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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9화)
4. 남해의 제왕, 괴조 비달가라(2)


비달가라.
그는 남쪽 해역의 제왕인 동시에 가이아 대륙의 남부 해안을 수호하는 수호자였다.
가이아 대륙의 남부 국가들은 비달가라를 신성한 동물로 여겨 그를 위한 제사를 지내는 국가도 있을 정도였다.
그는 남부 해역 전체를 수호하는 동시에 바다의 균형을 유지한다.
천둥, 번개, 기후, 바람을 다루는 그의 능력은 평범한 동물들과 심지어 인간과 같이 지적 능력이 있는 고등 생물들에게도 마치 신처럼 느껴지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의 몸길이는 50미터에 불과하지만 양쪽 날개를 모두 펼치면 300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다.
비달가라가 하늘을 날면 그 아래는 완전히 어둠에 가려 버릴 정도로 거대한 크기!
하지만 그의 거대한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평소에 그는 대기권을 구성하는 층계의 하나인 대류권의 다음 층, 성층권까지 올라가 세상을 굽어보며 날아다녔기에 그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생물들의 눈에는 그저 조금 큰 새로 여겨질 뿐이었다.
삐에에에에에엑!!
500킬로미터 밖에서도 들을 수 있는 비달가라의 울음소리가 남부 해역 전역으로 울려 퍼졌다.
쿠르릉, 쿠릉!
그의 울음소리가 하늘에 닿자 티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몰려들었다.
구름은 특정 방향에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동, 서, 남, 북 모든 방향에서 비달가라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쿠르릉, 쿠릉!
천둥,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남해 바다를 완전히 뒤덮었다.
구르릉, 번쩍!
천둥이 치고 번개가 바다 위로 떨어져 내렸다.
휘이이이이잉, 콰르릉!
갑자기 밀려온 열대성 저기압이 남해 바다 위에 풍랑을 일으켰다.
그것은 일반적인 풍랑이 아니라 중심 풍속이 초속 50m가 넘는, 대형 태풍이었다.
후오오오오오! 콰르릉, 번쩍!
중심기압이 975헥토파스칼에 이르는 대형 태풍이 비달가라의 의지로 순식간에 남부 바다를 덮어 버렸다.
후두두두둑.
바다 위로 장대 같은 빗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남해의 제왕, 알바트로스 비달가라가 주변으로 휘몰아치는 돌풍과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천둥, 번개 속에서 또 다시 초고음의 울음소리를 냈다.
삐에에에에에에엑!!
그가 분노한 눈으로 울부짖는 방향은 포스에돈이 위치하고 있는 동해 바다 쪽이었다.

삐에에에에에에엑!!
남쪽의 창공에서 해수면을 뚫고 들려오는 초고음의 울음소리가 포스에돈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비달가라의 울음소리를 들은 포스에돈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생겨났다.
―비달가라!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구오오오오오!
포스에돈의 눈빛이 빛나며 그의 몸이 음속을 돌파했다.
촤아아악!
그가 지나가자 해수면으로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비산한 물방울들은 해수면으로 떨어져 내릴 때에는 구슬 모양의 얼음이 되어 햇빛에 반사되며 떨어졌다.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그 광경을 만들어 낸 포스에돈의 살벌한 모습을 본다면 차마 아름답다 말하지 못하리라.
쿠르르르르릉!!
포스에돈이 속도를 더욱 높였다.
동해에서 시작된 그의 질주가 비달가라가 지키는 남해 해역 사이에 기다란 얼음길을 만들어 내었다.
―죽인다!!
포스에돈의 입가에 그가 만들어 낸 얼음보다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비달가라!!
촤아아아악!
포스에돈은 하늘에 떠 있는 비달가라의 거대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해수면위로 몸을 띄웠다.
구오오오오옹!!
쿠아아아아아아!
포스에돈의 입에서 발사된 직경이 20미터에 이르는 물대포가 비달가라를 향해 쏘아졌다.
쩌저저저저저적!
물대포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동시에 순식간에 얼어붙어 주변으로 냉기를 뿌리며 근처의 수분을 얼음 결정으로 바꾸어 버렸다.
쿠구구구궁!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가는 얼음덩이는 눈 깜짝할 새에 비달가라의 목전에 닿았다.
콰르르르릉, 번쩍!!
얼음덩이가 그의 몸에 닿기 직전!
먹구름 속에서 떨어져 내린 청색의 번개가 비달가라의 번쩍이는 부리를 향해 쏘아져 내렸다.
치칙!
피뢰침과 같이 번개의 에너지를 모은 비달가라의 기다란 부리와 포스에돈이 쏘아 올린 얼음덩이가 부딪혔다.
쿠오와아아아아앙!!
번개보다 눈부신 빛이 발생하며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촤아아아악!
포스에돈은 허공에 뜬 상태로 출렁이는 해수면을 끌어 올려 그의 주변에 해류의 소용돌이를 생성시켰다.
쿠르르릉!
해수면보다 100미터나 높은 곳에 바닷물을 끌어 모은 포스에돈.
그는 자신이 쏘아 올린 얼음 대포를 어렵지 않게 막아 낸 비달가라를 향해 차갑게 웃었다.
―역시 남해의 제왕인가?
비달가라는 하늘에서 포스에돈의 강렬한 눈동자를 마주 쏘아보며 나직이 말했다.
―북해의 제왕을 죽인 것이 역시 너의 짓이었군. 이제는 나를 죽이러 온 것인가?
포스에돈의 표정이 굳어졌다.
―죽이러 온 것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정확하게 알려 주지.
그의 눈에 살기가 가득 담겼다.
그리고 몸에서는 모든 것을 제압할 만한 강력한 에너지가 발산되었다.
구구구구구구구!!
그것은 절대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강력한 기세!
그와 마주하고 있는 상대가 한 해역의 제왕이 아니라 일반적인 돌연변이 괴수나 바다 생물이었다면 그 눈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멎어 버릴 무서운 기운이었다.
―내가 온 이유는.
쩌저적, 쩌적!
인근의 바다가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를 보호하듯 회전하던 해류의 소용돌이를 비롯하여 반경 1킬로의 해역을 얼려버린 그의 모습은 바다의 제왕, 대해의 절대자! 바로 그것이었다.
―너를 먹어치우기 위해서다!!
싸아아악.
비달가라는 몸에서 피가 마르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실제로 피가 말라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런 환청이 들릴 정도로 포스에돈의 모습은 위협적인 것이었다.
꿀꺽.
비달가라는 마른 침을 삼켰다.
‘이대로 기세에서 지고 들어간다면 내가 이길 확률이 사라진다.’
―삐에에에에에엑!
비달가라는 포스에돈으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가슴을 펴고 길게 울부짖었다.
쿠아아앙!!
주변의 하늘로 돌풍이 일고 천둥, 번개가 폭죽처럼 떨어져 내렸다.
쿠르르릉, 번쩍!!
휘오오오오오오오!
어두운 하늘, 그리고 사방으로 떨어져 내리는 번개!
그 가운데에서 오연히 아래를 내려다보는 비달가라의 모습!
비달가라가 한쪽의 길이가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날개를 크게 펼쳤다.
그가 날개를 모두 펼치고 상체를 해수면과 수직이 되게 펴자 마치 하늘의 신을 마주하는 듯한 위압감이 들었다.
‘재미있군.’
포스에돈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우오오오오오오!
파도치는 바다처럼 출렁이는 하늘 한 가운데에서 비달가라가 고개를 아래로 내려 포스에돈을 쏘아보았다.
그의 금색 눈이 번쩍였다.
―누가 잡아먹힐지는 해 봐야 아는 것이지. 나의 부리로 너의 지렁이 같은 몸을 단번에 꿰어 주마!!
후오오오옹!!
긴장감 넘치는 대치 상황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남해의 제왕, 비달가라였다.

쐐애애애애액!
그가 포스에돈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들자 포스에돈의 주위로 강한 압력이 발생했다.
쿠우우웅!
―익!
풍력으로 인해 발생한 압력은 포스에돈과 그를 보호하듯 둘러싸져 있는 소용돌이 얼음 장막을 짓눌러 버렸다.
쩌저적, 쩌적!
뿐만 아니라 주변에 얼어붙은 바다에 금이 가며 포스에돈이 머물고 있던 지반 자체가 휘청거렸다.
그러나 문제는 비달가라의 공격이 그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거대한 몸이 포스에돈을 향해 내리 꽂히고 있었던 것이다.
―삐에에에에엑!
쿠르르르릉! 번쩍!
괴성을 지르며 날아드는 비달가라의 몸에 번개가 떨어져 내리며 그의 몸 전체에 강한 전류가 발생하였다.
온몸이 불에 뒤덮인 채로 비상하는 불사조처럼 온몸이 강한 전류로 뒤덮여 하강하는 비달가라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낙뢰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 버린 비달가라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덤벼라!
포스에돈의 외침과 동시에 강한 냉기가 그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쩌저저저저적!
순식간에 완성된 거대한 얼음 방패!
번개에 둘러싸인 비달가라와 포스에돈의 얼음 방패가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마치 다이너마이트 천 개가 동시에 터진 듯한 폭발음이 남해 바다를 뒤덮었다.
―크으으윽!
이번 격돌에서 손해를 본 것은 포스에돈이었다.
본신의 힘에서는 비달가라를 압도하는 포스에돈이었지만 그는 바다 속에서 활동하는 수룡이기에 해수면 밖에서의 격돌에서는 비달가라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우오오오오.
격돌 직후 포스에돈의 몸이 소용돌이 얼음 장막에서 튕겨져 공중으로 떠올랐다.
비달가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얼음 방패를 부숴 버림과 동시에 공중으로 떠오른 포스에돈을 향해 빠른 속도로 짓쳐들었다.
쐐애애애액!
데미지를 입어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바람 가르는 소리를 들은 포스에돈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몸과 날개를 완전히 펼친 채로 태양을 완전히 가려 버린 비달가라의 거대한 그림자였다.
그는 그 그림자 속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무언가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그것은 비달가라의 발톱!
세상의 그 무엇도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은 두껍고 날카로운 비달가라의 발톱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쳇!
포스에돈은 비달가라를 향해 냉기를 뿜어냄과 동시에 몸을 비틀어 해수면으로 낙하하는 속도를 증폭시켰다.
그가 허공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이 최선의 방법!
스가악!
포스에돈이 발산시킨 냉기로 비달가라의 발톱이 얼어붙으며 공격을 지연시켰지만 완전히 막아 낸 것은 아니었다.
그의 발톱이 포스에돈의 몸통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었다.
―크윽!
포스에돈은 그래도 발톱에 붙잡히지 않을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해수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딜!
쿠르르릉, 번쩍!
포스에돈을 놓친 비달가라는 그의 몸이 해수면에 닿기 직전에 먹구름 속에서 번개를 소환해 포스에돈을 향해 떨어뜨렸다.
아무리 음속보다 빠른 포스에돈이라 할지라도 번개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
포스에돈의 머리가 해수면에 닿는 순간 이미 번개는 그의 몸을 향해 바짝 다가와 있었다.
‘빙하 이동!’
파지지지직! 츠즈즈즈즈!
포스에돈은 바다에 몸이 닿자마자 자신이 만들어 낸 빙하 속으로 순간이동했다.
목표를 놓친 번개는 그가 떨어져 내리던 바다로 떨어졌다.
쩌저저저저적!!
빙하 속에 몸을 숨긴 포스에돈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강한 전류가 바다 속을 진탕으로 만들었다.
‘번개 공격에 몸을 허용하면 위험하다!’
포스에돈의 철갑피는 모든 외부의 물리적인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외골격 생물체의 뼈와도 비교되지 않는 피부의 강도를 자랑했지만 그의 철갑피도 전류에는 취약성을 보일 수가 있었다.
찌릿찌릿.
그 증거로 바다에 집적 노출되지 않고 빙하 속에 머물고 있었음에도 낙뢰로 인해 발생한 전류가 포스에돈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