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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11화)
4. 남해의 제왕, 괴조 비달가라(4)
토네이도로 포스에돈이 머물고 있는 바다를 때려 바닷물을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마나가 없어도 허공에 노출된 포스에돈의 몸을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꿰뚫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가 있게 된다.
그를 붙잡고 하늘로 날아오르기만 한다면 무조건 자신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것이다.
이번 공격에 마나를 올인한 비달가라의 공격!
그에 대항하는 포스에돈은.
쩌어어엉!
―크아악!!
비달가라의 강력한 토네이도 공격에 얼음 방패가 깨어지며 포스에돈의 몸이 드러났다.
주변의 바닷물이 모두 허공으로 떠올라 바다의 지면에 바닷물 없이 포스에돈의 몸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포스에돈의 완전한 위기 상황.
포스에돈이 비명을 지르며 벌어진 그의 입에서 바닷물이 흘러내렸다.
삐에에에에엑!
기회를 포착한 비달가라에게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비달가라는 해저의 지면 위에 누워 고통스러워하는 포스에돈을 향해 그대로 하강했다.
‘그래, 와라. 좀 더, 좀 더.’
포스에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달가라를 기다렸다.
이 모든 것이 포스에돈의 노림수!
―끝이다!!
승리를 직감한 비달가라의 발톱이 포스에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포스에돈의 입에서 위장까지 담아 두었던 바닷물이 발사되었다.
일직선으로 발사된 바닷물은 비달가라를 향해 뿌려진 것이 아니라 주변의 바다를 향해 뿌려졌다.
쿠오오오오!
이제 발톱을 오므리기만 하면 비달가라가 포스에돈을 붙잡는 것인데, 그러면 끝나는 것인데!
텁!
포스에돈의 몸이 사라져 버리고 그의 발톱은 허공을 쥐었다.
‘빙하 이동!’
자신이 만들어 낸 빙하와 바다가 연결이 되어 있다면 순식간에 순간이동이 가능한 하티카탄의 능력이 포스에돈을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 낸 것이다.
그리고.
―큭, 놈!
촤아아아아악!
포스에돈이 사라지자 타겟을 잃은 비달가라의 몸 위로 흩어진 바닷물이 다시 모여들었다.
비달가라는 몸이 바다에 잠기지 않기 위해 날개를 움직여 비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때였다.
쿠오오오오오오! 퍼어어억!
어디선가 날아온 물대포가 비달가라의 비어 있는 가슴을 격타한 것이다.
―끄아아악!
갑작스레 물대포에 얻어맞은 비달가라의 몸이 뒤쪽으로 날아가며 그대로 바다 속으로 빠져 들었다.
콰아아아아앙!
지면이 드러났던 곳에 다시 바닷물이 채워지며 비달가라의 몸을 삼켜 버렸다.
―이익!
비달가라는 가슴을 얻어맞은 통증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바다 속에서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기에 어서 해수면 밖으로 벗어나야만 했다.
‘나가야 해!’
다리의 힘으로 지면을 박차고 해수면으로 상승하려던 비달가라가 움찔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쩌저저적.
―이럴 수가!!
어느새 그의 다리와 해저의 지면에 통째로 얼어붙어 떨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사색이 된 비달가라의 귓가로 들려오는 음산한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깨웠다.
―이제 내 차례인가?
어느새 비달가라에게로 바짝 다가온 포스에돈의 잔인한 목소리였다.
5. 일곱 번째 진화(1)
―안 돼!!
비달가라는 정면에서 느린 속도로 헤엄쳐오는 포스에돈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이익!
촤아아악!
바다 속을 빠져나가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며 몸을 흔들었지만 완전히 얼어붙은 그의 다리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스스스.
멀리서 헤엄쳐오는 포스에돈의 모습이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비달가라의 호흡이 빨라지고 혈액이 도는 속도가 증가했다.
―안 돼!!
또 한 번의 비명, 그가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모든 마나를 짜내어 자신의 모든 권능을 발휘시켰다.
우르르르르, 번쩍!
쿠오오오오오오오오!!
해수면 위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여러 개의 소용돌이가 생겨나 거대한 해일이 일었다.
한 낮인데도 비달가라의 권능으로 일어난 현상들로 인해 남해의 바다는 마치 자정 때의 바다를 보는 것처럼 어둡고 무서웠다.
하지만, 그런 것은 도움이 되질 않았다.
포스에돈과의 전투에서 힘이 많이 약화된 그의 천둥과 번개, 거센 풍랑과 토네이도는 수심 400미터 지점에서 느린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포스에돈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내가 죽게 되면 남해의 바다가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내가 왜 남해 바다의 제왕이 되었는지 아는가?! 나는……!
비달가라는 목전까지 다가온 포스에돈을 설득하기 위하여 빠른 속도로 말을 뱉어냈지만 포스에돈은 들을 생각이 없었다.
스르르르륵.
뱀처럼 긴 그 몸으로 비달가라의 다리부터 시작해서 몸통과 날개, 목까지 빙글빙글 돌아가며 서서히 죄어 갔다.
꽈드드드드득!!
―크악!
비달가라의 몸을 완전히 감아 버린 채 몸을 조이자 비달가라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나왔다.
내장이 터질 것만 같은 압력이었다.
비달가라를 완전히 제압한 포스에돈의 얼굴이 스르르 움직여 비달가라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너도 별다르지 않아,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니 북해 돌고래 놈과 결국에는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삶을 구걸하고 있다는 말이다.
비달가라는 죽음에 대한 공포, 그것을 초월하는 근원의 공포를 느꼈다.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저 무서운 핏빛 두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것은 죽음보다 더 심한 공포심이었다.
덜덜덜덜.
비달가라의 몸이 떨려 왔다.
―이봐, 새대가리, 남해의 제왕이라면 제왕답게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게 보기 좋지 않겠어?
스아아아악.
비달가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비달가라도 하티카탄과 같이 피가 마르는 듯한 환청을 들었다.
그의 심장은 극도의 공포로 인해 조금씩, 서서히 멈춰 가고 있었다.
―사…살려 줘!!
그래도 살고 싶기에 살아서 하늘을 날고 싶기에 힘겹게 한마디를 뱉어 내었다.
하지만 벌써 포스에돈의 거대한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동굴같이 벌어진 입속에서 창날같이 날카로운 수백 개의 이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달가라는 저 무시무시한 것들이 자신의 몸을 찢어 놓을 것이라 상상하자 심장이 멎어 버리는 것 같았다.
―컥, 컥! 안…안 돼!!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비달가라의 몸통보다 더 크게 벌어진 포스에돈의 입이 그의 머리를 삼켜 버렸기 때문이다.
스르르르륵.
퍼덕, 퍼덕.
포스에돈은 머리를 삼킨 동시에 그의 몸을 조이던 것을 풀어 주었다.
그러자 비달가라의 날개가 퍼덕이며 주변의 해류를 어지럽혔다.
그게 마지막 몸부림이 되었다.
촤아아아악!
마치 아나콘다가 먹잇감을 사냥할 때 통째로 몸을 삼켜 버리듯 포스에돈도 비달가라의 몸을 통째로 삼켜 버린 것이다.
포스에돈의 몸이 비달가라를 삼킨 부피만큼 크게 부풀었다.
―남해의 제왕도 별수 없어, 결국은 내 먹잇감에 지나지 않을 뿐이야.
꿀꺽.
포스에돈은 삼켜 버린 비달가라를 소화시키기 위해 지면에 몸을 뉘었다.
―좋아, 좋아! 크하하하하하하하!!
남해의 제왕마저 집어삼켜 버린 포스에돈, 그의 광포한 웃음소리가 남해 바다 전역에 퍼져 나갔다.
그러자 남해 바다 속에 거대한 해류의 소용돌이가 수십 개가 생겨나며 그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태양을 가리던 먹구름이 서서히 사라지며 태풍은 중심기압이 바뀌면서 천천히 그 모습을 감추었다.
쿠르르르릉, 쩌어어억!
포스에돈의 주변의 바다가 해류의 소용돌이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쩌저저적, 콰아아아아앙!
수백 개의 거대한 해류 소용돌이는 이내 포스에돈의 냉기에 의해 얼어붙더니 이내 더 강력한 힘에 의해 파괴되어 갔다.
―때가 되었는가?
포스에돈은 직감적으로 진화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비달가라를 모두 소화시키자 드디어 100년 만에 일곱 번째 진화를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일곱 번째 진화다! 나는 과연 무엇으로 진화할 것인가?’
수룡의 형태를 띠는 포스에돈은 그가 생각할 때에 자신의 모습이야말로 바다의 포식자들과 맞서기에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상어의 형태나, 돌고래, 갑각류, 무척추 생물인 오징어 따위를 모두 고려해 보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뱀처럼 몸이 길고 누구보다 빠른 속도를 가진 수룡의 형태보다 나은 것은 없어 보였다.
쿠르르르릉, 쩌저저저적.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다음 진화에 대해서 생각해 두지 않았어. 무엇으로 진화해야 하지?’
포스에돈은 망설였다.
자신으로서는 수룡보다 더 강한 포식자의 형태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수룡으로 100년을 살면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충분히 강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기에 사실 일곱 번째 진화가 있을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화를 거치면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을 알기에 빨리 진화의 방향을 선택해야 했다.
콰르르르릉, 콰아아아아앙!!
그의 주변으로 엄청난 크기의 빙하가 생성되고 또 파괴되어 갔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아. 비달가라처럼 아예 조류로 변해서 하늘을 날아다녀 볼까? 아니야, 레비아탄을 만나기 위해서는 심해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조류가 어떻게 심해 속으로 잠수를 하겠어? 아무리 봐도 지금의 모습이 가장 나아 보여. 어떻게 한다?’
결정을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고래? 상어? 오징어? 문어? 어류? 파충류? 포유류? 무엇으로 진화해야 하나?
마음이 급해지자 한꺼번에 많은 생각들이 포스에돈의 머리를 뒤덮었다.
콰르르르릉, 쿠구궁!
포스에돈이 몸을 누인 해저의 지면이 강력한 대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포스에돈은 자신의 몸이 해저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상황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번쩍!
그때 포스에돈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나는 한 해역의 제왕이다. 지금의 모습으로 제왕의 자리에 올랐다! 더 이상의 진화가 나에게 필요한가!
콰과과광! 콰지직!
그의 몸이 붕괴된 해저의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더불어서 얼굴에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균열이 그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그래! 그거였어. 애초부터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쩌저저저적, 콰아아앙!!
포스에돈의 거대한 몸이 부서지고 있었다.
‘나는 결정했다!’
스르르륵.
꼬리를 시작으로 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진화하려고 하는 모습은!’
하지만 그의 눈동자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모습 그대로! 이 모습 그대로를 가진 더 상위의 존재로 진화할 것이다!!’
쩌저저저적, 퍼억!
얼굴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위가 터져나갔지만 그의 사념은 계속되었다.
‘더 강한 모습으로! 더 강력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겠어!!’
이제는 그의 타오르는 눈동자도 탁하게 색이 변해 부서져 내렸다.
‘자, 오너라!’
쩌저적, 콰아아앙!
포스에돈의 몸이 완전히 남해의 바다로 흩어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의식이 심연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