오릅니다. 드래곤과 종족 친밀도가 약간 오릅니다.

효과음과 함께 친밀도 상승을 알렸다.
“알았다. 새로 맡길 물건들이 있으니 내 창고를 들르도록. 이번에 일족인 카샤나레드의 해츨링이 깨어나서 육아실로 쓸 작은 레어의 인테리어를 새로 꾸며 주는 걸로 축하 선물을 대신할까 하는데, 필요한 만큼 적당히 골라가게.”
서로에게 무관심한 드래곤들이지만 종족별로 10마리도 안 되다 보니 해츨링의 탄생은 축하할 경사였다.
한은 카샤나레드의 별장 레어를 떠올리며 견적을 뽑았다.
“카샤나레드 님의 취향을 고려해 보면 고대 왕실풍이 적당하겠군요. 벽지와 가구, 커튼을 준비하겠습니다. 대략 삼 주 정도 걸립니다.”
한은 고대 왕실풍에 빠져 있는 카샤나레드 덕분에 고대 왕가의 의식주와 풍습에 관한 문헌을 습득할 수 있었다.
카샤나레드는 번역을 돕다가 귀찮다며 한에게 고대어 지식을 아예 심어 주었다.
고대어를 한 글자라도 해석하고자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 중인 학자들과 마법사, 신관들이 알게 된다면 쓰러질 일이었다.
카샤나레드는 대륙에서 고대어가 밝혀진다면 고대 마도 병기들이 재출현할 가능성을 우려해서 한에게 고대어를 타인에게 가르치지 못하도록 맹세를 시켰다.
한은 아몰레드의 레어에 들렀다가 다시 이동했다.
각 종족별 로드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공물을 전달했다.
장인의 귀한 물건을 탐욕스러운 드래곤에게 한꺼번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부탁하는 격이었다.
한은 다시 아몰레드의 레어로 가서 그의 힘으로 카샤나레드의 레어로 이동했다.
카샤나레드의 깨알 같은 희망 사항을 경청하여 레어 인테리어 개조 방향을 정한 후 영지로 돌아왔다.

“마계 제1마왕 옥타브엘의 영광된 권좌로.”
영지로 돌아온 한은 쉴 새 없이 워프게이트 옆에 설치된 차원의 문을 약속된 시동어로 열고 마계(魔界)로 넘어갔다.
한의 영주성에 있는 차원의 문은 마계의 제1마왕 옥타브엘이 직접 설치해 준 한 전용의 문이었다.(물론 입구는 마계에 있고, 출구가 될 마법이 담긴 마석을 받아서 가지고 왔다.)
옥타브엘은 화려하고도 장엄한 마왕의 옥좌에 앉아 권태롭게 하품을 했다.
옥타브엘은 굵은 가락지를 낀 손을 턱에서 떼며 한의 인사를 받았다.
“평소보다 이르게 왔군.”
“제공해 주신 마석(魔石)이 최상품인지라 순도가 높아서 제작이 순조로웠습니다.”
옥타브엘은 쿡쿡 웃었다.
“지난번 마왕성 공사에 동원한 마기(魔氣)를 흠뻑 머금은 바닥재와 마화(魔火)가 타오르는 샹들리에가 호평이야. 그래서 너 나 없이 최상급 마석을 바치더군.”
한은 이번에도 인벤토리를 열어 마왕에게 바칠 상납품을 주섬주섬 꺼냈다. 마왕과 친밀도가 약간 올랐다.
옥타브엘의 옆에 시립해 있던 시종장이 한에게 주문 목록을 건넸다.
한은 목록과 창고 열쇠를 받아 들고 재료를 챙겨 다시 마왕의 옥좌가 있는 대전(大殿)으로 돌아왔다.
“이것을 받게.”
옥타브엘이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의 긴 손톱 끝에 초록빛 핏방울이 뭉치더니 한에게로 날아왔다. 선명한 광택을 가진 보석 같은 피였다.
“마혈(魔血)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옥타브엘의 피니 그대가 이것을 받아 흡수한다면 단번에 고위 마족이 될 테지.”

―띠링!

알림음과 함께 한의 시야 한 쪽에 정보창이 떴다.

―마혈을 입수했습니다.
―제1마왕 옥타브엘의 순수한 정기가 담긴 피입니다.
―마계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급 재료입니다.
―흡수한다면 종족 ‘인간’에서 종족 ‘고위 마족’으로 바뀌게 됩니다.
―제1마왕 옥타브엘로부터 마왕의 권족이 되기를 권유받았습니다.

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전투력이 형편없어서 마족이 되면 곤란합니다.”
마족은 힘과 끊임없는 전투를 숭상하는 종족. 마왕이라도 보다 강한 마족이 나타나면 자리를 뺏겼다.
옥타브엘은 피식 웃었다.
“이미 준 것이니 알아서 쓰게.”
“감사합니다.”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 고마웠다.
박하디 박한 생산직 보상 시스템에서 이 정도의 횡재는 드물었다.
고위 마족의 피는 연금술이나 생산직의 귀한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마법사들에게 팔면 부르는 게 값이었다.
더구나 마왕급이니 적어도 반년 치 생활비 정도는 통장에 들어올 귀한 물건이었다.
여태껏 마왕의 피를 다뤄 보긴 했지만 늘 가공해서 바쳐야 했다.
순수한 하사품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나마 이런 콩고물이 가끔 떨어지기에 생산직을 마스터한 보람이 있었다.
전투직에서는 갑부 소리를 듣는 유저가 여럿이었지만, 한은 그 정도로 충분히 만족했다.
한은 마왕전을 물러나와 ‘포르테’ 영지로 돌아갔다.

한이 차원의 문에서 나오자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리던 성의 집사가 나지막하게 아뢰었다.
“애너벨 아가씨가 와 계십니다.”
로브 속에 얼굴이 반 넘게 가려진 한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한 님∼”
문이 열리며 화려한 드레스를 걸쳤지만 조신해 보이는 고양이 인상의 여자가 나타났다.
현실에서는 20세의 여대생인 유저였다.
“애너벨 님.”
애너벨은 굳은 표정의 한에게 다가와 부채로 입을 가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저번 거래에 운숭 중에 마차의 바퀴가 빠지면서 품목의 20%가 유실되었답니다. 납기일이 늦어졌다고 바토르 백작님이 노발대발하셨어요.”
“배상하겠습니다.”
한은 무뚝뚝하게 말하고 애너벨의 말과 함께 떠오른 정보창을 확인했다.

운송 사고!
운송 계약을 맺은 애너벨 상회가 배달 중 마차 사고가 일어났다.
바토르 백작의 주문품 20%가 유실되었으며 납기일이 5일 연체되었다.
애너벨 상회와 포르테 영지는 3:7의 책임 조건.
계약에 따라 책정된 배상금 : 52,700골드

한은 배상 수락 버튼을 눌렀다.
집사는 한의 옆에서 끓어오르는 표정을 간신히 감추고 콧수염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호호, 언제나 정확하시군요. 하지만 신용도는 꽤 하락하셨겠어요.”
애너벨은 한이 현재 거래 중인 인물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진상 고객이었다.
애너벨 상회의 애너벨과 바토르 백작은 현실에서 친남매에 같은 길드 소속이었다.
애너벨과 바토르는 비열한 수법으로 협박을 가해서 강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대놓고 악용했다.
그러나 바토르는 고랭크 유저 및 강한 길드들에게 신망을 쌓아 놔서 협력자가 많았고, 애너벨 역시 인터넷에서 유명한 얼짱으로 통해 흠모하는 유저들이 많아서 함부로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들의 평판이 그리 나쁘지 않은데 어째서 유난히 춥고 고달픈 생산직인 한을 핍박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용건이 끝나셨으면 저는 바빠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애너벨의 비아냥을 상대할 생각이 없는 한은 자신의 영지인데도 쫓겨나듯이 급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의 뒤에서 애너벨이 앙칼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사실 애너벨은 우연찮게 한이 도적에게 공격을 당해 로브를 잃었을 때 그 속에 감춰진 놀랄 만큼 깔끔한 용모를 보고 반했다.
그래서 열을 올리며 쫓아다녔는데 애정 문제에 둔한 한은 여심(女心)을 몰라 주고 부담스럽게 여기며 피했다.
한은 태어나자마자 비실거리는 몸으로 부모를 실망시켰다.
발달이 빨랐던 형과 비교해서 많이 늦된 아이였다.
한의 부모와 형은 그런 한을 냉대하고 무시했다.
한은 그래서 자신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리라 확신했다.
형의 완벽함과 다른 자신의 외모는 형편없다고 생각했다.
한은 잘해 주는 사람들이 원래 무척 선량해서 밑바닥 쓰레기 같은 루저인 자신에게도 친절하다고 여겼다. 모델이나 티비 출연 섭외는 오해 내지는 동정 섞인 위로라고 여겼다.
대중 앞에 나설 때 반응이 호의적이어도 그런 반응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언제나 한의 단점을 트집 잡으며 깎아내리던 식구들 덕에 자신의 실수와 그르친 점에만 급급한 습관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두려워하고 대인 관계에 서툰 덕분에 극도로 내성적인 아이로 크다가 고1 때 왕따를 당한 경험은 치명적이었다.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한이 조금은 일에서 자신감을 가졌다.
부모와 형이 게임을 싫어하므로 게임 속에서 마주칠 일이 절대 없다는 점도 큰 영향이 있었다.
형은 친구들의 강권으로 잠깐 가상현실 접속기를 썼다가 팽개쳤다.
이런 한의 사정을 알리 없는 애너벨은 자신을 꺼리는 한에게 자존심에 금이 갔다.
아직 미련이 남은 연정도 한에 대한 미움을 부채질했다.
바토르는 여동생 애너벨이 분루를 흘리며 요청하자 덩달아 복수심을 불태웠다.
바토르는 여리고 다정한 애너벨이 미워한다는 이유만으로 한을 공적으로 삼았다.
이렇게 사감이 섞인 남매의 분풀이는 한에게 피곤한 부담일 뿐이었다.

한은 집무실로 돌아와 도시락을 꺼내고 한숨을 지었다.
만찬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식당으로 내려가면 애너벨이 나타나 속을 긁을 게 뻔했다.
요리사의 정성이 깃든 도시락은 맛이 좋았으니 별 불만이 없었다.
‘교역 정보.’
한은 영지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개인 교역 정보창을 열었다.
한은 유저보다는 NPC와 거래창을 먼저 확인했다.
‘특별히 어려운 요구는 없군.’
각 국의 왕궁, 귀족들, 영주들에게 납품 현황이 그래프와 도표로 나타났다.
귀족들의 소모품을 최상품으로 공급하면서 겨우 원료와 제작비에 가까운 보상이 돌아오는 정도였다.
생산직에게 필수적인 ‘몹시 착취 당함. 수탈의 첫 번째 대상’이라는 현상이었다.
왕후장상들의 의뢰는 피곤했다. 일은 까다롭고 이득은 쥐꼬리였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한을 쥐어짜 생산 스킬을 빠르게 발전시킨 원동력이기도 했다. 또한 덤으로 ‘포르테’ 영지까지 하사받았으니 불만은 없었다.
한은 미리 준비해 둔 물품들을 이송 명령시켰다.
마법 길드와 용병 길드, 도적 길드, 정보 길드, 어쌔신 길드, 연금 길드, 각종 제조 길드, 정령 길드에서도 거래 건으로 도착한 메시지가 많았다.
그나마 이들이 공정한 대가를 치르는 편이었다. 실력 위주의 길드들이라 생산직일지라도 장인의 경지인 한에게는 존중을 보였다.
공정한 대가라고는 해도 시세 밸런스로 치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대륙의 주요 인물들로부터 의뢰 퀘스트가 몇 건 와 있었다. 보상이 대박은 아니라도 소박이나 중박쯤은 주는 고마운 의뢰였다.
한은 미리미리 챙겨 둔 물건들을 창고에서 운송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우적우적.
한은 도시락을 까먹으며 일상이 된 이 모든 일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이젠 휴식 시간이다.’
한은 두 팔을 깍지를 껴 펼쳐 우두둑 관절을 풀고 목을 휘휘 저었다.
‘영지 정보창!’
한은 영지 정보창을 다시 불러냈다.
영지를 돌보는 일은 한에게 몹시 즐거운 작업이었다.
비록 영지를 통해서는 직접적인 수익을 거의 얻지 못하지만, 한은 영지의 발전에 최선을 다했다.
한은 영지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만큼 사랑받는 영주는 달리 없었다.
한 역시 영지민들을 사랑했다.
게임 속의 거주민―NPC―들의 감정은 인물 정보 상태창을 통해 수치로 표현이 되니 편했다.
NPC들은 인물 정보창만 살피면 그들이 한에게 어떤 감정을 얼마나 갖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한이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는 이들에 한해서이지만 그래도 한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한은 게임 속에서야 진정한 안식을 취했다.
한에게 유저들은 현실만큼은 아니라도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영지민들은 가장 가까운 진정한 가족 같은 존재들이었다.
“산업 보좌관 호출.”
“부르셨습니까? 한 님.”
산업 보좌관 데로스가 나타나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이 직접 교육시키고 발탁한 행정관 출신의 유능한 관료였다.
“영지민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조금 빠르다. 늘어날 실업자들을 고용할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해. 지금은 어디가 예정되어 있지?”
“최근에 제조소 건물 11기가 건설 완공되었습니다. 용도를 결정해 주십시오.”
한의 시야에 제조소의 건물 정보창이 떴다.
매뉴팩처 같은 가내수공업 건물들인데, 한의 설계로 잘 조직화되어 있어서 산업사회의 소규모 공장 정도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영지 내 산업 현황 중 거래 증가량 대비 부족한 분야는 무엇이지?”
“적절히 분배되었기 때문에 어떤 분야를 선택하셔도 됩니다.”
한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을 점검했다.
한은 식품, 요리, 의류, 피복, 장신구, 건축 등을 마스터했다. 각종 채집, 채광, 수렵, 번식, 개량 및 브리딩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은 의사나 약사가 아니었지만 기초 약학과 기초 독 제조도 마스터했다.
생산직 마스터가 된 이후 특수 퀘스트를 통해 공작 기계 제조 및 설계 같은 기술도 입수했다.
한마디로 직접적으로 전투에 관련된 물건들만 제외하고는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생산, 제조 스킬을 마스터했다.
이것은 한이 의도했다기 보다는 생산직 메인 시나리오를 따라가다 보니 피치 못해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3차 가공 공장으로 하지. 3차는 수가 적으니까 각각 다른 분야로 배치하고.”
“아직 3차 가공으로 넘어갈 수준의 직능인은 숫자가 부족합니다.”
“어차피 이 공장은 인구 증가를 대비하려고 세운 곳이야. 공장이 완공될 쯤엔 어느 정도 직능인들이 증가할 거고, 2차 가공 공장에 있는 직능인을 3차로, 1차를 2차로 옮기면 되니까.”
“아하, 그렇게 해서 1차 가공 공장의 자리를 비우시려는 거군요. 1차 가공 공장은 짧은 훈련 기간으로도 쉽게 현장 투입할 수 있으니까요.”
“음. 적당 임금에 적당 이윤, 주요 물품도 거의 소모품이고 쉬운 것들이라 융통성이 있어서 좋지.”
그러면 신규 이주민들이 직업을 갖게 되어 가족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벌 수 있을 것이다.
“3차 가공 공장부터는 명장의 브랜드 네임을 달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포르테 골드’로 하시겠습니까?”
“신규 공장에는 ‘포르테 실버’로 해. 3차이긴 하지만 직원들을 무리해서 급히 진급시킨 곳이라 아무래도 기존 3차 공장보다 품질이 떨어질 테니까. 뭐… 우리 내부적으로는 2.5차쯤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보급형이군요.”
“잘 봤네. 3차 가공 물품 중에서는 염가 판매용이지.”
“그동안 3차 가공 물품이 공급이 많이 달리고 워낙 고가라 엄두를 못 내던 주민들이 기뻐하겠습니다.”
산업 보좌관이 감탄하자 한은 빙그레 웃었다.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한은 다시 영지 정보창을 불러냈다.
영지의 자립도는 이제 거의 완벽했다.
허허벌판이었던 처음에는 일일이 한의 손을 거쳐야 식량과 생필품이 생겼지만, 지금은 훌륭히 농, 공, 상업이 조화를 이루어 제대로 가동되는 발전된 도시였다.
한은 흐뭇하게 웃으며 느긋한 휴식을 취했다.
영지 정보창 한쪽에 깜박이는 우편함을 클릭했다.
영지민들이 보낸 팬레터가 쌓여 있었다.
존경과 흠모에 가득한 영지민들의 소박한 편지는 한에게 큰 보람을 안겨 주었다.
개중에는 가식적인 아첨도 석여 있었지만 위험인자들은 일찌감치 솎아 냈기에 가볍게 넘겼다.
‘제가 섬기는 아루스 신께 언제나 영주님의 가호를 빌고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 년 8개월 전에 식솔을 데리고 영지민으로 편입된 미셀입니다. 역병에 걸린 저희 식구를 내치지 않고 치료해 주시고…….’
‘영주님, 산호 지구에 사는 피터예요. 어제도 저는 옆집 토드와 싸움을 했답니다. 나중에 커서 누가 먼저 영주님의 보좌관이 되는지 토론을 했거든요. 저는 토드보다 성적도 좋고 영주님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요. 옆집 토드는 뱀 허물이나 들고 와서 놀래키는 유치한 녀석이랍니다…….’
한참 편지를 읽는데 갑자기 주위가 흐릿해지며 새하얀 공간이 펼쳐졌다.
그러면서 뜬 메시지 창!

돌발 퀘스트!
―이계의 신으로부터 호출.

―강제 퀘스트입니다. 즉시 이동 됩니다.

강제 부여 퀘스트는 거절할 수 없었다.
한은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그와 동시에 대륙의 어느 곳에서 두 명의 최고 랭커들이 한처럼 빛을 타고 강제 전송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