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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설 1권(2화)
1. 파올로 백작가의 멸망


아르카스 대륙에는 이강, 오중, 삼약의 나라가 있었다.
모두 열 개의 나라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강한 나라라고 하면 카이라 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카이라 제국에서 명문이라고 불리는 파올로 백작가에 지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제국 내에서도 강한 가문으로 소문난 파올로 백작가가 적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챙챙챙!
“저들을 막아라.”
“크아악!”
“으악!”
“주군, 적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어서 서둘러 피신하십시오. 여기는 저희들이 막아 보겠습니다.”
“단장의 마음은 알겠지만 나는 파올로 백작가의 주인이네. 이대로 도망을 갈 수 없는 일이네.”
“주군,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피신하십시오.”
기사단장의 얼굴에는 안타까움과 다급함이 어려 있었다.
“체이서 경,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우리 제임스를 데리고 떠나 주게. 우리 가문이 멸망을 하게 되면 후에 힘을 키워 다시 가문을 일으키라고 전해 주게. 오늘 우리 가문을 공격한 적의 뒤에는 미첼 후작가가 있다고 전해 주게. 저들이 우리를 노린 이유는 얼마 전에 발견된 광산 때문이네. 금광의 크기가 크니 저들이 저렇게 단합을 하여 공격한 것이네. 여기 우리 가문의 인장이 있으니 제임스에게 전해 주게. 그리고 미안하네, 체이서 경.”
파올로 백작가는 강했고 그런 강한 가문에, 이번에 새롭게 커다란 금광을 발견하게 되었다.
강하기만 했던 가문이 이제는 자금도 풍부해지게 되면 더 이상 제국에서 파올로 백작가를 대적할 가문을 없게 되니, 미첼 후작은 눈엣가시 같은 파올로 백작가를 없애기 위해 다른 귀족들과 협상을 하여 공격을 하게 된 것이다.
제국 제일의 기사단을 보유한 가문이지만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충분히 상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귀족들을 설득하여 결국 백작가를 공격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하는 백작의 눈을 보니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눈이었다.
단장은 그런 주군의 안타까움 모습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크흑, 주군.”
제국 제일의 기사단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가지고 있는 기사단도 숫자에 밀려 결국 하나둘 죽어 나가고 있었다.
단장의 눈물과 주군의 눈을 보고 있던 체이서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주군, 부디 나중에 다시 뵈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체이서도 눈물을 참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적의 기습에 백작가의 전력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인사가 주군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을 체이서는 알고 있었다.
“고맙네, 명예로운 죽음을 주지 못해 미안하네. 부디 제임스를 잘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주군. 크흐흑!”
체이서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리면서 소영주가 있는 별관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백자가의 소영주인 제임스는 아직 어린 이제 다섯 살의 나이였다.
“소영주님, 어서 가셔야 합니다.”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데?”
“나중에 오신다고 하셨으니 우선은 소영주님이 먼저 가셔야 합니다.”
체이서는 소영주인 제임스를 자신의 품에 안아 들고 빠르게 저택의 비밀 통로를 향해 갔다.
힘들지만 비밀 통로만 빠져나가면 소영주를 살릴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체이서는 비밀 통로의 입구에 도착을 하였지만 입구가 너무 좁아 소영주인 제임스를 먼저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소영주님, 어서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제가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알았어. 들어갈게.”
체이서의 말에 제임스는 비밀 통로의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아직 살아 있는 기사가 있다.”
제임스가 안으로 들어가자 그 뒤로 바로 쫓아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하였는지 고함을 치고 있었다.
체이서는 소영주인 제임스가 안으로 들어가 있으니 결국 자신이 소영주의 안전을 위해 적들을 유인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소영주님. 저와 예전에 갔던 피에로의 언덕을 아실 것입니다. 비밀 통로를 따라가시면 그리로 나오니 제가 갈 동안 기다려 주십시오.”
체이서는 제임스를 보며 말을 하고는 빠르게 입구를 무너뜨렸다.
체이서가 사라지며 입구가 무너지자 제임스는 무섭고 몸이 떨렸지만 이제는 나갈 방법이 없으니 계속해서 어두운 통로를 따라가야 했다.
“흑! 체이서 경 어서 와. 나 무섭단 말이야.”
제임스는 통로의 안으로 걸어가면서 울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걸음을 계속 걷고 있었다.
체이서는 그런 소영주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적들을 다른 방향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체이서는 적의 기사가 두 명밖에 되지 않아 이들을 죽이고 떠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놈들만 죽이면 소영주님에게 갈 수가 있겠다.”
체이서는 두 명의 기사에게 은밀히 접근을 시도했다.
다행이 두 명의 시선이 다른 곳에 있는지 체이서가 접근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체이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에 접근하자 이내 검으로 공격을 하였다.
“차앗!”
서걱. 서걱.
“크악!”
“으악!”
체이서의 검에 한 명은 목이 달아났고, 한 명은 크게 가슴에 검상을 입었다.
체이서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였다는 것을 알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갔다.
하지만 체이서에게는 그런 행운이 없는지 도망을 가는 곳에 또다시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다니 실력이 제법 있는 놈이구나.”
체이서는 자신을 향해 입을 연 놈을 보고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죽으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소영주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해졌다.
“오너라, 오늘 너희들에게 파올로 백작가의 검을 구경시켜 주마.”
체이서는 신념이 불타는 눈빛을 하며 상대를 보았다.
제국의 기사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기개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체이서는 상대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기개가 넘치는 놈이구나.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살려 줄 수는 없구나. 모두 쳐라.”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리자 바로 기사들은 체이서를 향해 공격을 하였다.
제국 제일의 기사단에 소속이 되어 차후의 단장을 바라보는 체이서였기에 그 실력은 대단하였다.
챙챙챙!
“으악!”
“크윽!”
체이서도 기사들의 공격에 무사하지는 못했다.
왼쪽 팔에는 크게 부상을 당했는지 피가 뚝뚝 떨어졌고 등에도 기다란 검상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부상을 입었는데도 체이서는 필사적으로 도주를 하고 있었다.
기사들이 쫓으려고 하니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만류했다.
“그만두어라, 저자가 도망을 가도 더 이상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들은 불만을 표시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바로 수장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 때문이었다.
저런 얼굴이 되었을 때문 무조건 조심해야 했다.
체이서는 소영주가 있는 방향으로 필사적으로 도주를 하였고, 기사들이 따라오지 않는 것에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조심하며 이동을 하였다.
백작가의 저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작은 산의 정상에는 작은 동굴이 있었다.
여기는 제임스가 자신의 은신처로 지정을 하여 기사들과 놀기도 하는 그런 장소였다.
그 안에는 제임스가 오돌오돌 떨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이서는 그 동굴의 입구에 도착을 하자 더 이상은 서 있을 힘도 없었는지 바로 쓰러지고 말았다.
털썩!
“소영주님.”
“체이서?”
체이서의 목소리에 제임스는 바로 달려 나왔다.
제임스의 눈에는 피투성이의 몸을 가지고 쓰러져 있는 체이서의 모습에 두려움과 무서움에 그대로 울고 말았다.
“으앙, 체이서, 어서 일어나.”
“소영주님 저의 말을 잘 들으십시오. 가문의 원수는 바로 미첼 후작가입니다. 미첼 후작이 저희 가문이 발견한 광산 때문에 다른 귀족들과 단합을 하여 공격을 한 것이니 절대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여기 이것을…….”
체이서는 피에 젖은 품에서 작은 반지를 꺼내었다.
제임스도 반지를 보고는 가문의 인장이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바로 반지를 받았다.
제임스가 반지를 받자 체이서의 눈에서는 서서히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제 자시의 임무를 완수하였다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체이서, 체이서. 이대로 죽으면 안 돼.”
제임스는 아직 나이가 어린 다섯 살의 소년이었다.
그런 제임스에게는 눈앞의 현실은 가혹한 일이었다.
“소… 영주… 님……. 부… 디 행복하… 십시…….”
체이서의 고개가 마지막을 잇지 못하고 떨어졌다.
“체이서, 체이서!”
제임스는 체이서의 이름만 불렀다.
아무리 흔들어도 말을 하지 않는 체이서를 보고 이제야 죽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제임스였다.
“미첼 후작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