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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설 1권(22화)
9. 실력을 키우다(2)


지하의 석실에는 실로 요상한 광경이 연출 되고 있었다.
브레인의 몸에 걸치고 있던 옷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몸은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처럼 스스로 허물을 벗고 있었다.
이는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되는 바스트 체인지의 현상이었다.
브레인의 몸에서는 한참의 시간 동안 허물이 벗어지고 다시 새살이 나고 하는 현상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자 브레인은 마치 잠에서 깨는 것 같은 개운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죽지는 않았구나. 다행이다.”
브레인은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직도 마나 호흡법의 자세 그대로 있는 것에 브레인은 의문스러운 눈빛이 되었다.
“어째서 쓰러지지 않았지? 마나 호흡법을 하는 자세로 기절을 한 것인가?”
브레인은 자신의 자세에 의문을 느끼며 서서히 마나 호흡법을 해 보았다.
꽈아아아!
노도와 같이 마나의 물살이 체내를 휘도는 것에 브레인은 깜짝 놀랐다.
“헉! 이렇게 마나가 엄청나다니?”
브레인은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아직은 모르고 있었다.
강대한 마나의 힘에 놀란 브레인은 한참을 그렇게 마나를 느끼고 있었다.
브레인은 지금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을 하였지만 아직 마스터가 된 것은 아니었다.
표현을 하자면 반쪽짜리 마스터라고 하면 되는 경지였다.
오러 블레이드는 만들 수 있지만 아직 완전한 검술의 경지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브레인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자신이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엄청난 마나가 있는 것을 보니 바스트 체인지가 일어난 것인가?”
브레인은 지금의 상태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현 상태는 바스트 체인지가 아니고는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브레인의 눈길이 주변을 살피게 되었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 마치 뱀이 탈피를 한 것처럼 주변에 널려 있는 이질적인 노폐물들이 보였다.
“역시, 바스트 체인지를 하였구나. 그러면 나는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것인가?”
브레인은 마스터라는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는 검을 뽑게 되었다.
검을 손에 들자 브레인은 참지 못하는 욕구가 생겼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마나를 검에 주입해 보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다.
검에 마나를 강하게 주입하자 검에는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생기고 있었다.
오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브레인의 마음은 한없이 들뜨게 만들었다.
“하하하, 나도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브레인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였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지는 정말 몰랐다.
지금의 기분은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흥분이 되고 즐거웠다.
브레인의 그런 즐거움을 잠시 동안 계속되었지만 이내 얼굴이 굳어지는 브레인이었다.
“이런, 몸은 마스터의 경지인데 검술은 아직 많이 부족하니 이거를 마스터라고 해야 하나?”
브레인은 자신의 검술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왕에 수련을 시작하려면 제대로 해 보고 싶었다.
마스터가 되었으니 제대로 된 마스터가 되고 싶어서였다.
인간은 누구나 욕심이 있는데 브레인은 검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도 강했다.
이는 가문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자신이 힘이 있어야 가문을 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라 제국은 강자가 아니면 살아남지를 못하는 곳이었다.
가문의 마나 호흡법으로는 근위병사들의 것으로 하면 되니 이제 자신만 힘을 기르면 되는 일이었다.
“반드시 완전한 마스터가 되어 가문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다.”
브레인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모질게 검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브레인이 알고 있는 검술은 지금 이 시대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정도로 대단한 것들이었지만 그만큼 수련을 하기도 어려웠다.
친구들에게는 병사들의 검술이라 그리 어렵지 않을지는 몰라도 자신이 배우려고 하는 것은 최소한 근위 기사의 것이고 황실의 검술도 있었다.
브레인은 마스터에 어울리는 실력을 가지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을 때 수도의 한 곳에서는 은밀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니, 형님이 어쩐 일이오?”
“부탁이 있어 왔다.”
“그런데 형님 무슨 일을 하셨길래 지금 수배를 받고 있는 거요?”
두 남자 중에 한 명은 도둑 길드의 수장인 남자였고, 다른 남자는 왕국의 어세신 길드의 수장이었다.
두 남자는 실지로 친형제였기에 아직도 이렇게 사이좋게 만나고 있었다.
“이번에 크게 한탕을 하고 떠나려고 하였는데 그자가 마법사인지 모르는 바람에 크게 당하고 말았다. 우리는 기사라고만 알고 준비를 하였다가 마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럼, 형님은 그 남자의 정체를 알고 계시오?”
“나도 처음에는 몰랐다가 알아보니 카이라 제국의 백작가의 장남이라고 들었다.”
어세신 길드의 수장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이었다.
제국의 귀족이 암살당하면 제국은 그 암살자가 속한 집단을 철저히 공격하여 말살을 시켜 버리기 때문에 쉽게 제국 귀족의 암살을 의뢰받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도둑 길드의 마스터인 남자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청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형은 내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소?”
“나는 그놈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 물론 그놈이 가지고 있는 물건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 물건이면 우리 형제는 다른 나라에 가서 평생 편하게 살 수가 있다.”
도둑 길드의 마스터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던 동생은 한참을 생각하는 얼굴을 하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형의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 이번이 내가 형제로서 해 주는 마지막 일이 될 거야.”
어세신 길드의 마스터인 동생은 형의 욕심을 알고 있었다.
그 끝이 없는 욕심을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도 알았다.
결국 저렇게 살다가는 좋지 않은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위험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면서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동생의 말에 약간 안색이 변하기는 했지만 이내 입가에 웃음을 짓는 형이었다.
“고맙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부탁하마.”
도둑 길드 마스터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흐흐흐 너는 앞으로도 영원히 나의 일을 해 주어야 한다.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도둑 길드 마스터의 그런 생각을 동생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동생은 그런 형의 미소를 보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형이 나의 모든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나에게 찾아오면, 그때는 아마도 시체가 되어 나가야 할 거야. 나도 더 이상은 길드에 피해를 줄 수는 없으니 말이야.’
어세신 길드의 마스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는 직업을 그것도 그 수장을 하는 사람이 가족이란 온정에 빠져 있다면 그 길드는 망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지만 수장이 냉정하면 길드는 번창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곳에 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이니 당연히 가족을 생각하기 보다는 길드원을 챙겼다.
브레인이 검술을 수련한다고 한동안 지하 수련장에 있으니 저택은 하는 일없이 한가하기만 했다.
그런 저택에 손님이 찾아왔다.
“나는 경매장에 있는 제이코라고 하니 안에 브레인 님에게 내가 왔다고 전해 주시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이코는 경비대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얼굴이었기에 병사는 바로 제이슨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코가 오늘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바로 보석에 대한 경매가 끝이 났기 때문이었다.
보석은 제이코의 예상대로 엄청난 가격에 낙찰이 되었다.
대륙에 구경하기 힘든 최고급의 보석이었기 때문에 사실 경매도 치열하게 진행이 되었다.
결국 치열한 경쟁에 승리를 한 귀족에게 보석이 돌아갔지만, 경매장에서는 엄청난 금액에 대한 커미션도 장난이 아니었다.
금액이 너무 크다 보니 결국 제이코가 직접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제이코 님.”
제이슨은 병사의 보고를 받고는 바로 정문으로 나왔다.
제이코는 자신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찾아온 이유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반갑소. 제이슨 경.”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브레인 님이 지금 수련을 하시고 계시니 제가 말로만 전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제이코도 수련을 할 때는 아무도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고개만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제이슨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온 제이코는 집 안의 거실에 앉았다.
제이슨이 집사에게 차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제이코가 자리에 앉으니 바로 차가 나왔다.
“제이코 님, 여기 차라도 드십시오.”
“고맙소. 제이슨 경.”
차를 마시며 잠시 주변을 살피던 제이코는 이내 침착한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전에 브레인 님이 경매를 부탁한 물건이 팔렸소. 그런데 그 가격이 조금 커서 이렇게 직접 오게 된 것이오.”
“그렇습니까? 얼마나 되는데 직접 오신 것입니까?”
“무려 이십만 골드에 낙찰이 되었소. 커미션만 해도 우리는 만 골드나 되니 말이오.”
제이슨은 보석 하나에 이십만 골드라고 하니 기절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평생을 벌어도 오천 골드를 벌기가 어려운데 작은 보석 하나에 이십만 골드라고 하면 이는 보통 귀족가가 평생 먹고 놀 수 있는 자금이었다.
“그…… 그렇게 많습니까?”
제이슨은 자신도 모르게 말이 떨렸다.
“후후후, 나도 예상하지 못한 금액이니 제이슨 경이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금액이 크니 어떻게 하실 것인지를 알고 싶어 이렇게 찾아온 것이오.”
제이코가 찾아올 만하다고 생각이 드는 제이슨이었다.
“일단 제가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답변을 들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을 드리지 못합니다.”
“알겠소. 일단 이야기를 전해 주시오. 나는 경매장에 가서 기다리기로 하겠소.”
“그렇게 하십시오.”
제이슨도 그냥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기에 제이코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였다.
제이코는 말을 전했으니 마음 편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제이슨은 아직도 정신이 없는 얼굴이었다.
제이코가 있을 때는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정신을 차린 제이슨은 브레인이 수련하고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굳게 잠겨 있는 철문이 제이슨을 반겼다.
제이슨은 철문 앞에 가서 밑에 보이는 작은 문을 열었다.
이 작은 구멍은 식사를 가져다주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