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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18화)
7. 비장의 필살기(3)
쩌저저저저저저적!!
모비딕의 주위에 은회색 방어 장막이 생겨나 포세이돈의 냉기공격을 막아 냈지만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린 주변의 바다까지 보호할 수는 없었다.
쩌저저저저적!
영역을 확대하며 주변의 바다를 모두 열려 버린 포세이돈의 냉기 공격!
그로 인해 중력의 작용을 받아 모비딕의 몸 위로 쏟아지려던 바닷물들까지 모두 얼어붙어 버렸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모비딕의 몸 주위로 높이 60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얼음벽이 생겨나고 그의 몸은 마치 커다란 얼음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그 속에 인위적으로 집어넣은 올챙이와 같은 신세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얼음 위에 완전히 몸뚱이가 드러난 모비딕!
모비딕은 포세이돈의 행동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다고 나의 방어막을 뚫을 수는 없다.
보통의 고래였다면 중력에 완전히 노출되어 자신의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서서히 죽어 가겠지만 모비딕은 그런 여느 고래들과는 차원이 다른 심해의 수문장!
여유로운 그의 반응에 포세이돈이 그의 코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 모습이 좁은 웅덩이 속에 갇힌 거대한 민물고기를 한입에 잡아먹기 위해 접근하는 아나콘다와도 같이 음습해 보였다.
포세이돈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비딕의 앞에서 멈춰 서고는 냉소를 흘렸다.
―생각보다 멍청하구나, 잘 봐라. 어리석은 모비딕아.
포세이돈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입을 벌린 채 목울대를 크게 한 번 움직이자 그의 목구멍 속에서 직경 10미터 크기의 검은 구체 다섯 개가 내뱉어 지더니 허공을 둥둥 떠올랐다.
마치 검은 쇠구슬을 크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다섯 개의 구체들.
검은 구체들은 모비딕의 전, 후, 좌, 우, 그리고 등 위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모비딕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 구체들을 바라볼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를 않았다. 마치 해 볼 테면 해보라는 듯한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 자만심이 너를 죽음으로 몰아갈 것이다!’
포세이돈이 고소를 머금자 다섯 개의 검은 구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용광로에 들어간 쇳덩어리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자 온도가 더 높아졌는지 금속에서 완전히 액체로 변해 버렸다.
높은 온도에 엄청난 수증기가 발생했지만 그 수중기들은 이상하게도 위로 올라가거나 대기 중에 흩어지지 않고 시뻘건 쇳물 주위를 감쌌다.
액체 상태로 변해 버린 구체의 온도가 더 높아졌는지 기체로 변해가는 다섯 개의 구체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완전히 기체로 변해 버린 구체들은 전혀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고 원구의 모습을 유지하며 다음 변화를 이어나갔다.
시커먼 연기로 변해 버린 구체들이 이번에는 마치 화염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검은색 구형 화염이 되어 버린 구체들.
그 모습은 마치 검은 태양과도 같이 위압적이고 신비한 것이었다.
10미터 크기의 구체들은 그 크기가 1미터 정도로 줄어들었고 검은색 화염을 발산하며 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츠츳츳츳츳츳!
검은 화염으로 변해 버린 구체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이제는 직경이 50센티 정도로 변해 버린 검은 화염들은 주변으로 번개와도 같은 대량의 스파크를 발산하며 모비딕의 모든 방위를 포위했다.
스파크 속의 검은 구체는 화염만 일으킬 뿐 별다른 변화는 없어 보였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온 핵과 전자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가 있었다.
츠츠츳, 츠츠츠츠츠!!
구체 속을 정신없이 움직이며 분리되어 가는 핵과 전자들!
검은 구체 속의 핵과 전자들이 완전한 분리를 이루자 구체의 주변을 감싼 스파크가 더욱 강해지며 주변에 전자기장을 일으켰다.
지이이이이이이잉!
이 모두가 20초 만에 벌어진 변화였다.
모비딕은 은회색 방어 장막 속에서 불편한 기분을 느껴야만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을 옥죄이는 느낌.
‘심상치 않다. 무언가 대처를…….’
모비딕이 드디어 몸을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포세이돈이 입을 열었다.
모비딕을 낮게 응시하며 포세이돈이 꺼낸 말은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검은 구체의 이름이었다.
강력한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검은 화염의 정체는 바로!
―플라즈마!!
기이이이이이잉!
포세이돈의 말이 신호가 되어 전자기장을 발생시킨 플라즈마의 크기가 더욱 줄어들었다.
이제는 직경 10센티, 몸길이가 1킬로미터 내외인 포세이돈과 모비딕은 신경 쓰고 보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크기로 줄어든 것이다.
―막아 봐라, 모비딕!!
포세이돈은 몸을 솟구쳤다.
구오오오오오!
음속을 돌파하며 그가 날아오른 곳은 번개가 생성되고 있는 먹구름 속!
쿠르르르릉, 쿠르르릉!
포세이돈의 의지에 따라 더욱 강력한 번개가 생성되며 그의 지시를 따를 준비를 했다.
모비딕을 바다 속에서 끄집어낸 토네이도와 냉기 공격!
그리고 그를 감싼 작은 크기의 플라즈마들, 마지막으로 포세이돈이 몸속에 남아 있는 모든 마나를 끌어 모아 생성시킨 강력한 번개들!
그 모든 준비는 이 한 방을 위한 것이었다.
―끝이다!!
쿠르르르르릉, 번쩍!!
모비딕이 위기를 느끼고 몸을 움직이려 하는 순간!
검은 먹구름들 사이에서 생성된 수백 개의 낙뢰가 모비딕의 주변에 떠 있는 다섯 개의 플라즈마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르르르릉!!
포세이돈은 낙뢰가 플라즈마를 격타하는 순간, 모비딕이 갇힌 얼음 구덩이를 냉기공격으로 완전히 막아 버리고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력으로 그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포세이돈은 모비딕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인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류권을 돌파해 성층권으로 도달하는 순간에도 낙뢰에 적중된 플라즈마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전자기장을 형성한 플라즈마는 주변의 전류를 끌어당긴다. 전자기장이 끌어당긴 수백 개의 낙뢰가 전자에서 떨어져 나간 이온 핵을 서로 충돌시키고 분열시켜 결국에는!’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래쪽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이전에는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엄청난 굉음이 포세이돈의 귓가를 때렸다.
‘핵폭발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핵폭발!
포세이돈이 100년 간 더 힘을 모으며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며 완성시킨 모비딕의 방어 장막을 깨뜨릴 필살기, 그것은 바로 플라즈마를 이용한 핵폭발이었던 것이다.
포세이돈, 그가 아는 한 핵폭발보다 강력한 공격은 없었고, 핵폭발의 한가운데에서 살아날 수 있는 생명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모비딕의 방어 장막이 제아무리 무적을 자랑한다고 하더라고 핵폭발의 중심에서, 모비딕의 거대한 몸을 방어해 낼 정도는 아닐 터였다.
‘막아 낸다면 모비딕, 네놈은 바다 괴수 따위가 아니라 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
핵폭발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포세이돈이 몸을 돌려 핵폭발을 일으킨 장소를 내려다보았다.
주변의 모든 것을 완전히 지워 버리며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방사능 열 폭풍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광경에 포세이돈은 미소 지었다.
―이것으로 모비딕은 끝났다! 나의 승리다!!
환희에 찬 포세이돈의 핏빛 눈동자 속에서 주변을 덮어 버리는 거대한 핵 구름이 그 자리를 넓혀 가고 있었다.
8. 라이벌(1)
쿠오오오오오오오오.
핵폭발의 여파가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지켜보는 포세이돈의 전신을 떨리게 만들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파괴의 모습에 포세이돈은 자신이 만들어 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그가 핵폭발의 광경을 바라보며 떠올린 단어들은.
―파괴, 멸망, 종말!
그런 것들이었다.
자신의 힘이 더욱더 강했더라면 행성 전체를 파괴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에 포세이돈은 한순간 자신의 권능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신에게나 허락될 만한 엄청난 권능이다. 어쩌면 나로 인해 세상에 재앙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재앙을 만들어 낸 것은 본인이지 않은가.
자신에 대한 두려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으로 뒤바뀌었다.
자신의 존재로 인해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지만 그 주체가 지신이니 그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트라우마의 감정에서 포세이돈이 택한 감정의 편린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 더 깊이 생각할 필요 없다. 나의 권능이 세상에 이롭게 작용할 것인지 해롭게 작용할 것인지는 모두 나에게 달려 있는 것, 나는 나를 겁낼 필요가 없다.’
고민의 깊이는 깊었지만 결론은 그에 비해 너무나도 빨리 내려졌다.
―나는 나의 뜻대로 움직이겠다!
포세이돈은 성층권에서 내려와 한창 버섯구름이 생겨나고 있는 격전지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강력한 핵폭발로 인해 먹구름과 태풍은 자취를 감춰 버렸고, 하늘에서 거세게 내리던 빗줄기도 멈춰 버렸다.
완전히 얼어붙었던 바다는 다시 녹아내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휘오오오오오.
바람의 방향도 완전히 바뀌어 오로지 폭발의 진원지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만이 포세이돈의 얼굴을 스치고 있었다.
포세이돈의 강력한 권능들을 순식간에 뒤엎어 버린 핵폭발의 흔적들.
‘5개의 플라즈마를 핵폭발의 매개체로 이용해 모비딕의 전 방위를 공격했다. 놈의 방어 장막이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
구우우우우우오오오.
시간이 지나 핵구름이 사라져가자 포세이돈이 몸을 움직여 심해의 입구로 다가갔다.
콰아아아!!
해수면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바다 속을 헤엄치려던 포세이돈은 불현듯 몸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흠칫!
―……기대 이상이다, 포세이돈…….
살아 있었다.
모비딕이 살아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핵폭발의 중심에서도 살아남은 모비딕.
포세이돈은 핵폭발 공격에도 살아남은 모비딕을 향해 낮게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의외라고 해야 되겠군, 그렇게 살아남아 내 먹이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말이야.
포세이돈의 조소에 모비딕의 얼굴에 고통과 함께 후회와 회한, 그리고 공포가 잠시 스쳐 지나갔다.
마이너스적인 감정들로 점철된 모비딕의 몸은 지느러미부터 시작해서 꼬리까지의 부분이 존재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인간으로 친다면 하반신이 떨어져나가 상반신만 남아 있는 끔찍한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몸의 절반 이상을 잃은 데다 그나마 남은 신체의 부위도 손상이 심해 살아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감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야. 너 같은 강자를 무시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하다니… 진심으로 싸웠어도 결국에는 내가 패했겠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구나.
모비딕은 포세이돈의 플라즈마 핵공격을 받은 순간, 자신의 몸에 겹겹이 방어 장막을 펼치는 한편, 심해에 핵폭발의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폭발 지점의 아래에 상당히 넓은 범위의 방어 장막을 추가로 생성시켰다.
방대한 마나를 가졌고, 또 수많은 권능들을 가지고 있는 모비딕이었지만 핵폭발이 일어난 순간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방어, 그것밖에 없었다.
사실 방어 장막을 이용하여 자신의 신변에만 신경을 썼더라면 이렇게 치명적인 상처는 입지 않았겠지만 그는 심해의 수문장으로서 심해에 핵폭발의 파장이 미치는 것은 막아야만 했다.
저 무시무시한 핵폭발의 여파가 심해에 미친다면 그곳에서 살아남을 생명체는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차후에 있을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까지는 막을 수가 없겠지만 그건 자신이 살아남았을 때에 걱정해야 하는 일이고 지금은 명백한 위기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