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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8화)
3. 바다의 제왕들(4)


―방법이 없다면 만들어 낸다!
츳츠츠츠츠!
자신을 향해 조금씩 접근하고 있는 하티카탄의 강한 냉기에 포스에돈이 그를 향해 빠르게 헤엄쳤다.
우오오오오!
그가 헤엄치자 바다가 길을 열었다.
엄청난 속도로 하티카탄에게 접근한 종환은 극한의 냉기가 몸에 닿기 직전, 하티카탄을 한 번 노려보고는 방향을 바꿔 급히 하강했다.
쐐애애액.
냉기에 노출된 등이 얼어붙기 시작했지만 포스에돈은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해저를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충돌!
포스에돈의 거대한 몸이 바닥과 충돌하면서 해저의 지면이 뒤틀렸다.
콰지직, 콰직!! 드드드드드드드드드!!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나며 해저로부터 강력한 해저지진이 발생했다.
평소에 포스에돈이 일으키는 해저지진보다 월등히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며 북해의 바다를 초토화시켰다.
우르르르르르릉!!
콰과과과과앙!!
북해의 바다에 100미터가 넘는 해일이 발생했고 반경 10킬로 이내에 존재하는 모든 빙하가 산산 조각이 나며 비산했다.
근처의 빙하가 모두 터져 나가자 피할 곳을 찾지 못한 하티카탄이 그대로 지진의 충격파에 노출되었다.
―크합!!
하티카탄은 급하게 얼음의 마나를 끌어 모아 자신의 몸을 얼음의 장막으로 둘러쌓다.
그의 몸이 얼음으로 뒤덮인 직후, 포스에돈의 지진파와 그의 얼음 장막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콰과과과광!!
―크악!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들려온 하티카탄의 비명 소리!
해저의 땅 속으로 300미터 넘게 파고들어 갔던 포스에돈이 그와 동시에 빠른 속도로 솟구쳐 올랐다.
쐐애애애애앵.
그가 향한 곳은 강한 타격을 입고 혼란에 빠져 있을 하티카탄에게로가 아니었다.
포스에돈은 온몸의 마나를 끌어 모아 그 모든 힘을 꼬리와 지느러미에 집중시켰다.
‘승부다!’
그는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달처럼 하티카탄을 중심에 두고 크게 회전했다.
쿠오오오오!!
포스에돈의 몸이 음속을 돌파하며 거센 물보라가 발생했다.
바다 속을 음속으로 헤엄치는 엄청난 스피드!
포스에돈의 회전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가 하티카탄의 주위를 음속으로 회전함에 따라 하티카탄을 축으로 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주변의 바닷물이 그 거대한 소용돌이에 끌려오며 규모를 더해 갔다.
콰르르르르릉!!
‘사라져라, 바다여!’
포스에돈은 직경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발생시키는 동시에 소용돌이 외부의 해류를 조정해 바닷물을 밖으로 밀어냈다.
촤아아아아악!
종환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는 하티카탄을 중앙에 가둔 채 주변의 바다와 격리되었다.
마치 썰물처럼 소용돌이 외각의 바다가 사라지며 해저의 지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수심이 깊어 해초조차 자라지 않아 썰물 빠진 뻘과도 같은 해저의 모습.
소용돌이에 갇힌 하티카탄을 중심으로 반경 10킬로미터 이상의 바닷물이 밖으로 밀려나 버린 엄청난 광경!
―어떠냐? 주변의 바닷물이 전부 사라져 버린 지금 한 번 재주껏 도망쳐 봐라!
하티카탄이 타격을 입고 혼란에 빠져 있던 몇 초 동안 그를 완전히 고립시켜 버린 것이다.
주변에 바닷물이 없으면 빙하 속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없는지 하티카탄이 크게 당황하며 소용돌이 속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돌이 속은 포스에돈의 제어하는 영역!
핏! 파드득!
괜한 움직임으로 칼날 같은 소용돌이에 피부가 찢긴 하티카탄이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소용돌이의 파도 속에 하티카탄의 피가 튀어올라 소용돌이 속을 진한 피 냄새로 오염시켰다.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며 회전하던 포스에돈.
―쿠오아아아아아악!!
심장을 멈추게 만드는 무서운 괴성과 함께 포스에돈의 눈동자가 진한 핏빛으로 번뜩였다.



4. 남해의 제왕, 괴조 비달가라(1)


포스에돈의 몸이 소용돌이의 궤도에서 벗어나 하티카탄을 향해 서서히 움직였다.
자신이 만들어 낸 해류의 소용돌이이지만 그 엄청난 여파에 염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지 포스에돈의 헤엄 속도가 평소와는 다르게 느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하티카탄은 그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나를 죽이면!! 내가 죽으면 북해의 바다가 엉망이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티카탄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포스에돈은 대답 없이 그와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가장 거대한 빙하! 대륙만큼이나 거대한 빙하! 아이슬란드가 녹게 될 것이다! 아이슬란드가 녹으면 모든 육지들이 바다로 뒤덮인다! 세상에 육지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하티카탄은 웅변하듯 소리쳤다.
그의 말은 모두가 사실이었다.
그러나 하티카탄도 이런 말로 포스에돈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려움.
죽음에 대하 두려움이 하티카탄으로 하여금 최후의 발악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을 가둬 버린 거대한 소용돌이를 통째로 얼려 버리기 위해 얼음의 마나를 확장시켜 보았지만 포스에돈의 물의 마나가 더 강대했다.
주변의 지역만 미세하게 얼어붙을 뿐, 더 이상 얼음의 마나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었다.
‘죽기 싫다! 죽기 싫어!’
여섯 바다를 책임지는 제왕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이성적이라 일컬어지는 북해의 제왕, 어룡 하티카탄.
그도 죽기를 두려워하는 다른 동물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하티카탄이 죽음의 공포 앞에 떨고 있는 사이 포스에돈의 거대한 몸이 그의 목전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쩌어어억.
그의 거대한 입이 벌어졌다.
하티카탄의 작은 몸은 한 번에 삼킬 정도의 거대한 입, 그 속에서 창날같이 날카로운 수백 개의 이빨 들이 드러났다.
하티카탄은 마치 동굴처럼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포스에돈의 입속을 바라보며 무한의 공포를 느꼈다.
저 무서운 이빨들이 자신을 분쇄해 버릴 것을 상상하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살려 줘!!
성난 해일처럼 밀려오는 공포감에 하티카탄의 입에서 한 해역의 제왕에게서는 나왔다고 보기 힘든, 삶을 구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콰드득!!
하티카탄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사라졌다.
스스로의 냉기로 인해 얼음처럼 변해 버린 하티카탄의 몸뚱이가 포스에돈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콰드득, 콰득!!
포스에돈은 마치 한 여름날 탄산음료 속에 들어 있는 사각 얼음을 깨물어 먹듯이 하티카탄을 씹어 삼켰다.
―북해 제왕의 유언치고는 형편없어, 살려 달라니.
포스에돈의 얼굴에 웃음이 감돌았다.
1년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결국은 이렇게 자신이 승리하고 그를 먹어 버리지 않았는가?
―크하하하하하하하!!
포스에돈이 크게 웃었다.
그의 자아 아래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종환도 그를 따라 웃음 지었다.
북해의 바다.
일전에는 감히 목격하지 못했던 거대한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바다의 대괴수 포스에돈의 흉포한 웃음소리가 북해의 바다 전체에 스산하게 메아리쳤다.
쩌저적.
그의 웃음소리에 반응한 것인가?
격전이 일어난 곳과 한참이 떨어진 곳.
북해의 바다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거대한 얼음 대륙, 아이스란드.
그 거대한 얼음 대륙이 조금씩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하!!
그런 사실에는 관심이 없는 포스에돈의 웃음소리는 그 후로 한참이나 북해의 바다에 울려 퍼졌다.

―얼음의 마나라.
몇 시간 뒤.
하티카탄을 완전히 소화시키자 포스에돈의 몸에 변화가 일었다.
우선은 동해의 바다와 성질이 같은 그의 마나가 가장 먼저 바뀌기 시작했다.
무언가 묵직했던 마나의 움직임이 가벼워지고 신체의 온도가 조금씩 낮아지더니 몸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던 혈액의 흐름이 이전의 반도 안 되는 속도로 느려졌다.
하티카탄이 가지고 있던 얼음의 마나가 포스에돈의 바다의 마나와 중화되어 새로운 타입의 마나가 탄생한 것이다.
하티카탄처럼 극한의 마나도 아니었고, 포스에돈이 가진 무거운 바다의 마나도 아닌, 무더운 여름에 계곡물에 물을 담근 것 같은 청량한 마나가 포스에돈의 몸 전체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좋구나!
마나의 성향과 피가 도는 속도, 심지어 심장이 뛰는 간격마저 변해 버리자 포스에돈의 잔혹한 성격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세상의 마이너스 적인 감정들만 모아 놓은 것 같은 그의 성격에 하티카탄의 이성이 침투해 조금 더 냉정해지고 이성적인 면이 생겨났다.
물론 아직도 충분히 잔인하고 악한 포스에돈이었지만 그전과 비교해 봐서는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성품의 변화였다.
―이제 냉기를 다룰 수가 있다니.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냉기를 다뤄 빙하를 만들고 자신이 만든 빙하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하티카탄의 고유한 능력이 포스에돈에게 생겨난 것이다.
―크크크크크, 가장 먼저 얼음 돌고래를 사냥하기를 잘했어. 이제 이 능력들로 그놈처럼 바다를 얼려 버릴 수가 있게 되었어!
강해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나 포스에돈에게 강함이란 숨 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강력한 능력이 생겨나자 기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크하하하하! 이제 곧 레비아탄 녀석을 얼음 과자로 만들어 버린 뒤에 씹어 삼킬 수가 있겠구나! 크크크크크, 크하하하하하!
포스에돈이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어 젖혔다.
한참을 웃어 대던 포스에돈의 표정이 갑자기 북해의 빙하처럼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정도 능력이 생겨났다 하더라도 흰 고래 자식을 죽일 수는 없겠지.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그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눈동자에는 용광로보다 뜨거운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 다시 움직일 때가 되었어!
포스에돈은 몸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저 멀리 존재하는 남쪽의 바다.
다음 목표는 남해의 제왕인 거대한 바다 새, 알바트로스!
바다 속에 사는 생명체가 아니라 남쪽의 바다 위의 창공에서 남쪽 바다를 수호하는 거대 괴조!
―비달가라!
포스에돈의 눈에 수천 킬로 떨어진 남해의 바다 위에서 유유히 바다를 굽어보고 있을 거대 알바트로스, 비달가라의 환영이 보이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비달가라의 울부짖는 소리가 포스에돈의 느려진 심장을 자극했다.
두근!
피가 도는 속도가 빨라졌다.
두근, 두근!
그의 심장 속도도 더불어서 빨라졌다.
이때까지 자신이 상대했던 바다 괴수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포식자!
비달가라와의 전투를 생각하는 포스에돈의 얼굴에 살벌한 미소가 감돌았다.
―다음 목표는 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포스에돈의 거대한 몸이 북해의 바다를 가르며 사라졌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물길이 갈라진 그대로 하얗게 얼어붙어 그가 이동한 방향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가 가고자 하는 곳은 분명했다.
비달가라가 기다리고 있을 남쪽 바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