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영웅전설 1권(13화)
5. 수도로 가는 길(3)


아침이 지나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자 브레인은 눈을 뜨고 있었다.
“으으,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브레인은 머리가 깨어질 것 같은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하였으니 깨어날 때 나타나는 후유증이었다.
브레인은 자신의 머리가 아파 잠시 정신을 가다듬다가 문득 용병들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그들이?”
브레인은 자신의 품속에 손을 집어넣어 보았다.
확실히 자신의 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품에 있던 주머니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행 가방과 검도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이 허탈해져 버렸다.
용병들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약을 이용하여 자신을 잠들게 하고는 물건들을 훔쳐 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하하, 바보 멍청이가 따로 없구나. 내가 바로 그런 존재라니 어이가 없구나.”
브레인은 아버지에게 용병들이 생리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배웠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배운 것들은 모두 잊고 있었는지 자신은 친절하게 식사나 하라는 말에 방심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방심 덕분에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고 말이다.
아무리 검술이 뛰어나도 암계를 당하지는 못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당시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자신이 당해 보니 그 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들은 사람은 성공해도,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딱 맞는구나. 내가 바로 그런 인간이었으니 말이야. 아버지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따랐으면 이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그 말을 믿지 않은 결과가 이러니 정말 창피하구나.”
브레인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진심으로 마음속으로 사죄를 하였다.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경험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으로 체험을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마법 주머니에 대한 생각이 나자 브레인의 안색이 다급하게 변하면서 황급히 어제 자신이 마법 주머니를 묻어 둔 곳을 확인하였다.
다행이 땅을 판 흔적은 없어 약간은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어서 바로 땅을 파 보았다.
그리 깊이 묻지를 않아 마법 주머니가 보였다.
“휴우, 다행이다. 만약에 마법 주머니가 용병들의 손에 들어갔다면 대륙이 시끄러워졌을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 주머니의 안에는 세상을 바꿀 만한 힘을 가진 물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앞으로 마법 주머니를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가 걱정되었다.
품에 넣고 다니다가 만약에라도 실수로 분실을 하게 되면 이는 대륙에 피의 폭풍이 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 주머니를 계속 들고 다닐 수는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구나.”
브레인은 도둑을 맞은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경각심을 주었다고 생각하였다.
덕분에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만큼 주의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마법 주머니인데 이를 어찌 처리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였지만 당장에 자신에게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브레인이 선택한 방법은 마법 주머니에 줄을 묶어 품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일단 마법 주머니에 있는 금화를 조금 사용해야겠다. 도둑놈들이 내 금화를 모두 가지고 갔으니 어쩔 수 없지.”
브레인은 마법 주머니에 있는 금화를 열 개 정도 꺼내 자신의 품에 넣고는 다시 소중히 마법 주머니를 보관하였다.
이번 일로 인해 브레인이 느낀 것은 아주 많았다.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가까이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된 브레인이었다.
엘른 마을의 입구를 향해 한 남자가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걸어오고 있었다.
마을의 입구에는 자경 대원이 경계를 하고 있다가 자신의 마을로 걸어오는 사람이 눈에 보였다.
“어이, 페인. 저기 우리 마을을 향해 오는 사람이 있는데?”
“어? 그러네. 요즘 우리 마을에 손님이 제법 오는데그래.”
“그런데 혼자 오는 여행객인가?”
엘른 마을에는 요즘 용병들과 상인들이 왕래가 빈번했다.
하지만 저렇게 혼자 오는 여행객은 없었는지 조금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흠, 입고 있는 옷을 보니 마치 산적을 만난 사람 같아 보이는데.”
마을에 오는 손님들이 있다 보니 이들도 듣고 있는 말이 있어 요즘 산적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헤이론 왕국은 치안이 잘되어 있는 왕국으로 소문이 나 있었지만, 이런 외지에까지 치안을 살필 수는 없어 먹고살기 힘든 평민들이 병사들의 눈을 피해 산적질을 하고 있었다.
일부 악독한 영주를 피해 도망을 간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수도 인근에서 멀리 산적질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 규모는 상당히 작아서 많은 인원이 가는 상단에는 피해를 주지 않아 영주들도 토벌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이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브레인은 마을의 입구에 도착을 하자 입구를 지키고 있는 자경 대원이 먼저 용무를 물었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요?”
“가넨 영지에서 오는 길입니다. 오는 길에 산적을 만나 짐을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돈은 있으니 마을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브레인의 말에 자경 대원도 조금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쯔쯔, 요즘은 산적들이 많이 설치는 시기인데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은 좋지 않으니 조심하시오.”
자경 대원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을에서 소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 같아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고맙습니다.”
브레인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의 안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잡화점을 찾았다.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은 거의 거지나 다름없는 상태라 우선은 옷을 사서 여관으로 가려고 했다.
마을은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인지 브레인이 사는 마을보다도 커 보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잡화점이 보이자 브레인은 발걸음을 빨리했다.
삐거덕!
“어서 오세요. 무엇을…….”
안에서 브레인이 문을 열자 인사를 하던 아가씨가 브레인의 옷을 보고는 바로 말끝을 흐렸다.
브레인은 아가씨의 그런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필요한 물품에 주문하였다.
“우선 여행을 하는 옷과 여행 용품을 주시오. 돈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말이오.”
브레인은 말을 하고 품에 있는 골드를 꺼내 보였다.
아가씨는 거지 같은 사람이 들어와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품에서 골드를 꺼내는 것을 보고는 안심이 되는지 다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브레인이 원하는 상품을 꺼내 주었다.
“아까는 죄송합니다. 저는 입고 계시는 옷을 보고…….”
아가씨가 미안함을 사과하자 브레인은 바로 받아 주었다.
“아니오. 입고 있는 옷이 그러니 이해를 하오. 내가 원하는 품목들은 모두 얼마요?”
브레인이 고른 것은 옷과 여행 용품이지만 일반 평민이나 용병들이 사용하는 것이라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예, 전부해서 92실버네요.”
브레인은 아가씨의 말에 손이 있는 한 개의 금화를 주었다.
아가씨는 브레인의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꺼내 주었다.
“여기 8실버예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요. 이 근방에 씻을 수가 있는 여관은 어디요?”
“여관이라면 나가셔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아침햇살이라는 곳이 보여요. 우리 마을에서는 그곳이 가장 시설이 좋은 곳이니 가시면 아나 만족하실 거예요.”
“고맙소.”
브레인은 짤막하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
아가씨는 나가는 브레인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 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칫! 나같이 예쁜 아가씨를 보면서 인사를 그렇게 하고 가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아가씨는 병이 걸려 있었는데 공주병에 걸려 있었다.
그것도 아주 중증의 공주병에 말이다.
브레인은 아가씨의 말대로 가니 여관이 보였다.
여관은 제법 시설이 좋은지 입구부터가 달라 보였다.
“어서 오…….”
브레인이 입구로 들어가니 종업원이 인사를 하려다가 멈추는 것을 본 브레인은 품에서 골드를 먼저 꺼냈다.
종업원은 브레인의 손에 들린 금화를 보고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브레인은 금화를 보니 바로 태도가 변하는 종업을 보고 세상은 돈이 없는 자가 살아가기에는 정말 힘이 드는 곳이라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우선 목욕을 하고 식사를 하고 싶구나.”
브레인은 말을 하면서 아까 받은 잔돈 중에 일 실버를 소년에게 주자 소년은 얼굴이 환해졌다.
“죄송합니다. 손님, 대신 제가 특별히 좋은 방으로 안내를 해 드릴게요.”
소년은 아주 싹싹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이 계통으로 나가면 반드시 성공을 할 것 같아 보였다.
“그래, 어서 몸부터 씻자.”
“이리로 오세요. 제가 안내를 해 드릴게요.”
브레인은 소년의 안내로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한 브레인은 가장 먼저 몸을 씻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이렇게 맞는지는 브레인도 처음으로 알게 되는 날이었다.
하기는 목욕을 하면서도 놀랄 정도로 자신이 지저분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브레인 때문에 목욕탕이 막히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브레인의 새로운 모습에 소년은 깜짝 놀랐다.
“아… 아까의 손님이 맞으세요?”
소년의 반응에 브레인은 그냥 무시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였다.
“여기 간단하게 먹을 식사를 가지고 오너라.”
“예, 그렇게 할게요.”
소년은 대답을 하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브레인은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수도로 가기 전에 당한 도둑질에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이 더욱 많았고, 세상 사람들이 옷차림을 보고 그 사람의 가치를 정한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귀족으로 생활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브레인이었기에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만들었다.
세상의 경험이 없던 브레인이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