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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10화)
4. 남해의 제왕, 괴조 비달가라(3)
―숨는 것이냐?!
비달가라는 고온의 바람을 생성시켜 얼어붙은 발톱을 녹여 내고는 빙하 속으로 몸을 옮긴 포스에돈을 노려보았다.
빠직!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포스에돈에게 비달가라의 물음은 분노를 돋우는 말이었다.
―숨어?!
콰아아아아앙!
그를 둘러싸고 있던 빙하가 박살이 나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삐에에에엑!
이에 비달가라는 비산하는 얼음덩이를 피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로 도망치는 네놈이 나에게 그따위 말을 하는 것이냐?!
쿠오오오오오!
포스에돈이 분노하자 주변의 바다에서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수십 개의 물기둥은 빠른 속도로 솟구쳐 비달가라를 향해 날아갔다.
포스에돈의 말에 기분이 상했음인가, 비달가라는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
한곳에서 날갯짓을 하며 그가 쏘아 올린 수십 개의 물기둥을 기다렸다.
그리고.
―태풍!
그가 내뱉은 한마디에 남해의 전역을 뒤흔들던 태풍이 순식간에 비달가라의 주위를 감쌌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비달가라는 태풍의 눈이 되었다.
그를 축으로 한 거대한 토네이도가 발생하며 포스에돈이 쏘아 올린 물기둥을 흩뜨려 놓았다.
뿐만 아니라 토네이도는 바다를 향해 뻗쳐 내려오더니 바닷물을 빨아올리며 주변의 바다를 점점 끌어당겼다.
이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포스에돈은 바닷물을 얼려 거대한 아홉 개의 얼음 창을 생성시켜 허공에 떠 있는 비달가라를 향해 날려 보냈다.
투가악! 쿠오오오오!!
음속을 돌파하며 비달가라를 향해 날아간 아홉 개의 얼음 창.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비달가라가 만든 거대한 토네이도 앞에서 순식간에 사그라져 버렸다.
챙, 챙, 챙, 챙그랑!
눈 깜짝할 사이에 분쇄되어 버린 얼음 창들.
포스에돈은 인상을 찡그렸다.
비달가라가 하늘에 떠 있는 이상 전투가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오오오오오오오!!
포스에돈은 빠른 속도로 주변의 바닷물을 빨아올려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토네이도의 중심지, 즉 스스로가 태풍의 눈이 되어 천천히 날갯짓을 하고 있는 비달가라를 올려 보았다.
거리가 멀고 공기를 격동시키는 토네이도로 인해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왠지 자신을 비웃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포스에돈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놈!!
격하게 분노하는 포스에돈이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쿠르르릉, 쿠오오오오오오!!
그사이에 비달가라의 주위에 반경 4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토네이도가 생겨났다.
세상의 모든 것을 쓸어버릴 기세!
가히 바다의 신과도 같은 능력이었다.
―포스에돈!!
비달가라의 음성이 포스에돈의 머리를 때렸다.
‘내가 저 따위 조류 자식한테 당할 정도로 약하단 말인가?’
번쩍!
포스에돈의 눈빛이 바뀌었다.
자신에 대한 극도의 분노가 오히려 그의 냉철한 이성을 깨운 것이다.
포스에돈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비달가라를 올려다보았다.
―네놈이 남해 바다로 내려온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포스에돈과 비달가라의 눈빛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 순간, 거대한 토네이도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포스에돈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와라!
그와 동시에 포스에돈의 몸이 움직였다.
포스에돈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며 해저를 향해 헤엄쳐 나갔다.
그 직후, 거대한 토네이도가 포스에돈이 머물던 빙하를 향해 떨어졌다.
쿠과과과광!
반경이 1킬로미터가 넘는 빙하가 1초도 되지 않아 가루가 되어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었다.
―어디냐?
토네이도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포스에돈을 시야에서 놓친 비달가라가 인상을 쓰며 그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감각을 모두 동원해도 포스에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거대한 몸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실 포스에돈은 토네이도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자마자 속도를 늦췄다.
자신의 거대한 몸이 해수면 근처에서 움직인다면 비달가라의 눈을 속일 수가 없기에 해저로 내려가 그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발산되는 강대한 마나가 비달가라의 예리한 감각에 포착될 것을 염려해서 속도를 완전히 줄이고 주변의 바다에 마나를 얇게 뿌려 바다와 마나를 동화시켰다.
이로써 포스에돈의 마나가 주변의 바다에 광대하게 퍼져 나가 하늘에서 자신을 찾고 있을 비달가라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었다.
이 정도 조치로도 포스에돈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남해 바다의 해류의 움직임을 재빨리 파악한 후에 토네이도와 최대한 멀리 떨어질 수 있는 해류에 몸을 실었다.
그로 인해 그의 몸 주위에는 그가 움직임으로 인한 물결의 변화조차 생기지 않았다.
비달가라가 바다 속으로 고개를 드밀지 않는 이상 완전한 잠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된다.’
포스에돈은 이렇게 해저로 가라앉은 상태로 비달가라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되짚어 보았다.
‘비달가라, 바다의 제왕이지만 특이하게도 조류인 것이 특징이지. 바다의 괴수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공격을 퍼붓는 놈과의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월등히 강한 힘을 지닌 내가 고전하는 것이겠지.’
그랬다.
동일한 힘을 가졌다면 바다의 괴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달가라를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
포스에돈이 그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포스에돈의 힘이 비달가라보다 월등히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달가라가 유리한 것도 아니야. 해수면 근처로 나가지만 않는다면 해류를 다룰 수 있는 내가 해수면 위의 태풍에 당할 리도 없으니까.’
포스에돈은 비달가라의 약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자신이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비달가라도 자신을 이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남해의 바다가 수심이 깊지가 않다는 거야. 지금 내가 위치한 이곳도 수심이 400미터밖에 되지 않아.’
수심이 깊지 않다는 것은 바다 속에서 싸우는 포스에돈에게는 큰 문제였다.
왜냐하면.
쿠오오오오오오오!! 촤아아아아아악!!
포스에돈은 후방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굉음에 고개들 천천히 돌렸다.
그는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에돈의 시야에 들어온 모습.
없었다.
그의 500미터 후방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바다가 없었다.
특정 지역의 바닷물이 모조리 허공으로 튀어 오르며 해저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비달가라가 포스에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해역의 바다를 토네이도와 바람의 힘으로 강하게 쳐 내어 그 지역의 바닷물을 모조리 허공으로 비산하게 만든 것이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능력이었다.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엄청난 능력이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포스에돈은 미소 지었다.
‘수심이 깊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나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로써 내 생각을 비달가라가 스스로 증명해 준 셈이야.’
자신이 모습을 감추자 비달가라는 바다 속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바다를 쳐 내어 자신의 흔적을 찾으려는 것이다.
‘알바트로스의 특성상 이 정도 수심이라면 비달가라는 해저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그것도 오랫동안 말이야. 그런데 놈은 잠수를 택하기보다는 마나 소모가 심한 방법을 택하고 있어, 그 이유는.’
비달가라는 바다 속에서 자신을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해수면 위에서는 감히 신의 능력이라 불릴 만한 것이었지만 바다 속에서는 그저 돌연변이 알바트로스일 뿐이기에.
‘그렇다면 내가 놈을 이길 방법은 분명해진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촤아아아아악!!
다시 한 번 비달가라의 토네이도가 해저의 지면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포스에돈의 전방 1킬로미터 정도의 지점이었다.
‘그래, 그렇게 마나를 소모해라. 네놈이 얼마나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마나를 운용하게 되면 결국에는 지는 것은 네놈이다!’
포스에돈은 그저 유유히 해류에 몸을 맡긴 채 기회를 노렸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놈이 마나를 낭비한다면 그때가 기회다!’
포스에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심지어 지느러미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힘을 푼 채로 완전히 바다와 동화된 채 기회를 기다렸다.
그때.
쿠오오오오오오오! 촤아아아아악!!
다시 한 번 비달가라의 토네이도가 바다를 때렸다.
그로 인해 해저의 땅바닥이 드러난 바다의 모습!
‘이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비달가라의 토네이도가 때린 곳은 포스에돈의 꼬리 쪽 방향!
―거기냐?!
지면이 드러난 바다 위에 노출된 포스에돈의 꼬리를 발견한 비달가라가 먹구름 속에서 들끓고 있는 번개를 소환해 떨어뜨렸다.
쿠르르르르릉, 번쩍!
파지직, 파직!
―크악!
음속을 돌파하며 비달가라의 공격을 피해 내려 했지만 자신이 머물고 있는 바다 전체를 때려 버리는 낙뢰에 포스에돈의 비명이 새어나왔다.
―이익!!
이빨이 덜덜덜 떨려 오고 입안에서 탄내가 진동을 했지만 포스에돈은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구오오오오오!
그가 헤엄쳐 나감에 따라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터 주었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쿠오오오오오오오! 촤아아아아악!!
포스에돈의 종적을 포착한 비달가라가 그의 전진 경로를 향해 토네이도를 이용한 공격을 감행했지만 포스에돈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내며 하티카탄에게서 얻어낸 능력을 발휘했다.
‘극한 냉기!’
그가 지나간 자리가 얼어붙기 시작하며 거대한 얼음이 생겨났다.
담수로 이루어진 얼음덩어리는 서서히 해수면을 향해 떠오르며 주변의 바다까지 확장해 갔다.
구우우웅.
얼음덩이가 해수면 위로 떠오를 때는 이미 거대한 빙하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비달가라는 빙하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고 포스에돈의 경로에 낙뢰를 떨어뜨리고 토네이도로 공격했다.
―크아악!
포스에돈은 비달가라의 공격에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었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빙하를 만들어 내었다.
약 30초 만에 지름 5킬로미터 정도의 원을 그리며 수십 개의 빙하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포스에돈이 속도를 줄였다.
‘급하게 빙하를 만들어 내느라 몸속의 마나를 거의 절반이나 사용해 버렸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놈을 잡을 기회가 다시 오지 않아!’
포스에돈은 속도를 늦추며 입을 크게 벌려서 입안을 바닷물로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위장 가득히 바닷물을 채워 넣었다.
―놈! 잡았다!
그 순간, 포스에돈의 속도가 늦춰진 것을 놓치지 않고 비달가라가 그를 향해 토네이도 공격을 날렸다.
이에 포스에돈은 재빨리 자신의 몸 위에 냉기를 끌어 모아 얼음의 방패를 만들어 냈다.
쩌저저저적!
쿠오오오오오오오! 촤아아아아악!!
포스에돈이 얼음 방패가 만들어진 직후에 비달가라의 토네이도가 그 위를 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비달가라는 몸에 지닌 대부분의 마나를 쏟아 부으며 이번 공격에 모든 것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