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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prologue.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낮의 일을 떠올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특히나 오늘처럼 유별나게 공들여 사람을 괴롭힐 때는 더 그랬다.
휴대폰 진동에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울음소리, 미쳐 날뛰는 소음, 그리고 죽여 버릴 거라는 협박이 들려왔지만, 창문에 비춰 보이는 남자의 눈은 아주아주 길게 곡선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햇볕을 쬐는 고양이처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통화음을 높였다. 사실 상대방의 이런 고통 어린 비난은 듣기 좋은 배경음악에 불과했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소리치고 울부짖고 있을 그는 내가 3년을 알고 지낸 지인이었다. 3년 전 어느 무료한 일상 속, 나는 ‘오랫동안 신뢰를 나눠 온 사람에게 장난을 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다지 이렇다 할 친분이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먼저 지인을 만들자.’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이 제멋대로 굴러 와서, 이제 내 사랑하는 지인은 이렇게 수화기 너머로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느긋하게 그를 달랬다.
“진정해.”
그 말에 그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 댔다.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비난을 퍼부었다. 굉장하다. 3년을 봐 왔지만 그에게 이런 뜨거운 열정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늘 영혼이 메마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었지 않나?
“사고였어.”
그는 돌연 말을 멈추고, 비명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태풍 전 고요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는 조곤조곤 상냥한 목소리로, 슬픔을 가득 머금고서 말했다.
“그저 사고였을 뿐이야. 그냥 어느 날 문득 터져 버린 일이라고.”
물론 사고였다. 그에게도, 그의 가장 소중한 것에게도. 어느 날 문득 차에 치인 것과 같은 불운한 사고였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이 일에 대한 어떤 책임도 없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나일 뿐이다.
문득 웃음을 참기가 어려워졌다. 수화기를 잠시 떨어뜨려 놓고 눈물을 글썽이며 웃었다. 거짓말은 어쩜 이렇게 즐거울까? 기만은 내 영혼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거의 유일한 양식이었다.
“기다려. 내가 그리로 갈게. 만나서 이야기하자.”
나는 분노한 그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독였다.
“경솔한 짓 하지 말고 기다려.”
전화를 끊은 나는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다듬고, 시계를 손목에 찼다.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지갑을 챙겼다. 서둘러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와 친해지기까지 1년, 그의 가장 소중한 것이 뭔지 알게 되기까지 또 1년, 그리고 참는 시간 1년. 마침내 파괴하였다. 왜 그랬는지,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지 물을 필요는 없다. 단지 장난이었을 뿐이니까.
그는 근처 공원에 있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채 엉망이 된 얼굴이 마치 시체 같아 보였다. 그러나 저 사내는 온 힘을 다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 감정의 파편들이 그를 다시 ‘산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나는 굳이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장난은 장난으로 끝내야지, 주먹이 오가거나 원망을 고스란히 받는 상황을 감내할 이유는 없다. 그저 괴로워하는 대상물을 보며, 이렇게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또 이제 근처 바에서 이 작은 성공을 자축하며 한잔하면 끝이었다.
“좋은 일 있으셨나 봐요?”
바텐더가 그렇게 물어왔다. 나는 “예,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크게 성공했거든요.” 하고 선량한 얼굴로 웃었다. 그는 “그거 축하드립니다.” 하고 넉아웃 한잔을 서비스로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나는 공짜 술을 마시며 그렇게 생각했다. 내일은 내일의 멋진 일이 생길 거야. 물론 한 사람에게 좋은 일이 모든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지. 그리고 대체로 내게 좋은 일이란 그밖의 사람들의 불행을 뜻했다.
술김에 비밀을 하나 말하자면, 여러분, 절대 내게 섣불리 마음을 열지 마시라.
나는 현대판 노예상인이었다.


1. 버드하우스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리고, 불친절한 사서들에게 방긋방긋 웃어 보이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다가 평범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와 거의 같은, 별로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아니, 그냥 그저 그런 하루가 될 뻔했다.
내 집 앞에서 울고 있는 비둘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처음 보는 비둘기였지만, 울고 있는 모습이 몹시도 가련해 보여서 나는 그 앞에 마주 앉았다. 새로운 일감인가?
“저기.”
저기, 괜찮으세요? 그러자 비둘기가 붉어진 코를 고개를 숙여 감추며 훌쩍거렸다.
“미안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 쓰여요. 이 옆이 저희 집이라서요.
할 수 있는 가장 상냥한 눈빛으로 비둘기를 바라보았다. 비둘기를 대할 땐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종종 본능적으로 파충류나 벌레, 냉혈 동물의 차가운 시선을 눈치채곤 했다. 도망가려고 버둥거리면 안 되니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따뜻한 거라도 마시겠어요?”
그는 두려움에 찬 눈동자로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나를 보는 비둘기는 조금 떨고 있었고, 슬픔에 젖어 있었고,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맞아 입가가 찢어지고 눈가가 부어오른 데다가 얼굴 전체가 울긋불긋했다.
‘재미있겠다.’
불쑥 나른한 충동이 들었다. 나는 대답을 듣지 않고 비둘기 옆을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코코아를 한 잔 타 왔다.
“여기, 드세요.”
비둘기는 곤란하다는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내가 그의 손에 머그잔을 쥐어주자 가만히 받아 들었다.
‘놀라지 마.’
상처 입은 비둘기는 잠시 그대로 있다가 한 손으로 눈가를 쓱 훔쳤다. 나는 미소 지으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세요.”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둘기란 무작정 잡으려 하면 날아가 버리기 십상이다. 대신 식빵 조각이나 콘으로 살살 달래 유인하는 거야. 비둘기는 단순하니까. 그래, 이렇게 금방.
“같이 있어 드릴까요?”
내 바지 자락을 자기도 모르게 잡아 버린 비둘기는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다가 화들짝 놀라 손을 놓았다. 나는 역시 아무것도 묻지도, 또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고는 그를 나의 성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비둘기 역시 아무 말 없이 따라 들어왔다.


비둘기의 목소리는 도통 잘 알아들을 수 없도록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나는 한 번도 그의 말을 끊거나 재촉하지 않고 얌전히 마주 앉아 있었다. 길고 긴 이야기를 끝낸 비둘기는 곧이어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비둘기의 손을 잡았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비둘기가 시선을 들어 나를 보자 나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고서 다시 한 번 말했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어쩜 그럴까요?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누군가에게 이토록 잔혹해질 수 있는 걸까요? 쉬이. 울지 말아요. 어째서 초등학교 교과서나 유인물에는 큰 개나 호수, 오락실은 조심하라고 하면서 사람 무섭다는 건 심화과정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랬다면 좀 더 많은 어린이와 성인은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뭐, 아무튼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던 게 틀림없는 비둘기는 차츰 안정을 찾아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따뜻하게 지켜보며 생각했다. 어쨌거나―
이걸 어떻게 길들여서 판담?
조류원에 들어온 새들의 결말은 늘 같아. 이곳은 버드하우스, 혹은 버드마켓으로 불리는 곳이다. 원장님은 절대 데려온 새를 끝까지 맡아 기르질 않지. 언젠가는 모두 제 주인을 만나 떠나가는 법이다. 이 비둘기의 미래 역시 이미 정해져 있었다.

* * *

나는 맛있는 식사에 기분이 좋아져서 눈앞의 중년의 사내를 향해 열정적으로 토로했다.
“누구에게나 그럴 때가 있죠. 탈출구가 도저히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으니까 ‘없다.’고 생각해 버리는 겁니다. 그럴 때는 정말로 절망할 필요는 없어요. 어디엔가 반드시 EXIT는 있는 법이니까, 천천히 탈출구를 찾아 움직이는 게 중요하죠.”
쉽지 않은 소리라고? 사실 그렇다. 보통 그런 상황에선 분노나 절망감, 무력감으로 절대 제정신일 리가 없을 테니까. 죽고 싶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뭐, 무책임한 말이긴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는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모든 일들은 지극히 원인에 따른 결과일 뿐인데, 도저히 보통 사람의 머리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 천지니까.
“세상엔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 법이거든요.”
이를테면 바로 나 같은 사람 말이죠.
그 비둘기는 아무튼 간에 좋은 곳으로 팔려 갔다. 길들이는 걸 업으로 삼은 내 손에서 순종하는 법을 배운 그는, 구매자가 충분히 만족할 만큼 눈물을 제공할 것이었다. 그 점에 대해선 딱히 걱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렇게 the end일까? 그건 그렇지 않겠지. 앞서 말했듯, 영원이란 바로 이 세계에서조차 존재하지 않으니까.
로만 터너는 술잔을 기울이며 내 말에 반만 귀 기울이다가 기이하게 웃었다.
“그 후 비둘기는 어떻게 되었는가?”
모른다. 조류원이라 불리는 내 집에서 나간 새들의 행방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가 할 일은 먹이를 충분히 먹이고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돌게 한 후 어딘가 새를 사 갈 주인에게 팔면 끝.
그러고 보니 언젠가 내가 팔았던 카나리아 한 마리를 본 적이 있었지. 노래 실력이 썩 그럴싸한 아름다운 카나리아였다. 흥미가 생겨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것을 주워 왔는데, 그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 있던 상태에서 어느 바에 갔다가 다시 보게 됐다.
나를 보는 순간 경악으로 일그러졌다가 곧이어 울 듯이 일그러지는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었던가? 절망에 물든 눈동자가 지나치게 매혹적여서 나는 답지 않게 굳이 다가가 그녀의 주인과 인사를 나누었더랬다.
‘어때요? 이 작은 카나리아가 마음에 드셨나요?’
손을 뻗어 카나리아의 손등을 깃털처럼 가볍게 덮었다. 따뜻한 온기와 뜨거운 맥박과 약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그녀의 눈을 마주 보는 순간, 나는 이 작은 새가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새장을 벗어나는 건 의외로 간단한데, 내 작은 새들은 이렇게나 순종적이라니까. 뭐 아무래도 좋겠지.
“그 외에 다른 손님은?”
로만 터너의 물음에 짧은 회상에서 벗어났다.
“가끔 불쾌한 손님들이 찾아올 때가 있긴 있죠. 흔히 개장수라 불리는 포주들인데, 주로 내가 키우는 새를 분양 받으러 오곤 합니다. 상대하지 않는 편이지만요. 나는 내 손에 들어온 새를 중간에 양도하는 법이 없습니다.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그저 공을 들여 위로하고 사랑하고 길들일 뿐.”
개장수들은 섬세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역겨운 족속들이다. 그들은 주로 ‘복종’과 ‘밤을 즐겁게 할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만 몰두한다. 뭐? 결국 나와 비슷한 업종 아니냐고? 아니다. 내 일과는 정말 천지 차이다. 복종과 순종은 다른 거라고.
나는 결코 명령하거나 강요하는 일이 없다. 수간도, 애니멀 플레이에도 관심 없고. 대부분이 믿어 주지 않지만 주워 온 새와 재미 삼아 섹스를 하지도 않는다. 새들은 내가 공을 들이는 이상으로 나를 사랑하게 되지만, 나는 그들과의 육체적 놀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일어나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로만이 계산서를 손으로 덮었다.
“오늘 식사는 즐거웠습니다.”
그의 시선이 나를 붙잡았다.
“자네도 참 마조히스트야.”
“호오, 그건 또 색다른 견해로군요.”
“그들이 자네를 미워하고, 배신에 분노하여 자네를 죽일 듯 증오하길 원하잖아.”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아― 로만!”
중년의 로만은 내 손길에 표정을 굳혔다.
“당신, 정말로 나를 즐겁게 하는군요!”
그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가 헛기침을 하며 몸을 뒤로 뺐다.
“조심해요, 당신에게 관심이 생길 뻔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로만은 눈썹이 들썩이더니 이윽고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그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잠깐, 우리 내기 하나 할까?”
내기라니? 나는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
“무슨?”


그로부터 반년 후, 로만의 아들이 내 아파트를 찾아왔다. 친아들이라면 나와는 먼 친척인 셈이다. 그는 내가 외출에서 돌아올 때까지 내 집 문 앞에서 잠자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른 눈을 가진 이국의 사내. 그가 유창한 한국말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하진 씨죠?”
“반갑군요, 터너 군.”
그는 흔치 않게 잘생긴 사내였다. 커다란 가방을 매고 있는 사내에게서 나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가 그런 나를 돌아보며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해리스라고 불러 주세요.”
화보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푸른 눈의 남자는 절로 시선을 홀렸다. 나는 로만이 아들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낳았다는 생각을 하며 그전까지 서재로 쓰던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여기가 터너 군이 쓸 방이에요.”
키가 190c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외국인은 제 몸만큼이나 거대한 배낭을 매고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자 방이 꽤 작아 보였다. 문틀에 기대서서 쿡쿡 웃었더니 그가 돌아본다.
“마음에 들어요?”
“네, 깨끗하고 아늑하네요.”
“그럼 짐 풀기 전에 커피나 한잔 같이하죠.”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거실의 소파에 소리 없이 앉는 거인을 보았다. 해리스 터너는 로만 터너를 꼭 닮아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연한 갈색 머리가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반짝인다.
그러나 부드럽고 상냥해 보이는 인상과는 반대로 몸집이 아주 컸다. 과연 한국인과는 골격이나 체격부터가 달랐다. 어깨와 가슴이 상당히 발달해 있어서 니트 상의가 부드럽게 상체에 감겨 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예의 바른 태도로 보면 교육을 잘 받은 도련님 같았지만 체격만은 미식축구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미국 청년이었다.
조심스럽게 집 안을 둘러보던 해리스는 내 시선을 눈치채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과연 로만의 아들이다 싶었다. 당당한 시선과 여유로운 태도가 그와 똑 닮았다. 나는 그에게 커피를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로만에게서 내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나요?”
“아마도, 아버지가 알고 있는 한은 전부.”
“같이 사는 건 내게 있어 별문제가 아니에요. 이 집에는 언제나 손님들이 있어 왔거든요. 내가 하는 일을 알고 있죠? 이 집이 뭐라고 불리는지도?”
“네.”
해리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얼굴을 보며 빙글거렸다.
“로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음, 터너 군?”
“말씀하세요.”
“언제라도 이 집이 불편해지면 망설이지 말고 내게 말해 줘요. 밖에서 집을 구하겠다면 최대한 도와 드리죠.”
“글쎄요, 앞으로도 이 집이 마음에 들 것 같네요.”
커피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얄밉도록 여유로워 보여 조금 괴롭혀 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당부하고 싶은 말은, 되도록 이 집의 손님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그밖에 필요한 것들은 전부 편히 사용해도 좋아요.”
해리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잘 알겠습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