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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설 1권(20화)
8. 왕국의 국왕과 만나다(2)


브레인과 제이슨은 다른 물건을 구경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때 한 마법사가 급하게 다가왔다.
“브레인 님 되십니까?”
“그렇소. 내가 브레인이오.”
“지금 입구에서 근위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브레인은 이미 들은 이야기라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알겠소. 지금 나가겠소. 제이슨 경 갑시다.”
“예, 그러지요.”
브레인과 제이슨은 다정하게 입구를 향해 갔다.
마법 지부의 입구에는 경비대 사령관인 자이넨 자작과 근위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이슨은 자신의 상관을 보고는 바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충! 경비대 소속인 기사 제임스입니다.”
“수고하였네. 자네는 지금 바로 소속된 곳으로 돌아가서 대기하게.”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그럼, 브레인 님,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나중에 봅시다. 제이슨 경.”
제이슨은 브레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발길을 돌렸고 브레인은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카이라 제국의 귀족이신 브레인 경 되십니까?”
“그렇습니다. 내가 제국의 귀족인 브레인입니다.”
“저는 경비대 사령관인 자이넨 자작입니다. 저희 왕국의 국왕 폐하께서 정중히 초대를 하셨습니다. 가시지요.”
“그렇게 하지요.”
브레인은 마차를 타고 가면서 왕국의 국왕이 초대를 하였다고 하니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이제 자신도 귀족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브레인은 모르고 있지만 지금 헤이론 왕국에서는 브레인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여 대책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제국의 귀족이 왕국에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암습을 받았다는 것은 보통의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왕국의 명예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왕궁의 정문을 통과한 마차는 국왕과 귀족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여기서 내리시면 됩니다. 브레인 경.”
“감사합니다. 자이넨 자작님.”
브레인은 자신을 모시고 온 자작과 잠시 인사를 했기에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는 인사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차의 문을 열고 내린 브레인은 전방에 보이는 궁을 보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기품이 어려 있는 그런 궁이었다.
“헤이론 왕궁은 아름답군요.”
“아무래도 역사가 깊으니 그럴 것입니다. 우리 왕국의 역사가 무려 천 년이나 되니 말입니다.”
자이넨 자작도 왕궁이 아름답다는 칭찬에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이야기해 주었다.
“오래되었군요. 왕국의 역사가 말입니다.”
자이넨 자작은 잠시 흠칫하는 얼굴이 되었다.
어찌 들으면 칭찬 같지만 잘못 들으면 그렇지가 않고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 되어서였다.
자이넨 자작은 브레인을 보며 역시 제국의 귀족이라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 이리로 가시지요.”
“고맙습니다. 자작님.”
브레인은 자이넨 자작의 안내로 국왕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헤이론 왕국의 국왕은 브레인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결국 본인이 직접 해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리 제국의 귀족이라고 해도 자신은 왕국의 국왕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국왕이었다.
“폐하, 카이라 제국의 귀족 브레인 경이옵니다.”
“안으로 모시거라.”
국왕의 말에 시종장은 바로 문을 열라는 눈치를 주었다.
문이 열리며 브레인의 안의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안에는 국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귀족들도 모여 있었다.
‘흠, 이거야 원 겁을 주려고 이렇게 모여 있는 건가? 그런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아냐. 절대 나는 겁먹지 않을 것이다.’
브레인은 자신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이렇게 많은 귀족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고는 조금은 거만하면서도 당당하게 국왕에게 걸어갔다.
뚜벅 뚜벅.
브레인의 행동에 왕국 귀족들과 국왕은 조금 긴장이 되고 있었다.
제국의 귀족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자신들의 입장이 곤란해서였다.
그런 자신들의 입장을 알고 있기에 저렇게 당당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하니 협상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헤이론 왕국의 국왕 폐하를 뵈옵니다. 저는 카이라 제국의 파올로 백작가의 차기 주인인 브레인 폰 파올로라고 합니다.”
우르르 쿵!
이거는 날벼락도 그냥 날벼락이 아니었다.
차기 백작 위를 이어 받을 소영주의 위치에 있는 귀족이라는 것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국왕의 얼굴도 그렇고 귀족들의 얼굴도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말았다.
‘허걱! 백작가의 소영주라 그렇게 당당했구나. 이거 상당히 골치 아프게 되었네.’
바이라크 백작은 처음 브레인을 만났을 때는 백작가의 차남 정도로 생각하였는데, 이제는 점점 자신이 브레인과 상대하기가 어렵게 변하고 있었다.
제국의 백작과 왕국의 백작은 그만큼 차이가 나는 위치였고 왕국의 백작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그런 위치였다.
보통은 제국의 백작이 왕국의 후작 정도의 대접을 받는다고 알려졌지만 실지로는 왕국의 공작과도 맘먹을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어서 오시오. 우리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브레인 경.”
국왕은 브레인이 백작가의 장자라는 말에 바로 꼬리를 내렸는지 말투부터 변해 버렸다.
“이렇게 환영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왕 폐하.”
브레인은 국왕이 자신을 초대한 이유를 대강을 알고 있었다.
타국의 귀족이 자국에서 암습을 당했으니 이는 왕국의 명예와 관련이 되는 문제였다.
당연히 당사자를 만나 원만하게 해결을 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레인 경. 이렇게 다시 보는군요.”
“예, 바이라크 백작님 반갑습니다.”
브레인은 정중하면서도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왕국의 귀족들이 서로 인사를 하려고 하는 바람에 약간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인사를 모두 마칠 수가 있었다.
브레인이 인사를 하는 것을 끝까지 보고 있는 국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브레인 경은 왕국에 오셔서 산적을 만나셨다고요?”
국왕은 브레인에게 직접 사정을 듣기 위해 말을 걸었다.
하지만 브레인은 이미 자신의 사정을 대강 알고 있었기에 그런 국왕의 반응에 제대로 반격을 할 수 있었다.
“예, 헤이론의 왕국의 대접이 참으로 독특하더군요. 정말 대접 잘 받았습니다. 제가 받은 대접을 그대로 제국에 보고를 해 드리겠습니다. 아마 기대를 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브레인의 말에 국왕과 귀족들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졌다.
“허허허, 우리 왕국에 그런 놈들이 있을 줄은 몰랐소. 감히 제국의 귀족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할 줄은 우리도 몰랐다오. 그 일에 대해서는 바이라크 백작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니 브레인 경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를 해 주었으면 하오.”
“이해야 하지만 그래도 당한 것은 돌려주어야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국왕 폐하.”
브레인의 말에는 날카로운 뼈가 있었다.
국왕도 오늘의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마법사는 다루기 힘들다고 하였는데 자신이 당해 보니 정말로 머리가 아프게 하는 존재였다.
“브레인 경. 우리 왕국에 원하는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오.”
“제가 왕국에 원하는 것은 이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고의로 그러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행동이었습니다.”
브레인의 말에 국왕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오늘의 일은 자신도 방금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왕국인이 암습을 했다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국왕은 바이라크 백작에게 눈치를 주었다.
지원을 하라는 지시였다.
“브레인 경. 전에 제가 이야기한 대로 우리 왕국에는 지금 반란을 꾀려고 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왕국에서도 총력을 기울여 잡아들이려고 하지만 아직도 놈들의 본거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그들이 브레인 경을 암습하였던 것 같습니다. 제국과 왕국의 사이를 벌어지게 하려는 의도 같으니 우리 왕국의 입장을 이해해 주시기를 이렇게 간절히 바랍니다.”
바이라크 백작은 브레인이 백작가의 장자라는 말에 최대한 자신을 숙이고 말을 하였다.
그런데 바이라크 백작의 말을 듣고 있는 귀족들은 황당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언제 왕국에 반란군이 생겼으며 그들을 소탕하려고 하였다는 말인가.
전혀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바이라크 백작의 말에 이들은 황당하기만 했다.
국왕은 바이라크 백작의 말을 듣고는 브레인을 설득할 명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아, 아직도 그놈들을 잡지 못한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아직도 잡지 못해 오늘 같은 일이 생겼으니 브레인 경이 이해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다면 왕국에서 충분한 보상을 해 드릴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국왕 폐하.”
바이라크 백작은 국왕을 걸고 넘어 가려는 수작이었다.
국왕은 자신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막상 자신을 걸고 넘어 가는 바이라크의 행동에 속으로 괘심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렇소. 브레인 경이 원하는 보상을 말해 보시오. 최대한 그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들어주겠소.”
국왕이 약속을 하자 브레인은 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헹, 내가 너희들의 속을 모를 줄 알았냐. 이미 너희들이 하는 짓을 보고 짐작을 하고 있었다. 어디 당해 봐라.’
“국왕 폐하, 저는 수도에 저택을 원합니다. 그리고 저택에 거주할 기사들과 병사들이 있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는 저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왕국의 상권을 일부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제국과 왕국에 새로운 상권을 마련하였으면 합니다.”
국왕은 브레인의 말을 듣고는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수도에 저택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이해를 했지만 타국의 귀족이 자국의 상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는 왕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