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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7화)
3. 바다의 제왕들(3)


인근의 바다가 순식간에 흙빛으로 물들어지며 파도 없이 잠잠하던 북해의 바다에 거대한 해일이 일어났다.
―어딜!
바다를 격동시키는 포스에돈의 강력한 힘에도 하티카탄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푸른 몸에서 은은한 하늘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마구잡이로 솟구쳐 오르는 해저의 지면이 얼어붙은 것은 물론이며 해수면에 50미터 이상의 높이로 생성된 해일이 그 모습 그대로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렸다.
포스에돈의 공격이 순식간에 무위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포스에돈이 노린 것은 따로 있었다.
쿠오오오오오.
하티카탄이 벌집처럼 일어난 북해 바다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신을 집중한 사이, 포스에돈의 거대한 몸이 벼락같은 속도로 바다를 가르며 하티카탄을 향해 짓쳐 들었다.
단숨에 하티카탄을 집어삼켜버리려는 포스에돈의 의도!
쐐애애애애액!
―크아아악!!
하티카탄의 목전까지 다가선 포스에돈의 거대한 입이 크게 벌어졌다.
터업!
하티카탄을 통째로 삼켜 버린 포스에돈!
하지만 포스에돈의 인상이 잔뜩 찡그려졌다.
‘없다!’
분명히 하티카탄을 한 입에 집어넣었는데 이빨과 혀에 걸리는 느낌이 없었다.
―어디냐?
콰르르르릉!
혹시라도 있을 하티카탄의 공격에 대비하여 주변에 여섯 개의 해류 소용돌이를 일으킨 포스에돈이 사방으로 물의 마나를 퍼뜨려 하티카탄을 찾기 시작했다.
찌릿!
포스에돈의 감각에 극한의 냉기가 포착되었다.
하티카탄이 몸을 숨긴 곳은.
―빙하 속으로 도망친 것이냐?!
해수면 아래에 잠긴 거대한 빙하 속이었다.
자신이 만든 빙하 속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능력을 가진 하티카탄이 위기의 순간에 근처의 빙하 속으로 순간이동을 구현한 것이었다.
구오오옹!
콰아아앙! 콰지직!
직경이 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해류의 소용돌이가 하티카탄이 몸을 숨긴 빙하를 때렸다.
쩌저적, 쩌적!!
빙하가 외각 쪽부터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산산 조각이 나며 부서져 나갔다.
쩌정, 콰아아아앙!!
빙하가 부서지는 순간 하티카탄이 다시 몸을 감추었다.
―도망을 칠 셈이냐?
포스에돈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북해의 바다에는 수 만 개의 크고 작은 빙하가 존재한다.
빙하 속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하티카탄이기에 마음먹고 숨는다면 찾을 방도가 없었다.
포스에돈은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나와라!!
쿠오오오옹!! 콰지직!!
포스에돈이 일으킨 소용돌이가 주변의 빙하를 부셔 버렸다. 그리고 해저지진이 일어나 북해의 바다를 뒤흔들었다.
콰르르릉, 콰릉!!
사방으로 얼음덩어리들이 소용돌이치고 빙하 위에 서식하는 백곰이나 바다표범 등이 비명을 지르며 바다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우오오!
콰지직.
―나오지 않는 다면 북해 바다를 모조리 부숴 버리겠다!!
포스에돈의 분노한 음성이 바다 속에 울려 퍼졌다.
엄청난 포효 소리를 뿌리며 얼음 잔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포스에돈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바다 속에 빠진 백곰과 바다표범이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며 살기 위해 바다 밖으로 헤엄을 쳤다.
그들의 눈에 비친 포스에돈의 모습은 마치 지옥의 화신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콰직, 쿠르르릉!!
또 하나의 빙하가 박살이 나며 그들을 향해 거대한 얼음덩이들이 떨어져 내린 것이다.
“꾸에엑!”
퍽, 콰득!
수많은 북해의 생명체들이 어육으로 변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런 잔인한 광경에도 포스에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바다 속, 지옥의 참상 속에서 더욱더 크게 소리치며 바다를 어지럽혔다.
―북해의 모든 것을 없애버리겠어! 당장 나와!!
콰르르르르릉!!
종환이 바다의 괴수로 변하고 100년 이상이 흐른 지금, 이때까지 인간의 이성으로 억제하던 포스에돈의 잔인한 심성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반드시 죽인다!!

포스에돈과 하티카탄의 싸움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하티카탄과 죽이기 위해 그를 찾는 포스에돈.
두 괴수의 싸움이 무려 1년 동안 지속되며 북해의 바다를 폐허로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극악한 기후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몇 안 되는 북해의 생명체들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북해 위를 장식하던 거대한 빙하들도 대부분이 파괴되어 남쪽으로 떠내려 가 버렸다.
북해의 바다가 이 지경이 되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포스에돈을 피해 다니던 하티카탄도 더 이상 승부를 미룰 수가 없었다.
1년 간 빙하 속으로 도망을 다니며 새로운 빙하를 만들어 내었지만 자신이 빙하를 만들어 내는 속도보다 포스에돈이 빙하를 파괴하는 속도가 더 빨라 몇 개월 안에 북해의 모든 빙하가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
벌써 많은 빙하가 파괴되어 남쪽으로 떠내려 가 버린 터라 바다의 해수면이 전체적으로 상승해 육지의 생명체들이 재난을 겪고 있었다.
빙하가 더 이상 파괴되면 세상에 남는 것은 바다밖에 없게 될 것이다.
한 해역의 제왕이자 수호자인 하티카탄으로서는 그런 엄청난 짓을 자신이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쓰라렸다.
‘더 이상은 안 돼! 포스에돈과 승부를 낸다!’
1년 동안 빙하를 옮겨 다니면서 얼음의 마나를 끌어 모은 터라 빙하를 부순다고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 포스에돈을 이길 확률은 충분했다.
‘포스에돈, 내가 왜 북해의 제왕인지를 보여 주겠다!’
북해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빙하 아이스란드.
그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하티카탄의 모습이 사라졌다.

쿠르르르릉.
콰지직, 콰아아앙!
북해 바다는 근 1년 동안 조용할 날이 없었다.
콰지직, 콰득.
또 하나의 빙하가 무너져 내렸다.
포스에돈은 하티카탄을 잡아 죽이기 전에는 동해 바다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특정 해역을 수호하는 제왕들이 자신의 해역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해역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타 지역 포식자들의 침범이나 해수의 양과 해류, 날씨, 기후, 생명체들의 분포가 엉망이 되어 버리는 것은 물론이며 심할 경우 해저화산 폭발이나 해저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포스에돈이 동해 바다의 제왕이 되기 전에는 동해에는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와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해류, 해가 떠 있는데도 눈이 내리는가 하면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출연해 바다를 어지럽혔다.
포스에돈으로 진화하기 전에 사냥했던 전기가오리 나키나 대왕 오징어 필라크스, 거대 불가사리 파르몬 등이 그에 해당되었다.
그로 인해 동해 바다와 인접한 가이아 대륙에서는 서쪽을 향한 항해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이 되었다.
수천 년 동안 서쪽을 향해 배를 보냈지만 단 하나의 배도 가이아 대륙의 서쪽에 존재한다는 미지의 대륙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로인해 바다의 생물들과 인간들 모두에게 동해 바다는 죽음의 바다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종환이 포이사르돈에서 포스에돈으로 진화하면서 그 모든 혼란들이 사라졌다.
해류와 기후가 안정되었고 기존의 돌연변이들은 모두다 포스에돈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바다로 떠나갔던 바다 생물들이 돌아오고 바다는 번창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인간들은 감히 서쪽으로 배를 보내지 못하고 그저 가이아 대륙의 남북을 항해하는 해로만 개척할 뿐이었다.
여하튼 동해 바다는 포스에돈의 존재로 인해 평화를 되찾았다.
그런데 동해 바다가 안정된 지 백 년 만에 다시 위기가 온 것이다.
동해의 제왕인 포스에돈이 1년 간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해류가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고 해저지진이 일어나 수시로 해일이 일어났다.
모두가 장기간 자리를 비운 포스에돈의 탓.
하지만 자신의 해역이 엉망이 되는 지금 이 순간 포스에돈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티카탄을 잡아 산 채로 씹어 먹는 그림만 가득 차 있었다.
구오오오오오!
포스에돈의 울부짖음이 북해를 흔들었다.
콰르르르릉!!
다시 하나의 빙하가 사라져 간다.
―네놈이 나타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냐?!
콰르르르르릉!!
포스에돈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그 소용돌이들은 잠시 포스에돈의 곁에 머물다가 주변의 빙하들을 향해 흩어졌다.
콰과과광!! 콰르르릉! 콰직!!
주변이 온통 얼음조각으로 가득 차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포스에돈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북해의 빙하가 전부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의 공격이 멈추지 않으리라!
콰르르릉!
포스에돈은 또 다시 해류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빠르게 이동하며 다른 빙하를 박살내려던 포스에돈, 그의 감각에 강한 냉기를 뿌리며 접근하는 존재가 포착되었다.
씨익.
포스에돈은 창날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그렇게 씹어 죽이고 싶었던 상대가 이렇게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니 반갑고도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그에 대한 보답은 죽음으로 돌려 주마!’
포스에돈의 눈동자에 화염이 일었다.
―오너라!
쩌저저저적!
포스에돈의 시야에 전면의 바다가 빠르게 얼어붙는 모습이 들어왔다.
츠츳츠츠츠츠!!
먼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급속도로 다가오는 극한의 냉기!
포스에돈은 이를 악물었다.
‘이전보다 더 강한 기운이다. 저 냉기에 노출되는 순간 순식간에 심장까지 얼어붙어 버릴 거야!’
휘우우웅.
포스에돈은 급히 아래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쩌저저적!
그가 몸을 움직인 직후에 그가 위치하고 있던 바다가 완전히 얼음이 되어 버렸다.
쿠르르릉.
포스에돈은 깊은 곳으로 향해 움직이면서 주변에 해류의 소용돌이를 소환했다.
‘놈의 냉기는 해수면을 향하는 패턴을 지닌다. 바다 전체를 얼리는 것이 아니라 나트륨을 제외한 담수를 얼려 빙하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깊은 바다에는 놈의 냉기가 저 정도의 빠른 속도로는 확장하지 못할 거야.’
전투에 있어서 포스에돈의 판단력은 빠르고 정확했다.
확실히 500미터 이상의 바다 밑으로 들어가자 하티카탄의 냉기가 확장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놈을 단숨에 제압해야 한다. 힘은 내가 우세하다. 하지만 놈은 자신이 만든 빙하 속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가 있어. 전투 내내 내가 우세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놈을 단번에 제압하지 못하면 이번에도 결국 무승부로 끝난다! 무승부는 패배보다 못한 것!’
포스에돈은 점점 영역을 확장하며 다가오는 얼음의 기운을 마주하며 고민에 빠졌다.
‘단번에 끝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놈은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아무리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어도 놈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 놈이 내 입속으로 순간이동을 해주지 않는 이상에야 놈을 꺾을 방법이 없다.’
포스에돈은 짜증이 났다.
상대에게 지지는 않지만 이길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
하지만 포스에돈은 포기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