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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20화)
9. 파괴의 신(2)


포세이돈은 수백 년 전, 포이사르돈 시절에 레비아탄이 찾아와 했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알 수가 있다. 너는 포유류로 진화해 육지로 나가려 하겠지. 그리고 너의 진화의 최종 목표는 인간이 되는 것일 테고 말이야. 너의 생각대로 될 것이라 여긴다면 오산이다. 너는 인간으로 진화할 수가 없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야. 네가 심연의 바다를 뚫고 먼 훗날 나에게로 다시 찾아온다면 내가 네가 궁금해 하는 모든 의문들과 인간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나는 레비아탄! 포이사르돈이여! 더 성장하고 더 진화해서 나에게로 찾아와라. 이것이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크하하하하하!!
레비아탄은 심연의 바다로 들어가 자신을 찾아낸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의문들과 인간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였다.
‘어쩌면 심해의 제왕을 먹어치우고 레비아탄을 찾아가 그마저 먹어 버린다면 최종진화를 거쳐서 인간이 될 수 있을지 몰라.’
포세이돈은 이제 단 한 번의 진화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 이상의 진화 과정이 남아 있다면 그가 가야 할 길은 너무 뻔했기에.
‘신! 한 번을 넘어선다면 나는 신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 가진 힘만으로도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얻었다. 그런데 한 번 이상의 진화를 더 거치게 된다면 신, 혹은 그 이상 가는 엄청난 권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는 짐작하고 있었다.
앞으로 두 번 이상의 진화가 남아 있다면 결국 이 세계에 적수가 없어진다.
한마디로 신의 힘을 얻어 세상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것이다.
‘이 내가! 내가 신이 된다는 말이다!’
포세이돈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콰르르르르릉!!
그의 심경 변화에 따라 주변의 바다에 해일이 일고 수천 개의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신! 신이 될 수가 있다!’
쿠오오오오오오, 쩌저저저저저적!
하늘에 먹구름이 모여들고 천둥,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놈을 꺾어야만 해! 레비아탄 놈을 말이다!’
번쩍!
그가 레비아탄을 떠올리는 순간 바다를 뒤흔드는 재앙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반경 수십 킬로에 해당하는 모든 바다가 얼어붙어 버렸다.
‘놈에게 가기 위해서는 대해의 제왕으로서 낼 수 있는 최대의 권능을 끌어내야만 해. 심해에는 무언가 기분 나쁜 것이 있다!’
수백 년간 바다의 괴수로서 살아오며 생겨난 포세이돈의 육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심해는 위험하다.
준비되지 않는 자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의 육감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됐다.
이 모든 위험 요소를 이겨내기 위해 포세이돈이 준비한 힘.
500년의 시간을 견뎌 내며 그가 준비한 것은 모비딕이 포세이돈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 냈었던 절대적인 방어 능력.
몸의 외부에 커다란 은회색 구체 방어 장막을 만들어 내 막강한 공격을 모두 방어해 낼 수가 있었던 모비딕의 능력을 드디어 포세이돈이 최대치까지 완성시킨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포세이돈의 것보다 더 단단하고 완벽한 방어 장막이었다.
게다가 수중 염동력이라는 기능마저 완성시켰다.
바다 속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 그것이 생물이던 무생물이던 구분하지 않고 모든 존재들을 의지만으로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염동력이 최대치가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바다 속에서 포세이돈의 의지를 역행에서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없어졌다.
해류, 해저 지면, 바다 식물, 동물, 미생물, 무생물, 거대한 괴수들, 강력한 포식자들, 심지어 바다 자체까지.
바닷물에 포함된 작은 입자 하나하나까지 포세이돈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해신의 능력!
―모비딕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나에게 패배한 것인가? 정말이지 덩치만 커다란 멍청이 고래에 불과했어.
500년 전, 자신을 고전하게 만들었던 강력한 적수였던 모비딕을 한낱 덩치 큰 멍청이로 만들어 버린 포세이돈,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 이런 강력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만심에 가득 찼던 모비딕은 결국 나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만약 모비딕이 그가 가진 모든 권능들을 이용해 나와 대적했더라면 나는 그를 넘어설 수가 없었어. 그 사실만은 항상 가슴에 담아두어야 하는 교훈인 것이지.
포세이돈은 어울리지 않은 말을 한 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이 포세이돈은 그 따위 고래 자식과는 종 자체가 틀리다. 강력한 능력을 썩히고 나보다 약한 생명체에게 패할 정도로 나는 어리석지 않아.
포세이돈이 호언장담했다.
―결국에는 바다의 모든 생명체들은 나에게 복종하게 될 것이다!!
포세이돈의 주위로 강력한 해류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 포세이돈이 심해로 들어가 레비아탄을 한입에 먹어치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포세이돈의 말대로 그의 능력이 최대치가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길어 봐야 5년에서 6년이면 포세이돈의 잠재력이 모두 깨어나게 된다.
―바로 내가 진정한 대해의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얼어붙은 바다가 포세이돈의 선언에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5년 6개월 하고도 21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포세이돈의 나이가 어느새 900살의 넘은 어느 날이었다.
포세이돈은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제 됐다! 모든 능력들을 최상으로 끌어 올리고 더 이상 마나를 쌓을 곳이 없을 정도로 마나를 몸에 채웠다.
촤아아아악.
그렇게 말하며 동해 바다를 헤엄치는 포세이돈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수 킬로미터에 달했던 거대한 크기의 포세이돈이 길이 20미터 정도로 줄어든 모습이었고 외양의 모습도 이전과는 틀렸다.
이전에는 거대한 뱀과 같은 모습을 연상시키는 특색 없는 외모였지만 지금은 몸 군데군데에 인상적인 굴곡이 생겨났다.
마치 이무기에서 용으로 탈바꿈했다고도 표현할 수 있는 외양의 변화였다.
지느러미는 더욱 커졌고 아가미는 없어졌으며 매끄럽던 얼굴에는 마치 뼈처럼 보이는 굴곡들이 생겨났다.
한마디로 포세이돈의 외모는 더욱 무섭고 강인하게 변화한 것이다.
이는 신체 변환 기능을 마스터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로 그의 권능이 스스로의 몸을 더욱 강인하게 변모시키며 적의 공격에 대항해 최상의 신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포세이돈은 이제 최소 10미터에서 최대 10킬로미터까지 신체의 길이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 모든 신체의 부위를 최대한으로 강화시킬 수가 있게 되었다.
물론 몸을 작게 만들면 부피가 줄어드는 만큼 중량도 줄고 반대로 몸을 거대하게 부풀리면 그만큼 중량도 늘어난다.
그렇기에 작은 몸이었을 때는 적들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것은 그렇지가 않았다.
쿠르르르르릉!!
그의 강력한 권능이 벌써 신체의 힘을 뛰어넘어 본신의 크기가 작던 크던, 그의 몸을 보호함은 물론이고 적들을 부셔 버릴 것이다.
촤아아아악!
포세이돈이 지나감에 따라 바닷길이 열렸다.
그가 수심 300미터 지점에서 헤엄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수면에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나며 표면을 갈랐다.
물보라는 이내 해일로 변모하여 수표면 위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던 조류들을 뒤덮었다.
삐에에엑!
콰르르르릉!
갈매기와 바닷새를 덮은 해일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며 천둥, 번개가 바다 위로 떨어져 내리고 그 뒤로 거대한 토네이도가 휘몰아쳤다.
쿠르릉, 쿠르릉!!
해저화산이 폭발하며 해저 지면이 갈라졌다.
이에 해저에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 해일은 더욱 크기를 더해 갔고, 갈라진 지면에서 용암이 흘러나와 해저 지면에 조성된 생태계를 파괴했다.
구오오오오오오!! 촤르르릉!
해류가 예측할 수 없이 어지럽게 휘몰아치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에 덩치가 작은 생명체들뿐만 아니라 덩치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바다괴수들도 몸이 갈가리 찢기며 조각조각 나뉘어졌다.
―크하하하하하!!
그 혼란의 중심에는 포세이돈이 있었다.
그의 작아진 몸은 시속 1만 킬로에 해당하는, 마하 8의 초음속으로 바다를 가르며 빠르게 동해 바다를 갈라 심해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시각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헤엄치는, 아니 바다 속을 날아가는 그의 주위에는 단 1mg의 수분도 머물 수가 없었다.
초음속의 속도로 날아가는 그의 몸 주위에 생성되는 충격파가 모든 수분들을 튕겨내 버리고 있는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포세이돈은 끊임없이 웃고 또 웃었다.
그가 플랑크톤으로 태어난 지가 어언 950년, 포이사르돈의 신체를 갖추면서부터 그의 자아는 커져 나가기 시작했다.
포스에돈이 되어서는 이미 그의 자아는 인간이었을 때의 수준을 뛰어넘었었다.
포세이돈이 되었을 때는 엄청난 권능을 발현하는, 그야말로 대해의 제왕으로 다시 태어났다.
포세이돈은 점점 커져 나갔고 그의 자아도 조금씩 성장하고 팽창해 나갔다.
그리고 그는 강해졌다.
그는 대해의 제왕이지만 대해의 평화와 안정에는 티끌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죽이고 먹어 치우고 강해지는 것.
그리고 그 끝에 존재하는 것은.
―레비아탄!!
포세이돈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하게 살게 만든 이유.
―이제는 결판을 지을 날이 왔단 말이다!!
포세이돈의 눈동자가 빛났다.
‘나는 절대자다! 나는 대해의 제왕, 포세이돈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바다에서 최강의 존재다! 이제는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그 상대가 신이라도!!’
콰아아아아앙!!
마치 폭탄이 터지듯 포세이돈의 주변 바다가 터져 나갔다.
‘심해의 제왕을 꺾고, 레비아탄을 꺾고, 중앙해, 서해의 제왕을 모두 죽여 버리겠다! 모든 강자들을 쓰러뜨려 버리겠다! 만약 나를 막아선다면!!’
포세이돈의 시야로 그가 500년 전, 스스로 심해와 동해를 경계 지어 둔 100미터 두께의 얼음 장벽이 눈에 들어왔다.
수십 킬로미터 전방에 위치한 얼음장벽은 포세이돈이 엄청난 속도로 헤엄쳐 나감에 따라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 세상을! 이 세상 모든 것을 부셔 버리겠다!! 그것이 내 사명이고 나의 존재 목적이다!!
구오오오오오오!!
포세이돈.
그는 대해의 제왕의 운명을 지닌 바다의 생명체로 태어났다.
처음에는 나약한 존재였을 뿐이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파괴할 힘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태어난 지 900년이 더 지난 지금 이 순간, 기억의 심연 속에 단단히 봉인되어 있던 기억의 편린이 그의 머리를 장악했다.
‘파괴한다!!’
쿠르르르르르릉. 콰아아아아아앙!!
빠른 속도로 다가온, 그의 앞을 가로막은 100미터 두께의 얼음 장막이 폭발했다.
포세이돈이 얼음 장막에 부딪히자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얼음 장막이 단숨에 터져 버린 것이다.
포세이돈의 몸이 아래를 향해 나아갔다.
이제 심해를 향해 헤엄치는 그를 가로막을 자가 그 누가 있단 말인가.
쿠오오오오오!!
바다를 가르며 심해로 들어가는 포세이돈의 핏빛 눈동자. 그 어떤 붉은색보다도 더 붉어 보이는 두 눈동자가 서서히 색을 달리했다.
마치 붉은색 물감에 하얀색 페인트를 떨어뜨린 것처럼 듬성듬성 하얀색으로 변하는 눈동자.
몇 초의 시간이 지나자 완연한 흰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어떠한 색도 침범하지 못하는 완벽한 순백의 눈동자가 심해의 바다를 담았다.
―모두 죽인다!!
폭발하는 분노와 파괴 욕이 포세이돈의 두 눈을 가리는 순간이었다.