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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6화)
3. 바다의 제왕들(2)


‘이것은 가히 바다의 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다!’
그가 마음을 먹으면 바다 속뿐만 아니라 육지의 생물들에게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수가 있는 것이다.
포스에돈은 새로 생긴 능력들에 매우 만족했다.
‘이 능력들을 모두 최대치까지 수련한다. 그리고…….’
포스에돈은 몸속을 돌고 있는 물의 마나를 점검해 보았다.
포이사르돈의 몸이었을 때는 몸을 가득 채웠던 마나가 포스에돈이 되면서 신체의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포스에돈으로서 신체에 쌓을 수 있는 마나량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었다.
‘마나를 온몸 가득히 채우고 놈에게 도전한다.’
그의 붉은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레비아탄에게!’

인간은 가진 지능과 능력에 비해 너무나도 짧은 수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의 수명은 100년가량.
한때는 종환이라는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수룡의 삶을 영위하는 포스에돈은 자신에게는 주어진 수명이 없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수룡으로 진화하는 순간, 나는 엄청난 능력과 더불어 무한한 수명을 부여받았어. 이제는 시간에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이제 인간이 아니니까 말이야.’
포스에돈으로 진화한 지가 벌써 100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인간의 삶을 살았다면 벌써 죽음을 맞이할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이지만 포스에돈에게는 인간으로 치면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포스에돈으로 진화하는 순간 조금만 힘을 쌓으면 레비아탄을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의 오판이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거대한 바다에는 아직 그가 모르는 강자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포스에돈이 동해 바다의 제왕이라면 서해, 남해, 북해, 중앙해, 그리고 심해의 제왕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100년의 시간 동안 알아낸 각 해역의 제왕들의 정보는.

―북해의 제왕/어룡[하티카탄]

―남해의 제왕/알바트로스[비달가라]

이 두 존재가 전부였다.
100년 간 알아낸 것이라고는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정보였지만 서해, 중앙해, 심해의 제왕을 알아내지 못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포스에돈의 영역인 동해에서 이 세 해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심해의 영역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심해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으로 인해 포스에돈의 걸음이 멈춰진 것이다.
수문장의 정체는 바로.

―심해의 수문장/백경[모비딕]

포스에돈은 처음 모비딕을 보았을 때는 마치 세상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길이가 800미터가 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하얀 고래가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리는 모습이라니.
정말 위협적이고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모비딕은 포스에돈에게 단 한 문장의 말을 하고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너는 심해로 들어갈 자격이 없다.
그의 말에 포스에돈은 분노했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쿠르릉, 쿠르르르릉!!
모비딕의 주위로 해류의 소용돌이가 일고 해저지진으로 인해 해일이 발생했으며 포스에돈의 창날과도 같은 이빨이 그의 등을 깨물었다.
쩌저저적!
그러나 그런 포스에돈의 공격은 모두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모비딕이 그 어떤 공격에도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이다.
번쩍!!
그걸로 끝이었다.
모비딕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온다 싶더니 포스에돈이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자신의 해역인 동해로 돌아와 있었다.
포스에돈은 분하고, 또 분했다.
그래서 힘을 모았다.
서해나 중앙해로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심해를 거치지 않고 북해나 남해의 제왕을 제압하고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포스에돈은 그러지 않았다.
‘나는 이 바다의 주인이 될 존재다! 그 따위 고래 한 마리 이기지 못해서 돌아간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절대 평범한 고래가 아니었지만 포스에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이기지 못한다고 해도 결국은 내가 이긴다. 네놈의 거대한 몸뚱이를 티끌 한 점 남김없이 모두 먹어 치워 줄 테니 기다려라.’
그런 일념으로 이를 갈며 힘을 모았다.
그렇게 100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는 충분한 힘을 모았다.
심해 잠수, 해저지진, 해일 생성을 제외한 다른 능력들은 모두 최대치까지 올려두었고 물의 마나도 200미터로 성장한 몸의 절반 이상을 채울 정도로 모았다.
‘이제는 움직일 때가 되었다!’
포스에돈은 중앙 해나 서해의 제왕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심해의 제왕과 레비아탄을 꺾어 일곱 번째 진화를 이룩해 내면 나머지 해역의 제왕들은 한 끼 식사 같은 신세일 뿐이다.
‘수문장인 모비딕을 꺾고 심해로 들어간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오랜 시간 동쪽 바다에서 웅크리고 있던 거대한 수룡, 포스에돈이 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룡이라는 생물의 분류는 고대에 존재했던 공룡의 한 갈래로서 외형은 거대한 돌고래의 모습이었지만 포유류가 아닌 바다 파충류에 속했다.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살펴보면 바다에서 살던 파충류들이 육상으로 올라가 거대한 공룡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그러나 고래와 돌고래의 조상쯤으로 생각되어지는 어룡이 육상의 파충류들이 바다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모습이라는 사실은 그리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어룡, 육지의 포식자였던 공룡들이 바다에 적응하기 진화되어 생겨난 또 다른 바다의 강자.
북해의 제왕인 하티카탄도 그런 어룡에 포함되어지는 거대 생물이었다.
하티카탄, 길이는 30미터 정도에 돌고래를 닮은 모습의 그는 다른 바다의 제왕들과는 다르게 상식 밖으로 거대한 몸을 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력한 이빨을 가지고 있거나 두꺼운 외피가 몸을 감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외관상으로는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는 그가 북해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츠츠츠츠즉, 쩌저저적!
북쪽의 깊은 바다 속.
날렵하게 생긴 하티카탄이 헤엄쳐 지나간 자리에 작은 얼음 결정이 생겨나더니 급속도로 바닷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나트륨을 다량 포함한 염수가 아닌 미량의 나트륨만 포함한 담수로 구성된 얼음이 하티카탄이 지나간 자리에 생겨나며 곧 해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수면 위로 떠오른 얼음덩어리는 곧 주변의 바닷물마저 담수로 바꾸며 거대한 얼음 지형을 형성했다.
츠츠츠쯔즈즉!
순식간에 생겨난 반경 1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바다 위에 자리 잡았다.
그 얼음덩어리 위에 눈이 쌓이고 쌓여 결정이 뭉치면 북해를 장식하는 수많은 빙하 중에 하나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바다를 얼려 빙하를 만들어 내는 능력, 그것이 하티카탄을 북해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만든 강력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빙하를 만들고 북해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어룡, 하티카탄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였다.
새로이 거대 빙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바다를 얼리던 하티카탄은 빠른 속도로 강한 살기를 드러내며 접근하고 있는 존재로 인해 행동을 멈추었다.
그오오오오오!!
바다를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길이가 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수룡, 포스에돈이었다.
하티카탄은 포스에돈이 완전히 근접할 때까지 먼저 공격하지 않고 기다렸다.
버젓이 살기를 드러내는 포스에돈을 가만히 바라보는 하티카탄에게는 여유가 흐르고 있었다.
구우우웅.
하티카탄과 많이 떨어진 장소에서 몸을 멈춘 포스에돈은 먼저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그의 그런 행동은 한 바다를 책임지는 제왕에 대한 예의를 차린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티카탄, 오랜만이다.
―동해의 지배자가 이런 오지에는 무슨 일로 방문한 것이지?
하티카탄의 어조에는 포스에돈을 향한 존중이 담겨 있었지만 그와는 별도로 강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나는…….
포스에돈이 방문의 목적을 밝혔다.
―너의 힘을 가지러 왔다!
이것은 명백한 도발의 발언이었다.
하티카탄을 꺾고 그의 제왕으로서의 힘과 북해를 제어하는 능력을 뺏으려는 것이 포스에돈의 의도!
포스에돈은 모비딕과 싸우기 전에 북해와 남해의 제왕들을 잡아먹고 그들의 힘을 흡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포스에돈의 도발에도 하티카탄은 침착했다.
―바다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싸움이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하티카탄의 말에 포스에돈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너를 죽여 북해 바다의 균형이 깨어지더라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포스에돈은 바다의 균형을 지키는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26년을 인간으로 지낼 때의 그의 성격은 조심성 많고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편이었지만 바다의 괴수로 100년 이상을 살다 보니 과격하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바다 전체가 쑥대밭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그저 저 잘난 척하는 레비아탄을 꺾을 수 있다면…….’
포스에돈은 자신의 생각을 하티카탄에게 전달했다.
―북해의 빙하 전체가 녹아 내린다 하더라도 너를 죽이고 힘을 뺏어야겠다!
콰르르르르릉!!
그 말을 끝으로 북해 바다 전역에 엄청난 크기의 해류 소용돌이가 생성이 되었다.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거대한 크기를 지닌 괴수들도 뼈를 추리지 못할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하티카탄은 자신에게로 빠르게 다가오는 해류의 소용돌이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보다 월등히 거대한 몸을 지닌 포스에돈을 노려보았다.
―나는 하티카탄, 북해의 제왕이다! 이런 시시한 공격 따위가 통할 것 같으냐?!
츳츠츠츠츠츠.
직경이 3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해류의 소용돌이에서 귀를 자극하는 굉음이 발생하더니 순식간에 회전하는 모습 그래도 얼어 버렸다.
―너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받겠다!
하티카탄이 그렇게 외치자 완전히 얼어 버린 소용돌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발했다.
쩌저적, 콰아아아아아앙!
이에 포스에돈은 해수면을 향해 몸을 솟구쳤다.
폭발로 인한 얼음 잔해에 몸을 얻어맞으면 긁히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오오오옹!
빠른 속도로 해수면을 박차고 올라 허공으로 몸을 띄운 포스에돈의 몸에 그와 같이 해수면을 뚫고 나온 직경이 10미터가 넘는 얼음덩어리들이 박혀 들었다.
퍽, 퍽, 퍽, 퍽!
츳츠츠츠츠.
얼음덩어리에 노출된 외피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철갑피를 뚫을 정도로 강한 냉기다! 역시나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어.’
공중으로 떠오른 덕분에 바다 속에서 폭발한 얼음 공격을 대부분 피해 낼 수 있었던 포스에돈의 몸이 해수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그의 거대한 몸이 떨어지자 굉음과 함께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튀어 올랐다.
다시 바다 속에 몸을 드러낸 포스에돈의 몸은 1/4 이상이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받아라!
포스에돈의 물의 마나가 주변의 바다를 격동시켰다.
구르르르르르릉!!
바다 전체가 떨리고 해저의 지면이 솟구쳐 올랐다.
해저의 지형을 충돌시켜 지진을 일으키는 그의 강력한 힘이 구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