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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설 1권(24화)
10. 명예 공작이 되다(2)


“제이슨 경, 내가 제국의 귀족이라 망설여지는 것 같은데 나는 헤이론 왕국에 피해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소. 다만 제국으로 갈 때 나의 세력이 필요해서 지금 여기서 힘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오.”
브레인의 말을 듣고 있는 제이슨은 브레인이 제국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그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왕국에 와서 힘을 키워 다시 제국으로 가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면 저를 기사로 받아들이시려는 이유가 힘을 키우기 위해서입니까? 그리고 정말 왕국에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왕국에 피해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당연히 약속을 해 주겠소. 그리고 그대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이유는 그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만하면 이유가 충분하지 않겠소.”
브레인의 말에 제이슨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제국으로는 언제 가시려고 하십니까?”
“제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오. 제국의 복잡한 사정에 대해서 자세히는 말을 해 주지 못하지만 그대가 나의 기사가 된다면 나의 입장을 알려 주겠소.”
브레인의 말에 제이슨은 확신이 섰다.
기사는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모시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도 그런 기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단지 아직 모실 주군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저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으시면 브레인 님의 기사가 되겠습니다.”
“하하하, 당연히 그대와 약속을 지킬 것이오. 나의 제의를 받아 주어 고맙소. 제이슨 경.”
브레인은 제이슨의 영입에 정말 기뻐했다.
자신이 보기에 제이슨은 말이 없고 입이 무거운 인물이었다.
아직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이지만 자신은 제이슨의 실력을 충분히 올려 줄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마스터.”
제이슨은 자신의 주군이 된 브레인을 부르는 명칭이 달라졌다.
브레인도 제이슨이 자신을 마스터라 칭하는 것이 싫지 않는 표정이었다.
“사실 우리 가문은 제국의 백작가이지만 지금은 가문의 작위만 남아 있는 몰락 귀족이나 마찬가지요.”
브레인은 파올로 가문에 대해 조금 각색하여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가문의 힘이 약해지니 다른 귀족들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몰락을 하게 되어서 지금 이렇게 다시 가문의 힘을 키우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브레인의 말을 듣고 있던 제이슨은 카이라 제국의 사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에 금방 이해를 하였다.
사실 카이라 제국은 신분의 상승이 가장 빠른 나라였다.
평민들도 기사가 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카이라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기사는 공만 세우면 귀족이 되는 그런 나라이니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실력이 없으면 망하게 되는 나라가 바로 카이라 제국이었다.
왕국에서 알고 있는 내용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지만, 브레인이 마스터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알아도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다.
“마스터의 가문을 다시 세우시려면 많은 기사들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소. 지금도 수련을 하고 있는 기사가 있소. 아마도 그들이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새로운 마스터가 생길지도 모르오.”
브레인은 자신의 친구들이 가문의 기사가 된다는 맹세를 하면 마스터로 만들 생각이었다.
마스터가 되어야 기사단의 단장이 되도 문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가문의 기사단이 익히는 마나 호흡법은 준비가 되어 있으니 문제가 없었다.
고대 제국의 근위병사들이 익히는 마나 호흡법을 기사단에 주려고 하고 있었다.
근위병사들이 익히는 것이지만 현존하는 어떤 마나 호흡법보다도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브레인이 알고 있는 호흡법은 변형된 것이 아닌 원형 그대로였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호흡법이었다.
“새로운 마스터라고요?”
제이슨은 다른 마스터가 또 있다는 소리에 속으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나오는 날이 대륙에 가장 강한 가문이 탄생하는 날이 될 것이니 기대하시오.”
브레인은 말을 하면서도 확고한 신념의 눈빛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제이슨은 브레인의 눈빛을 보며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또 다른 마스터가 있는 그런 가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말이었고 믿음이 가는 눈빛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마스터.”
“제이슨 경, 그대도 우리 가문의 마나 호흡법을 배워야 할 것이오. 그리고 혹시 그대와 같은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소개를 해 주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오.”
제이슨은 브레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였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고맙소. 그대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가문의 검술과 마나 호흡법을 알려 주겠소.”
브레인은 제이슨을 자신의 기사로 만든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단 측근에 믿을 수 있는 수하가 생겼으니 마음이 편해져서였다.
제이슨이 기사들을 알아보기로 하였으니 조만간에 헤이론 왕국에서 자신의 기반을 다질 수하들이 생길 것이고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을 강하게 수련시켜 제국으로 갈 준비를 차곡차곡하면 되었다.
무엇보다 브레인에게는 자금력이 탄탄하니 가능한 일이었다.
“브레인 님. 왕궁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왕궁에서 나를 찾아왔다고?”
제이슨은 왕궁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의 보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스터, 아마 제가 한 보고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고라니 무슨 말이오?”
“제가 저택의 경비를 책임지면서 마스터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고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마스터의 경지에 대한 것을 왕궁에 보고를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브레인은 제이슨이 자신의 기사가 되기 전에 자신의 임무에 충실이 이행한 것이라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었다.
“괜찮소. 나의 기사가 되기 전에 그대의 임무였으니 충분히 이해를 하오. 손님이 오셨다고 하니 안으로 모시시오.”
브레인의 담담한 말에 제이슨은 감동의 눈빛을 하며 힘차게 대답을 하였다.
“예, 마스터.”
제이슨이 나가고 브레인은 과연 왕궁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였다.
아마도 헤이론 왕국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있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이를 핑계로 무슨 말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다.
“후후, 아무리 머리를 써도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브레인은 이제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 시점이니 절대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원하는 가문의 부흥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브레인은 가문을 일으켜 세워 반드시 부모님과 같이 행복하게 살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제국이 안 되면 왕국에서라도 말이다.
사실 브레인은 헤이론 왕국의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한 입장이었다.
자신의 출생이 헤이론 왕국이었고 실지로 커 온 곳도 헤이론 왕국이었기 때문이다.
브레인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왕국의 귀족인 바이칼 후작이 들어오고 있었다.
바이칼 후작은 백금발의 머리를 가진 귀족이었다.
노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나이가 있는 노후한 귀족이었지만 그 영향력이 상당하여 아직도 정치에 참여를 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소. 나는 바이칼 후작이라고 하오.”
“반갑습니다. 브레인이라고 합니다.”
“그대의 이름은 많이 들어 알고 있소.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그대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였다는 말을 들어서요.”
브레인은 바이칼 후작이라는 노인이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시비를 거는 것처럼 상대의 말을 짤라 먹는 이상한 버릇을 가진 노인이었다.
“제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이 문제입니까?”
브레인은 이런 사람에게는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바로 직설적으로 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대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왕국에 와서 암습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 문제라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정도면 충분히 실력이 있다는 것인데 그런 사람이 암습을 받아 기사들을 잃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아서요.”
브레인은 바이칼 후작의 말에 조금은 놀란 눈빛을 하였다.
헤이론 왕국에서 그 정도까지 생각하는 인물이 있다는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 해명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제가 암습을 당할 시기에는 몸에 심한 부상을 입어 본인의 실력을 보여 줄 수가 없었을 때입니다. 일차적으로 산적이라고 하는 무리들이 지닌 실력이 기사도 당하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가져 피해를 입었고, 두 번째도 마찬가지로 최소한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을 가진 자들이 포함된 무리들이 습격을 하여 처음에는 몸에 무리가 가도 검술로 대응을 하였지만 저를 수행하던 제이슨 경이 더 이상 저를 보호해 주지 못하게 되어 결국 어쩔 수 없이 마법 물품을 사용하여 위기를 벗어난 것이지요. 이런 상황이 과연 우연일까요? 그리고 저택을 얻어 안전이 확보되어 가지고 있는 마법 물품으로 부상을 치료하였고, 마음이 안정을 찾으니 그동안의 깨달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마스터의 경지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요?”
브레인의 조리 있는 말에 바이칼 후작도 말을 하지 못했다.
브레인의 말대로라면 왕국이 일부러 습격을 조성하였다는 묘한 뉘앙스가 풍겨서였다.
대놓고 그렇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듣고 있는 바이칼 후작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브레인을 다그치기 위해 왔는데 지금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자 바이칼 후작이 오히려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험, 당시에 부상을 입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생긴 오해인 것 같으니 본인이 바빠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소.”
바이칼 후작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빠르게 나가 버리고 말았다.
브레인과 제이슨은 바이칼 후작의 그런 행동에 어이가 없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저저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는지 저택이 떠나가라 웃고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둘은 그렇게 한바탕 웃고 있었다.
“제이슨 경. 저분은 항상 저렇게 행동하오?”
“아닙니다. 저희 왕국의 현자로 통하는 분인데, 저도 오늘은 조금 이상하게 보입니다.”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분이오.”
브레인은 정말 웃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자신을 찾아온 이유는 무언가를 따지기 위해 왔을 것인데 자신의 말에 할 말이 없어 저리 급하게 도망을 갔을 것이다.
아무리 현자라고 해도 저리 행동하는 것은 이상해 보이는 브레인이었다.
사실 바이칼 후작은 국왕의 앞에서 자신 있게 혼을 내주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브레인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실수를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민망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 것이다.
바이칼 후작은 왕국의 후작이라는 고위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현자라는 칭호를 받고 있어 은연중에 사람들을 깔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브레인에게 제대로 당하게 되니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그런 행동을 보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