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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설 1권(3화)
2. 아들이 태어나다(1)
여름이라 그런지 햇살의 따가움에 몸이 익을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 무더위에도 창고의 안에서는 포대를 나르고 있는 남자들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하세.”
선임자의 말에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흐르는 땀을 닦았다.
“휴우, 덥다. 이렇게 더운데 저걸 언제 다 옮기냐?”
“제임스, 자네는 오늘 이곳에는 처음이지?”
“예, 그렇습니다. 형님.”
“여기서 일을 하다 보면 자네도 더위에 익숙해질 걸세.”
중년의 옆에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먹어 보이는 남자와 말을 나누고 있었다.
이때 급하게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제임스, 자네 지금 부인이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어서 가 보게.”
“아니, 갑자기 진통이라는 무슨 소리야? 진통이 오려면 다음 달이 되어야 하는데?”
제임스는 친구의 말에 의문스러운 눈빛을 하며 반문하였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확실히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어서 가 보게.”
“그래, 여기 일은 걱정 말고 어서 가 봐.”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권하니 제임스도 이상하지만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집에 가 보고 오겠습니다.”
제임스는 그렇게 집을 향해 달려갔다.
탁탁탁.
집을 향해 달려가는 제임스의 발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집에 거의 도착한 제임스는 자신의 집에 아낙들이 있는 것을 보고는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아악!”
“조금만 더 힘을 줘.”
집 안에서는 아이를 낳기 위해 산모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는 아내의 비명 소리에 마음이 불안하기만 했다.
“어… 떻게 된 겁니까?”
“나도 모르지만 아이가 빨리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옆집 여자의 말에 제임스는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초산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정상적인 분만이 아니라는 말에 불안해진 것이다.
제임스가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안에서 드디어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응애, 응애.”
아이의 울음소리는 주변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제임스 씨 축하해요.”
“그래요, 축하드려요.”
“모두 감사합니다.”
모여 있던 아낙들은 제임스에게 축하의 인사를 해 주었다.
제임스는 축하 인사에 건성으로 대답을 해 주었다.
제임스의 정신은 오로지 지금 안에 있는 아내와 아이의 걱정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덜커덕.
문이 열리며 안에서 노파가 나왔다.
마을의 유일한 산파였다.
“축하하네, 아들일세. 어서 들어가 보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임스는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서서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초췌해진 얼굴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제임스는 그런 아내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고… 고맙소. 노라.”
“아니에요. 당신의 아들이니 어서 와 보세요.”
지금 시대에는 자식을 낳으면 부모가 이름을 바로 지어 주는 풍습이 있었다.
제임스도 아내가 임신을 하자 아들과 딸의 이름을 미리 지어 두었다.
아들이면 브레인이었고, 딸이었으면 스잔이라고 지어 두었다.
제임스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내의 옆에 있는 작은 아이를 보았다.
아직 눈도 떠지지 않은 그런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눈물이 나왔다.
제임스는 떨리는 손으로 아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아… 아들이구나. 나의 아들이구나…….”
제임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노라는 그런 남편을 보며 자신도 눈물이 났다.
노라도 제임스의 과거를 들어 알고 있어서였다.
자신을 만나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지만 한때는 가문의 복수를 위해 미친 사람처럼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제임스, 아들의 이름을 지어 주셔야지요.”
노라의 말에 제임스는 흐르는 눈물을 소매를 훔치며 호탕하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노라. 내가 이미 이름을 지어 두었소. 우리의 아들의 이름은 브레인이라고 지었다오.”
“브레인… 브레인이라. 부르기 좋은 이름이네요, 제임스.”
“하하하, 이제 우리 아들의 이름은 브레인이오. 브레인.”
제임스는 아들의 모습에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혈혈단신으로 용병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아내와 이제는 자식까지 생겼으니 제임스에게는 정말 이 행복이 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복수를 부르짖으며 지내 온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제임스가 체이서가 죽고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지나가던 용병들에 의해서였다.
상단의 호위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중에 기절한 제임스를 만나 거두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린 제임스는 자신을 살려 준 사람들이 용병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아직은 자신의 나이가 어리니 복수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은 이들과 생활을 하면서 몸을 수련하며 지내자.’
귀족이었던 제임스가 용병들과 생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제임스는 묵묵히 이를 참고 견디어 냈다.
용병들과 생활을 하면서 용병들이 사용하는 실전 검술을 배우기는 했고, 가문의 검술도 익혔지만 마나 호흡법이 없으니 기사를 상대하기에는 자신의 힘이 너무나도 미약하기만 했다.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검술을 연마하였지만 마나 호흡법이 없는 검술로는 초보 기사도 상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실망감에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 살아서 무엇을 하나? 차라리 죽어 버리자.”
제임스는 그렇게 죽으려는 마음을 먹고 있을 때 자신을 지금까지 보살펴 준 용병 단장이 다가왔다.
용병 단장은 제임스가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 주었기에 제임스의 사연을 알고 있었다.
“제임스, 지금은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 복수는 꼭 너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문의 복수는 대를 이어 하면 되니 자신이 안 되면 아들에게, 아들이 안 되면 또 그 자식에게 부탁하면 된다. 그러니 당장 죽고 싶어도 방법을 찾아라. 복수를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용병 단장은 복수는 부질없는 짓이라고 해 주고 싶었지만 제임스의 눈빛을 보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복수에 미쳐 있는 놈에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 주어도 듣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제임스는 단장의 말에 자신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나이는 이제 열다섯이었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확실한 방법을 찾겠습니다. 단장님.”
제임스는 반드시 마나 호흡법을 배워 실력을 키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후로 제임스는 어린 나이로 용병 생활을 하며 마나 호흡법을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자신이 원하는 복수를 하기 위해 필요한 마나 호흡법은 결국 얻지 못하고 있었다.
용병 생활이 십 년이 되어도 찾지 못한 마나 호흡법을 언제 찾을 것인가에 저절로 한숨을 쉬며 삶의 의욕을 잃고 술에 찌들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제임스에게 사랑이 찾아오게 되었고, 제임스는 지금의 아내인 노라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마나 호흡법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아내인 노라의 설득에 이곳 마을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브레인이 태어난 지 십삼 년이 흘렀다.
포리 마을의 한 언덕에는 마을의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브레인, 오늘은 저기로 가 보자.”
“저기는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이잖아?”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하지만 솔직히 궁금하지 않아?”
“피터 나는 가지 않을래, 위험한 곳에 가서 야단을 맞으면 나만 손해잖아.”
아이들이 가자고 하는 곳은 포리 마을뿐만 아니라, 영지의 모든 마을에 영주가 직접 금지로 지정한 곳이었다.
계곡이 있는 곳에는 항상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어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들어갔지만 돌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 계곡을 발견한 사람은 영지에 살고 있던 한 명의 사냥꾼이 발견을 하여 영주에게 보고를 하였다.
“영주님, 예전에는 없던 계곡이 나타났습니다.”
“아니, 갑자기 무슨 계곡이 생겼다는 말인가?”
“예, 갑자기 계곡이 생겼다고 합니다.”
가넨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는 아주 현명하다고 소문난 세미르 자작이었다.
“당장 계곡을 확인하고 보고하라.”
“예, 영주님.”
계곡에 대한 확인을 하러 간 기사와 병사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 결국 영주가 직접 확인을 하기 위해 갔다.
세미르 자작은 계곡에 도착을 하여 기사들과 병사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들었다.
“영주님, 저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습니다. 기사님과 병사들이 들어간 지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계곡의 입구를 지키는 병사의 말에 세미르 자작은 안개에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가장 신기한 것은 갑자기 계곡이 생겼다는 이유였다.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계곡이 갑자기 생길 수가 있다는 말인가?’
세미르 자작은 갑자기 생긴 계곡에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기사들과 병사들도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지 영주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일단 마법사를 초빙하여 계곡에 대해 조사를 해 봐야겠다. 혹시 저 안에 중요한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세미르 자작은 계곡에 대해 조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바로 고서클의 마법사를 수배하였다.
하지만 헤이론 왕국에서도 고서클의 마법사는 많지 않아 구하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고서클의 마법사가 아니면 계곡의 비밀을 풀지 못할 것 같았다.
세미르 자작의 노력으로 고서클의 마법사를 구해 계곡에 대한 조사를 하라고 하였다.
“그대는 지금 당장 계곡에 대해 조사를 하시오.”
“그렇게 하지요.”
마법사는 영주인 세미르 자작과 함께 계곡이 있는 곳으로 갔다.
계곡에 도착한 마법사는 신기한 눈빛을 하며 안개를 보고 있었다.
“도대체 저 안개의 정체가 무엇이오?”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상한 기운이 저 안개 속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마법사는 안개에 비밀이 있다고 보았는지 자신의 마법을 이용하여 안개를 사라지게 하려는 노력을 하였지만 안개는 어떠한 마법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영주님. 제가 안개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니, 기사들과 병사들도 안개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지 못했소?”
세미르 자작은 기겁을 하며 반대를 하였다.
마법사는 영주가 반대를 해도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굳혔는지 세미르 자작의 눈을 보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도 마법사의 마음이 변하지 않자 결국 세미르 자작이 허락을 하고 말았다.
“알았소. 하지만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나오겠다고 약속해 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영주님.”
마법사는 당당하게 안개 속으로 들어갔고 그 후로 그를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영주인 세미르 자작은 자신의 영지에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함구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계곡의 일은 누구도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누구라도 이 비밀을 발설하게 되면 죽음으로 다스리겠다.”
영지에 이상한 곳이 있다는 소문이 나게 되면 이는 자신의 영지에 좋지 않는 일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서였다,
백 년 전에는 각국이 전쟁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왕국의 치안도 그리 좋지 않았다. 자신들이 비밀을 밝히게 되면 영지의 영주가 바뀔 수도 있었기에 영지민들도 영주의 말을 따라 절대로 비밀을 지키기로 하였다.
2. 아들이 태어나다(1)
여름이라 그런지 햇살의 따가움에 몸이 익을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 무더위에도 창고의 안에서는 포대를 나르고 있는 남자들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하세.”
선임자의 말에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흐르는 땀을 닦았다.
“휴우, 덥다. 이렇게 더운데 저걸 언제 다 옮기냐?”
“제임스, 자네는 오늘 이곳에는 처음이지?”
“예, 그렇습니다. 형님.”
“여기서 일을 하다 보면 자네도 더위에 익숙해질 걸세.”
중년의 옆에는 그보다 조금 나이가 먹어 보이는 남자와 말을 나누고 있었다.
이때 급하게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제임스, 자네 지금 부인이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어서 가 보게.”
“아니, 갑자기 진통이라는 무슨 소리야? 진통이 오려면 다음 달이 되어야 하는데?”
제임스는 친구의 말에 의문스러운 눈빛을 하며 반문하였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확실히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어서 가 보게.”
“그래, 여기 일은 걱정 말고 어서 가 봐.”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권하니 제임스도 이상하지만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집에 가 보고 오겠습니다.”
제임스는 그렇게 집을 향해 달려갔다.
탁탁탁.
집을 향해 달려가는 제임스의 발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집에 거의 도착한 제임스는 자신의 집에 아낙들이 있는 것을 보고는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아악!”
“조금만 더 힘을 줘.”
집 안에서는 아이를 낳기 위해 산모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는 아내의 비명 소리에 마음이 불안하기만 했다.
“어… 떻게 된 겁니까?”
“나도 모르지만 아이가 빨리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옆집 여자의 말에 제임스는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초산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정상적인 분만이 아니라는 말에 불안해진 것이다.
제임스가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안에서 드디어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응애, 응애.”
아이의 울음소리는 주변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제임스 씨 축하해요.”
“그래요, 축하드려요.”
“모두 감사합니다.”
모여 있던 아낙들은 제임스에게 축하의 인사를 해 주었다.
제임스는 축하 인사에 건성으로 대답을 해 주었다.
제임스의 정신은 오로지 지금 안에 있는 아내와 아이의 걱정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덜커덕.
문이 열리며 안에서 노파가 나왔다.
마을의 유일한 산파였다.
“축하하네, 아들일세. 어서 들어가 보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임스는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서서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초췌해진 얼굴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제임스는 그런 아내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고… 고맙소. 노라.”
“아니에요. 당신의 아들이니 어서 와 보세요.”
지금 시대에는 자식을 낳으면 부모가 이름을 바로 지어 주는 풍습이 있었다.
제임스도 아내가 임신을 하자 아들과 딸의 이름을 미리 지어 두었다.
아들이면 브레인이었고, 딸이었으면 스잔이라고 지어 두었다.
제임스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내의 옆에 있는 작은 아이를 보았다.
아직 눈도 떠지지 않은 그런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눈물이 나왔다.
제임스는 떨리는 손으로 아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아… 아들이구나. 나의 아들이구나…….”
제임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노라는 그런 남편을 보며 자신도 눈물이 났다.
노라도 제임스의 과거를 들어 알고 있어서였다.
자신을 만나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지만 한때는 가문의 복수를 위해 미친 사람처럼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제임스, 아들의 이름을 지어 주셔야지요.”
노라의 말에 제임스는 흐르는 눈물을 소매를 훔치며 호탕하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노라. 내가 이미 이름을 지어 두었소. 우리의 아들의 이름은 브레인이라고 지었다오.”
“브레인… 브레인이라. 부르기 좋은 이름이네요, 제임스.”
“하하하, 이제 우리 아들의 이름은 브레인이오. 브레인.”
제임스는 아들의 모습에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혈혈단신으로 용병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아내와 이제는 자식까지 생겼으니 제임스에게는 정말 이 행복이 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복수를 부르짖으며 지내 온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제임스가 체이서가 죽고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지나가던 용병들에 의해서였다.
상단의 호위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중에 기절한 제임스를 만나 거두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린 제임스는 자신을 살려 준 사람들이 용병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아직은 자신의 나이가 어리니 복수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은 이들과 생활을 하면서 몸을 수련하며 지내자.’
귀족이었던 제임스가 용병들과 생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제임스는 묵묵히 이를 참고 견디어 냈다.
용병들과 생활을 하면서 용병들이 사용하는 실전 검술을 배우기는 했고, 가문의 검술도 익혔지만 마나 호흡법이 없으니 기사를 상대하기에는 자신의 힘이 너무나도 미약하기만 했다.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검술을 연마하였지만 마나 호흡법이 없는 검술로는 초보 기사도 상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실망감에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 살아서 무엇을 하나? 차라리 죽어 버리자.”
제임스는 그렇게 죽으려는 마음을 먹고 있을 때 자신을 지금까지 보살펴 준 용병 단장이 다가왔다.
용병 단장은 제임스가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 주었기에 제임스의 사연을 알고 있었다.
“제임스, 지금은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 복수는 꼭 너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문의 복수는 대를 이어 하면 되니 자신이 안 되면 아들에게, 아들이 안 되면 또 그 자식에게 부탁하면 된다. 그러니 당장 죽고 싶어도 방법을 찾아라. 복수를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용병 단장은 복수는 부질없는 짓이라고 해 주고 싶었지만 제임스의 눈빛을 보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복수에 미쳐 있는 놈에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 주어도 듣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제임스는 단장의 말에 자신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나이는 이제 열다섯이었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확실한 방법을 찾겠습니다. 단장님.”
제임스는 반드시 마나 호흡법을 배워 실력을 키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후로 제임스는 어린 나이로 용병 생활을 하며 마나 호흡법을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자신이 원하는 복수를 하기 위해 필요한 마나 호흡법은 결국 얻지 못하고 있었다.
용병 생활이 십 년이 되어도 찾지 못한 마나 호흡법을 언제 찾을 것인가에 저절로 한숨을 쉬며 삶의 의욕을 잃고 술에 찌들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제임스에게 사랑이 찾아오게 되었고, 제임스는 지금의 아내인 노라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마나 호흡법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아내인 노라의 설득에 이곳 마을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브레인이 태어난 지 십삼 년이 흘렀다.
포리 마을의 한 언덕에는 마을의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브레인, 오늘은 저기로 가 보자.”
“저기는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이잖아?”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하지만 솔직히 궁금하지 않아?”
“피터 나는 가지 않을래, 위험한 곳에 가서 야단을 맞으면 나만 손해잖아.”
아이들이 가자고 하는 곳은 포리 마을뿐만 아니라, 영지의 모든 마을에 영주가 직접 금지로 지정한 곳이었다.
계곡이 있는 곳에는 항상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어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들어갔지만 돌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 계곡을 발견한 사람은 영지에 살고 있던 한 명의 사냥꾼이 발견을 하여 영주에게 보고를 하였다.
“영주님, 예전에는 없던 계곡이 나타났습니다.”
“아니, 갑자기 무슨 계곡이 생겼다는 말인가?”
“예, 갑자기 계곡이 생겼다고 합니다.”
가넨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는 아주 현명하다고 소문난 세미르 자작이었다.
“당장 계곡을 확인하고 보고하라.”
“예, 영주님.”
계곡에 대한 확인을 하러 간 기사와 병사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 결국 영주가 직접 확인을 하기 위해 갔다.
세미르 자작은 계곡에 도착을 하여 기사들과 병사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들었다.
“영주님, 저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습니다. 기사님과 병사들이 들어간 지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계곡의 입구를 지키는 병사의 말에 세미르 자작은 안개에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가장 신기한 것은 갑자기 계곡이 생겼다는 이유였다.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계곡이 갑자기 생길 수가 있다는 말인가?’
세미르 자작은 갑자기 생긴 계곡에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기사들과 병사들도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지 영주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일단 마법사를 초빙하여 계곡에 대해 조사를 해 봐야겠다. 혹시 저 안에 중요한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세미르 자작은 계곡에 대해 조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바로 고서클의 마법사를 수배하였다.
하지만 헤이론 왕국에서도 고서클의 마법사는 많지 않아 구하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고서클의 마법사가 아니면 계곡의 비밀을 풀지 못할 것 같았다.
세미르 자작의 노력으로 고서클의 마법사를 구해 계곡에 대한 조사를 하라고 하였다.
“그대는 지금 당장 계곡에 대해 조사를 하시오.”
“그렇게 하지요.”
마법사는 영주인 세미르 자작과 함께 계곡이 있는 곳으로 갔다.
계곡에 도착한 마법사는 신기한 눈빛을 하며 안개를 보고 있었다.
“도대체 저 안개의 정체가 무엇이오?”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상한 기운이 저 안개 속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마법사는 안개에 비밀이 있다고 보았는지 자신의 마법을 이용하여 안개를 사라지게 하려는 노력을 하였지만 안개는 어떠한 마법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영주님. 제가 안개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니, 기사들과 병사들도 안개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지 못했소?”
세미르 자작은 기겁을 하며 반대를 하였다.
마법사는 영주가 반대를 해도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굳혔는지 세미르 자작의 눈을 보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도 마법사의 마음이 변하지 않자 결국 세미르 자작이 허락을 하고 말았다.
“알았소. 하지만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나오겠다고 약속해 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영주님.”
마법사는 당당하게 안개 속으로 들어갔고 그 후로 그를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영주인 세미르 자작은 자신의 영지에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함구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계곡의 일은 누구도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누구라도 이 비밀을 발설하게 되면 죽음으로 다스리겠다.”
영지에 이상한 곳이 있다는 소문이 나게 되면 이는 자신의 영지에 좋지 않는 일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서였다,
백 년 전에는 각국이 전쟁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왕국의 치안도 그리 좋지 않았다. 자신들이 비밀을 밝히게 되면 영지의 영주가 바뀔 수도 있었기에 영지민들도 영주의 말을 따라 절대로 비밀을 지키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