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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설 1권(4화)
2. 아들이 태어나다(2)


“우리는 절대 말을 하지 말자고.”
“당연하지 우리 영주님 같은 분을 세상에 어디 있는가.”
세미르 자작은 그 당시 선정을 베푸는 영주로 영지민들에게 가장 좋은 영주라는 칭송을 듣고 있었기에 사람들도 그런 영주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들에게 잘해 주는 영주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는 것을 모르는 영지민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영지에 사는 사람들은 계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금기로 여겨져 아무도 계곡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지라는 말보다는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계곡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 바로 브레인이 살고 있는 포리 마을이었고, 마을의 아이들에게 계곡으로 가는 것이 하나의 용기를 실험하는 곳으로 인식이 되고 있었다.
“브레인, 계곡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실지로 그곳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그러니 우리도 한 번 가 보자.”
브레인과 친구로 지내는 엔더슨이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브레인을 보며 말을 하였다.
브레인은 친구들 중에 가장 덩치가 커서 그런지 은연중에 대장으로 아이들에게는 인식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인데 우리가 약속을 어기면 안 되잖아.”
“브레인, 그러지 말고 모두에게는 비밀로 하고 조용히 갔다 와 보자.”
피터는 유달리 호기심이 강한 아이였다.
평소에도 궁금함이 생기면 절대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브레인은 그런 피터의 얼굴을 보고는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러면 조용히 갔다 오는 것으로 하자. 대신에 이 일은 모두들 비밀로 해야 한다.”
“걱정하지 말고 가자.”
“우리도 절대 비밀로 할게.”
아이들은 이름 모를 계곡을 향해 가기로 결정을 하고 열심히 걸음을 재촉했다.
계곡의 입구에는 사람들이 출입을 하지 못하게 나무를 이용하여 입구를 봉쇄해 놓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니 나무도 썩어서 아이들이 들어가기에는 문제가 없는 구멍이 여기저기 생겼다.
그 안에는 사시사철 안개가 끼어 있어 손을 잡고 가기 전에는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나무 장벽을 들어가자 브레인이 선두에 서고 피터가 브레인의 뒤에 서자 아이들은 그 옆으로 자리를 정하고 있었다.
“여기는 너무 안개가 많아 눈이 보이지 않는데 우리가 가도 될까?”
브레인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아이들에게 말을 하였다.
“일단 안에 가 보고 아니면 돌아오자.”
피터는 위험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지 호기롭게 외쳤다.
엔더슨도 그런 피터와 같은 생각인지 눈에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많았다.
“나도 피터와 같은 생각이야. 일단 안에 들어가서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나오도록 하자.”
“모두들 같은 생각이야?”
브레인의 최종적인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여기서 무섭다고 가지 않겠다고 하면 평생 겁쟁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니 아이들도 반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자, 내가 먼저 들어가고 피터와 다른 애들은 뒤를 따라온다. 혹시 길을 잃어도 무서워 말고 고함을 치고 있으면 내가 그리로 갈게 알았지?”
“알았어. 브레인.”
브레인은 아이들의 대답과 동시에 안개가 자욱한 안으로 진입하였다.
아이들도 브레인의 말에 약간은 안심이 되는지 조금은 분위기가 밝아졌다.
피터나 엔더슨을 빼고 다른 아이들은 사실 불안하기만 했다.
브레인을 포함한 여섯의 친구는 그렇게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브레인은 안개 속을 걸으면서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여기는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브레인은 태어나면서 다른 사람보다는 주변의 마나를 잘 느끼는 체질이었다.
다만 본인이 이상하게 생각은 하지만 아직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아 가족들도 그런 브레인의 특이 체질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브레인이 한참을 걸어가니 안개가 서서히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음, 아까 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이 선명해지고 있는 것을 보니 조금만 더 가면 안개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브레인은 안개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었다.
친구들은 뒤에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브레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피터와 함께 브레인의 뒤를 따르던 친구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안개 속에서는 방향감각을 찾을 수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피터는 신기한 눈빛을 하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피터, 브레인은 어디에 있는 거지?”
“아직 안개가 많아서 서로가 있는 곳을 몰라, 조금만 가면 안개가 없어질 것 같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그리고 이상하면 고함을 치면 되잖아.”
“응, 알았어.”
친구들은 서로 손을 꼭 잡고 있으니 조금 불안감도 덜한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들이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피터는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을 하고 있었고, 그 뒤로 엔더슨이 피터의 옷깃을 잡고 이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안개가 사라지는 지역에 도착을 하는 아이들이었다.
“야! 이제 안개가 사라지는 것 같아.”
“그러네, 안개가 없어지면 브레인을 찾을 수도 있겠네.”
아이들은 브레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색이 밝아졌다.
안개 속을 벗어나자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이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이었다.
“헉! 저건 뭐야?”
“나도 몰라. 히잉, 무서워!”
아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 때문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눈앞에는 거대한 동굴의 입구가 보였다.
안개가 끝나는 지점이 바로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였고, 그 안은 어둠에 의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이었다.
어둠은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공포심을 주는 것이라 아이들에게도 공포심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피터 브레인은 어디 있는 걸까?”
엔더슨은 브레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서움을 이기고 말을 걸었다.
피터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인해 겁이 없었던 아이였다.
“어? 진짜 브레인이 안 보이네?”
피터도 브레인이 이곳으로 먼저 와서 기다릴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피터, 우리 고함을 쳐서 브레인을 부르자. 그러면 우리의 고함 소리를 듣고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그러자 하나, 둘, 셋 하면 함께 브레인 하고 외치자.”
“응, 그러자.”
“자, 하나, 둘, 셋! 브레인∼”
“브레인 어디에 있니?”
“브레인 우리 여기 있어.”
브레인을 빼고 다섯의 친구는 브레인을 한참 동안 외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무서움은 더욱 가중되었다.
자신들이 와 있는 곳은 마을에서도 가지 말라고 하는 위험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피… 피터, 브레인이 호… 혹시 브레인이 위험한 것은 아닐까?”
엔더슨도 두려운 생각에 저절로 말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피터도 마찬가지였다.
“엔더슨, 우리 브레인을 더 불러 보자. 브레인의 우리들의 대장이니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피터는 자신도 두렵지만 친구들이 무서워하는 것을 보자 자신이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 브레인을 찾아야 우리도 돌아가지.”
친구들은 다시 브레인을 크게 불렀지만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피터와 친구들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우… 우리 돌아가자. 가서 어른들을 모시고 오자.”
엔더슨은 무서움에 돌아가서 혼나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 그래, 엔더슨의 말대로 돌아가자. 여기는 너무 무서워.”
친구들이 돌아가자는 말을 하자 피터는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가 여기서 돌아가면 브레인은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 브레인을 먼저 찾아보자.”
피터의 말에 엔더슨도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는 동굴 속으로 들어갈 용기는 없었는지 친구들에게 들어가자는 말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그렇게 동굴의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브레인은 이상한 곳에 도착해 있었다.
안개가 사라진 곳에 도착을 하니 작은 움막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신기한 생각이 드는 브레인이었다.
“저기 있는 집은 누가 사는 집이지?”
브레인은 친구들이 자신을 따라오지 않았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눈앞에 있는 집에 대한 호기심에 마음을 빼앗겼다.
브레인은 집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이동을 하였고, 집의 입구에 도착을 하자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목소리도 크게 불렀다.
“안에 누가 계십니까?”
브레인은 자신이 크게 불렀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는 안에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 집이 있다는 것은 아마도 예전에 누가 살다가 이사를 간 것 같구나.”
삐이익!
문이 오래되었는지 괴기스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에는 오랫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지 먼지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었구나.”
브레인이 보기에 집은 사람이 살지 않은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것 같았다.
아니면 이렇게 먼지가 많이 쌓여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살았을까?”
브레인은 이런 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누구인지가 궁금해졌다.
브레인은 집 안에 다른 것이 없는지 천천히 조사를 하였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는 물건은 없었다.
말 그대로 텅 비어 있는 그런 집이었다.
“이사를 갈 때 전부 가지고 갔나?”
보통은 이사를 가면 지저분한 물건들은 두고 가는데, 이 집은 그런 물건도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상당히 가난한 사람이 살았던 것 같았다.
뿌지직!
브레인이 그렇게 생각을 하며 다시 나오려고 할 때 발밑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자신의 발이 거기에 끼어 버렸다.
“아야! 이런, 집이 워낙에 낡아 그냥 걸음을 걸어도 부서지는구나. 일단 나가야겠다.”
브레인은 바닥에 끼인 발을 빼려고 바닥을 보게 되었다.
발이 끼인 밑에는 이미 부서졌지만 무언가 반짝이는 물건이 있었다.
브레인은 반짝이는 물건이 있는 것을 보고는 무언가 건졌다고 생각을 하고 바로 주웠다.
“어? 이거 반지 아냐?”
브레인은 반지가 눈에 보이자 이내 무너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발을 빼고는 반지를 집어 들었다.
브레인은 반지를 들고는 신기한 눈으로 반지를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반지는 그냥 검은빛을 띠는 평범한 반지 같아 보였다.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그리 비싸 보이는 물건은 아닌 것 같았다.
“흠, 여기 와서 얻은 것이라고는 이 반지가 전부인가?”
브레인은 반지라도 건진 것이 어디냐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이 손가락에 살짝 끼어 보았다.
반지는 브레인의 손가락에 딱 맞을 정도의 크기였다.
브레인은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가 맞아서인지 흐뭇한 기분이 되었다.
“좋았어. 이제 너는 나의 보물 일호로 지정을 해 주지.”
역시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것인지 반지를 공짜로 얻으니 바로 보물이 되었다.
브레인은 집을 나와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장소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의 뒤를 따라오기로 한 친구들이 생각났다.
“어? 나를 따라오기로 해 놓고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지?”
브레인은 친구들이 아직도 자신을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이 없는 것을 알게 된 브레인은 급히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케리, 피터, 알렉스, 엔더슨, 카알, 모두 어디에 있니?”
브레인은 친구들의 이름을 커다랗게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제야 브레인은 눈동자 흔들리고 있는 것이 겁도 나고 걱정도 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을 따라오기로 한 친구들은 다른 곳으로 간 것이라는 생각이 든 브레인은 황급히 안개 속으로 돌아갔다.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간 것 같으니 일단 나가서 친구들을 찾아보자.”
브레인은 다시 안개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친구들의 이름을 불렀다.
“피터, 엔더슨, 카알, 케리, 알렉스, 어디에 있니? 대답을 해 봐.”
브레인은 목이 터져라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았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안개가 사라지는 공간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공간은 친구들이 들어갔던 장소였다.
브레인은 그 안으로 들어가니 어린아이의 발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는 친구들의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안에는 다른 것은 없고 오로지 동굴밖에는 없었기에 브레인은 망설임이 없이 동굴 안으로 진입을 하였다.
“피터, 엔더슨, 카알, 케리, 알렉스, 그 안에 있는 거야?”
브레인은 소리를 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지만 어두운 곳이라 빠르게 들어갈 수는 없었다.
결국 브레인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을 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