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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설 1권(8화)
3. 마나 호흡법(4)


여관이 있는 곳은 다행히도 골목길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소년을 따라 여관의 입구에 들어가니 외진 곳이라고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에는 깨끗한 곳이었다.
안에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브레인은 소년을 만나 이런 곳을 오게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소년은 여관으로 들어오자 바로 주방을 향해 고함을 쳤다.
“엄마, 손님이 오셨어요.”
소년의 외침에 브레인과 친구들은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깨끗한 여관에 자게 되었다는 생각에 소년을 이해했다.
“고맙다. 너의 소개로 이런 곳에 오게 되었구나.”
“아니에요. 저도 손님을 모시게 되어서 좋아요. 헤헤.”
소년의 외침에 주방에서는 중년의 여자가 나왔다.
“제퍼린, 너 또 손님을 모시고 온 것이냐?”
“아니에요, 오늘은 이분들이 대장간을 안내하니 여기로 오신 거예요. 그렇지요?”
소년은 브레인과 친구들은 보며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 달라고 하고 있었다.
브레인은 그런 소년의 행동에 잘못이 없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소년의 말이 맞습니다.”
주인 여자는 브레인의 말에 조금은 화가 누그려 들었는지 인상을 펴고는 브레인과 친구들을 보며 아주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세요. 손님.”
브레인과 친구들은 여자의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지 어이가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 이분들은 식사와 잠자리를 원하신다고 했어요.”
소년은 브레인과 친구들의 상태를 보고 이내 대신 대답을 하였다.
브레인은 소년의 대답에 정신을 차리고는 바로 소년의 말이 맞다고 해 주었다.
“예, 저희는 오늘 잠과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식사는 어떤 것으로 하시려는지요?”
여자는 말을 하면서 눈은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저기에 메뉴판이 있으니 골라 먹으라는 이야기 같았다.
여관 주인의 말에 눈치 빠른 엔더슨이 재빠르게 주문을 하였다.
“나는 스테이크로 먹을래.”
엔더슨의 말에 친구들은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며 각자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였다.
친구들이 주문을 마치자 여자는 조용히 주방으로 돌아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즐거운 분위기에 맛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 집 음식이 제법 괜찮은데.”
피터는 집에서도 까다로운 입맛 덕분에 친구들 중에서는 까탈스러운 놈이라고 놀림을 받았는데 그런 피터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나왔으니 맛이 없을 턱이 없었다.
“그래, 맛있다. 정말.”
다들 즐겁게 식사를 마치자 소년이 다가왔다.
“여기 방 열쇠예요. 삼 인실로 두 개를 잡았으니 주무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래, 고맙구나.”
브레인은 열쇠를 받아 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하나는 삼백일호실이고 하나는 삼백이호실이었다.
“여기 방에 목욕을 할 수도 있니?”
여관에는 목욕도 하게 만들었지만 대개는 그런 시설이 없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여관은 따로 물을 데워 주고 있었다.
브레인은 물을 데워서 가져다줄 사람이 소년밖에는 없다는 생각에 물었다.
“방에 가시면 물이 나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브레인은 소년의 말에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소년이 물을 가져다주는 것을 생각하니 미안할 것 같아서였다.
“엔더슨 하고 카알, 그리고 피터는 일호실에서 자고, 나머지는 나하고 이호실에서 자면 되겠다.”
“그렇게 하자. 그럼 올라가자.”
친구들과 방으로 올라간 브레인은 친구들이 씻고 있는 중에 이들에게 마나 호흡법을 알려 줄 방법을 찾았다.
자신이 오 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나 호흡법을 익혀 지금은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도달하였으니 친구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을 하였다.
‘일단 친구들에게 근위병사들의 마나 호흡법에 대해 알려 주는 것으로 하고 가문이 기사가 되라는 약속을 받도록 하자. 그래야 마나 호흡법이 나에게 있다는 것에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야.’
마나 호흡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이 되는 이야기였다.
가문의 호흡법을 아무에게나 알려 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친구들도 충분히 이해를 해 줄 것으로 보았다.
브레인은 영지를 떠나 조금 떨어진 곳에 수련을 하는 장소를 마련하려고 하였다.
친구들은 그곳에서 수련을 하고 자신은 따로 왕국을 돌아다녀 볼 생각이었다.
자신이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라 더 이상 진전이 없어 찾은 방법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브레인이 익힌 마나 호흡법은 고대 제국에서 근위병사들이 익히는 것이지만 현시대에는 이를 따를 수 있는 호흡법은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비록 브레인도 진전이 없어 여행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나 호흡법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었다.
‘근위병사들이 사용하는 호흡법은 나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으니 친구들에게 알려 주기에도 편하고 설명을 하기도 좋으니 그렇게 하고 수련을 하는 문제는 일단 영지를 떠나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마나 호흡법을 일개 평민이 익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는 상당한 여파가 생길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일단은 영지에서는 피하고 싶었다.
나중에 친구들이 실력을 충분히 쌓으면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기사도 아닌 것들이 마나 호흡법을 익히고 있다고 하면 이는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지난 세월 친구들에 대한 성격을 모두 파악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이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섰다.
가문을 세우기 위해 기사들을 키워야 하는데 자신의 친구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한 브레인은 갑자기 자신들이 검을 사게 된 대장간이 생각났다.
자신이 보기에는 충분히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았는데 사연이 있다고 판단이 되었다.
‘도대체 대장장이를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브레인은 아무리 보아도 이렇게 작은 대장간이나 운영하고 있을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아서였다.
아직 익스퍼트의 상급에 불과하였었지만 타고난 마나의 감지 능력은 이미 마스터의 경지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브레인이었다.
그러니 대장장이의 마나를 감지하였고 그 능력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브레인은 친구들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바람에 대장장이의 생각을 접었다.
하지만 대장장이와의 인연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브레인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브레인 너도 어서 씻어라. 그래야 우리도 가볍게 한잔을 하지.”
“그래, 우리도 성인이니 이제 한잔 해 보자.”
브레인과 친구들은 모두 깨끗이 씻고 술을 마신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브레인의 일행을 본 소년은 바로 탁자로 안내를 해 주었다.
“우리는 맥주하고 간단한 안주로 부탁할게.”
“예, 금방 가져다 드릴 게요.”
소년이 사라지자 브레인은 주변의 모여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제법 많은 인원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지금 시비가 붙었는지 상호간에 화를 내며 욕설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오?”
“아니, 이게 눈이 삐었나. 감히 하늘 같은 대선배에게 눈을 부라려?”
말을 하는 용병은 우락부락하게 생긴 것이 한 인상 하게 생겼고, 다른 편에 있는 사람은 이십대의 나이를 먹은 그래도 제법 준수하게 생긴 남자였다.
일방적인 시비를 거는 우락부락의 남자는 청년의 실력이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지 시비를 걸고 있었다.
브레인은 그런 구경거리를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 남자 오늘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 같은데 재미있겠네.’
브레인은 젊은 남자의 몸에 가지고 있는 마나의 양이 익스퍼트는 아니지만 마나 유저 상급의 실력은 되어 보였다.
마나는 호흡법을 익히지 않아도 몸속에 모이기는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을 수련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용병들 중에는 마나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마나 유저 최상급의 실력자들이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본인도 모르게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익스퍼트의 경지에 도달하는 용병들은 용병계에서도 나름 특별한 대접을 받는 존재들이었다.
용병들 중에 특급 용병들이 바로 이런 존재들이었다.
“더 이상 시비를 건다면 그냥 두지 않겠소.”
젊은 남자는 눈앞의 남자를 보며 이제는 참지 않겠다고 하고 있었다.
“흐흐흐, 그렇게 나와야지 오늘 내가 시원하게 몸을 푸는 날이구나.”
우드득, 부드득.
우락부락의 남자는 손가락에 소리 나게 하는 음향효과를 보이며 젊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젊은 남자는 그런 용병을 담담한 눈으로 보고만 있는 것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쉬익!
용병의 거친 주먹 공격에 젊은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옆으로 피하고는 자신의 몸통으로 용병을 밀어 버렸다.
우당탕!
“어이쿠!”
용병은 술을 마셔서 그런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용병의 안색은 시뻘겋게 변하며 눈에는 살기가 돋았다.
“이 빌어먹을 놈이 감히 나를 밀어 오늘 너 죽어 봐라.”
용병은 자신의 검을 뽑으려 하였다.
“그 검을 뽑으면 절대 살려 두지 않겠다.”
젊은 남자는 용병이 검을 뽑으려고 하자 바로 얼굴이 차가워지며 냉기가 풀풀 날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용병은 젊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는 먹은 술이 다 깰 정도였다.
남자의 한마디에 주위는 긴장감이 고조되었고 그런 분위기는 용병에게도 용기를 주고 있었다.
“흐흐흐, 감히 나를 밀고 그런 소리를 하는 놈들 중에 아직 살아 있는 놈은 없었다. 죽어라!”
용병은 고감하게 검을 뽑아 젊은 남자의 심장을 찌르기 위해 공격하였다.
챙!
서걱!
젊은 남자는 인상이 더욱 차가워지며 순식간에 검을 뽑아 용병의 검을 방어하며 그대로 용병의 팔을 잘라 버렸다.
“크아악!”
용병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비명 소리는 크게 질렀다.
목소리로만 따지면 특급은 충분히 가능한 그런 소리였다.
“검을 뽑을 때는 그만한 자신이 있으니 뽑았겠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젊은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용병을 향해 걸어갔다.
용병은 팔이 잘린 것만 해도 두려움이 넘치는데 이제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마치 자신을 죽이려고 오는 것처럼 보였는지 그대로 빌고 있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젊은 남자는 비굴한 용병의 얼굴을 보며 더 이상 이런 놈과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꺼져라. 다음에 나의 앞에 나타날 때는 목을 베어 버리겠다.”
“예, 예,”
용병은 살려 준다는 말에 잘린 팔에서 흐르는 피를 다른 손으로 막으면서 빠르게 사라졌다.
브레인과 친구들은 멀쩡한 팔이 잘리는 것을 눈으로 보고는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마을에 있으면서 사람의 목숨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지로 눈으로 보기에는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팔이 잘리는 광경을 생생히 지켜보니 말과는 다르게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겨우 이런 일에 떨고 있다면 어떻게 하냐. 두려움을 이겨야 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브레인은 속으로 그렇게 다짐을 하며 두려움을 이기려고 노력을 하였다.
친구들의 눈에는 이미 공포심이 젖어 멍한 상태였다.
브레인은 서둘러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다.
“엔더슨, 피터, 정신 차려!”
브레인이 하는 말에 고개를 돌리기는 했지만 아직도 정신이 들지 않았는지 친구들의 눈동자는 초점이 없어 보였다.
브레인은 그런 친구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자신과 여행을 간다고 하며 나온 즐거운 길이었는데 이런 엄청난 일을 당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경험을 미리 하여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사가 되면 사람을 죽이는 일도 해야 하니 미리 약간의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